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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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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03
사전에 예측했던 최소 인원이 20명이었다.
메인인 민영후 1인. 납치되어서 이쪽으로 이송된 것이 확인된 여성이 다섯. 약 3일 동안의 관측으로 개별 구분이 된 전투원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12명. 그리고 인원 구성으로 추정하는 지휘부와 기타 지원팀이 최소 4명이었다. 그 합계가 20명.
이보다 많을 수는 있어도, 이보다 적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미국 측의 판단이었다.
‘놓친 건가?’
다시 한번 집중해서 살폈다. 그사이에 익숙해져서 더 쉽게 확인이 되었는데, 여자가 상태가 안 좋다는 것까지 추가로 알 수 있었지만, 인원은 변함이 없었다.
유진은 마이크에 신경질적으로 신호를 보냈다.
- 생존 인원 12명, 여성 1명, 전투원 11명, 메인 타겟 없음. 여성 4명 없음.
전투원 12명은 사전에 파악된 최소 인원이었고, 지휘부와 지원팀이 따로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니 이들만이 전부가 아닐 터였다. 무엇보다 목표인 민영후와 여자들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잠시 후 오늘 처음으로 당황한 미리엄의 음성이 들려왔다.
- 파악 중입니다.
그건 명백하게 이건 그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Fuck.”
유진의 입에서 작전 시작하고 처음으로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유진은 생각했다.
‘그래, 원래 내가 하는 일이 계획대로 잘 되는 법이 없이 거의 없기는 하지.’
유진은 예전에 전술 교육받을 때 가장 먼저 배웠던 격언을 떠올렸다.
근대적인 참모본부 제도를 정립하고, 작전을 전술의 범주에 포함해 전략-작전-전술의 체계를 새로이 정립하였으며, 전쟁조차 시간표 짜서 계획표 상의 시간에 맞춰 진행했다는 전설을 남긴 프로이센의 참모총장 대 몰트케는 말했다.
- Kein Plan überlebt die erste Feindberührung.
- 적과의 첫 접촉 이후까지 살아남는 계획은 없다.
유진은 사전에 협의한 계획은 때려치우고, 본인 취향대로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 티릭, 딸칵.
유진은 권총과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그나마 자기가 몸을 욱여넣으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창문에 달린 쇠창살을 붙잡았다.
헤드 캠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당황한 미리엄이 화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 M! 뭐 하려는 거죠? 2안으로 간다면서요?
굳이 더 이상 침묵 상태를 유지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3안으로 간다.”
- 그런 예비 계획은 없었어요!
“지금 생겼지, 강행 돌파.”
유진이 쇠창살에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그그극! 텅!
쇠가 일그러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잠시 요란하게 나다가 콘크리트에 박혀 있던 쇠창살이 고정 나사와 함께 통째로 떨어져 나왔다. 유진은 떼어낸 쇠창살을 던져 버리고는 유리 창문은 주먹으로 내리쳐서 깨버렸다.
바깥 창과 안쪽 창의 유리가 한꺼번에 박살이 나며 이제 귀머리가 아니면 이 근방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할 수가 없는 요란한 소리가 퍼졌다.
- M!
놀란 미리엄의 비명이 마이크로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유진은 깨진 유리창 안쪽으로 비어 있는 작은 방과 그 작은 방의 열린 문 바깥에서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피는 누군가의 기척을 확인했다.
곧바로 생각했던 다음 루틴을 실행했다.
우선 플래시뱅이라고 불리는 섬광폭음탄의 안전핀을 뽑고 방문 뒤쪽으로 보이는 거실을 향해 던져 넣었다.
“BOMB!”
누군가 외쳤고, 1층 거실 사방에 흩어져 있던 4명의 인원은 물론 급하게 2층에서 1층으로 향하던 두 명도 몸을 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섬광과 귀가 아니라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진은 적이 그걸로 제압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자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공략했던 이 물건에 호기심과 욕심을 잔뜩 드러내는 유진을 향해, 무기와 장비를 내어주던 미군 장교가 충고했었다.
어지간한 특수부대는 꼭 섬광폭음탄을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시야 확보와 총기 사용 시의 고음에 의한 고막 손상 등을 막기 위한 전자 장비들을 기본적으로 착용하기 때문에, 어설픈 강도나 위장 잠입 같은 것으로 침투한 경무장 테러범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섬광폭음탄이 그렇게 큰 효과가 없다는 충고였다.
