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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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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19
가장 우선해야 할 공간에 대한 확보가 끝나고 다음 순서를 골라 보았다.
우선 가장 가까운 곳은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문 안쪽에서는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서로 간에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세 사람의 인기척이 있었다. 나누는 이야기로 손님들이 그녀들을 내보내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서, 부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곳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의 대기실인 듯했다.
유진은 살짝 고민하다가, 방문 손잡이를 망가뜨렸다. 여성의 평균 악력을 고려할 때, 그녀들이 이상함을 느끼더라도 방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조용히 들어가서 싹 죽여버릴까 생각하다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 참았다. 깡패 새끼들과 다르게 술집에서 일한다고 죽어 마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약한 이유였고, 그래도 조금은 일을 좀 작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깡패 놈들만 죽는다면 그건 깡패 놈들끼리의 분쟁으로 여겨질 수 있고, 이런 경우 대한민국 경찰은 생각보다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게 아가씨나 종업원까지 다 죽이면, 그건 무차별 살인이었다. 그건 경찰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세계 어디서나 젊고 예쁜 여자의 죽음은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법이었다. 그것이 설사 거의 창녀나 다름없는 술집 아가씨라고 해도, 아니 그래서 더 화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런 일은 어지간하면 피해야 할 일이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다음 대상인 조리실에서 일하고 있던 인원들도 시체가 될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조리실에는 중년 여성 한 명과 젊은 남자 한 명이 일하고 있었다.
유진이 우선 그 중 냄비를 젖고 있는 젊은 남자의 등 뒤로 조용히 접근해서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남자는 거의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단지 그 과정에서 그가 냄비를 젖고 있던 나무 주걱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소리에 과일을 깎고 있던 여성이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유진은 남자의 목을 그대로 조르는 상태로 여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여성이 소리라도 지르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살짝 고민하는 순간, 여성은 한 손으로 자기 입을 막고, 한 손은 손바닥을 보이며 위로 들어 반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보였다.
혼절한 남자를 바닥에 눕히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전혀 반항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유진이 그녀의 몸 뒤로 돌아가 팔뚝으로 목을 조르는 동안에도 반항하지 않았다.
손에 칼을 들고 있던 상황에서도 전혀 반항의 의사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침착하고 소란 없이 항복한 그녀의 모습은 유진에게 꽤 만족스러웠다.
유진은 꽤 부드럽게, 최대한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조절해서 그녀를 기절시키는 친절을 발휘했다.
그녀가 조리실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너무 화려한 외모와 차림새라는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호스티스랑 조리실을 제압했으니 다음 목표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이었다.
유진은 여기가 대기실이고, 여기에 있는 인원은 신상사의 부하들일 것으로 추측했다.
큰형님이라거나, 오야라거나 하는 호칭과 씨발, 개새끼, 씨팔년 등 온갖 욕설이 오가는 대화로 추정한 것이었다. 인원은 4명. 적지만 일단 이미 죽은 3명과 합치면 한 무리 정도로 딱 맞는 숫자였다.
유진은 방 앞에서 안쪽 인원의 위치를 파악한 후, 아주 빠르게 처리할 순서와 방법을 시뮬레이션했다.
그리고 충분한 계획을 세운 후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열린 문으로 보인 광경이 유진의 예상과 달랐다.
안에 있는 4명은 어설픈 정장을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이 아니라 얇상 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른 몸매에 유진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었다.
안쪽 구조도 소파와 테이블, 의자 등이 있는 접객실이 아니라 옷걸이, 접이식 의자, 방석, 이불과 함께 한쪽 벽에는 화장지와 수건 등의 비품이 쌓여 있는 등이 늘어서 있는 창고도 아니고 방도 아닌 어지러운 공간이었다.
유진은 가장 우선적인 인원의 간을 쑤셔 버리기 위해 휘둘러지던 나이프를 거꾸로 뒤집어서, 날로 찌르는 대신 손잡이로 후려쳤다.
