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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70화 (17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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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16

벌거벗은 여자 하나를 앞세우고 그 뒤에 숨어서 그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던 남자의 손이 박살 났다.

진짜 프로였다면 총을 든 손도 여자 몸 뒤에 숨겨서 정면의 적으로부터 보호했겠지만, 회(會)의 한국 지부장 료헤이는 여기까지 승진하는 동안 서류와 펜 외의 것을 업무에 써본 적이 없는 자였다. 인질범 흉내를 내보기는 했지만 어설펐다.

“꺄아아악!”

비명은 료헤이가 아니라 그가 인질로 잡고 있던 여자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눈 바로 옆으로 총알이 지나가고, 거기에 있던 손이 박살이 나며 튄 피와 살점이 얼굴에 뒤덮였으니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여자 뒤로 쓰러진 료헤이의 이미 박살 난 오른손에 이어 왼손, 왼쪽 무릎, 오른쪽 무릎,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 순으로 아주 골고루 총알을 박아 주었다.

“사, 살려.”

사지가 박살이 난 상태에서도 쇼크사까지는 가지 않은 료헤이가 유진을 보며 생명을 구걸하려 했지만, 유진은 그의 머리맡에서 서서 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그대로 당겨버렸다.

탕!

발사된 탄환은 료헤이의 이마에 구멍을 뚫는 대신 그의 오른쪽 귀를 날려 버렸다.

“아아악!”

료헤이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박살 난 손이 머리로 움직이려다 하다가 다시 거기서 느낀 더 큰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꼴이 그의 몸에서 펼쳐졌다.

원래 그대로 대가리를 부술 생각이었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우리 아이 참 자비롭기도 하지. 이리도 편한 죽음이라니.’

그 속삭임이 최후의 순간 유진이 손을 아주 살짝 비틀게 만들었다.

끊어지고 부서졌던 유진의 머릿속 많은 것 중에서 몇 개가 이어지고 복구했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몰랐던 것을 발견했다.

잘 훈련된 군인도 아니고, 자신의 초인 에센스가 이식된 상태도 아닌데, 사지가 박살 난 상태에서도 너무 멀쩡했다. 이 정도면 일반인은 쇼크사로 죽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유진의 몸에서 시작된 그것들처럼 초월적인 뭔가가 개입된 것은 아니지만, 이 쓰레기 같은 놈의 몸에도 뭔가가 있어서 죽음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유진은 미리엄에게 통신을 연결하려다가 그제야 자기 옆에 인질이 되었던 아직 여자가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미향에게 약속했던 그녀의 사람 중 하나 유지혜였다.

유미향의 먼 친척이자, 그녀를 그 지옥에 끌어들인 계기가 되었던 그리고 그녀를 구원한 여자라고 들었다. 작고 마른 몸에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단 있는 성격이라는 평가가 기억났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두려운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자기 입을 자기가 틀어막아 비명을 막고 있는 모습이 확실히 좀 괜찮았다.

눈이 마주쳐도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를 유진이 약간 거칠게 한 쪽 방향으로 밀어 버렸다.

그녀에게 몹시 다행스럽게도 유진에게 상황을 판단할 최소한의 이성이 돌아온 상태라서 크게 다치지는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했다.

“꺅.”

유지혜는 작은 비명과 함께 방구석으로 밀려났다. 그러다가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해서 쓰러졌지만, 눈치가 빠른 그녀는 그 상황에서 몸을 기어 방구석으로 향했다. 유진이 그것을 원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몇 미터나마 그녀와의 거리가 벌어지자 유진이 마이크를 켰다.

“C, 듣고 있나?”

“듣고 있습니다.”

“이 남자도 보이고?”

“보입니다.”

“아는 얼굴인가?”

“전 모릅니다만, 알아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 남자 몸에서 재미있는 것이 보이는군. 혹시 나랑 상관없는 사례를 아나?”

“일본은 2차 대전 시기는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관련 연구진들이 자국에서 꾸준히 관련 연구를 진행한 국가입니다. 그 그림자에 숨은 조직이면 뭔가 숨겨 둘만 합니다.”

“이 남자 살려서 넘겨주면 정보 공유해 줄 건가?”

“그 남자만이 아니라 이번 일에 관련된 정보는 다 전달해 드릴 겁니다.”

“좋군. 믿지.”

유진은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료헤이의 머리를 발로 차서 기절시켰다. 뇌 손상까지는 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아까우니까.

진짜는 다음이었다.

놈의 몸을 발로 밀어 뒤집어엎은 다음에 허리 바로 위 척추를 힘을 주어 밟아 주었다.

으지직.

신발 아래로 자극적인 느낌이 전해지는 것과 함께 뼈가 갈리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났다.

척추를 지저분하게 박살 내 두었으니, 이제 이건 평생 허리 아래쪽은 자기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고, 감각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었다. 양쪽 무릎을 박살 낸 상태에서 이미 평생 휠체어 신세가 확정이었지만, 하반신에는 다리만큼이나 중요한 곳이 하나 더 있다. 거기에 양쪽 어깨는 이미 총으로 부숴두었으니, 사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제 이건 평생 먹고 싸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미국에서 잘 우려낸 다음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도 집으로 돌려보내 줄 리는 없으니, 그 대단하다는 앤 조차 2년 만에 엉망으로 망가질 정도였던 CIA의 블랙 사이트에서의 남은 삶은 지옥이리라.

