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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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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2
처음 유진이 미친 듯이 날뛴 현장을 조사하면서 미국 정보원들과 조사관들이 느낀 감정은 강함에 대한 경탄이었다.
유진에게 일방적으로 갈려 버리기는 했지만, 회(會) 그중에서도 가마이타치 구미의 준비가 절대로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측 인원들은 자기들이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유진을 상대했다면, 자기들의 준비는 이 정도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미니건도 아니고 벌컨포는 그들의 생각에 선을 넘은 무기였다. 그리고 그런 벌컨포도 무력화되었다.
대전차포인 칼 쿠스타프를 4문이나 준비해서 좁은 실내에서 동시 사격한다는 개념도 그랬다. 실제 결과에서도 보듯이 그건 거의 자폭 공격에 가까웠다. 그러고도 유진에게 결국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유진의 능력에 경탄하게 되었다. 그들이 파악할 수 있었던 가장 최신 정보인 프랑스에서의 전투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차이가 컸다.
프랑스에서의 전투를 기준으로 한 정보만으로도 지금까지 파악된 모든 슈퍼 솔져 중에서도 개인으로는 누구와도 비교 불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경탄을 넘어 두려움에 접어드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진의 조사에 참여한 그 누구도 유진의 이 강함에 진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유진이 아무리 강해도 생명인 이상 어떻게든 처리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최악의 최종 사태가 되면 핵을 사용한다는 결정권도 있었다. 해서는 안 될 결정이지만.
하지만 그들은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진의 육체적 강함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접하게 되었다.
“왜 흔적이 없지?”
죽어서 터져나간 인간의 뼈와 살점과 비가 불에 타서 복도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공간, 카마이타치 구미의 수장 히로유키가 칼 쿠스타프를 사용해서 자폭한 그 공간에서 조사관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위치상 여기잖아?”
그들은 일부 편집되어 제공된 유진의 전투 영상을 통해서 여기서 벌어진 교전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피와 살점이 만들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도 살짝 영향이 있는 중에, 그 가운데에 당연히 있어야 할 유진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현재 그들이 느끼고 있는 혼란의 원인이었다.
당시 폭발해서 흩어진 모든 것들은 유진이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듯이 그의 몸을 통과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장면은 영상으로 전송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의 영상과 그 후의 영상은 있어서 조사관들은 당시 유진의 위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조사관들은 이 위치에서 유진이 그 대폭발을 어떻게 견뎌낸 것인가에 대해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 조사는 나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벌컨포의 예를 통해서 정면에서 화력을 쏟아붓는 방식은 유진을 상대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벌컨포 정도의 무시무시한 물건이 이런 좁은 공간에서 완벽한 기습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용되었는데도 전혀 안 통했다. 이런 경험을 쌓았으니 앞으로 비슷한 방식은 더 안 통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유진이 한번 당한 공격 방식에 굉장히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은 시설 조사 중에 발견된 수많은 클레이모어로 증명되었다. 프랑스 교전 당시 거의 완벽한 카운터 펀치로 사용되었던 클레이모어가 이 시설에서는 장식품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그나마 벌컨포처럼 쉽게 막아내지는 못한 걸로 보이는 대전차포의 폭발을 어떻게 방어한 것인가는 중요한 이슈였다. 폭발을 막아낸 방식을 추정해, 더 큰 폭발력이나 폭발 방식 등으로 유진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비교적 우호적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유사시 유진을 제어하거나 제거할 방법에 대해서 당연히 계속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그걸 위한 조사 결과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다.
“회수된 의복 확인했다. 거기에도 폭발로 인한 화약의 흔적이나 살점 흔적 같은 것은 없어. 여기서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서 머리를 쏴 죽인 다른 인간들이 남겼을 핏방울 흔적 하나도 없어.”
“완전히 막아낸 건가? 염동력?”
“그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아니 그것도 이용한 것이 틀림없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기 일을 설명할 수 없어. 염동력은 그의 몸에 흔적이 없는 것은 설명할 수 있어도, 현장인 여기에 그가 존재했던 흔적이 없는 부분은 설명할 수 없지.”
“그럼 뭐지?”
“프랑스에서 텔레포트로 추정되는 능력을 보였어. 그거 아닐까?”
“그게 진짜 텔레포트였는지는 둘째치고, 텔레포트는 공간을 이동하는 거잖아. 이 경우는 현실 외 차원으로 일시적 이동인 [이써리얼 플레인]에 좀 더 가까울 것 같은데? 물리적 영향력이 없는 인접 차원으로 이동해서 물리적 공격을 회피한 거지.”
“자네 TRPG에 너무 과몰입한 것 아닌가? 여긴 현실이라고.”
“텔레포트는 퍽이나 현실적이군.”
“그래도 마법 주문만큼은 아니잖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는 아서 클라크의 격언도 모르나? 거기에 텔레포트는 애초부터 초능력보다 마법으로 먼저 거론된 능력이야.”
조사하는 인원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말다툼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이 상황이 주는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건 그들이 분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냥 농담이 아니었다.
총과 폭약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전투에서 어떤 인적자원과 전술을 써야 마법을 막을 수 있는가를 어떻게 고민할 수 있단 말인가? 마법이 실존한다는 증거가 될 것 같은 현재 상황 자체가 농담 같은데.
그들은 전투와 전술의 전문가들이었지 마법사가 아니었고, 그래서 이 상황은 이제 경이를 넘어서 공포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분석할 수 없는 미지를 모른 척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직접 상대하고 바라봐야 할 상황이 되면 그게 바로 공포의 영역이다.