- 컥!
첫 번째 남자가 짧고 작은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지더니 몸을 웅크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문에 들어오기 직전에 만난 깡패와 달리 죽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입원 치료는 필요할 정도는 되었다. 워낙 짧은 순간에 판단을 바꾸고 조절한 거라서 아주 세밀하게까지는 힘 조절이 안 되었다.
다음 차례로는 도끼가 그 옆 남자의 어깨를 찍었어야 했지만, 유진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나머지 셋의 시선이 유진에게로 모였다.
“누, 누구.”
그중 하나가 입을 열려는 조짐을 보이자, 유진은 칼날을 입가에 세워 침묵하라는 제스츄어 취했다. 다른 한 손에 든 도끼를 손목을 이용해 가볍게 회전시켜서 모습을 과시한 것은 덤이었다.
오늘 만나는 인원들마다 실질적인 무력 행사 전에 쉽게 위협으로 제압할 수 있었던 기억 때문에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셋은 모두 재빨리 입을 다물고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유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 남자들에 대해서 일단 확인했다.
“너희 누구지? 왜 여기 있는 거냐?”
유진은 왜 본인이 생각하던 깡패들이 아니라 엉뚱한 애들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물은 것이었지만, 질문을 들은 장본인들은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저희는 웨이터고, 여기는 저희 대기실인데요.”
“웨이터?”
유진은 그제야 이들에 대해 이해했다.
유진은 여자가 시중드는 술집이라고 종업원이 전부 여자일 거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던 자신을 반성했다. 청소나 뒷정리, 안주를 나르는 등의 잔심부름을 할 남자 종원업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살짝 짜증이 났다.
호스티스 3명은 아직 제대로 제압도 하지 않았는데, 조리실에서 요리사 2명에, 남자 웨이터까지 4명이 추가되니 죽이지 않고 관리해야 할 인원이 너무 많이 늘었다. 하나씩 기절시켜 두는 것도 이 정도 숫자가 되면 애매했다.
그런 마음이 혼잣말로 살짝 새어 나왔다.
“뭔 일반인이 이렇게 많아. 이것들도 살려둬야 하나?”
눈치를 보던 셋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조용히 있겠습니다.”
유진이 놀랄 정도로 빠른 대응이었다.
지금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빠르게 파악한 것이었다.
이건 웨이터라는 일이 눈치가 없으면 할 수 없고,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에 익숙한 점이 약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깡패 보스가 VIP 손님과 미팅 중이라는 정보와 함께 살벌하고 으스스한 유진의 모습과 분위기의 영향이 더 컸다.
유진은 본인은 자극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유진의 지금 모습은 마주친 사람을 기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덩치, 사이즈 안 맞는 구겨진 양복, 검은 금속 마스크, 마스크 뒤로 보이는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한 손에는 들고 있는 큼직한 손도끼, 다른 한 손에도 큼직한 단검. 거기에 온몸에서 풍겨 나오고 있는 살기와 피 냄새 그리고 으스스한 위압감. 이것 그냥 공포 영화에서 튀어나온 살인마 그 자체였다.
독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싸울 줄 모르는 것도 아닌 웨이터들이었지만,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반항하면 오히려 좋다고 하며 도끼로 쳐 죽일 것이 분명한 모습까지 보인다면 더욱더.
결과적으로 그들의 행동은 똑똑했다.
민간인 아니 깡패가 아닌 놈들은 덜 죽이겠다고 계획한 상황에서, 반항하지 않는 어린 종업원을 쳐 죽이는 일은 유진에게도 그리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도 관리하기 귀찮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이 되었는데, 그 와중에 유진의 눈에 뜨인 물건이 그들의 목숨을 살렸다.
유진이 한쪽에서 커다란 케이블 타이라는 발견한 것이었다.
