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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17화 (117/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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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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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18

경동맥이 차단되면 뇌에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사람이 의식을 잃는 데 몇 초가 걸린다.

그에 비해 목, 정확하게는 척추가 부러진다고 해서 사람이 곧바로 의식을 잃거나 즉사하지는 않는다.

대신 뇌에서 몸으로 내려가는 신경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장기를 비롯한 모든 신체 기관 중 뇌의 의지가 없으면 움직이지는 않는 기관들은 모두 정지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고, 무엇보다 횡격막을 움직여서 숨을 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내는 의식은 있지만,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숨을 쉴 수 없게 되면서 빠르게 질식사하기 시작했다.

“쯧쯧, 굳이 반항해서는.”

유진을 혀를 찼다. 얌전히 그냥 경동맥 차단으로 쓰러졌다면, 어쩌면 당장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별 의미는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사람을 제압하고는, 유진은 비밀 문으로 여겨지는 바닥의 철판으로 된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예상대로 벽에 붙은 철제 사다리와 바닥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짧은 수직 통로, 그리고 건물 쪽으로 꺾이는 통로 끝부분이 보였다. 의심의 여지 없이 비밀 출입구가 맞았다.

‘여기로 들어가 볼까?’

아주 잠시 유혹이 있었지만, 이내 떨쳐냈다. 여기로 들어가 봐야 안에 놈들은 뒷문으로 도망치면 그만이고, 이 좁고 지저분한 곳으로 굳이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유진은 이곳을 감시하고 있던, 그리고 자기 손에 죽었지만, 아직 덜 죽은 사내를 통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 풀석.

떨어진 몸이 바닥에 부딪히자 먼지도 피어올라 왔다.

‘안 들어가길 잘했군.’

평생 외부 환경에 까다롭고 기밀과 청결이 중시된 연구소에서 살아 온 때문인지 유진은 먼지에 좀 민감했다.

비밀 문을 닫은 다음에 경첩 부분을 일그러뜨리고, 의자와 벽을 겹쳐서 문을 막았다. 구조상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힘으로 의자가 부서지거나, 벽이 부서지지 않으면 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건물을 나섰다.

그 사이 주차장 근처를 지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가건물은 창문이 완전히 막혀 있어서 외부에서 안쪽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유진은 목표인 가게 뒷문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건물 계단실로 이어지는 문은 개방되어 있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중간에 자동 도어락이 설치된 방범 문이 있기는 했는데, 염동력으로 안쪽 스위치를 가볍게 눌러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그리고 지하 1층에 도착하자, 계단 밑 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누군가와 마주쳤다.

“엉? 너 누구?”

상대가 유진을 보며 말을 걸려 했다. 아무리 깡패라도 멀쩡한 정신으로 아무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질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전에 상대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었다.

유진은 그에 반해 상대가 죽여도 되는 인간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누군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위에서 목이 꺾이고 질식으로 죽은 놈과 쌍둥이가 아닐까 싶은 정도로 닮은 놈이었다. 얼굴이 아니라 옷차림과 분위기가.

유진은 곧바로 간장을 노리고 배를 후려쳤다.

나름 험하게 살아온 상대는 그 와중에 유진의 공격에 반응하기는 했지만, 유지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커헉.

간이 부서지는 충격과 함께 간과 연결된 신경 전체가 마비를 일으켰다. 육체가 통제를 잃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유진은 그렇게 쓰러지는 상대의 턱과 목을 붙잡은 다음 가볍게 비틀어서 돌려 버렸다.

- 우드득

애초에 간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아니라 간을 부숴버린 충격만으로도 이미 죽음이 확정되어 있던 상대는, 조금 덜 고통스럽게 그렇게 처리되었다.

쓰러지는 몸을 붙잡아 가볍게 바닥에 내려놓았기 때문에 그 와중에 소음도 없었다.

그 후 유진은 안쪽의 기척을 살폈다. 최명선의 말대로 방음이 철저하게 잘 되어 있는지, 안쪽 상황이 평소보다는 훨씬 좁게 느껴졌다.

유진이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무슨 마법적인 생명 탐지 능력 같은 것으로 사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증폭시키고, 그렇게 받아들인 감각을 바탕으로 정보를 재구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뒷문 주변에 꽤 여러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아주 잠깐 고민을 시작했다.

사람 죽일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오늘 중 지금까지 쓴 방법이었다.

타격과 조르기 그리고 관절 부수기.

이건 소음 발생이 적고 피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특히 피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말 압도적인 장점이었다. 유진은 이전의 경험으로 옷에 묻은 피는 빨래해도 잘 빼기 힘들다는 것과 한 번 몸에 밴 피 냄새는 잘 씻어도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진이가 그 피 냄새에 예민했다.

살림하고 애 키우는 처지에서 빨래의 편의성과 아이의 호불호는 중요한 문제였다.

거기에 여기서 피를 잔뜩 묻히면 여기서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갔을 때도 고민해야 했다. 최명선에게 주차장까지 데리러 오라고 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중에라도 여기 일을 수사하게 될 경찰에게 눈에 띄게 될 테니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녀의 생사와 관계없이, 그녀가 여기에서 일어날 일과 연관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야 할 일이었다.

