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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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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Do It Yourself – 22
유진이 열고 들어간 문안의 공간은 아주 전형적인 술집의 룸 그 자체였다.
폭에 비해 깊이가 3배 정도 되는 방의 벽을 따라 소파가 ㄷ자로 배치되어 있고, 소파들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유진이 노리는 깡패들은 가장 안쪽의 중앙 소파를 비우고, 좌우의 소파에 드문드문 떨어져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간단하게 집어 먹을 만한 간식과 과자 등과 함께 이런저런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술은 없었다.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다들 원래 자신이 하던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설 사람은 당연히 자기 일행이거나 끽해야 웨이터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이 경우는 문가에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 있던 깡패, 정황상 막내가 분명할 인물일 유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유진을 보게 되었다.
낯설고 기괴한 유진의 모습에 그가 소리를 질렀다.
“어, 너 뭐야!”
유진은 그가 뭔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를 제압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방안에는 8명이나 되는 인원이 있고, 한순간에 그들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 유진을 발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문제였다.
대신 유진은 소리가 새어 나가기 전에 자신의 들어온 문을 닫았다. 방음이 아주 잘되어 있다고 해도 바로 맞은편에서 아예 모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주의를 끄는 것 자체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했던 과정 중의 하나였다.
방안의 모두에게 낯선 존재의 출연이 알려졌고, 그들 모두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진을 향해 모으게 되었다.
모두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유진이 가스총의 방아쇠를 연발로 당겨 버렸다.
탕! 탕! 탕!
총성과 함께 최루액이 앞으로 뿜어져 나갔다.
“아악! 내 눈! 내 누운!”
“어억! 억! 물! 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 그중에서 특히 눈에 최루액을 뒤집어쓴 깡패들이 모두 비명과 함께 발광을 시작했다.
유진도 살짝 놀랐다.
가스총이라서 그냥 소리 없이 가스만 뿜어져 나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짜 총성 정도는 아니어도 꽤 커다란 소리가 터졌고, 명백한 총성이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방음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바로 맞은편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 재미없게 되었네.”
유진은 아직 탄이 남은 가스총의 탄을 마저 쏘았다.
탕! 탕!
이미 발사된 최루액만으로도 감당을 못하고 있던 깡패들에게 추가로 최루액이 퍼부어졌고, 깡패 들은 이제 피부에 묻은 최루액이 문제가 아니라 독한 공기 탓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당연히 반항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유진은 탄을 다 쓴 가스총은 바닥에 버리고, 오른손에 든 삼단봉으로 깡패들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깡! 깡! 퍽! 깡! 퍽!
유진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머리들을 마루 후려쳤다. 유진의 괴력이 더해진 삼단봉은 적으면 한 방에, 많아도 두 방에 깡패들의 머리뼈를 부숴 버렸다. 다른 생각 없이 최대한 빠르게 깡패들의 머리를 부수는 것에 집중했다.
한 4명 정도의 머리를 부쉈을 때 삼단봉이 부서졌다. 제법 튼튼한 물건이었지만, 삼단봉은 속이 비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써도 강도에 한계가 있었다. 유진의 괴력으로 사람 머리뼈를 부수는 것을 계속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부서진 삼단봉을 버리고, 피를 닦아서 집어넣었던 손도끼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도끼날이 위쪽으로 가도록 거꾸로 들었다. 이 손도끼의 날 뒤쪽은 망치 형태도 되어 있었다. 스파이크 형태로 요철이 심한 면을 가진 그 망치는 못 같은 박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나뭇가지 같은 것을 부숴서 불쏘시개를 만드는 용도였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을 찍어 버리는 것에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퍽! 퍽! 퍽! 퍽!
망치는 삼단봉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남은 깡패 들의 머리에 사각형의 구멍을 만들었다.
깡패 8명은 갑작스럽게 뒤집어쓴 최루액 때문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로 모두 머리뼈가 박살 나 쓰러졌다.
유진은 잠시 상황을 살폈다.