그건 웨이터들이 룸 안에 딸린 화장실 배수구 막힘을 처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구매해 둔 물건이었다. 유진은 그런 용도는 몰랐지만, 어쨌든 그 물건들이 그들을 살렸다.
유진은 케이블 타이와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수건을 챙겨서 그들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았다.
이런 경우 원래 본인이 감시하는 동안 서로를 묶게 하는 것을 배우기는 했는데, 그것이 더 귀찮다는 생각에 유진은 그냥 자기 손으로 하나씩 처리했다.
이 와중에 기회를 봐서 반항하려는 놈이 생기면 본보기로 대가리를 도끼로 찍어 줄 생각이었다. 서로 간에 다행히도 기회가 보인다고 무모한 시도를 하는 놈은 없어서 피 냄새 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묶어서 한쪽에 몰아 놓고 보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유진은 그들에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여기 뭐 쓸만한 도구도 있어서 보이고, 너희들 숫자도 있으니 어떻게든 그걸 끊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일이 끝날 때까지는 그냥 조용히들 그러고 있어. 너무 일찍 나오려 하지 말고. 오늘 하루 동안에 운이 두 번이나 좋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과하잖아?”
간에 맞은 충격으로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한명을 뺀 나머지 셋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블 타이와 수건 몇 개를 더 챙기고는 방을 나서서 문을 닫은 다음에 습관처럼 손잡이를 부쉈다.
그 다음 조리실로 이동해 기절만 시켜둔 두 사람을 묶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방법이 생겼으니 미뤄두었던 여자들 방으로 향하려는 찰나,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앞쪽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 새끼들은 왜 담배 하나 피우러 가서는 함흥차사야?”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작지만 걸걸했다.
이번에는 목소리만으로도 깡패나 그에 준하는 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앞쪽 영업장소 복도와 지금 유진이 있는 영업준비장소 복도는 촘촘한 구슬을 만들어진 주렴으로 가려져 있었다. 유진은 주렴의 안쪽 구석 쪽에 몸을 기대고 기척을 줄였다.
곧이어 목소리부터 들려왔던 큰 덩치에 살이 잔뜩 찐 깡패하나가 그 주렴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머리가 빠개져 죽은 동료의 시체를 발견하고 굳어 버렸다.
그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 전에 유진이 그를 등 뒤에서 덮쳐서 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빠르게 그의 옆구리 위쪽 간을 단검으로 후벼 버렸다. 한번 찌르고 만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위치를 바꿔서 빠르게 찌르고 빼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해서 광범위하게 상처를 입혔다.
그걸로 간에 연결된 신경에 과부하를 걸어서 그를 마비시킨 후에 칼날을 좀 더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찔러 넣어 폐에도 연속으로 칼침을 먹여 주었다.
- 커컥.
유진이 막고 있던 그의 입으로 호흡이나 비명이 아니라 핏방울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 유진은 아직 죽지 않았어도 시체나 다름없는 그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다시 살짝 고민이 시작되었다.
돌아와야 할 놈은 오지 않고, 데리러 간 놈도 돌아오지 않으면 남은 놈들은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터였다. 이대로라면 안쪽에서 계속해서 누군가 이쪽으로 올 것이다.
호스티스들을 제압해 둘 생각이었는데, 그 사이에 여기 와서 여기 장면을 목격하는 보게 되는 놈이 있으면 이후의 일이 귀찮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호스티스들을 그냥 뒀다가 그녀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그것도 문제가 복잡해진다.
‘혼자서 전부 다 하려는 것은 아무래도 좀 한계가 있군. 앞으로는 다 잡아 죽일 생각이 아니면, 이런 일은 좀 방법을 더 고민해둬야겠어.’
물론 이런 고민은 앞으로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유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호스티스들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양쪽 모두에게 현재 상황을 들킬 위험이 있다면, 그래도 깡패 새끼들은 호스티스와 비교하면 경찰에 신고할 확률이 좀 낮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였다.
경찰이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가장 귀찮은 것은 경찰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