문제는 안에서 느껴지는 자들의 숫자와 위치를 고려할 때, 이제 적당한 타격과 조르기, 관절기로 천천히 소리 없이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말은 이제 침묵보다는 속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준비해온 칼과 도끼, 총을 쓸 시간이 의미이고, 피를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자기 손에 죽은 자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그의 옷이 좀 길이가 짧기는 해도 대충 걸칠 수 있는 크기는 될 것 같았다.

유진은 옷을 갈아입고, 원래 입고 왔던 옷은 잘 개어서 한쪽에 두었다.

‘갈 때 잊지 않고 회수해야지. 안에 약식으로라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화장실과 세면대는 있을 테니 최악의 경우 그걸로라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피를 보기로 한 이상 더 망설일 것은 없었다.

유진은 오른손에 도끼를 꺼내 들고, 왼손에는 단검을 뽑아 들었다.

단검은 프랑스에서의 전투 중 노획한 뒤로 애용하고 있는 Glauca B1이었다. DSGE의 장비로 유명한 물건으로 전투력보다는 수갑을 끊거나, 창문을 깨는 등의 다용도 툴로 더 유용한 물건이지만, 접이식이라 휴대성이 높고 비싸고 튼튼하며 손에 익은 물건이라서 애용 중이었다.

도끼는 최근에 구매한 H모사의 전투/캠핑 다용도 도끼였다. 이건 옆집에서 훔쳐 온 캠핑 도끼로 정동후와 그 일당을 토막 치다가 느낀 몇 가지 불만을 반영해서 새로 사들인 물건이었다. 길이는 30cm정도에 도끼날의 뒤쪽은 육중한 해머 스타일로 되어 있고, 손잡이 아래쪽은 흔히 빠루라고 말하는 노루발 모양이었다. 이것도 Glauca B1처럼 단순히 도끼날로 찍어 버리는 용도 외에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물건이라서 유진의 선택을 받았다.

맨손으로도 사람 쳐 죽이는 데 문제가 없는 유진이 도끼와 칼을 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성화 건설의 아파트 현장에서의 경우야 어차피 뒤처리를 성화에서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압도적이며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 경찰이 수사하게 될 일이었다. 자기가 이 일로 수사받을 리는 없겠지만, 너무 비인간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은 곤란했다.

준비를 마친 유진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이 열리자 바로 그 앞에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던 사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잠시 문이 열리고 들어선 유진의 존재에 대해서 잠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 뒷문으로는 동료 조직원들은 물론이고, 큰형님이 만나고 있는 손님과 함께 온 일행, 그리고 가게의 종업원도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뒷 세계에서 제법 굴러먹은 그는 이내 유진의 마스크와 그의 양손에 들린 칼과 도끼를 알아보고 상황을 눈치챘다.

- 습격이다!

위험을 알리기 위해 일단 소리부터 질렀다. 하지만 그 외침은 오직 그만 들을 수 있었다.

- 서걱.

-

그의 외침이 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유진의 휘두른 칼이 그의 목을 자르고 지나갔다. 동맥과 숨통과 식도가 한 번에 잘려 나갔고, 그가 지른 소리는 그의 마음속과 폐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사내는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자기 목을 부여잡고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사이 유진은 이미 그 앞을 떠나 두 번째 목표를 향하고 있었다.

유진이 들어온 가게 뒷문은 곧바로 어딘가로 이어지거나 하지 않고 작은 복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뒷문 바로 앞에는 화장실로 향하는 문 두 개가 있었고, 그 안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는 구술 주렴으로 가린 가려진 문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곳까지 가는 좌우에 몇 개의 진짜 문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소리와 냄새로 주방인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머지 3개 중 하나에서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그리고 다른 하나에서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 목표는 그중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고, 유진이 첫 번째 깡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난 인기척을 인식하고 막 유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중이었다.

유진은 그가 완전히 고개를 돌려 자기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를 노리고 도끼를 던졌다.

원래부터 투척을 위해 몸통이 살짝 앞으로 꺾인 형태로 되어 있는 손도끼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곧고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가 사내의 이마에 제대로 명중했다.

- 퍼걱.

뼈가 부서지는 작은 소리와 함께 도끼날이 거의 6~7cm 정도 그의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100만 번에 한 번쯤 있을까 말까 한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그건 즉사를 피할 수 없는 상처였다.

순식간에 죽은 그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빠르게 다가가 받아 든 유진은, 그의 시체를 소리가 나지 않게 바닥에 누이고는 도끼를 뽑았다. 목이 베인 시체와 달리 머리가 빠개진 시체에는 별로 피가 튀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서자마자 보인 복도의 둘을 처리한 유진은 다시 자신이 들어온 뒤쪽 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외부에서 누가 강제로 들어올 때 막으려고 설치한 것이 분명한 잠금장치들을 작동시켰다. 문은 꽤 두껍고 튼튼했고, 자물쇠가 4개나 있었으며, 빗장도 걸 수 있었다. 자물쇠는 잠근 후 조작 장치 부분을 부숴서 열 수 없게 만들었고, 빗장은 위쪽 휘어서 빗장이 빠지지 않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누가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경찰이 문을 뚫고 들어오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유진은 일을 다 끝내기 충분했다. 설사 경찰이 가게 안을 들이닥치는 불쾌한 상황이 되더라도, 유진은 그렇게 들어온 경찰 눈을 피해 충분히 빠져나갈 자신도 있었다.

이제 가게 안은 유진이 뭐든지 할 수 있는, 유진의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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