아직 심장이 뛰는 놈도 있고, 숨을 쉬고 있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그놈들도 머리뼈가 부서지고 뇌수가 보이는 상태였다. 살아남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 다치고도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유진은 최루액이 잔뜩 묻어 있는 그들에게 굳이 더 확인 사살까지 하기는 귀찮아서 그냥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방을 나선 다음에야 천천히 그리고 길게 숨을 쉬었다. 가스총을 발사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숨을 참고 있었다. 확인 사살까지 하지 않은 이유에 이것도 있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유진의 감각이 예민한 만큼 최루액처럼 인간의 감각을 공격하는 이런 종류의 것에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그렇게 느끼는 고통에서도 유진의 몸은 무력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통으로 무력화를 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공격을 당했을 때, 남보다 훨씬 더 고통을 느끼지만 무력화는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당하는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든다.
지금 유진이 바로 그렇다. 자기가 쏜 것이고, 쏘기 전부터 호흡을 참고 있었는데도 아주 약간 받은 영향만으로도 감각이 뒤집혀서 신경을 긁고 있었다.
호기심에 한 번 장난삼아 쏴본 무기인데, 소음도 그렇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는 쓰지 말자.’
어쨌든 이제 마지막 방이 남았다.
유진은 도끼를 다시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깡패 두목 하나, 재벌 방계의 사업가 하나, 이제는 현역이 아닐 경찰 고위 간부 하나.
굳이 제압하는데 무기가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셋 다 심문 대상이니 부상을 심하게 입혀도 곤란하다. 무기보다 맨손이 그런걸 조절하는 것은 확실히 더 편했다.
방 안쪽의 기척을 살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도 나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한 명은 문가 근처에 있고, 다른 두 명은 안쪽 그중에서도 문을 열었을 때 제일 멀리 보이는 곳에 있었다. 문가에 있는 한명은 분명 깡패 두목인 신상사일테고, 나머지 둘이 사업가와 경찰일 터였다.
이건 명백하게 경계의 태도였다.
‘경찰에 신고 했으려나?’
유진은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귀찮아지는 경우의 수를 잠깐 떠올렸지만, 곧 부정했다.
이 나라가 공정과 상식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나라는 아닐지 몰라도, 대낮에 최고급 술집에서 깡패 두목과 사업가와 경찰 간부가 만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것 같지는 않았다. 경찰이 출동하면 몹시 곤란해지는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데려온 부하들이 모두 학살당한 끔찍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깡패 두목과 사업가와 경찰 모두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려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유진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이제 깡패 두목만 대충 두들겨 패주고, 혹시 반항하면 경찰 간부도 대충 뼈 한두 개 부러뜨려 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문이 열리고 보인 광경에 이번에는 유진도 진짜 꽤 놀랐다.
문이 열리고 보인 광경은 정말 뜻밖이었다.
짧게 자른 반백의 머리, 잘 단련된 단단한 체구, 서늘한 눈빛의 깔끔한 얼굴까지. 신상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유진이 생각한 깡패 두목과는 이미지가 꽤 달랐다. 군인 출신인 신상사라는 인물과 닮아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는 설명처럼, 그는 확실히 깡패라기보다 군인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런 외모에 어울리는 완벽한 이등변 사격 자세를 취하고 유진을 향해, 정확히는 문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신상사는 문이 열리고 유진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도 3점사를 노린 것인지 3발을 연속으로 당겼고, 그런 사격이 아주 익숙해 보였다.
탕! 탕! 탕!
커다란 총격음이 연발로 터져 나오며, 3발의 탄환이 빠르게 유진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총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위험을 느끼지는 않았다.
총이 보이는 순간에 사고 가속을 발동했다.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느려졌고, 총구에서 발사된 탄환이 날라 오는 모습도 선명하게 보였다. 사고 가속은 느려 보이는 세상과 별개로 자기 몸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진의 몸은 원래 보통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민첩했다.
