소설리스트

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99화 (99/196)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07 피가 흐른다 – 19

“예, 부회장님.”

김명준 차장은 좀 당황했다.

직속상사인 제 2 부속실장도 아니고, 소속 부서의 부서장인 전략기획실장도 아니며, 자신이 속한 회사 최고 보스인 성화 물산 사장도 아닌 그룹 부회장에게 직통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듣게 된 지시는 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부회장님.”

너무도 황당해서 감히 하늘 같은 부회장님의 지시에 토도 달아 봤다.

하지만 곧 직접 책임을 지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경고에 고개를 숙였다.

“넵, 부회장님. 지시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김명준 차장이 통화를 끝내고 고개를 들자 주차장 안의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뒤쪽에서 손 더럽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늘 같은 회장님보다 더 무서운 이름이 나왔으니 그럴만 했다.

김명준은 그런 사람들에게 차분하게 부회장님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죽은 사람들은 모두 추슬러서 일산에 있는 혜화 병원으로 보냅니다. 거기서 사망진단서 조작해서 만들고 장례식 치를 겁니다. 그래도 시체에서 탄환은 모두 회수하십시오. 손상 좀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건설 직원은 전원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통신기기나 전자기기 다 꺼내놓고, 이쪽 팀원 따라서 안가로 이동합니다. 불만이나 이의 안 받습니다. 혜화 병원으로 같이 보내지기 싫으면 입은 다물고 있으십시오.”

“처리팀. 국과수가 아니라 국정원이나 미군에서 나와도 DNA하나 나오지 않게 다 정리하십시오. 시간 내에 못할 것 같으면 지금 말하십시오.”

“마지막으로 오늘일 가족이건 친지건 회사 동료건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셔도 됩니다. 부회장님이 소문나도 상관없다고 하시니까, 꼭 죽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이 기회에 잘 노려보십시오. 아! 그래도 애들 있는 사람은 좀 주의하길 권해요. 자살할 때 어린 자식 데리고 동반 자살하는 거 추한 짓입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말보다 더 살벌한 경고였다.

그래도 모두가 아무 말 없이 따른 것은 아니었다.

“시체도 그냥 처리해 버리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아무리 혜화 병원이 그룹 계열이라고 해도 의료진이나 병원 고용인원은 완벽히 신뢰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성화 건설 유현수 과장이라고 좋아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혜화 병원은 회장님 막내 따님인 유인영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성화 재단에 속해 있었고, 유인영 여사는 그가 모시고 있는 유민영 여사와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이 일이 유인영 여사의 귀에 들어가고, 그걸 이용해서 유민영 여사가 공격이라도 받으면, 이 일의 책임자 중의 하나인 유현수 과장 본인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진다.

죽은 사람 중에는 그와 친하던 강민기 대리도 있지만, 이미 죽은 부하 직원 때문에 곤란을 겪기는 싫었다.

김명준 차장은 그런 유현수 과장의 속내를 눈치챘다.

사실 워낙에 뻔해 보이는 수작이라서 지하 주차장에 있는 사람 중에서 그룹 수뇌부의 역학 관계에 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눈치 못 챈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어진 김명준 차장의 말은 확실히 건설과 본사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야이 씨발새끼야. 남들이 과장님 과장님 해주니까 니가 무슨 대단한 놈 인줄 알아? 어디다 대고 감히 부회장님 지시 사항에 토를 달아! 그리고 씨발, 대한민국 최고 기업인 성화의 직원이 업무 중에 순직했는데, 그 책임자인 새끼가 한다는 생각이 고작 그따위야? 우리가 아무리 손을 더럽히는 일을 한다고 해서 무슨 깡패나 조폭인 줄 알아? 씨발새끼야!”

유현수 과장은 찍소리로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명준 차장은 분위기 잡은 김에 마지막 말을 던졌다.

“아, 그리고 다들 맡은 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부회장님이 제대로 처리 안 되어서 귀찮아지면 여기 아파트 다 무너뜨리고 새로 지으시겠다니까. 그때는 아마 관련자 전부 폐자재랑 같이 처리될 겁니다.”

그의 말이 그냥 말로만 하는 협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화 그룹은 그러고도 남을 만한 기업이라는 것이 그들 사이의 평판이었다.

유초혜 여사는 외손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 배로 낳은 딸의 배에서 태어난 아이.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귀엽게 달라붙고 하던 아이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해주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외손자가 눈과 귀와 혀와 사지가 잘려 나간 상태로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꼴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꼴을 보면서도 이제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유초혜는 자신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주치의를 향해 물었다.

“이거, 얼마나 살 수 있겠나?”

주치의는 하늘 같은 여사님 질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치료는 어렵지만, 생명에도 큰 문제는 없어서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있으면 당분간 위험할 일은 없습니다.”

