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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178화 (17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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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지루한 내용은 최소한 분량이라도 많아서 빨리 쳐내기라도 해야겠죠. 오늘은 2편 연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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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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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24

주다혜는 자기는 전혀 거리낌 없다는 태도와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흥, 대학 와서 그 인간에게 곱게 처녀를 바친 수연 언니나, 자그마치 대학 2학년이나 되어서 21살에 그 인간에게 강간으로 처녀를 빼앗긴 민영 언니가 이상한 거죠. 내가 고삐리 되고 첫 경험 했을 때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진아 취급이었어요. 요즘 멀쩡한 애들은 중학생만 되면 다 아다 떼요. 나중에 수연 언니나 민영 언니 꼴 당하는 것보다 어릴 때 좋아하는 남자랑 일찌감치 첫 경험 치르는 것 나쁘지 않아요. 나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난 그 최소한 첫 경험은 내가 좋아하는 남자랑 했어요.”

“그건 너 같이 발랑 까진 년들이나 그렇겠지!”

대학 다니는 딸이 있고, 그녀가 학생 시절 좀 불량하게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결한 처녀인 것을 알고 있는 고영은이 화를 냈다. 자기 딸이 주다혜처럼 될까 걱정되는 눈치였고, 눈으로도 자연스럽게 지금 밖에서 소진이랑 놀고 있는 딸의 모습을 쫓았다.

주다혜는 다시 한번 코웃음을 쳤다. 고영은이 확실히 40대 중반을 넘은 꼰대는 꼰대라는 고정관념이 더 강해졌다.

주다혜는 요 며칠 소진이 데리고 풀장에서 놀아주는 과정에서 같이 놀게 된 고영은의 의붓딸 성민아와도 제법 친해진 사이였고, 짧은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향도 파악한 상태였다.

“흥, 민아는 분명 처녀이기는 하죠. 하지만 그게 민아가 무슨 정조 관념 충만하게 순결을 중요시하는 성격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언니도 알지 않나요?”

고영은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의붓딸 성민아가 그 나이 먹고도 아직 남자관계가 없는 처녀인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건 성민아가 죽은 친엄마 일에 충격을 받고 섹스 혐오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혐오하는 마음으로 아예 아무렇게 몸을 막 굴리려는 것을 고영은이 은근히 조정해서 아예 누구와도 가까이하지 않는 성향으로 유도했었다.

계속 그렇게 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요즘은 다시 은근히 분위기를 바꿔보는 중이었는데, 엉뚱하게 동성애자도 아닌 상황에서 어설픈 동성애 성향이 나타나서 고영은의 골머리를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유미향은 그녀들의 대화에 성민아를 바라보며 눈빛을 빛냈다.

화려한 외모의 미소녀를 보면서 죽은 그녀의 모친이 어떤 여자였는지 떠올리고, 그리고 지금 그녀가 고영은에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지만, 일단은 묻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으니까.

“들었지? 어쨌든 이게 지금 현실이야. 나중에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환상을 현실로 여겨서 투덜거리게 만드는 것과는 결과가 전혀 다를걸? 나중에 늙거나 젊거나 여자는 다 똑같다는 소리 듣는 것이, 이래서 여자는 젊은 여자를 사귀었어야 했다라는 소리 듣는 것보다 백배는 낫지. 암. 낫고말고.”

주다혜 빼면 이제 다들 최소 30대 중반은 넘겼고, 과거에 상처도 많은 그녀들에게 참 절실하게 와닿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

유미향은 사교계나 연예계 혹은 자기가 아는 동호회 등을 통해서 유진이 그 나이 또래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로망에 가까운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들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여자들은 모두 그 계획들에 찬성했다.

물론 결정 자체야 유진이 할 일이지만, 그래도 유미향이 유진을 설득할 때 돕거나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유미향이 그렇게 자기의 미래 계획을 위한 사전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자, 고영은이 입을 열었다.

“민영씨. 유 교수 저거 지금 약 치고 있는 것 민영 씨도 아는 거지? 저거 민영 씨에게 유진 씨 상대로 포주 노릇 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더니, 지금 자기가 포주 노릇 하겠다고 저러는 거잖아.”

유미향은 취미가 어떻고 문화생활이 어떻고 떠들어 댔지만, 고영은이나 차수연은 물론 어리숙한 편인 차민영도 절대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들도 유미향과 같은 지옥을 겪어 본 사람들이고, 그래서 유미향의 속내도 어느 정도는 다들 들여다볼 수 있었다.

주다혜만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어? 그거 무슨 소리 에요?”

“자기가 별로 진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으니까, 사회생활이라는 핑계로 유진에게 이런저런 온갖 여자들 특히 젊은 애들 소개해서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는 커넥션을 만들겠다는 심보잖아, 저거. 넌 같이 들어놓고 그걸 몰라?”

“엥?”

“뭐 아이돌이나 여배우, 모델이나 인플루언서 들이대면 어지간한 남자는 못 버틴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 당장 너만 해도 그렇잖아.”

주다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진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내가 오늘도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데. 이런 말 하면 좀 창피하지만, 어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이나 대배우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유교수가 동원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나 이상 가는 애들이 있겠어요?”

