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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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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3
소진이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엄마와도 놀고 오빠랑도 놀고, 잠수도 하고 물싸움도 하고 수영 선수 흉내도 내면서 그야말로 물개라도 된 것처럼 신나게 놀았다.
50분 동안 놀고 10분 동안 물 밖에 쉬게 하는 동안에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할 정도로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소진이가 그렇게 신나게 노는 동안 유진과 차민영은 사이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차민영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기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유진의 반응이 너무 극적이었다. 식사 중에서만 해도 별로 차민영의 몸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유진의 눈빛이 지금은 너무 강렬했다.
이 수영복이 원래 그럴 용도로 만들어진 이벤트 복장이라고는 하지만, 효과가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건 차민영의 유진에 대한 파악이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차민영의 잘못이라기보다 유진이 워낙 특이했다.
차민영은 지금 유진을 유혹하는 중이었다.
대놓고 섹스를 언급하기보다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드러낼 만큼 드러내면서도 은근하게 가리는, 그럼으로써 알몸보다 오히려 더 섹시하고 유혹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가림의 미학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이건 정상적으로 살아온 남녀라면 연애 등을 통해서 경험해보지 못할 수가 없는 방식이었지만, 유진에게는 너무도 낯선 방식이었다.
유진에게 섹스란 그걸 하겠다고 결정하면 알몸이 되어서 곧바로 오르가슴을 위해 달리는 행위였다. 유진이 보통 여성과의 섹스의 시작을 대부분 과격한 오럴부터 시작한다는 것과 키스를 자기 체액으로 상대방을 도핑하기 위한 절차로 생각한다는 부분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섹스를 결정하는 과정도 그렇다. 성욕이 높아져서 섹스가 필요하면 대상에게 그걸 요구한다. 반대의 경우도 비슷하다. 상대가 그걸 요구했을 때, 자신도 동의하면 받아들인다. 때로는 상대방이 별로 원하지 않는 것 같아도 강요하기도 한다. 그나마 차민영처럼 이제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사람을 상대로는 조심하는 편이다.
이 과정 어디에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보통 거치는 비슷한 과정, 서로 간의 분위기를 살피며 노골적인 말 없이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 서로 간에 합의를 맞춰가는 그런 과정은 없었다.
옷도 비슷했다. 섹스를 위해서 그냥 다 벗던가, 아니면 다 벗기기 귀찮을 경우, 대충 필요한 만큼만 벗긴다. 특별한 속옷이나 특별한 옷이 상대방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차민영도 유진과의 강렬했던 첫 경험 이후 언제나 유진이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섹스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런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마땅한 수영복이 없다는 생각에 어쩌다가 그냥 이렇게 된 우연일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유진에게 있어, 이렇게 은근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상대가 차민영이 아니었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차민영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면, 아마 그냥 특이한 옷차림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었다.
차민영과 소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유진에게 없었던 독특한 방식으로 맺어진 차민영과의 관계가 만들어낸 유진의 마음의 변화가, 차민영을 상대하는 유진이 이런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는 엄마와 유진 사이의 감정에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게 반응하던 소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게 노는 일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소진이는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이 근사한 수영장에서 오빠와 엄마와 함께 신나게 노는 것으로 행복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 그렇게 오래 놀지는 못했다.
소진이는 해가 진 다음에도 조명까지 켜놓고 놀겠다던 야망에 불타올랐던 처음과 달리, 세 시간쯤 놀고는 슬슬 졸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하기도 한 것이, 다섯 살의 어린아이가 저녁까지 먹은 늦은 시간에 3시간이나 물놀이했는데 체력이 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이들 체력이 무한대라는 것도 일반인 상대로나 통하는 말이지, 유진 상대로 통할 말이 아니었다.
유진은 미리 공부해둔 원칙대로 50분 수영에 10분 휴식을 철저하게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3번째로 가지게 된 휴식 중에 소진이는 처음이나 두 번째와 달리 더 이상 활발하게 날뛰지 못했다.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커다란 타월에 돌돌 말린 채 따뜻한 유진의 품에 안긴 소진이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소진이, 졸리니? 이제 자러 갈까?”
“우웅, 아니야. 소진이 안 졸려. 더 놀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점점 감기는 눈을 버티지 못하고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소진이 벌써 잠들어 버렸네. 씻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괜찮아. 수영장 물에 소독약 같은 것은 아직 안 넣었어. 이거 다 수돗물이야. 물기만 닦아내면 더 씻거나 할 필요 없을 거야.”
“정말?”
“나를 믿어. 소진이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아.”
유진의 당당한 말에 차민영이 실눈을 뜨고 흘겨봤다.
“그러기에는 당신, 소진이에게 달거나 기름진 음식 너무 많이 먹이는 것 같은데?”
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할 말이 난감하기도 했고, 눈을 흘기는 차민영의 표정이 생각지 못하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기 품에 소진이가 안겨 있는 것만 아니었으면,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고 거칠게 키스라도 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유진의 눈빛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차민영도 그런 유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깐 잔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소진이 안전에 대한 유진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차민영은 소진이를 씻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믿었다.
“재우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차민영은 유진에게서 소진을 받아 들고 안으로 향했다.
유진은 안으로 향한 모녀의 뒷모습을 살펴보다가,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물 위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차민영의 마지막 말을 음미했다.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가 지고 시간이 좀 지난 밤하늘에 어느새 희미한 달과 역시 희미한 별들이 보이고 있었다.