탄환이 총구를 빠져나오기 전에 이미 총구의 방향을 예측해서 유진이 몸을 비틀었기 때문에, 세발의 탄환은 모두 아슬아슬하게 유진을 비켜나가 반대쪽 방문에 명중했다.
그리고 신상사가 추가로 방아쇠를 더 당기기 전에, 유진이 빼든 그의 M1911 피스톨이 먼저 불을 뿜었다.
- 탕!
소음기 때문에 신상사의 것과 비교해서 훨씬 작은 소리와 함께 발사된 탄환은 신상사가 쏜 것과 달리 신상사의 오른쪽 무릎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아악!”
신상사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손에 들고 있던 총은 놓쳤고, 두 손을 무릎을 감싸 쥐고 몸을 굴렸다.
신상사가 다부진 몸에 강단 있는 성격이라고 해도, 대구경에 속하는 45구경 탄환에 무릎이 박살 나는 고통은 인간이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유진은 굳이 총을 든 손을 대충 늘어뜨리고는 뚜벅뚜벅 걸어가서 신상사가 놓친 총을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깡패들이 흔하게 쓴다는 그리고 유진도 이미 한번 보기도 했으면 한 자루 챙겨두기까지 했던 토가레프가 아니었다. 유명한 이탈리아제 베레타 92 권총이었다.
“이 나라는 분명 총기 안전 국가라면서 왜 이렇게 총이 흔해?”
유진이 새로 습득한 획득물을 신기하게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 사이 상상도 못 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 총격전에서 자기 편이 패하기까지 하자 충격에 빠진 사업가와 경찰은 입 꾹 다물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깡패 두목 신상사가 생긴 것처럼 강단을 발휘해서 고통을 참고 유진에게 말을 걸었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놈이야? 여기가 어딘 줄은 알아?”
이 상황과 고통 속에서도 의지도 꺾이지 않았고,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유진은 과연 이 정도쯤 되니까 나름 세력 갖추고 깡패 두목도 할 수 있는 거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대응해 주었다.
탕!
이번에는 테스트도 겸해서 새로 주운 베레타 92로 남아 있던 신상사의 왼쪽 무릎을 쏴 보았다.
또 하나의 무릎이 박살났다.
“으아아아악!”
신상사는 다시 한번 비명과 함께 다친 부분을 부여잡고 몸을 굴렀다.
지켜보고 있던 사업가와 경찰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이게 뭔 미친놈이야?’
자신들이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든 생각이었다.
두 사람 다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방계라고는 해도 재벌가의 일원으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온 인간과 1류대학 법대를 나와서 사시 특채로 경찰이 된 후 민생 치안보다는 정보 관리와 관련된 부서에서만 근무한 엘리트 경찰인 그들은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겪어 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는 벌어질 거라고 상상도 못 해본 총격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패해서 총을 맞아 쓰러진 지금 상황을 그들의 뇌가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힐끔 바라본 안쪽의 두 사람이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유진은 신상사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유진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며 좌우로 몸을 구르고 있는 그의 몸을 밟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다.
그리고 머리에 총을 겨누고 물었다.
“당신이 신씨도 아닌데 신상사라고 불린다는 그 깡패 두목 맞나?”
신상사는 한참 숨을 몰아쉬다가는 간신히 대답했다.
“씨발, 맞다. 내가 신상사다.”
유진은 감탄했다.
대답하는 신상사의 눈에는 여전히 독기가 가득했고, 이 상황에서도 아직도 반항의 의지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유진은 몸을 구르는 그를 고정하기 위해 그의 배 위에 왼발을 올려둔 상태였는데, 신상사의 손이 빠르게 그 발을 잡아 왔다. 이대로 발목을 꺾어서 유진을 넘어뜨리려는 시도였다.
‘유도라도 배웠나?’
신상사가 빠르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유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고, 유진보다 빠를수도 없었다.
유진은 감탄이 나오는 그 시도에 다시 한번 간단하게 대응했다.
탕! 탕!
베레타 92가 이번에는 두 번 연속으로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