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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77화 (177/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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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주인공 안 나오는 이런 분량은 사실 정말 재미없고 쓸모도 없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설득력과 이유가 되는 부분이라서 줄여도 줄여도 더 줄이지도 못하네요.

글쓴이의 부족함에 한숨만 내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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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3

유미향이 며칠 전 처음 차민영의 문제를 지적했을 때는 그건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차민영은 확실히 엇나가고 있었고, 도움을 청한 것을 이용해서 유미향을 이용할 생각을 하던 것도 차민영이 먼저였다. 유미향에게 욕을 먹어도 당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일은 이미 유미향이 유진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 도움을 줌으로서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대가를 치렀다.

차민영도 유진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도운 것이기는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유진과 유미향의 거래를 도운 것에는 그런 의미가 있었다.

차민영의 은근한 지원이 없었다면 유미향이 절대로 유진과의 거래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차민영만이 아니라 유미향도 알고 있었다.

그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

사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고영은은 차민영이 유미향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혀를 찼다.

유미향이 구해 달라고 한 그녀의 친구들은 다 차민영에게 적대적인 여자들이었다. 구해봤자 차민영에게 좋은 일이 있을 상대가 아니었다. 반면에 그런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유진이 포기해야 하는 상대는 지금 명백하게 차민영을 노리고 공격 중이며 차후에라도 차민영과 소진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유진과 마찬가지로 고영은도 이 일이 유진과 함께 차민영과 소진이를 노리는 성화의 누군가 음모라고 생각했고, 배후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일이 여자들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미향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는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일지 몰라도, 함께 그 시절을 보낸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는 자기들끼리 뭉쳐서 파벌을 만들고는 힘들고 괴로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개썅년들에 불과했다.

그 남자가 죽고 나서 남은 여자들끼리 서로 도우면서 어떻게든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발버둥 치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차수연 같은 개년조차 자발저긍로 주다혜같이 위험한 애들을 챙겼는데, 그녀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그 남자가 남긴 돈을 남들보다 더 많이 챙기기까지 한 다음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고영은이 그녀들의 안위 따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유였다.

차민영이 이걸 넘어간 이유는 오히려 덕분에 유진의 마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기대처럼 로맨틱한 마음은 아니었어도, 유진이 자신의 과거에 마음 쓰지 않으며, 자신과 소진이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 그것만으로도 차민영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고, 유미향에게 나쁜 마음 먹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1절 2절을 넘어서 3절 4절까지 계속하려고 하면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이 상황에 다시 꿈이니 어쩌니 하면서 유진과 차민영을 갈라놓으려는 유미향의 발언은 선을 넘어도 너무 심하게 넘은 행동이었다.

“유 교수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알겠는데, 말은 조심해서 하세요. 그이가 당신과 거래하기로 했다고 해서 사적인 사이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또 우리가 그렇게 서로 걱정하는 사이도 아니라는 것도.”

차민영의 차분한 경고에 유미향이 입술을 깨물었고, 차수연은 고소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부분이 아니라 사적인 사이라는 부분 때문이었다.

거래가 성립되고 자기를 유진에게 판매한 직후, 유미향은 본격적으로 유진에게 여자로서의 자기를 어필했다. 욕탕에서 다 같이 벌거벗고 있을 때 보였던 자신과 차민영의 외모 수준에 심적으로 타격을 좀 받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애써 외면했다.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민영은 그렇다 치고, 며칠 둘러본 것만으로도 유진이 객관적으로 훨씬 젊고 아름다운 주다혜보다 고영은이나 집에 놀러 오는 몇몇 유부녀들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리고 젊은 남자는 자기 또래의 젊은 여자보다 성숙하고 나이 든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고, 유진도 그런 성향이라고 생각한 유미향은 자기도 충분히 먹힐 거라는 생각으로 유진에게 은근히 들이댔다.

하지만 그건 유미향의 착각이었다. 유진이 현재 관심을 보인 여자 중에 30대 이상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나이와 관련된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덕분에 유진은 유미향의 육체적인 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유미향은 냉정하게 무시당하면서 개망신을 당했다.

어느 정도냐면 눈에 불을 켜고 오빠 옆에 달라붙는 불여우들을 감시 중인 소진이조차 유미향에게는 관심이 없을 정도였다. 소진이는 유진에게 온갖 구박과 무시를 당하는 중인 주다혜를 더 견제할 정도였다.

이건 유미향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녀가 유진에게 자기를 팔았을 때는 결코 계속 유진의 밑에 있겠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진이라는 대어가 꽤 탐이 났고, 자기라면 어설픈 차민영을 밀어내고 훨씬 더 유진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유진을 자기가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것도 오래 그런 관계를 유지할 생각도 아니었다. 지금의 위기 상황만 확실하게 벗어나고 앞으로의 위험에 대한 부담도 없어지면 유진과의 관계도 정리할 생각이었다.

유진을 이용해 먹고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시간이 지나면 유진이 자연스럽게 자기를 버릴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자기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라고 해도 늙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지금껏 그녀가 사귄 남자들이 다 그렇듯이 유진도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더 젊고 더 아름다우며 훨씬 더 본인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 떠나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 식의 일시적인 관계라면 유미향 자신만이 아니라 유진에게도 나쁘지 않은 거래라고 생각했다.

원하는 동안 열심히 어울려주다가 부담스러워질 때가 되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주겠다는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다는 것이 유미향이 겪어온 진리였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정리는 일단 사적인 관계가 되어야 가능한 전개였다.

