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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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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여자들의 상관관계 – 19
차수연이 뭐라고 반응도 하기 전에 유진의 폭언이 계속 이어졌다.
“다들 참 거창하게들 기억하고 말하는데, 그래봐야 포주잖아. 사람 납치하거나 인신매매 창녀로 만들어서 돈벌이하는 놈이 세상에 어디 한둘인 줄 알아? 창녀면 다행이지. 씨발.”
유진은 자기를 포함해 연구소에서 만난 친구들을 생각했다.
특히 여자아이들.
인도나 중국 등지에서 어린 나이에 하녀나 매춘부 따위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팔려 온 그 아이들은 끔찍한 인체 실험의 재료로 쓰이고 나서 산채나 죽은 채로 해부당해 산산조각이 나고는 했다.
연구소를 벗어나 세상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게 된 이후로는 그녀들이 도착한 곳이 연구소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들의 고통과 운명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기는 했다. 그래도 좀 더 오래 살거나 운이 좋은 아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가끔씩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일들을 생각하면 강준화는 유진의 기준에서는 그냥 흔해 빠진 포주에 불과했다.
그룹 섹스와 윤간, SM 같이 과격한 섹스를 즐겼다고?
최소한 강준화와 그녀들은 산 사람 죽여 가며 즐기는 스너프나 산 사람 몸을 잘라가면서 쾌감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 플레이 따위를 즐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유진은 바로 옆에서 그런 놈들을 숱하게 지켜봤고, 그런 놈들에게 희생당하는 여자들과 남자들도 지켜봐야만 했으면, 본인도 그런 놈들의 손을 많이 겪어봤다.
권력자들 사이에서 줄을 잡았다고? 이 세상에는 백만장자 이하의 재산가나 어지간한 국회의원이나 장관급 이하는 아예 상대도 하지 않는 포주와 창녀도 흔해 빠졌다.
유진이 연구소 시절에 알게 된 창녀들에게 들었던 그녀들의 고객 중에는 강준화가 상대하던 인간들 따위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거물들이 숱하게 많았고, 그녀들이 그런 고객들을 상대하게 된 과거도 차민영이나 차수연 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그냥 어쩌다 만난 개새끼에게 운 없이 당한 거지만, 부모 형제의 손에 이끌려 아버지도 아니고 할아버지뻘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고 처녀를 판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냥 운이 없는 범죄 피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유진은 강준화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그의 과거 행각이 마치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진의 시선에 강준화는 그냥 피라미 포주에 불과했고, 차민영이나 차수연 같은 여자들은 그냥 운 나쁘게 납치 강간당한 세상에 수없이 많은 강간 피해자에 불과했다.
그녀들이 겪은 강준화와의 과거 불운에 약간 동질감과 동정심을 느끼는, 하지만 자신과 특별히 상관없는 그저 과거에 불과하다는 그런 정도의 마음인 것이다.
유진의 말투에서 어느 정도 유진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차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나나 선배가 과거에 창녀나 다름없이 몸 파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당신한테는 별로 상관없는 거야?”
유진이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
“내가 파리에서 차민영을 구하기 위해 죽인 흑인 갱이 다섯, 그 후 파리에서 다른 이유로 죽인 자들이 다시 수십, 한국 도착해서 성화 건설이라는 회사가 차민영을 납치하려다가 실패한 후 나를 대신 납치하는 과정에서 내가 죽인 그 회사 인간이 다시 십 수명, 그리고 어제 주다혜 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죽인 놈도 스물은 넘는군. 차민영과 만난 이후에 죽인 놈만 6~70은 되고, 그 이전에 죽인 놈들은 아예 숫자로 셀 정도가 아니야. 네 생각은 어때? 내가 너희 과거의 흠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할만한 사람으로 보이나?”
차수연은 잠시 놀랐다.
유진이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사람을 냉혹 무비 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말로만 듣던 전문 킬러나 전쟁 용병처럼 보였다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
“왜 새삼 내가 무섭나?”