유진은 밤하늘의 모습을 좋아했다. 처음 연구소를 탈출하고, 독일의 그 숲에서 바라보았던 그 장엄했던 밤하늘의 광경에 비하면 훨씬 흐릿한 하늘이었지만, 그때 보았던 밤하늘만큼 아름답지는 않아도 지금의 밤하늘도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좋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금속 금고의 감옥 방에 갇혀서 굶주림을 참아가며 딱딱한 금속 바닥 위에서 잠들어야 했던 시절이 고작 한 달 전이었다.
야외의 따뜻한 수영장 물 위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자기 모습이 낯설다.
그리고 자기 정액을 착취하러 오는 그 늙은 마녀들을 기다리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자기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가족이 된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 같은 이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차민영이 돌아왔다.
그녀는 조금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수영장 바깥쪽에서 서서 유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녀왔어.”
“소진이는?”
“완전히 잠들었어. 침대에 눕히고 이불 덮어주는 동안 눈 한번 뜨지 않고 잠꼬대도 안 하더라.”
“피곤했나 보네.”
“그렇게나 신나게 놀았으니까.”
차민영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도 이 거창한 수영장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신난 딸의 모습은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잠시 그녀의 미소를 지켜보던 유진이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몸을 일으켰다.
- 촤아악.
머리부터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유진의 몸을 타고 흐른 물이 유진의 너무도 멋진 몸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남자의 강렬함과 섹시함이 함께 과시되는 그 광경에 차민영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유진은 그런 차민영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차민영이 그 손을 잡자, 유진이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잡아당겼고, 차민영은 수영장 안으로 떨어지며 빨려들 듯이 유진의 품에 안겼다.
유진이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언제나의 과격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키스가 아니었다. 상대방을 먹어버리려는 듯한 그런 키스가 아니라 부드럽게 입술을 마주치는 마음이 오가는 키스였다.
잠시 서로의 입술을 음미하던 두 사람의 입이 살짝 벌어지고, 각자의 혀가 서로의 입을 오가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상대의 혀와 상대의 입술을 음미했다.
“으으음.”
차민영은 참지 못하고 작은 콧소리로 신음을 내뱉었다.
차민영은 서서히 몸을 달구며 달아오르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성욕이 확 솟구쳐서 당장 보지에 자지가 박혔으면 하는 그런 열기가 아니었다. 봄날의 나들이에서 따듯한 햇살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는 것 같은 그런 부드럽고 행복한 열기였다.
천으로 가려진 부분 하나 없이 완전히 노출되어있는 등을 쓰다듬는 유진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또 하나의 손이 어설픈 브라 사이를 파고들어 가슴을 움켜쥐는 순간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부드럽게 가슴을 쓰다듬는 그 손길이 낯설었다.
예전에 그녀가 겪어야 했던 남자 중에서 이렇게 부드럽게 자신을 대해준 남자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유진조차 오늘 이전에는 그런 기억이 없었다.
부드러운 애무와 키스 속에서 몸이 서서히 뜨거워져 갔다.
이제 진짜 안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깊은 더 본격적인 그런 순서를 원하면서도, 지금의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들었다.
유진의 손이 하의를 파고들어 와 보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을 때는 그 손길을 피하고 싶은 것인지, 즐기고 싶은 것인지 구별도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의 천을 살짝 젖히고, 유진의 자지가 자신의 보지를 파고들어 오는 순간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평소와 같이 빠르고 강하게 끝까지 처박고, 끝까지 빠져나가는 그런 삽입이 아니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파고들어 와 머물다가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고, 다시 조심스럽게 돌아오는 그런 낯선 삽입이었다.
이전에 겪었던 유진과의 섹스 때처럼 내려치는 망치처럼 파고들어 와 자궁 끝까지 두들겨 버리던 그 삽입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이 느리고 부드러운 삽입은 훨씬 감미롭게 그녀를 자극하며 그녀의 정신을 허공에 붕붕 뜬 것처럼 만들었다.
“아아아, 진, 여보, 좋아요.”
고함치듯 그리고 비명을 지르듯 내뱉던 평상시의 신음과 달리, 부끄럽고 애달픈 사람처럼 작고 부드러운 신음성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거칠지만 달콤한 숨소리와 신음 속에서, 유진은 끝까지 부드러움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강렬한 왕복 운동 없이도 차민영은 절정에 도달했다.
온몸의 근육이 경련하며 떨었다. 보지에서는 따뜻한 음액이 쏟아지듯 뿜어졌고, 질 근육은 유진의 자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유진도 사정했다. 그녀의 자궁 안쪽 깊은 곳까지 가득 찰 정도로 뜨거운 정액을 쏟아내었다.
자궁을 태우는 듯한 그 정액의 열기가 차민영을 단순 절정을 넘어 그녀가 도달할 수 있는 어느 한계 넘어로 이끌었다.
마지막에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 비명은 그녀의 입에 키스한 유진의 입에서 맴돌았고, 시간이 지나 비명을 끝내고, 경련을 멈춘 그녀의 몸은 의식을 잃고 유진의 품에 늘어지듯 안겼다.
유진은 아직도 근육이 간간이 경련을 일으키는 차민영의 보지에서 자지를 뽑았다.
보지에서 빠져나온 유진의 자지와 구멍이 벌어진 차민영의 보지에서 흘러내린, 유진의 정액과 그녀의 애액이 섞인 액체가 수영장 안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