사적인 교류 없이 그냥 일을 시키고, 시킨 일을 하는 관계라면 감정적인 부담 없이 평생 진짜 노예처럼 부려 먹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유미향은 차라리 성노예라면 모를까, 평생 일만 하는 진짜 노예는 사절이었다.

그러니 대안이 필요했고,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일단 유진이 나이 든 여자를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추가로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유미향은 차민영과 고영은 그리고 유진이 관심을 보인 몇몇 동네 유부녀들과 차수연까지 모두 전현직으로 전문직의 엘리트 여성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유미향이 하나 더 주목한 부분이 유진이 요리 외에는 뭔가 즐기는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유진은 섹스 조차 별로 즐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미향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를 지배했던 첫 번째 악마가 그런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걸 대응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실수해서 그 남자를 악마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고생했지만, 이번에는 안 그럴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제안했다.

차민영보다 유진과 더 자주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서, 그것이 차민영이나 유진이 보기에도 이상하지 않을 완벽한 명분으로.

유미향은 쓰린 속과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얼굴을 고치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 말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미안해. 내가 말하는 꿈은 지금 당신과 그 사람의 관계가 당신의 착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언제까지 갈 거로 생각하냐는 거지. 3~4년쯤 시간이 흐르고 당신과 그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계속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이 부분은 확실히 차민영에게 좀 날카롭게 꽂혔다.

유진은 고작 스무 살이다. 또 지금까지 사회에서 격리된 상태로 살아온 사람이다. 앞으로 더 세상을 알게 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면 점점 더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차민영과 소진이에 대한 마음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몹시 슬픈 일이지만, 그걸 막을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 차민영의 모든 불안이 시작된 것이었다. 유진이 시간이 지난다고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고, 차민영이 그걸 믿는 것과 별개로, 불안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요?”

무섭게 굴고 있던 주제에 차민영은 다시 유미향의 이야기에 솔깃하고 넘어가는 눈치를 보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고영은이 그런 차민영의 모습을 눈치채고 혀를 찼다. 하지만 끼어들지는 않았다. 고영은은 지금 이 판에 참여는 하고 있어도 끼어들 상황은 아니었다. 유진과 선을 유지해야 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차수연도 비슷하게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원죄가 너무 무거워서 이런 일에 대해서는 주다혜만큼의 발언권도 없었다. 그래서 입을 열지 못했다.

눈치 보이는 고영은의 발언이 없자 유미향이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일단 이 점은 모두 동의할 거야. 유진은 스무 살짜리 남자치고 너무 늙은이 같아. 별로 좋아하는 것도 없고, 별로 즐기는 것도 없지. 요리 말고 그 남자가 흥미를 느끼는 것이 있기는 있어? 아! 물론 소진이는 빼고. 가족은 별도의 이야기지.”

“흐음.”

이 부분은 차민영보다 고영은이 더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물론이고 동네에서도 말이 많았다. 고작 스무 살 유진이 무슨 전업주부라도 된 것처럼 가게일 포함 가사와 소진이 돌보는 일에만 열중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질투심 많은 사람들 입에서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 꼬셔서 월급 없이 가정부로 써먹으면서 등골을 뽑아 먹고 있는 것이라는 소리도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어지는 유미향의 이야기에 고영은도 딱히 반대하는 분위기를 내지 못했다.

“일단 내 생각에 유진은 틀림없이 사회 경험이 적어.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닌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지금 또래 친구도 없겠지. 아니야?”

차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유진의 사생활이고 차민영이 언급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유미향은 그런 차민영의 침묵으로 확신했다.

“그러니까 유진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그 나이 또래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겪게 해주는 거지. 스포츠, 음악, 레이싱, 아이돌 같은 거 말이지. 내 취향을 조금 섞자면 예술 작품도 좀 감상시키고 싶군. 예술적 감각이 너무 없어 보여.”

고영은은 물론 차민영도 이 의견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유진이 워낙 어른스럽고 특별한 알파 스타일의 남자라서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는 했지만, 유진이 어리고 좀 더 넓고 많은 경험이 필요한 나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특히 밤에는 유진에게 꼼짝도 못 해도, 낮에는 유진에게 잔소리하는 누나 같은 입장이 되는 차민영의 마음은 유진이 좀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좀 더 많은 행복을 알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지금껏 이 부분에 대해서 차민영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은, 본인이 그런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알려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유미향의 제안은 확실히 솔깃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쉽게 유미향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게 앞으로 몇 년 후의 진의 마음이랑 무슨 상관인데?”

차수연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삐딱하게 끼어들었다. 유미향은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차수연이 쓴 진이라는 호칭이 문제였다. 그건 유진이 차민영과 소진이 그리고 차수연에게만 허락한 애칭이었다. 그건 차수연이 유진의 일에 대해서 충분히 끼어들 사적인 자격이 있다는 증거였다. 유미향으로서는 배알이 뒤틀리게도 유미향이 원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미향에게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미향은 차가운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대답했다.

“저런 다양한 외부 활동 중에 자연스럽게 젊은 애들도 만나게 되겠지. 그럼 최소한 나중에 나이 든 할망구 때문에 젊은 애들과 어울릴 기회를 놓쳤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될걸.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어리고 이쁘고 깨끗해 보이는 젊은 애들이 사실은 우리보다 나을 것도 별로 없다는걸. 기억나지 않아? 그 남자가 쟤가 처녀가 아니라고 발작했던 일?”

여자들의 시선이 주다혜를 향했고, 주다혜는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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