조금 전 죽였던 매복 병사만 해도 귀에 전술 헤드셋을 갖추고 있었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정 이상의 고음은 차단하거나, 청각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소리로 낮춰서 전달해주는 물건으로, 지금 유진도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델이었다.
대신 장교는 약간 시무룩해 하는 유진에게 꽤 재미있는 몇 가지 사용 노하우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유진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올렸던 아이디어 한 가지를 지금 사용해볼 생각이었다.
첫 번째 섬광폭음탄이 터지자마자 유진은 두 번째 섬광폭음탄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딱히 그걸 보고 경고를 지르는 사람 따위는 없었고, 대신 급하게 피한 장소에서 움직이려던 인간들이 다시 몸을 정지했다.
유진은 두 번째 섬광폭음탄을 거의 따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창문을 몸으로 부수면서 방안으로 몸은 던져 넣었다.
가볍게 앞구르기를 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 두 번째 섬광폭음탄이 폭발했다.
폭음과 함께 공기가 폭발하는 압력이 몸을 때리기는 했지만, 시각이나 청각에 대한 타격이 아닌 충격파는 유진에게 별로 문제가 안 되었다. 예전에 당했을 때처럼 세반고리관이 흔들리지도 않았고, 신체 장기는 충격파를 느끼기는 했지만, 손상을 입지 않았다.
유진은 앞구르기로 가볍게 몸을 굴려 무릎 쏴 자세를 취했다. 오른손에는 어느새 권총을 쥐고 있었고, 총구는 열려 있는 방문을 향했다.
방문과 가장 가까이 있던 인원의 공격을 경계한 것이었는데, 그는 안전을 더 생각한 것인지 방문으로 다가오는 대신 오히려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위치로 보건대 뭔가 엄폐물을 앞세우고 있는 듯 보였다.
다음 순서로 연막탄 3개를 연달아 거실에 굴렸다. 각각의 연막탄에서 녹색보다는 짙은 민트색에 가까운 연기와 검은색 연기, 붉은색 연기의 3종류 연기가 골고루 뿜어져 나오면서 섞여 순식간에 실내를 한 치 앞도 볼 수 없도록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누군가 외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赤外線透視鏡は使用できません. 赤外線遮蔽煙幕だ.”
일본어를 모르는 유진 대신 마이크와 카메라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미리엄이 급하게 통역해줬다.
“적외선 투시경도 연기에 막혔다는 소리예요.”
민트색 연기는 그냥 평범한 유색 연막이지만, 검은색과 붉은색은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적외선 차폐기능도 가진 연막이었다. 보통은 기갑부대가 적외선 유도 로켓이나 미사일 공격 등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인데, 대인 전에서는 별로 실용성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특수작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연기 속에서는 어떤 특수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시야 확보는 불가능하다.
1층 내의 4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2층에서 1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으로 이동하던 2명은 급히 다시 뒤로 물러났다.
1층의 4명 중 별도의 방으로 피한 것으로 보이는 한 명은 창문을 열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1명은 현관으로 향했다. 기습당한 상태에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실내에 계속 머무는 것을 위험하게 여기고 외부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별장이나 가정집이었다면 거실에 현관 대신 훨씬 더 쉽게 출입할 수 있는 통창이 있었겠지만, 이 건물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유진에게 이제 장점이 되었고, 적에게는 위험 요소가 되었다.
유진은 현관으로 향하는 적을 향해 M4A1 carbine 소총을 겨누었다.
- 타타타타타
성능 좋은 소음기를 끼었다고 해도 5.56mm 소총탄의 발사음이 옆에서 들리지도 않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원래 사수의 고막을 훼손할 정도의 굉음이 시끄러운 타자기 소리 정도로는 줄어든다.
마치 빠른 키보드 타이핑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유진의 손에 들린 M4A1 carbine이 불을 뿜었다.
짙은 연막 탓에 자기 허리춤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유진이 연사로 잡아당긴 소총의 탄환은 현관으로 이동하던 상대의 등에 한발도 빗나가지 않고 모두 명중했다.
