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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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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21
주다혜에서 시작해서 고주희로 끝났던 짜증이, 최명선에서 시작해 손수빈과의 만남이 준 흥미로 해소되면서 유진은 조금은 덜 딱딱한 상태가 되었다.
본인은 딱히 자신의 그런 마음을 특별히 느끼지는 못했다.
대신 근접해서 찍어 죽이고 찔러 죽이는 등의 효율적으로 죽이는 것에 집중하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유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리실을 다시 지나다가 안에 널려 있는 칼에 눈이 간 것 자체가 그런 마음의 변화가 일으킨 변화였다.
음식점이 아닌 술집에 딸린 조리실이라고 해도, 나름 고급 술집 조리실이라서 그런지 구색이 제법 갖춰져 있었다. 유진은 거기서 앞이 뾰족한 칼 종류인 프랜치 나이프나, 유틸리티 나이프, 필레팅 나이프, 스테이크 나이프 그리고 전통의 회칼까지 7개를 챙겼다.
그걸 한꺼번에 들기도 애매해서 반쯤 장난삼아 저글링을 하다가 목표가 보인 순간 손에 잡히는 대로 하나씩 집어 던진 것이었다.
요리용 칼들은 원래 무게 중심의 문제가 있어서 투척에 걸맞지 않고, 그래서 원래는 제대로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던진 것이 유진이었다.
7개의 칼이 마치 여름 장맛비처럼 그들을 향해 쏟아졌고, 압도적 힘과 정확성이 속도로 치환되면서 그 칼들은 자체 무게 중심에 영향을 받기 전에 유진이 원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사이 정확하게 앞을 향하고 있던 칼날의 끝은 속도의 힘으로 그들의 몸을 저항 없이 파고 들어갔다.
-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살벌한 소리 7번이 거의 하나의 소리처럼 이어지듯 터져 나왔고, 유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남자들부터 순서대로 3명이 2개, 2개, 3개의 칼이 가슴과 배에 손잡이까지 박혔다.
칼날이 날아 들어온 충격량까지 합쳐지면서 3명은 차례대로 뒤로 쓰러졌다.
모두 즉사였다.
“이런 미친!”
갑작스러운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누군가의 입에서 경악이 튀어나왔다.
유진은 그를 향해 손도끼를 던졌다.
식칼보다 훨씬 던지기에 알맞은 손도끼는 휘리릭 소리와 함께 부드럽고 빠르게 날아가 그의 이마 한 가운데에 박혔다.
그는 눈을 부릅뜬 상태 그대로 즉사했다.
남자의 몸은 이마에 도낏자루를 박은채로 그대로 서서히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 유진의 몸은 도끼를 이마에 박은 남자의 등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남은 세 명 중 한 명의 가슴 아래를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 서걱! 서걱! 서걱!
나이프가 빠른 속도로 그 남자의 배 속을 세 번 왕복했다.
이번 대상은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달리 이 다급한 와중에도 놀라운 속도로 몸을 비틀어 유진의 칼날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칼날은 목표로 하던 간이 아니라 그 근처의 창자들을 찔렀다. 하지만 11cm쯤 되는 길이에 3~4cm쯤 되는 넓이를 가진 칼날에 3번쯤 후려 파지면 그 위치가 가장 치명적인 부위인지 그보다는 조금 덜 치명적인 부위인지는 별로 상관없다.
복부의 상처로 인한 고통 때문에 남자는 뭔가 할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몸이 되었다.
유진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이는 그의 몸을 잡고 돌려 그의 뒤쪽으로 향한 후 나이프 날로 부드럽게 멱을 땄다.
베어진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남자는 그런 자기 목을 부여잡고 앞으로 쓰러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즉사는 아닐지 몰라도 죽음은 확실했다.
그러는 동안 남은 두명은 상황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방어와 대응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꽤 놀라운 대응을 보였다.
왼쪽 겨드랑이 쪽으로 들어갔다 나오기 시작한 손에 리볼버가 들려 있었다.