하지만 유진의 이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 우리 편이잖아. 선배를 지키고 다혜를 지키고 나를 지키기 위해 죽인 거잖아. 그걸 내가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몸을 담그고 있는 물은 따뜻했고, 피부로 느껴지는 유진의 체온도 좋았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사람 목숨에 벌벌 떨기에는 겪은 일이 너무 많았고, 적의 죽음을 동정할 정도의 자애로운 마음 따위는 없었다.
“그럼 뭐가 문제지?”
“아무 문제 없지. 아무 문제도.”
차수연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거침없이 유미향에 대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년이 얼마나 개썅년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러운 위선자인지 유진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유진이 먼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민영 씨는 그 인간 이야기는 너무 싫어해서 물어보지 못했는데, 당신은 아마 알 것 같군.”
“뭐를?”
“그 인간 배후에 누가 있었던 거야?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도와주니까 그런 짓을 하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대체 누가 지원해 준 거야?”
차수연이 고개를 저었다.
“응? 그런 사람 없어? 물론 나중에야 그 사람이 끌어들인 사람들이 뒷배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따로 개인적으로 그 사람 도와준 사람은 없어.”
유진은 그 말에 웃었다.
“그게 무슨 병신같은 소리지?”
“뭐?”
“내가 이번에 주다혜를 일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것이 뭐냐면, 이 나라에서는 어지간한 재벌이나 권력자 혹은 유명한 조직 폭력배도 당신들 같은 조직은 못 만든다는 거야. 역량이 부족하거나, 다른 권력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 예전의 당신들 같은 조직을 쉽게 만들 수 있으면 누가 굳이 여자 딸린 술집 운영하고, 누가 굳이 매춘 조직을 만들겠어. 당신들같이 다수의 권력자와 부자만 엮어서 조용히 이득만 보겠지. 하지만 못하잖아. 그런 조직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권력자의 비호와 최상류층의 묵인이 없으면 어림도 없어.”
차수연은 반발했다.
“그거야 준화 씨가 특별한 사람이라서.”
강준화를 개새끼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학생 시절의 그녀는 강준화가 보여준 뛰어난 능력과 모습에 반했었던 여자였다. 그가 개새끼인 것과 상관없이 자기가 반했던 남자의 그 순간이 부정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말도 끝내기 전에 반박당했다.
“뭐가 특별했는데?”
“어?”
“그 인간이 뭐가 특별했냐고. 뭐가 그렇게 특별했기에 이 나라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할 정도로 특별했지? 뭐 섹스 한번 하면 여자가 반해서 그놈이 죽으라면 죽을 지경이 될 정도로 끝내주는 남자였어? 아니면 사람 세뇌하는 최면술사나 초능력자? 아니면 말 한마디만 해도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제왕의 품격이라도?”
차수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유진의 비꼼과 비웃음이 너무 적나라하기는 했지만, 부정하려니 마땅히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강준화를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유진이 말한 말도 안 되는 능력들은 배제하고서라도 본인 능력이 남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출중한 부분이 있었냐고 물으면 마땅히 생각나는 부분이 없었다.
사실 대한민국 최고 수재가 모이는 그들의 대학 내에만 해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여러 면에서 강준화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얼마든지 더 있었다. 단지 그 시절의 차수연의 눈에 강준화가 그들보다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반했을 뿐이었다.
그의 여자 꼬시는 능력과 여자들 폭행하고 강간해서 가스라이팅하고 세뇌하는 실력은 나름 훌륭했지만, 그것조차 그가 아주 특별했냐면 그것도 애매했다. 차수연은 언젠가 사람 인격을 개조해버리는 진짜 기술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강준화는 그런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섹스를 무슨 변강쇠 뺨치게 잘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섹스 한 번으로 여자를 홀딱 반하게 만드는 짓은 어제 유진이 그녀들 상대로 보였다. 차수연은 몰라도 주다혜는 완전히 뻑간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생각할 때 강준화는 특별한 사람이었지만, 이 나라의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낼 정도로 그렇게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답하지 못하는 차수연에게 유진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말해봐. 그 새끼 배후가 도대체 누구야? 아, 맞다. 여기부터 시작하자. 그 새끼 부모는 뭐 하는 사람들이지?”
차수연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대답했고, 그게 유진을 정말 어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 ** **
비슷한 시각.
