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15화 (115/196)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08 Do It Yourself - 16

완전히 뛰어오르지 않은 것은 혹시라도 외부의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것과 그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면서 폰을 보고 있는 놈에게 인기척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치 구렁이가 부드럽게 담을 넘는 것처럼, 남미의 흑표범이 나무 사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유진의 커다란 몸이 소리도 기척도 없이 2층으로 올라선 다음 목표의 뒤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상대의 등 뒤로 다가가 조용히 팔을 뻗었다.

담배를 물고 여자 친구가 올린 클럽에서 노는 SNS 화면을 보면서 심란해하던 깡패의 목에 완벽하게 주짓수의 리어 네이키드 초크 기술이 들어갔다.

“컥!”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깡패가 기겁하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리어 네이키드 초크가 완벽하게 들어가서 경동맥이 차단되었을 때, 인간이 이걸 견딜 수 있는 시간은 고착 수초에 불과하다.

깡패는 곧 의식을 잃은 채로 몸을 늘어뜨렸다.

그의 손에서 떨어진 핸드폰은 바닥에 닿기 전에 유진이 소리 나지 않게 발로 받아낸 다음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깡패의 몸을 끌고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절한 깡패의 몸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나중에 심문해야 할지도 모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었다.

경동맥 차단으로 기절한 사람이 깨어난 것은 기술이 들어간 정도와 시간 그리고 대상에 따라 크게 편차가 나는 편이지만, 유진은 이자가 최소 20분 이상은 깨어나지 못하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재미있네?’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 무력화시키는 것은 유진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지금껏 유진은 적을 죽이지 않고 처리할만한 일이 별로 없었고, 그런 상황에도 상대의 머리를 강타해서 그냥 적당히 죽거나 치명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뇌진탕을 일으키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런데 오늘 최명선을 제압하는 과정과 그 이전에 두 깡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어쩌다가 목조르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취향에 맞는 것 같았다.

유진은 소리 없이 베란다 문을 열고 2층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유진도 어쩔 수 없었는데, 이후의 상황은 그럴 것 같다고 예상했던 대로였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사내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 커헉.

그도 목조르기에 들어가자 짧게 숨 몰아쉬는 소리를 내고는 곧바로 혼절해 버렸다.

유진은 TV 보다가 졸기라도 하는 듯한 자세로 자연스럽게 자세를 맞춰놓았다.

그리고 약간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어리지?’

지금 제압한 사내는 외모가 좀 험하고 노안 이기는 하는데, 여러 가지로 고려할 때 스물대여섯 살 정도로 보였다. 옥상에 올라와서 처음 처리했던 인물도 비슷한 나이이기는 해도 처음이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셋에 둘이 그렇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유진이 이쪽 동네 깡패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나이대가 윗사람이라는 것은 매우 이상했다.

마지막으로 노리고 있던, 그리고 위치상 제일 중요한 놈일 거라고 생각되는 남자까지 확인하자 그것은 확신이 되었다.

‘이놈도 어린놈일세?’

스무 살과 스물한 살 사이를 오가는 나이인 유진이 자신보다 대여섯 살은 많은 남자를 어린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유진은 3~40대의 중진급을 기대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래도 몸은 예정했던 대로 움직였다.

다시 한번 막 옷을 갈아입고 있던 남자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접근했고, 거울을 통해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놀라서 기겁한 상대가 소리라도 지르기 전에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옆구리를 후려쳤다.

- 우읍!

입을 틀어막은 손을 비집고 고통에 찬 신음이 조금 세어져 나오기는 했지만, 누가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방 밖의 TV에 틀어진 시끌벅적한 쇼프로 소리도 있어서 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버둥거리는 꼴을 계속 지켜볼 이유는 없으니, 같은 부분에 한 대 더 주막을 처박아 넣어 주었다.

“커, 커허, 커허허.”

남자는 유진의 손아귀가 얼굴을 쥐어 잡아 들어 올리고 있었던 탓에 쓰러 지지도 못한 채로 온몸을 비틀며 경련을 일으켰다. 제법 덩치도 있고, 신체도 단련해서 근육도 있었지만, 리버 블로우는 원래 인간이라면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지금 자기를 공격한 유진에 대한 생각은 고사하고 숨을 쉬는 법도 잊은 상태였다.