유초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되지. 이 꼴로 살아가는 꼴을 어떻게 보누. 다음 주에 장례식 치르는 것으로 하세.”

듣고 있던 주치의와 사모님 모시러 들어와 있던 병원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엄마 무슨 소리야! 미쳤어! 얘 동후야! 엄마 외손자라고!”

사랑하는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가 오랜만에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겁먹고 있던 유민영이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동석하고 있던 유초혜의 여성 경호원이 그런 유민영을 가볍게 막아섰다.

“야! 비켜! 이 썅년이 감히 어디에 손을 대!”

유민영은 더 발악하자, 경호원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무릎으로 짓눌러서 제압해 버렸다.

“엄마! 엄마! 엄마!”

유민영은 계속 유초혜 여사를 부르며 애원했고, 한쪽에 있던 유민영의 경호원들이 깜짝 놀라 나서려다가 유초혜 여사의 다른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했다.

그러는 동안 유초혜 여사는 그런 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의사들을 재촉했다.

“왜?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생각나서 양심에 찔리기라도 하누?”

주치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지만, 병원장은 기겁하고 대답했다.

“아닙니다, 사모님. 맡겨 주십시오.”

“그래, 차원장을 믿지.”

“야! 너 미쳤어! 네가 감히!”

듣고 있던 유민영이 원장을 향해 악을 썼지만 오래 하지는 못했다.

유초혜 여사가 친히 바닥에 쪼그려 앉아 엎어져 있는 딸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차분하게 한마디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민영아. 우리 집 안에서 처음 흐른 피가 네 손에 묻어있지? 엄마는 사실 그때 할머니가 너하고 인영이랑 절연하실 때 같이 하고 싶었어. 그래도 그 일이 내 원죄라서 참은 거였지. 그런데 넌 그걸로 끝내지 않고 또 피를 묻혔지. 그때는 너랑 인영이는 물론이고 니들 남편이랑 자식들까지 전부 무덤에 같이 묻어 버리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네 아버지가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으실 것 같아서 참은 거야. 하지만 네 아버지도 이제 더 이상 참을 생각이 없으시구나. 아무리 딸자식이라고 해도 네 아버지 성격에 3번이나 참으셨으면 많이 참으셨지. 그러니 뭐든 한번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렴. 네 아버지가 평생 데릴사위라고 너무 참으시면서 살아오신 것 때문에 엄마도 마음이 매우 아프거든. 죽기 직전에 당신 성격대로 해보시는 것도 한번 보고 싶구나. 그 상대가 자식들이라도 말이지.”

조곤조곤한 목소리였지만 듣고 병실 내의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들어선 안 될 이야기를 들어서였기 때문이었고, 핏줄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유초혜 여사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발악하던 유민영도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유초혜 여사의 손짓에 유민영을 제압하던 경호원이 유민영에게서 손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유초혜 여사는 병실 안의 사람들에게 따로 경고 같은 것도 남기지 않고 병실을 나섰다.

뒤에서 다시 정신을 차린 유민영의 악에 받친 외침이 울려오고 있었다.

“이게 다 할머니랑 엄마 때문이잖아! 내가 장녀라고 내가 엄마 뒤를 이어 가문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건영이 태어나니까 장남만 편애한 두 사람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병실을 떠나는 유초혜 여사의 표정과 발걸음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사실 그 부분은 두 사람의 실수가 좀 있기는 했다. 유혜선도 유초혜도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장녀가 자신들의 특별함을 물려받았으리라 생각했다. 옛 신과의 계약은 잊혔어도, 그에게 받은 선물 자체는 계속 전해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기도 했다.

설마 좋은 것은 다 빠지고 나쁜 것만 잔뜩 물려받은 찌꺼기가, 제대로 자라나지도 못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유초혜는 이 부분에 있어서 당당했다. 비록 재능은 물려 받지 못한 딸이었지만, 정말 한치의 부족함도 없이 사랑과 정성으로 키웠고, 남편의 교육 또한 다른 재벌집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인성과 사랑으로 가득찬 것이었다.

똑같이 그렇게 자라 누가 봐도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손녀도 있으니, 유민영의 말 따위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아아아악!”

유민영의 비명과 괴성만이 병실을 맴돌았다.

유진은 사실 조금은 초조하게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었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자신을 의심할 수는 있어도 추궁할 수는 없게 완벽하게 처리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흔적을 남기고 일부로 도발했다.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유진 자신의 전투력을 내보인 것은, 상대가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분쟁지역도 아니고, 갱조차 기껏해야 회칼이나 쇠파이프 따위로 싸운다는 한국에서 총격전을 벌여서 10명이 넘는 인원을 죽였다.

이 정도면 성화는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사람 서넛 동원해서 대충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유진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 그거였다.