유진이 차수연과 욕조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대화를 나누던 동안, 고주희 과장은 빵빵한 에어컨이 실내로 얼음장처럼 춥게 만들고 있는 사무실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주희는 무능한 여자가 아니었다.
별 볼 일 없는 대학을 나온 고아 출신의 여자가 수백 수천의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 사이에서 눈에 띄어 이런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자리까지 승진했다. 그녀가 아무리 운이 좋아도 무능력한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승진으로 통제 범위 밖으로 늘어난 인력과 조직 내의 견제에 더해 상상을 초월하는 윗선의 압박으로 부족해서 미친놈을 케어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과부하 상태가 걸려서 잠시 헤맸지만 일시적이었다.
조직 장악이고 윗선 보고고 미친놈 케어고 다 때려치우고 현재 상황에만 집중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눈에도 여러 가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유진이 차민영과 관련된 정보를 받으면서 떠올랐던 의문 중의 하나였다.
성화 그룹에서 강준화의 성노예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너무 세밀하고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자료의 세밀함을 볼 때 이건 고주희의 요청으로 따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미리 그룹에서 파악하고 있던 정보였다. 그리고 일반적인 정보 수집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이었으며, 고주희가 차민영을 담당하는 동안에도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였다.
또 그 와중에 차민영, 차수연, 고영은, 유미향, 지서영 등 주요 인물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본적 인적 사항 외에는 정보가 없었다.
이건 명백했다. 자료 취합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고주희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인물이 회사 보안 데이터에서 관련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정보들까지 포함했고, 그 와중에 또 그 인물이 접근이 안 되는 정보는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제일 특이한 점은 이것이었다.
‘강준화 본인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군. 사망년월일이 전부라고? 하다못해 출생년월일도 없이? 이거 완전히 미쳤군.’
그녀도 유진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강준화의 존재가 너무 이상했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창작물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별생각이 없이 넘겨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제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위화감이 넘실거린다.
여자를 납치 강간 조교 해서 수십 명의 성노예를 거느린 남자와 그 남자에게 성노예를 공유받는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한 권력자들이라니, 이건 남자의 섹스 판타지를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예 일반인들끼리의 모임이었다면 모를까, 여기에 속한 여자 중에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여자나 사회적으로 만만치 않은 신분을 가진 여자도 여럿 있었고, 남자들은 전부 나름 한가락 하는 권력자 혹은 예비 권력자들이었다.
인테넷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고, SNS 하나로 전 세계에 순식간에 소식이 퍼지는 시대이다. 관계자 중 누군가 살짝 마음을 먹으면, 이걸 전 세계급 스캔들로 만드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견디지 못하고 폭로를 시도하는 여자가 한둘은 있을 법했고, 역으로 이 권력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 권력자들이 폭로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일반인은 몰라도 권력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유명했다고 하니까.
비슷한 시기에 모 재벌 3세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에게 성상납 받았다가 당사자가 유서 남기고 자살하는 방식으로 폭로되는 바람에 전 국민이 다 아는 개망신을 당했고, 모 국회의원이 건설 회사 사장 별장에서 유부녀를 동원한 성성납을 받는 비디오가 공개되어서 나라가 뒤집힌 적이 있었다.
지금이라면 몰라도 10여 년 전 이 무리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멤버 수준으로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폭로를 다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혼자서 그 많은 여자를 다 관리하지도 못해서 중간에 관리자급 여자들을 두었던 강준화의 능력으로 그 여자들을 다 제어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했고.
이런 건 예전에 고주희가 유진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라 하나를 손아귀에 쥐고 외국의 거물들과도 이익을 나누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독재자나 거대 재벌 혹은 권력 가문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던 고주희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개망신당한 재벌 3세가 어디의 누구였더라? 성 상납이 폭로되어서 망한 국회의원은 누구였었지?’
등 뒤로 소름이 흘렀다.
그 재벌 3세는 분명히 당시 성화 건설과 한참 경쟁 관계였던 모 건설사의 후계자였고, 대선을 꿈꾸다가 침몰당한 그 국회의원은 현 성화 건설 사장인 정문철의 부친이자 회장님 사돈인 정지운 의원의 정적이었다.
“씨발.”
고주희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