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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05화 (10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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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6

“우와 끝내준다!”

첫날에 이어서 둘째 날은 멤버 변화가 있었다.

첫날에 정작 내일 또 놀러 와도 된다고 허락받은 주영이와 주영이 엄마는 둘째 날에는 빠졌다. 수영장 물도, 핫도그도 유진의 말대로 주영이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은 주영이 아빠가 완전히 믿지 못해서 주영이를 병원에 데리고 간 때문이었다.

본인 피를 특수 가공해서 수영장 물을 소독하고, 수제 소시지와 글루텐 프리 밀가루까지 써가며 음식을 준비한 유진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유진은 오히려 좋게 생각했다.

유진은 본인 과거 때문인지 아이들 챙기는 부모의 행동은 뭐든 좋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주영이 대신 참전한 것은 소진이의 단짝 고운이었다.

예전 피자, 스파게티 파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한 고운이는 어제는 수영복을 준비할 수 없어서 포기했지만, 오늘은 유치원 등굣길에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오는 정성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빠진 주영이 엄마 지은 씨 대신에, 첫날 신세를 톡톡히 진 하윤이의 엄마가 참석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온종일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보살펴 준 것으로도 모자라, 퇴근이 늦은 엄마를 대신해 비싸고 맛있는 챱스테이크로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여서 보낸 차민영의 행동에 하윤이 엄마와 아빠는 고마움을 넘어서 위기를 느꼈다.

서로 직장은 다르지만 대기업의 중견 직원인 이 맞벌이 부부는 사회생활에 좀 민감했다.

예전 유진이 벌였던 파티도 있었고, 이번 수영장 일도 그렇고 딸이 너무 소진이네 집에 신세를 지는 분위기로 계속 지내게 되면, 나중에 딸이 소진이에게 일방적으로 주눅이 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들 딸 하윤이가 조금 소심하고 얌전한 것에 비해, 소진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상당히 튀는 편인데다가, 딸이 소진이를 조금 동경하는 티도 내고 있어서 더욱 불안했다.

하윤이 엄마는 회사에 연차까지 내고 아이들 먹을 샌드위치도 미리 잔뜩 준비한 다음에 차민영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이른바 소진이네 수영장 파티에 참석했다.

그리고 일단 굉장히 놀랐다.

조립식으로 설치한 간이수영장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크기와 시설이 어지간한 전문 휴양지 수영장은 수준은 되어 보여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풀장 올라가는 계단 입구 한쪽에는 심장제세동기까지 놓여 있었다. 차민영이 사 온 물건으로, 유진은 오버라고 생각했지만, 보는 사람들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저런 것까지 준비해 둘 정도의 치밀함에도 감탄했다.

무엇보다 딸의 호들갑으로 들었던 멋진 오빠 유진의 끝내주는 몸매에 정말 정말 놀랐다.

그 멋진 미남 앞에서 무난하다 못해 약간 추레한 느낌이 드는 원피스 수영복 차림으로 볼품없는 몸매 드러내고 있자니 부끄러움에 도망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런 거는 미리 자세히 알려주지.’

수영복 입고 오라고 조언해주었던 강준이 엄마 혜인 씨의 옆구리를 찌르며 불평까지 했다.

그녀는 주영이 엄마 지은 씨와 달리 이혜인이 어느 정도 몸매 드러나는 멋진 모노키니를 입고 온 것을 아주 절실하게 이해했다. 그걸 불순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이라도 저런 멋진 남자 앞에서는 멋지게 보이고 싶으니까.

그건 유진과의 불륜을 꿈꾼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멋진 이성이나 동성에게 여자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자신의 부족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 여자로서의 순수한 본능이었다.

하윤이 엄마는 오늘 당장 집에 가면 몸매 보정되는 끝내주는 수영복부터 구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잠시, 그녀는 곧 이어진 사태에 침몰했다.

애써 좋은 빵에 좋은 햄에 좋은 채소와 과일 그리고 제일 비싼 소스 사용해서 끝내주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왔는데, 거기에 손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그건 못본척하고 유진이 만들어온 간식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녀 딸인 하윤이조차도 엄마가 만들어 온 샌드위치가 아닌 유진이 어제의 감자 핫도그에 이어 추가로 선보인 고구마 핫도그와 회오리 감자에 열광 중이었다. 사실 그녀조차도 자기 샌드위치가 아니라 거기에 손이 가고 있었다.