“우리 수준에서 분석할 일은 아닌 것 같군. 위로 올리지. 방법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계시고, 많이 배우신 분들이 고민하시라고 하고.”
그들도 수는 훨씬 많았지만, 고주희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그들의 혐오와 공포가 가득 찬 의견의 보고서들은 미리엄이나 그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각각의 중간 지휘관과 관리자들에게 보내졌다.
그렇게 하부의 의견을 취합한 중간층도 아래와 금방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자신들의 수준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그들은 원래는 해야 할 상호 견제 대신 암묵적인 상호 동의와 협조로 보고서의 결론을 비슷하게 조절해서 최고 상층부로 올렸다.
그 보고서들이 다시 하나로 취합되어 미국 부통령 존 라이언이나,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로버트 E 하인리히, 첩보계의 전설적 마녀 앤 헤이즈 등이 버티고 있던 바로 그 회의실로 올라갔다.
보고서는 첨부한 모든 영상 자료들부터 다 본 다음에 확인해달라는 요청 사항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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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벌인 이번 사태에서 사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 성화도 아니었고, 미국도 아니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선 수사기관부터 첩보기관까지 전부 동원한 대한민국도 아니었다.
성화는 그룹 내 최대 치부 중의 하나가 노출되었으며, 수뇌부 일부가 해외로 도피하고, 직원도 몇 죽었다. 하지만 그 치부는 어차피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지나간 일이었고, 수뇌부는 어쨌든 해외에서 잘 살아서 업무 중이었으며, 죽은 인원들은 애초부터 정식 직원도 아닌 소모품들이었다.
성화의 수뇌부는 상황이 어수선하다고 생각했지만,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진짜 진짜 최고 우두머리는 좀 달랐지만.
미국은 유진이 보여준 생각했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모습에 경악하고 있었지만, 그런 정보 자체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에 더불어 유진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UE에 음모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였다.
한국 정부는 홍월에서 벌어진 대학살을 나름 정권 위기로 여기고 총력전 중이었지만, 사실 그런 위기는 두어 달에 한 번쯤은 겪는 일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정치적이거나, 경제적 문제가 아닐 뿐. 그래서 이건 사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에 가까웠다.
결국 이번 일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조직은 따로 있었다.
애써 키운 슈퍼 솔져 부대가 완전히 삭제당하고, 십수 년 이상 어마어마한 자금과 노력을 퍼부은 비밀기지를 잃어버렸으며, 무엇보다 현 조직의 최고 수뇌부의 직계이자 장차 최고 수뇌부가 될지 몰랐을 인물인 지부장을 잃은 회(會)의 한국지부였다.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거요?”
“누가 왜 책임을 진단 말이오! 이번 일은 우리랑 상관없잖소!”
“책임은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던 이누카이 그자가 지겠지! 그자를 묵인한 지부장이랑.”
“문제는 둘 다 죽었잖소! 이누카이도! 지부장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부장의 죽음은 어떻게 무마한단 말이오! 위에서 그냥 넘어갈 것 같소?”
“지부장의 죽음이야 지부장이 우리에게 상의도 없이 일으킨 문제로 죽은 건데 그걸 뭘 어떻게 한단 말이오!”
“키노아키의 선대들이 자기 자식이 사고 친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할 것 같소? 아니면 자기 후계자를 못 지킨 우리 목을 칠 것 같소?”
“진정하시오. 지금 문제는 이누카이나 키노아키가 아니요! 거기 보관 중이던 자료는? 자료는 확실히 파기된 거요?”
“설마 이누카이가 아무리 무능해도 그걸 처리하지 못했을 리는......”
“확신하오? 당신 목을 걸 수 있소?”
“그걸 왜 내 목을 건단 말이오! 내 책임도 아닌데!”
회(會)의 한국지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판은 그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자들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야망에 불타지만, 그걸 뒷받침할만한 배경은 부족한 자들이었다. 그래서 자기 경력에 오점이 남는 것이 싫었고, 그래서 뭔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싫었다.
지금 중요한 일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 유진에게 털린 기지가 텅 비어 있어서 함정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다른 조직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전 작업 중이었던 이유였고, 따라서 지금도 이전 작업을 진행 중인 상대에게 이 일을 알리는 것이 가장 화급한 일이었음에도 누구도 그 일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히 누구도 자기가 이 일을 위로 보고해 관련해서 책임지거나 눈에 띄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다들 차라리 모두 함께 죽을지언정 혼자 튀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 탓에 회(會)의 상층부와 그와 연결된 UE는 제대로 된 상황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 상황이 누군가에는 정말 최악의 일이 되었다.
엉뚱하게도 UE가 한국에 파견 중이었던 팀이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시설에 방문했다가, 무방비로 미국 측에 나포되었다.
최악의 피해는 UE가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고도 당연히 UE의 최고 수뇌부인 집행위원회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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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국가와 조직들만이 유진의 이번 일을 논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차 이사. 당신도 이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 당신도 모르지는 않았을 거야. 그저 처음 겪어 보는 행복에 빠져서, 꿈에서 깨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거겠지. 필요하다면 스스로를 속여서까지 말이야. 아니야?”
유미향이 차수연과 주다혜는 물론이고 이 일에 거리를 두고 있던 고영은까지 강제로 끌어와서 만든 자리에서 터트린 첫 이야기는 차민영의 얼굴에 살기가 드러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