유진이 혼자 몸으로는 누가 갑작스럽게 마음먹고 유치원에 다녀오는 소진이를 후다닥 납치해 버리거나, 한 두명 고용해서 차민영에게 테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가 이미 여럿 죽었고, 앞으로도 죽을 가능성이 크며, 그렇게 사람 죽으면 조용히 일을 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걸 악용당하는 수도 있다.

유진을 유인해서 크게 사고 치게 만든 다음 그걸로 공권력을 동원해서 유진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폭에게 폭행당한 시민이 죽을 위기에 상대를 밀쳤다고 쌍방폭행으로 처리되는 나라였고, 이런 나라에서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성화 그룹 정도의 힘이라면 먼저 공격하고도 반격한 유진을 테러리스트로 만들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구역질 나는 혐오감을 참아가며 앤 헤이즈의 이름을 팔았다.

실제 그녀와의 관계는 상관없었다.

어쨌든 유진의 지금 성은 헤이즈였다.

그녀에 대한 혐오를 무릅쓰고 굳이 그녀의 성을 쓰는 신분증을 선택한 것은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었다.

전직 CIA 수뇌이자, 현 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의 자식을 증거 조작과 언론 선동 따위로 상대하는 것은 성화 그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나서도 어렵다.

이제 성화는 차라리 유진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려 들면 몰라도, 어설프게 유진을 건드리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타초경사의 우가 되기 때문이었다.

원래 타초경사는 주변을 건드려 목표를 유인한다는 의미의 계략이지만, 어설프게 주변을 잘못 건드려서 목표에게 역공당하는 실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유진은 상대가 후자를 주의하기를 바랐다.

이게 유진이 고민 끝에 찾아낸 혼자서도 차민영과 소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 면에서 고주희가 가져온 대답은 유진의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문제는 기대를 넘는 정도가 아니라 지나치게 비상식적이라는 것이었다.

“성화 그룹 부회장님이라, 내가 왜 이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지?”

유진은 뚱한 목소리로 물었고, 고주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일단 앞으로 필요한 것 있으시면 오늘처럼 저에게 연락하면 됩니다. 하지만 혹시 제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제 선에서 처리하기에는 일이 너무 크다고 생각되시면 이 번호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제 뜻이 아니고 부회장님이 직접 말씀하신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는 모릅니다. 그저 부회장님이 가능하면 별거 아닌 말단이나 위험하지 않은 사무직까지 직접 죽이는 것은 좀 피해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뒤처리하는 사람이 일을 편하게 하게 해주는 것이 서로서로 좋지 않겠냐는 말씀도 있으셨습니다.”

“허어?”

유진은 황당했다.

고주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을 쳐 죽여도 뒤처리는 당신들이 해야 하니까 사람 죽일 때 뒤처리도 신경 써달라 이건가? 싸우지 말자는 소리가 아니라?”

유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니. 그 정도가 아니군.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당신에게 연락하라는 말은 당신이 내 일을 돕겠다는 의미도 있군. 당신들 쳐 죽이는 일을 당신들이 담당자 배정해서 돕겠다고? 이게 말이 되나? 내가 당신말 잘 못 알아듣고 미쳐서 헛소리하는 거지?”

고주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질문에 대한 침묵은 긍정의 표현이었다.

그런 고주희를 바라보는 유진의 눈빛은 아주 깊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혹시 자신에 대해서 뭔가 눈치챈 것 아닌가 싶기는 한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어서 설마 싶었다.

유진은 UE나 CIA조차 눈치채지 못한, 태어나기 이전 모친의 배 속에 있던 시절부터의 기억이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를 진실을, 누군가 그저 외모가 닮았다는 것과 직감만으로 눈치챘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설마 핏줄이라는 건가?’

유진은 피식 웃었다.

최근에 인터넷과 TV에서 핏줄이 당긴다라는 말을 들어봤다.

가까운 가족은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남보다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관용어였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었다.

같은 피가 흐른다는 것만으로 느낄 정이나 의미 따위는 전혀 없고, 일단 목표는 달성했으니까.

“오케이. 딜. 당신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받아들이지.”

고주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유진은 다음 일을 생각했다.

일단 당분간은 끓어오르는 피도 식힐 겸 소진이와 노는 일에 열중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설마 이것도 피가 당기는 건가?’

유진의 기억이 올바르다면 소진이는 자신과 6촌 정도 되는 조카였다.

유진은 어쩐지 차민영과 소진이와의 일도 그냥 우연은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미간을 찌뿌렸다.

물론 그걸 확인하기 위해 심연을 들여다볼 생각 따위는 없었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

일단 차민영과 소진이와 삶은 좋으니까 그런 건 무시하기로 했다.

#007 피가 흐른다 – END

#008 Do It Yourself – To be Continue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