유진은 그런 남자의 든 상태 그대로 방에 딸린 욕실로 향했다.

사용감이 남아 있는 욕조에 남자를 처넣고,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리자 남자가 정신을 차렸다.

유진은 우선 가볍게 경고부터 했다.

“소리 질러도 괜찮아. 3층에는 이제 너만 남았지만, 1층과 2층에는 제법 사람이 많아 보이더군. 걔들 불러보는 것도 괜찮겠지. 걔들 올라올 때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면.”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서 손도끼를 꺼내 한 손에 쥔 상태였다.

남자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서 별다른 독기나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너 누구냐?”

“네?”

“너 누구냐고.”

“신, 신민우입니다.”

“네 이름 따위 궁금한 것이 아니라, 너 뭐 하는 놈인데 신상사파 조직원들 사이에서 우두머리 놀이하고 있냐고? 그러고 보니 신씨군. 신상사 아들이라고 되냐?”

신민우가 기겁했다.

“아, 아닙니다. 애초에 저희 오야는 신씨도 아닙니다.”

“응? 그런데 왜 신상사야?”

“그건 저도 모르죠. 그리고 저희 신상사파 조직원도 아닙니다.”

유진은 이 이야기는 진짜로 고개를 갸웃했다.

엉뚱한 사람들 공격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신상사파와 아예 무관한 사람들이라면 신상사라는 이름 자체를 모를 테니까.

“그럼 너희는 뭔데.”

신민우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더 작아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저희는 그러니까, 2진. 예비 조직원입니다. 정식 조직원이 되기 전에 역량을 키우는 중입니다.”

말은 좋은데, 그냥 시다바리 즉 심부름꾼이라는 소리였다. 유진도 그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진은 혀를 찼다.

나름 손쉽게 정보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피라미였다.

‘그러고 보니 나름 자리 잡은 윗대라기 놈들이 이런대서 합숙 같은 걸 하고 있을 리가 없군.’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럼 너 너희 두목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당연히 모르리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신민우가 움찔하더니 시선을 살짝 돌렸다.

“너 아는구나?”

“아니요. 모릅니다.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신민우는 기겁하면서 부정했다. 유진은 굳이 말로 추궁하거나 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신민우의 입을 틀어막은 다음에 도끼로 팔 한쪽을 찍어 버렸다. 팔이 잘리거나 한 정도는 아니고, 중요 혈관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잘 조절하기는 했지만, 사람이 악으로 깡으로 견딜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으으으으읍!”

신민우가 고통에 몸부리치며 비명을 질렀다. 입이 막힌 상태에서도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소리와 TV소리가 아니면 누가 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유진은 여전히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에게 말했다.

“난 너랑 협상할 생각이 없어. 그리고 너를 살려줄 생각도 없어. 너에게 남은 것은 그냥 곱게 죽을 것이냐와 고통 속에서 죽을 것이냐의 차이밖에 없어. 그러니 그냥 쉽게 가지 않겠니?”

유진은 나름 멋들어지게 협박을 해봤는데, 별 의미는 없었다.

유진이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떼자 신민우가 마구 외쳤다.

“사장님은 홍월에 계십니다. 거기서 오늘 에이스끼고 손님과 낮부더 술한잔 하신다고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도끼에 찍힌 후 유진이 뭐라고 했는지는 전혀 듣지 못한 것이 틀림없는 모습이었다.

유진은 홍월이 어디인지 묻고 싶었지만, 신민우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소리도 커지고 있었다. 더 이상 뭔가를 묻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금 과했나? 얘들은 뭐가 이렇게 약해? 홍월은 술집 이름인 것 같으니, 최 실장이 알겠지.’

잠깐의 생각으로 결정을 내린 유진은 신민우를 침묵시키기 위해 도끼로 목을 내리쳤다.

머리를 자른 정도는 아니고 경동맥 정도만 가볍게 자를 정도로 찍은 것이었다. 신민우는 몇 초 정도 바둥거리다가 죽었다.

