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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59화 (159/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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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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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05

마지막 매복병은 정확하게 유진을 노려서 쏜다기보다 유진이 지금 머무는 연막탄 범위 안을 광범위하게 타격한다는 느낌으로 총알을 흩뿌리고 있었다.

유진은 재빨리 바닥에 엎드린 다음에 옆으로 몸을 굴리는 방법으로 쏟아지는 탄환들을 피했다.

그리고 엎드려 쏴 자세로 상대방에게 소총으로 반격했다.

연발로 발사하는 와중에도 소총의 반동 따위는 유진의 어깨와 몸이 완벽하게 상쇄해서 탄환들은 모두 정확하게 유진이 노리던 곳으로 쏟아졌다.

연막에 가려 대충 뿌려진 상대의 탄환들에 비해 유진의 탄은 상대의 가슴 부위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서로 지금 교전 거리라고 해봐야 20m 안이었다.

상대방의 방탄 장비는 이 거리에서도 소총탄 3~4발 정도는 충분히 방어가 가능한 훌륭한 물건이었지만, 몸통에만 12발이 명중한 상황에서까지 버텨주지는 못했다. 특히 심장에만 3발이 정확하게 관통했다.

상대가 쏘고, 유진이 반격해서 상대가 죽는 것까지 고작 3~4초 걸렸을 뿐이었다. 소총을 자동으로 놓고 방아쇠를 당기면 30발들이 탄창 하나가 비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유진이 던진 연막탄이 터지고, 유진이 옥상에서 뛰어내린 이후 노리던 4명 사살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2분은 넘었지만, 3분은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매복병이 죽고, 유진이 몸을 일으키는 것에 맞춰 잔뜩 뿌려둔 연막탄이 모두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시야가 확보되었다.

유진은 고개를 스윽 돌려 자기 손에 죽은 네 명의 시신을 확인했다. 헤드 캠도 유진의 머리를 따라 움직이며 그 시신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송출했다.

마지막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몸은 멀쩡한 채로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다.

그들 모두 죽는 순간에 유진이 뿌린 것이기는 해도 연막으로 시야에서 가려져 있었다는 점과 그런데도 모두 정교하다기보다 무식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근접 헤드샷 한 발씩으로 죽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 클리어.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유진은 전투 종결을 선언했다.

슬슬 유진에 대해 눈치채기 시작한 유진 주변의 여자들이라면 이게 유진의 자아도취적 겉멋의 발현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유치함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물론 표를 못내고.

하지만 미리엄을 포함해서 서울의 미국대사관 인근에 있는 비밀 사무실에서 이 일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인원은 유진이 지금 벌인 짓이 얼마나 압도적인 일인지 전문가라서 더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유진의 모습에서 압도적 카리스마를 느끼며 전율했다.

그리고 미국도 모르고, 유진조차 속아 넘기며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자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것 알 길 없는 유진은 영화 흉내 낸 자기 모습에 새삼 쑥스러움을 잠시 느끼고는, 서둘러 원래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우선 자기가 터트린 연막탄 연기가 이제 모두 가라앉은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당당히 정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자신의 첫 사격을 등에 맞고 쓰러진 사체가 보였다. 손에 들려 있는 총이 보였다. 예상대로 MP5SD가 맞았다. 하지만 관심 없었다. 이번 전투의 전리품은 지금 등 뒤에 매고 있는 저격총이면 충분했다.

사체를 가볍게 넘어 안쪽으로 향했다.

그 중간 좌우로 수류탄에 당한 사체들도 추가로 보였지만 무시했다.

유진이 멈춘 것은 놀랍게도 아직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그의 앞에서였다.

유진이 가장 처음부터 노렸으나 끈질기게 계속 숨고 숨어서 유진을 노리던, 그러나 결국 기회 한번 잡지 못하고 총 한 발 쏴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바로 그였다.

그는 피투성이 된 채로 가장 크게 상처를 입은 복부 쪽에 손을 올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은? 그러고 보니 한국어 못하나. English able?”

“한국어 할 줄 안다.”

“능숙하군. 그래서 이름은?”

“묻는다고 이름을 말하는 병신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나 보군. 하지만 난 그런 병신 아니다.”

“흠.”

유진은 잠시 대화를 멈추고 이 와중에도 시니컬한 독설을 날리는 그의 몸을 살폈다.

자잘한 상처들이 꽤 많이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래쪽에서 파고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수류탄 파편들이 하복부 내장에 박혀서 지속해서 상처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는 즉사했어야 할 중상인데, 파편 주변의 장기들이 끊임없이 회복되고 다시 손상되는 일을 반복하면서 출혈을 줄이고, 생명이 끊어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 정도면 연구소에서 실험체 상대로도 폐기까지는 진행하지 않을 꽤 괜찮은 수준의 재생력이었다.