연막이 자기의 시야를 차단했을 것처럼, 습격자인 유진의 시야도 가려줄 것으로 생각하고 등을 보인 것이 그의 실수였다. 유진은 애초에 여기 있는 적들을 눈으로 볼 생각조차 없었다.
거기에 그가 입은 방탄복은 민첩한 활동에 중심을 두고, 무게 최적화를 위해서 뒷면을 가리는 부분이 매우 약했다. 근거리에서 쏟아진 소총탄을 전혀 방어해주지 못했다.
노리던 타겟의 심장 소리가 멈춘 것을 확인한 유진은, 재빨리 문 옆의 벽 뒤쪽으로 이동하여 엎드렸다.
적은 확실히 정예는 정예였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의 총소리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사격을 가해왔다.
- 티티틱, 티티틱, 티티틱.
상대 총기도 소음기가 달려 있는지 소리가 꽤 조용했다. 두 명이나 연사로 갈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성보다 오히려 탄환이 유진이 머무는 방문 주변과 방안의 벽에 부딪히고 있는 소리가 더 요란할 지경이었다.
그 소리로 유진은 몇 가지를 파악했다.
우선 유진이 가장 처음부터 노리고 있던 유진과 가장 가까운 거리의 놈은 꽤 음흉하거나 노련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진을 공격하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 대신 오히려 기척을 줄이고 엄폐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또, 상대방의 총기는 유진처럼 소총이 아니라 훨씬 화력이 약한 기관단총이었다.
유진은 소음으로 총기를 구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관단총의 베스트셀러 MP5의 소음기 일체형 버전인 MP5SD일 거로 추측했다.
사실 정확히 어떤 총이든 벽에 박히는 탄환의 위력으로 보아 위력은 유진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MP5SD가 맞다면 워낙 유명하고 그만큼 유용하며 유진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유일한 소모품인 권총용 9mm 파라블럼탄을 쓰는 물건이니 노획을 잠깐 고민해 본 것이었다.
어차피 파리에서처럼 자기를 향해 쏟아지는 탄환을 몸으로 때울 생각은 없었다.
유진은 다시 한번 등 뒤의 가방에서 손에 잡히는 물건 세 개를 꺼냈다.
앞서 사용한 섬광폭음탄 2개, 연막탄 3종 세트에 이어서 나온 물건은 앞서 사용된 것들보다 훨씬 작고 단순한 디자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물건인, 수류탄의 대명사 M67 세열수류탄이었다.
유진은 안전핀을 뽑은 다음에 1층의 적 3명을 위치를 향해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굴렸다. 먼 거리에 있는 인원부터 노리고 차례대로 3개의 수류탄을 모두 굴린 유진은 미련 없이 자기가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쾅! 쾅! 쾅!
연달아 세 번의 폭발음이 터져 나왔고, 그 사이 유진은 2층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원래 2층에서 옥상 방향을 감시하던 2명의 인원이 계단 쪽으로 움직인 것과 어느새 2층 실내까지 연막탄의 연기가 가득 찬 것을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그 사이에 수류탄 3발이 연달아 터진 1층에서는 2명의 심장이 추가로 멈춘 것이 확인되었고, 1명은 간신히 살아는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한 명은 계속 유진의 신경을 거스르게 하던 그 한 명이었다.
‘쯧, 그걸 살아?’
1층에 그대로 있었다면 확인 사살을 했겠지만, 이미 몸은 2층 옥상에 올라온 상태였다. 유진은 다시 1층으로 가서 그를 처리하는 것보다 2층으로 더 빠르게 진입하는 것을 선택했다.
2층 옥상 문을 향해 빠르게 접근한 다음 손잡이를 잡아 보았다. 잠겨 있었다. 한국 특유의 철제문은 밖으로 향하는 물건이라서 부수고 들어가기도 애매했지만, 초감각과 염동력을 섞어서 잠긴 문 여는 기술은 이제 유진에게는 별다른 집중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기술이었다.
딸칵.
단지 문을 열 때 들리는 작은 소음은 차단하지 못했는데, 안쪽에서 워낙 굉음이 계속 터져 나온 탓인지 2층의 두 명은 듣지 못한 듯 반응이 없었다.
더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유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앞이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2층 계단 입구 쪽을 향해 매복해 있는 두 명의 등을 향해 M4A1 carbine의 방아쇠를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