‘호오? 총?’
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강력한 총기 안전 국가라고 알고 있는데, 어째서 상대하는 놈들보다 총이 튀어나오는지 신기했다.
물론 신기하다고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사이 빠르게 다른 남자의 대응도 확인했다. 그도 허리춤에서 무기를 하나 꺼내 들고 있었는데, 작은 막대 비슷한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단 총이 아닌 이상 2순위였다.
유진은 총을 뽑아 든 상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고, 그가 고전적인 삼각형 자세를 취하며 겨눈 총구가 자신을 향해 발사하기 전에 리볼버 약실 부분을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었다. 리볼버는 약실이 돌아가지 않으면 발사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진은 이 리볼버가 정식 총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뭔가 구조가 진짜 총과는 조금 달랐다.
상대는 놀랍도록 빠르게 총을 뽑아 드는 것으로도 보여주었던 유능함을 비슷하게 다시 한번 보였다. 총을 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재빨리 총에서 손을 떼고는 유진의 턱을 향해 훅을 날렸다.
지금껏 유진이 한국에 와서 상대한 인원 중에서 거의 탑급에 꼽을 수 있는 유능함이었다.
또 이 와중에 유진이 견제하지 않은 마지막 사내는 뽑아 든 막대를 길게 늘이더니, 그걸로 유진의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아, 3단 봉이구나. 그리고 이건 가스총인가?’
유진은 그 광경을 보면서 태연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먹이 턱을 향해 날아오는 것도, 3단 봉이 머리를 내리치는 것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퍽! 텅!
“억!”
주먹이 유진의 턱을 후려치는 소리와 삼단봉이 유진의 머리를 내려치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렸다.
하지만 비명은 유진의 입이 아니라 유진의 턱에 멋진 훅을 성공시킨 남자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유진은 언제나처럼 머리에 ‘바벨의 기억’을 변형시켜 마스크의 형태로 쓰고 있었다. 머리를 온전히 보호하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턱부터 이마까지는 확실하게 보호하는 형태였다. 남자의 주먹이 친 것은 그 ‘바벨의 기억’이었다.
사실 어지간한 총알도 막아내는 유진의 뼈 강도를 생각하면 ‘바벨의 기억’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지만, 어쨌든 사내는 쇳덩어리를 맨주먹으로 후려친 것이었다.
그가 빠르고 힘있게 휘둘렀던 것만큼 심각한 타격이 그의 손에 전해졌고, 손가락 관절 몇 개가 으스러졌다.
비명은 그 탓이었다.
그에 비해 삼단봉으로 유진의 머리를 후려친 사내의 경우 원래 반동을 예상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단지 유진도 그렇게 머리를 맞은 것에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 정도로는 유진에게 타격이 되지 않는다.
두 명이 한 명을 함께 공격한 상황에서, 공격자 둘 중 하나는 아무런 타격도 못줬고, 다른 하나는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수비자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유진은 손뼈가 부러진 고통에 잠시 머뭇거리는 상대의 팔을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부드럽게 몸을 돌려 그의 등 뒤로 돌아갔다.
한 순간에 삼단봉을 든 사내의 앞에 주먹 뼈가 부서진 사람을 방패로 세우고 유진이 그 뒤를 점한 상태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 유진은 다시 한번 나이프를 휘둘러 자신이 방패로 세운 남자의 멱을 따 버렸다.
꽤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던 그도 목에서 쏟아지는 피를 자기 손으로 틀어막아 보려는 본능적이면서 무의미한 모습으로 앞으로 쓰러졌다.
역시 즉사는 아니었지만, 시체나 다름 없었다.
“너, 너 뭐야!”
마지막 남은 남자는 본능적으로 삼단봉을 유진을 향해 내밀어 견제 자세를 취하고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물었다.
유진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기보다 그냥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유진은 뭔가 한마디를 하고 싶은 충동을 아주 잠시 느꼈지만, 매너 있게 행동했다.