다행히 유진이 그녀의 샌드위치로 먹방 찍듯 배를 채우고 있어서 남기지는 않아도 될 듯했지만, 그래도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이하윤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아이들 마실 과일 쥬스와 기타 음료수 위주로 준비해 온 상황이라서 그녀보다 좀 덜 민망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유진 씨 음식 솜씨가 끝내준다고 소문 다 났잖아요. 전 먹을 거는 피했어요.”

하지만 그런 이하윤도 아들놈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형! 형! 내일은 뭐 해주는 거예요? 내일도 또 다른 거 해줄 거죠? 핫도그도 좋지만 3일 연속은 그렇잖아요.”

얻어먹는 주제에 메뉴까지 따지는 아들놈의 말에 이하윤은 얼굴을 붉혀야 했다. 원래 사고는 아기들이 치고 부끄러움은 엄마의 몫인 법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새롭고 맛있는 거 만들어서 자신도 먹고, 남들 먹이는 것을 즐기는 유진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엄마들과 달리 기분 좋게 그 요청을 받아주었다.

“기대해라. 너희들 말만 들었지 못 먹어본 것 앞으로 줄줄이 나온다.”

“와아! 만세!”

“오빠 최고!”

환호하는 것은 강준이만이 아니었다. 소진이까지 포함해서 아이들 모두 기뻐 날뛰었다.

솔직히 엄마들도 은근히 기대했다.

그저 이 모든 일을 퇴근 후에 딸의 입으로 들어야만 했던 차민영만 남모르게 속이 터질 뿐이었다.

그렇게 소진이의 소원에 유진의 급발진으로 만들어진 이 수영장은 동네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소진이 수영장 파티는 소진이 주변 모든 아이가 참여를 간절히 원하는 최고의 모임이 되었고, 소진이 인기도 급상승했다.

날이 갈수록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가 늘었다. 너무 숫자가 많이 늘어나면 놀 수 있는 장소의 크기와 관리할 수 있는 한계의 문제가 있어서 아이들의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6~7명 정도로 고정되었다.

참여하는 멤버도 자주 바뀌었다. 강준이와 주영이 정도가 참여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그 둘도 매일 참여할 수는 없었다.

참여를 바라는 아이들이 정말 많았고, 두 아이도 학원이나 기타 다른 일들이 있어서 아이들 간에 일정 조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참여하는 아이들에 따라 관리를 위해 동행하는 엄마들 일정도 조절이 필요했다.

협의와 조정은 어느새 이 파티의 핵심 관리자 중의 한 명이 된 이혜인이 맡게 되었다. 집주인 차민영 두고 이혜인이 이걸 맞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좀 주제넘고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차민영은 회사 일에 바쁜 커리어우먼을 넘어서 사장님이었다. 커리어우먼 치고 가정에 대한 우선권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일에 치여 지내는 사람이었다. 차민영에게는 아이들 엄마들과 수다 떨면서 일정 조정 같은 거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거기에 그녀가 집주인이라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집주인인 그녀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더 자주 오게 하고, 누구는 덜 자주 오게 하는 일을 결정하게 되면 그건 갑질이 될 수 있었다. 평판에 좋을 리가 없었다. 100% 문제가 생길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혜인은 전직 유능한 커리어우먼으로 능력이 남아도는 것에 비해, 현재는 비교적 한가한 전업주부라는 점과 어차피 그녀도 딱히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들과 협의로 이 일정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최적의 인물이었다.

그런 협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차민영도 이 부분에서는 이혜인에게 오히려 고맙게 여길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매일 매일 벌어지는 남의 집 수영장 파티에 아이들이 몰려가는 일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자기 아이들이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당연히 하게 되었다.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 관리하는 것은 주로 유진이었고 매번 간식까지 챙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간식이 또 아이들을 미치게 하고 있었고, 엄마들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길거리 음식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최고급 재료를 써서 수제로 만들어지는 요리들이었다.

아이들에게 길거리 음식은 위생 문제로 못 먹게 하는 부모들도 믿고 먹일 수 있는 대신, 그 재룟값과 수고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이혜인이 조심스럽게 차민영에게 의견을 구한 적도 있었다.