그래도 아직 자비로움이 좀 남은 느낌이었지만, 거기에 뭔가 더 하기 전에 들려온 소리가 유진의 관심을 돌렸다.

“씨발.”

유진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벌거벗은 여자 셋의 목에 채운 개목걸이의 사슬을 손에 쥔 남자가, 그녀들을 앞세워 벽을 세우고 그 뒤에 몸을 가리고 숨어 있었다.

누구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유진이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씨발, 가까이 오지 마! 이 여자들 죽여버리겠다!”

민영후는 총구를 여자들에게 겨누고 유진을 협박했다.

바로 앞에서 똑같이 인질을 잡고 협상을 시도하던 료헤이가 말도 다 끝내기도 전에 총에 난사 당한 다음 머리를 발로 차여 죽는 것까지 보았지만, 그래도 민영후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유진은 고작 스무 걸음쯤 떨어진 그곳을 향해 걸었다.

“오지마! 오지 말라고! 진짜 쏜다! 쏜다고!”

민영후는 발악하며 손에 쥐고 있던 총을 셋 중 가운데 여성을 향해 겨누었다.

주혜정.

성화의 고주희가 유진에게 이 일에 대한 관련 정보를 전달했을 때 납치를 확인하지 못했던 여성으로, 미리엄에게 작전 정보를 위해 사진과 이름 정도만 전달받은 여인이었다.

그녀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 권총 총구가 닿아있는 상태에서도 눈을 감고 눈물을 살짝 흘릴 뿐, 입을 열어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유진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좌우의 두 여성 장인영과 성미정도 비슷했다.

유진이 생각해보니 차민영의 과거에 관련하여 만난 여성 중에서 주다혜 정도를 빼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천박한 태도를 보이는 여성은 없었다.

주다혜조차 처신이 좀 멍청했을 뿐이지 비겁한 사람은 아니었다. 주다혜는 유진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던 바로 그날 저녁에 유진과 함께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밤에는 유진을 위해 옷을 벗었다. 눈에 두려움은 있어도, 유진과의 망설임 없이 함께했다.

어쩐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만큼 그녀들의 과거 경험이 지옥 같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삼 그녀들에게 아주 약간 동질감이 느껴진다. 서로 겪어온 일의 정도와 크기는 달라도, 죽음조차도 의미를 잃을 정도의 지옥을 겪었다는 과거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그런 동질감이었다.

“씨발!”

유진이 전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민영후는 발작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 와중에 유진을 쏘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혜정을 등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에서 그의 심성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다.

민영후가 힘을 줘서 당겼음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꼼작도 하지 않았다.

“어?”

민영후는 화들짝 놀라 자기 총을 확인했다. 세이프티 락은 분명히 풀려 있었다. 민영후는 서둘러 다시 총을 앞으로 겨누고 쏘려고 했지만, 그 순간 여자들 몸 사이를 뚫고 유진의 총구가 자신을 향해 들어온 것을 보게 되었다.

“씨발!”

다시 한번 욕설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번에도 방아쇠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그에게 겨눈 유진의 총은 부드럽게 방아쇠가 당겨지며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

탕!

“아악!”

“꺄아악!”

민영후가 어깨에 총을 맞아 쓰러지면서, 목줄이 그의 손에 쥐여 있던 세 여인도 거기에 끌려 넘어졌다. 그녀들은 쓰러진 민영후위로 덮치듯이 쓰러졌다.

“아악, 씨발, 이 비켜 이 썅년들아! 아악! 아파! 아파!”

총에 맞은 어깨에 누군가 불로 지지는 듯한 작렬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쓰러진 여성들로 인한 충격까지 겹치면서 민영후는 그야말로 발작을 하며 몸을 흔들었다.

좋아서 그와 뒤엉켜 있는 것도 아니었던 여성들은 서둘러 몸을 움직여서 그의 곁에서 벗어났다. 세 여성은 기다시피 한 자세로 손발을 놀려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후 함께 모여 웅크려 앉은 자세로 유진과 민영후를 번갈아 보며 주시했다.

그 사이 유진은 민영후가 놓친 총을 발로 차서 멀리 보낸 다음에 그의 머리 위를 총으로 겨누었다.

민영후는 고통이 컸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공포와 흥분이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이봐요. 오해하지 마세요. 전 이들하고 같은 편 아닙니다. 당신 한국인이죠. 저도 한국인입니다. 민정기라고 이름 들어봤어요? 우리 아버지세요. 무려 4선의 국회의원이에요.”

민영후는 유진이 한국말로 통신을 나누는 것을 어렴풋이 엿들은 것과 일본인 조직인 이들을 잔혹하게 해치운 것으로 희망 회로를 불태웠다.

유진이 일본의 극우 비밀 조직인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온 한국 내 반일 조직의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그것이 맞는다면 일본인인 이들보다, 일본인들에게 한국 여자를 팔아 치운 그를 더 갈아버릴 증오의 사유가 된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유진은 이런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으로 보아 민영후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에 그의 무릎 양쪽에도 총알을 박아 넣어 주었다.

“아악! 아아악!”

민영후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우리 같은 한국인이잖아요!”

딱 사전에 들었던 수준의 저열함을 보여주는 그에게 유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마 처음 이 작전을 시작할 때의 기분 정도만 되었어도 자기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해줬겠지만, 지금은 그냥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기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탕!

민영후의 사지 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오른팔의 팔꿈치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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