그를 향해 곧바로 돌격한 것이다.
상대는 본능적으로 삼단봉을 대각선으로 휘둘러 후려쳤고, 유진은 왼팔을 들어 막아냈다.
상대는 이 타격으로 유진의 팔뼈가 부러지리라 생각했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삼단봉이 경량화 알루미늄 삼단봉 따위가 아니라 휴대성보다 위력에 치중한 미국제의 특별한 강철 삼단봉이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쇠 파이프 정도는 아니어도 사람이 맨팔로 막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예전에 이걸로 사람 뼈를 그것도 사람 몸에서 제일 단단하다는 정강이뼈도 부러뜨려본 적도 있어서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유진이 고통으로 몸을 움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의 돌격이 멈추게 될 터이니, 수비를 생각하지 않고 유진에게 추가 타격을 주기 위해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물론 그 정도 타격은 유진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고, 무방비한 그의 배에 유진의 나이프가 꽂혔다.
- 서걱! 서걱! 서걱!
이번에는 정확하게 간을 노리고 세 번의 칼질이 들어갔다.
그는 칼에 맞으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통으로 인해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유진은 오늘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쓰러지는 그의 몸을 잡고 멱을 따 주었다.
마지막의 그도 다른 여러 동료처럼 피를 쏟아내는 자기 목을 부여잡는 무의미한 행동을 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손수빈이 말한 재벌 – 명지훈이 데려온 경호원 일곱이 모두 죽었다.
손수빈이 말한 바에 따르면 명지훈이 데려온 경호원이 일곱이고, 경찰 고위 간부께서는 홀몸으로 오셨으며, 신상사가 데려온 깡패가 12명이었다. 경호원은 전멸이고, 깡패 중 4명이 죽었다. 하나는 가게 뒷문 밖에, 둘은 가게 뒷문 바로 앞에서, 마지막 하나는 가게 뒷문으로 향하다가 도끼에 찍혀서.
이제 남은 깡패 8명만 처리하면, 신상사와 명지훈 그리고 경찰 간부님을 상대로 오늘의 목적이 되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
유진은 남은 깡패들을 처리하러 가려고 하다가 그사이 바닥에 떨어진 가스총과 삼단봉을 바라보았다.
식칼들처럼 이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유진은 칼날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내려다가 접이식 손잡이 안쪽까지 피가 튀어서 그냥 닦는 정도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게 마크가 달린 천을 하나 발견했다. 바에서 컵을 닦는 데 쓰는 것으로 보이는 그 천으로 칼을 감싼 후 품에 넣었다.
도끼는 날 부분만 닦으면 되어서 시체 중 하나의 옷에 적당히 닦아낸 것만으로 충분히 깨끗해졌다. 도끼도 챙겨 넣었다. 왼쪽 겨드랑이에는 권총과 권총 홀스터가 있었고, 오른쪽 겨드랑이와 연결된 옆구리 쪽에 도끼용 홀스터가 있었다. 도끼는 겨드랑이 사이로 사라졌다.
참고로 나이프는 폴딩 나이프라서 원래 따로 홀스터 없이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되지만, 유진은 굳이 왼쪽 팔뚝에 나이프용 홀스터를 차고 있었다. 피에 절은 상태라서 천에 싸서 주머니에 넣고 있었지만.
자기 원래 장비를 다 정리한 유진은 새로 획득한 삼단봉과 가스총을 집어 들었다.
오른손에 삼단봉을 왼손에 가스총을 들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화려한 복도를 꽤 상쾌한 마음으로 걸어서 중간쯤에 있는 방문 앞에 섰다.
왼쪽 방에서 3명의 인기척, 오른쪽 방에서 8명의 인기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8명이 있는 방 앞에 섰다.
처리 방법에 대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칼과 도끼 대신 가스총과 삼단봉을 이용하는 새롭고도 재미있는 방법에 대한 계산이 금방 끝났다.
유진은 방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