“매일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여론이 있어요. 아무리 민영 씨가 기분 좋게 허락해주고 있어도 일주일 2~3일 정도로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에요.”

이에 대해 차민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괜찮아요. 그렇게 해봐야 아이들 오지 않는 날에는 소진이 혼자서 재미없게 놀겠죠. 기왕 설치한 수영장이고, 일년내내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쓸 수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써먹어야죠.”

수영장 설치하고, 매일 매일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놀면서 소진이가 이렇게까지 행복해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은 요즘이었다. 이걸로 친구들 사이에서 완전 여왕님으로 받들어지고 있다는데, 굳이 아이들 여론 나빠질 상황 만들고 싶지 않았다.

비용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차민영은 부동산과 주식, 저축 등으로 수십억 묻어두고 있는 나름 알짜 자산가였다. 금융 소득 외에도 일 년에 소득세 떼고도 억대 가까이 근로 소득이 나는 전문직 고소득자이기도 했다. 간식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적지는 않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게 만든 간식 대부분은 사실 아이들이 아니라 유진이 먹어 치우고 있다는 점도 있었다.

결국 남은 것이 유진이 고생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이것도 사실 의미 없었다.

“당신은 어때? 힘들어?”

“응? 아니 재미있고 좋은데? 맛있는 것 만들고, 그거 나눠 먹고, 물에서 신나게 노는 일이잖아. 힘들 부분이 있나?”

육아와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유진에게는 그 모든 일들이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였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즐겁기만 할 뿐 부담되는 부분이 없었다.

취미가 일이 되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것과 반대로, 남들 보기에 일이어도 본인에게 자기 취향의 취미 생활이면 그건 그냥 즐거운 놀이일 뿐이다.

사실 이게 요즘 유진이 차민영과의 섹스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차민영도 이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얼마나 재밌는지 스트레스받으면 강해지는 유진의 성욕이 요즘 최저치였다.

물론 이 수영장 모임에 대해서 차민영이 아예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 돌보기 위해서 매일 두세 명씩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엄마들의 문제였다.

처음에는 아이들 돌보려고 시간 여유 있는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는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엄마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높은 참여율로 순번을 정해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미쳐 날뛰는 끝내주는 간식들이 엄마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품질 좋은 과일 직접 갈아서 쥬스로 만들어서, 아이들 먹이고 자신들도 간식과 함께 즐기는 것이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진 그 자체였다.

연예인 뺨치는 멋진 외모의 어린 청년이, 근육질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아이들과 물놀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순한 생각이 있어서라기보다, 남자들이 이쁜 여자 좋아하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여자들도 멋진 남자 좋아하기 때문에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남자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멋진 남자를 구경하는 만큼 자신들도 멋져보이고 싶은 마음에 엄마들의 수영복들이 점점 더 화려해지고 노출도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유진에게 보이려는 마음보다는 자기들끼리 은근히 경쟁이 붙은 것이었다.

차민영은 15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나는 자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유진의 취향을 좀 많이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외모에 자신이 있는 편이기는 했지만, 유진이라면 훨씬 어리고 더 예쁜 여자도 얼마든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능력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집안에 드나들기 시작한 엄마들중에는 그녀가 봐도 만만치 않은 여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녀들의 주택 단지는 제법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주거지였고,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대의 여자들은 평균 외모 수준이 높았다.

그런 여자 중에 누군가가 유진의 취향에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차민영에게 확실히 스트레스였다.

다행히 엄마들도 다들 최소한의 상식 정도는 있고, 상호 견제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유진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민영이 현재 가장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고 있는, 아니 보낼 수밖에 없는 대상인 이혜인조차도 유진과 사적으로 접촉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유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당신 혹시 혜인 씨에게 관심이 있어? 아니면 다른 여자 중에서라도?”

어느 날 참지 못하고 차민영이 질문을 던졌다.

그냥 지나가는 듯이 가볍게 던져본 잽이었는데, 대답은 간을 부수는 바디 블로우 수준으로 돌아왔다.

“있긴 하지. 그 꼴을 하고 나를 대하고 있는데, 그냥 내 걸로 만드는 것이 그녀를 위해서라도 낫지 않겠어? 다만 당장은 생각 없어. 최근에 다른 대용품이 생겨서.”

“대용품이 생겨?”

“응.”

차민영은 너무 충격을 받아 차마 더 자세히 묻지도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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