이런 중상을 입고도 대화가 가능한 것이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이 이식받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적응력이 꽤 괜찮군. 이 정도 재생력이면 괜찮은 편이야.”

“그게 내가 원래는 어림도 없을 이 부대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지.”

“응?”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내가 오늘 여기서 죽인 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2명 중 하나였다. 어쩌면 최고였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어림도 없어?”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도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사실 별로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이 남자는 이제 곧 죽을 것이고, 그의 과거는 유진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유진이 그런데도 굳이 남자에게 계속 말을 걸었던 이유는 이거였다.

“이제 할 말 하지 않겠나? 여유는 충분히 준 것 같은데?”

“무슨 소리지? 지금까지 질문은 네가 계속 던지고 있지 않았나?”

“흠. 너도 알겠지만, 네 재생능력이 꽤 쓸만하기는 해도 살아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야. 그런데도 굳이 죽지 않고 이 고통을 계속 견디며 버티고 있군. 손에 권총도 잡고 있는데 말이야. 내장이 계속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내가 모를 것 같나? 아니면 설마 그 권총으로 나를 쏘기라도 해 보려고?”

대화 내내 유진의 권총이 그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 그가 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보다 유진의 탄환이 그의 대가리를 부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그는 망설였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유진은 그가 혹시 살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려는 것일까 생각했다.

이 남자의 재생력이라면 지금 당장 파편 제거 수술을 받고 어찌어찌 잘하면 살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지켜보고 있는 미리엄은 탐을 낼지 몰라도 유진은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잠시 후 남자가 입을 열었을 때 나온 것은 꽤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너, 그 소문의 오리진이 맞는가? 우리에게 투입된 슈퍼 유전자의 최초 발현자.”

“오리진이라. 그건 또 꽤 재미있는 별명이군. 하지만 내가 첫 성공작인지는 몰라도 기원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맞다는 거군.”

유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들은 너는 괴물이자 짐승이었다. 자기의 우월한 신체 능력과 재생력을 믿고 쏟아지는 총알을 몸으로 맞아가며 돌진해 오는 몬스터. 힘과 속도는 있어도 지혜는 부족해서 함정에 돌격해서 그 함정을 부수는 자. 우리는 거기에 맞춰 너와 싸울 준비를 했지. 그런데 정작 만난 너는 닌자처럼 싸우는군. 언제부터 닌자가 된 건가?”

“닌자? 그게 뭔데?”

“닌자를 모른다고?”

“알아야 하나?”

“그건 좀 충격적이군. 이 세상에 닌자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유진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걸 확인하려고 죽지 않고 기다린 건가?”

“물론 그것은 아니고, 따로 기다린 것이 있기는 했지. 도착하지 않았을 뿐.”

유진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정황상 지원을 기다렸다는 말인데, 실내 인원이 전멸한 것을 알 테고, 실외 인원이 유진을 잡고 자기를 구해줄 것을 기대했다는 것인지는 좀 애매했다.

그래도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으니, 이제 자기 차례였다.

“여자들을 구하러 온 건데, 정작 여자들이 없군. 해줄 말 있나?”

별로 기대는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과는 달랐던 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화를 나눈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답이 있었다.

“지하에 있지. 잘 찾아보라고.”

유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지하에 여자가 있기는 했다. 한 명.

하지만 어쩐지 이 자가 그녀를 말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는 없었다.

“지옥에서 보지. 금방일 것 같군.”

그가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손을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들어 올리는 그 동작은 유진을 공격하기 위한 동작은 사실 아니었다.

오늘 이미 초 근접거리에서 3명의 두개골 안쪽을 박살 낸 유진의 권총이 다시 카운트를 하나 더 올렸다.

“흠.”

유진은 죽은 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여러모로 찜찜함을 느꼈다.

“C. 아직 못 찾았나?”

-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로 해당 지역으로의 이동까지는 확인했습니다. 그 집 외의 다른 거처가 있는지 급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미리엄의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그래도 유진은 일단 지하로 향하는 계단으로 향했다.

나무로 제법 근사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 아래쪽에 철문이 보였다. 여자의 기척은 그 안쪽에서 느껴지고 있었고, 그녀 외에 이 근처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시력을 발휘해보았다.

사용할 때 정신적 부담이 크고 컨트롤하기 까다롭고 적당한 조정도 어려워서, 사람 옷을 뚫고 피부를 보는 대신 내장을 구경하게 되고, 문을 꿰뚫어 봐도 그 안의 광경은 보이지 않는 수준의 능력이지만, 조금 전처럼 부상자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문짝 같은데 달린 부비트랩 같은 것을 확인하는 일에는 꽤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예상과 달리 문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문제는 문이 아니라 문 위쪽에 뭔가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것 봐라?’

생각도 못 한 마이크로 유선 감시 카메라를 발견해 버렸다.

그리고 계단 좌우 벽면 안쪽으로도 몹시 익숙하며 이가 갈리는 물건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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