그를 죽이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굳이 많이 죽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앞에 둘은 비살상으로 제압하기는 했지만, 직접 심문하게 될 마지막 타겟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다. 얼굴 맞대고 용건까지 물어본 상대를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이놈들이 무고한 일반 직원이라도 고민해볼 일인데, 깡패가 되기 위해 합숙 훈련까지 하는 놈 중에서 제일 서열이 높아 보이는 놈에게는 고민의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유진은 죽은 신민우를 욕조 바닥에 엎은 다음에 목에 찍어 두었던 도끼를 옆으로 돌려서 뺐다. 도끼가 빠져나온 상처 부위로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욕조 바닥으로 흘렀을 뿐 유진에게는 전혀 튀지 않았다.

유진은 쏟아지는 샤워기 물에 도끼에 묻은 피를 씻어낸 다음, 한쪽에 걸려 있는 수건에 그 물기를 닦아내는 것으로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처음 들어갔던 것처럼 소리 없이 그 집을 다시 빠져나왔다.

2층에서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기절해서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1층은 여전히 소란스러웠고, 반지하에는 다들 곤히 잠이 들어 있었다. 유진은 앤지 그들 모두 그냥 다 쳐 죽이고 싶은 충동을 살짝 느꼈지만, 일단 물러났다.

오늘 할 일은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이런 피라미 중의 피라미들에까지 시간 쓰기가 아까웠다.

차로 향하자, 최실장의 벤츠는 유진이 내린 자리에 얌전히 서 있었다. 최 실장의 기척도 운전석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주변에 경찰이 줄동한 것 같지도 않았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지도 않았다. 경찰 신고라면 몰라도 주변 지인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누군가 도착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유진이 뒷좌석에 탑승하자, 한참 핸드폰으로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던 최명선이 화들짝 놀라서 폰을 숨겼다.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했나? 아니면 신상사에게 내가 간다고 알리기라도 했어?”

유진은 둘 다 상관없었다.

최명선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뭔데?”

최명선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유언장 쓰고 있었어요.”

그건 유진에게도 정말 뜻밖의 대답이었다.

“유언장?”

“내 명의가 아니지만 챙길 수 있는 재산하고, 내 명의지만 위험하니까 건드리면 안 되는 재산 같은 정리 해서 조카들에게 보낼 준비 하고 있었어요.”

“그냥 죽으려고?”

“내가 살자고 발버둥 치다가 문제가 되면 나만 죽는 거로 끝나지 않겠죠? 그러다가 조카들에게 피해 줄 수 없어요. 걔들은 내가 더러운 창녀인 걸 알면서도 고모로 대해주고 가족으로 대해준 애들이에요. 걔들에게 피해 줄 바에 그냥 죽어야해요.”

유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 유진은 최명선이 너무 얌전해서 오히려 약간 실망 중이었다. 그녀가 여기저기 손을 쓰고, 그러면서 일이 커지면, 그 과정에서 유진이 생각하는 배후나 이 일에 숨겨진 뭔가 다른 의도 같은 것이 드러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죽을 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얌전히 협조하고 있는 여자에게 그렇게까지 야비하게 굴고 싶지는 않았다.

유진은 말을 돌렸다.

“홍월이라고 아나?”

“알아요. 나름 유명한 텐프로에요.”

“신상사 거기 있다고 하더군. 손님도 만날 예정이라고 하니 아마 명진훈도 거기 있는 것 같아. 거기로 가지.”

최명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는 길에 유진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신상사는 신 씨도 아니라면서? 왜 그렇게 불리는 거야?”

“옛날에 유명했던 전국구 보스 중에 신상사라고 있었어요. 아주 전설적인 사람이죠. 생긴 것이 그 사람을 좀 닮아서 별명으로 새로운 신상사라고 신신상사라고 별명이 붙었는데, 나이 먹은 다음에 거기서 신자 하나 떼고 쓰는 거예요. 그 동네에서는 이름있는 네임드라서 폼도 잡을 수 있으니까.”

최명선의 설명에 유진은 UE가 자기들 초인 부대에 붙였던 거창하고 화려한 이름들을 떠올렸다. 국가 소속의 진짜 특수부대들은 최대한 무미건조하고 별 의미가 없는 이름이 붙는 것과 참 비교되었던 것도.

어쩐지 이 깡패들의 이름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최명선이 자기가 모르는 이 미지의 세계에 참 해박하다는 것도 느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