주다혜가 자신의 미모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주다혜는 그럴만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이국적인 외모에 남미 모델을 연상시키는 몸매까지 합쳐서, 어지간한 유명 아이돌이나 배우 중에도 주다혜보다 미모가 더 낫다고 확신할 수 있는 연예인은 별로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주다혜의 가소로운 모습에 차수연이 혀를 찼다.

“진이 너에게 차가운 것은 네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이 네가 스폰질 하다가 벌어진 탓이잖아! 과거야 상관없지만, 지금도 그런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니?”

주다혜가 급하게 쭈굴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차민영이 그런 차수연과 주다혜의 모습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혜 이야기도 아예 헛소리는 아니야. 유 교수가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진의 현재 취향은 의외로 확고해. 그리고 유 교수가 그이에게 붙여줄 여자 중에 그 취향에 맞는 여자는 거의 없을걸?”

“응? 취향? 어떤 취향이 있어? 유 교수에게 하는 모양을 보니까 원래 생각하던 연상 취향도 아닌 것 같은데?”

차민영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이 일종의 변형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성향이 있어.”

“엥?”

생각도 못 한 대답에 차수연과 주다혜가 함께 놀랐다. 비슷하게 눈치채고 있던 고영은만이 태연했다.

“진이 언니를 엄마처럼 생각한단 말이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엄마 같은 여자에게 반한다는 말이 아니야. 변형된 스타일이라고 했잖아.”

“그럼 뭔데?”

“그이는 가족애가 강한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

차민영 이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진이 호의와 관심을 보이는 여성들과 그 여성들에게 가지는 관심사 때문이었다.

애초에 차민영 자신이 유진에게 구조받았을 때 유진이 흥미를 보였던 부분이 그거였다. 살려달라는 이유가 자기가 죽으면 딸이 고아가 되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애원 말이다.

고영은도 그녀가 이웃에 사는 아이들을 돌봐주다가 정이 들어서 가족이 되었고, 의붓아들과 딸이 친아빠보다 고영은을 더 따른다는 이야기와 소진이가 그녀에게 진심인 것을 본 다음부터 호의를 보였다.

그 외에 관심을 보인 대상들도 비슷했다.

남편과의 불화에도 슬픔과 고통을 삼키고 자기 아들은 물론이고 소진이도 진심으로 챙긴 강준이 엄마 이혜인이 최근 유진과 가장 친한 동네 이웃이었고, 그 외에 유진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상대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을 위해서 기꺼이 잘나가던 회사 때려치우고 딸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쏟고 있는 주영이 엄마 성지은이었다.

차민영은 모르지만, 유진이 차민영 모르게 손에 넣은 성무연과 장하진 모녀조차 그 모녀가 서로를 위해 지옥을 버텨내고, 서로를 위해 기꺼이 또 다른 희생조차 감수하려던 모습이 유진을 움직였었다.

거기에 가장 최근에 주다혜를 배신한 그녀의 포주 최명선 마담을 살려두겠다고 마음이 바뀐 것도, 최명선이 본인 목숨보다 자기 조카들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이 영향을 끼쳤다.

유진 본인은 별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유진의 취향은 현재 꽤 확고한 상태였다.

“그래도 유 교수에게 완전히 맡겨두어서 좋을 일은 없잖아. 우리 모르는 데서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얘라도 같이 붙여 두는 것이 좋을까?”

차수연이 주다혜를 가리켰고, 쭈굴거리던 주다혜가 급 화색이 되었다.

차민영도 고영은 그 모습에 같이 웃었다. 귀엽기는 했다. 하지만 주다혜는 귀엽게 봐줄 수는 있어도 뭔가 믿고 맡겨서 밖에 내돌릴 수는 없는 아이였다.

“그건 영은 언니에게 부탁해야지. 언니 괜찮죠?”

“맡겨둬.”

고영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유미향을 상대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서로 간의 특이한 성격과 관계 탓인지, 아니면 죽은 그 남자의 교묘한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과거 그 시절부터 유미향이 차민영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고 교섭이나 대립 시 우위에 자주 서는 것에 비교해서, 차민영은 고영은에게 압도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유미향은 고영은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여기에 차수연이 유미향과 고영은 모두를 싫어하고 견제하면서, 차민영에게 약했다.

차민영이 여자들 전체에서 탑의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유미향의 견제를 받게 된 이유가 이 주요 여성들의 관계에 있었다.

그 시절에 고영은이 유미향의 천적이었던 관계는 그 이후로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이 터진 이후 숨어서 조용히 살아온 차민영과 달리 유미향과 고영은은 각자의 영역에 감시를 위해 촉수를 남겨둔 상태였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도 대충 알고 있었다.

유미향이 학계와 사교계에 여전히 강력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면, 고영은도 아직 행정계와 법조계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온 현재 상황 자체가 고영은이 유미향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유미향은 그날 이후에 노골적으로 몸을 판 것은 아니어도 이런저런 자유로운 연애와 프리섹스 생활을 즐기면서 인맥들 사이에 경쟁을 유발해서 이득을 보는 생활을 했다. 그건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에 비해 고영은은 그날 이후 기존 관계를 다 끊어 버린 후,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남편과 재혼해서 아이들 키우는 일에만 열중했다. 고영은의 과거를 뻔히 아는 그 시절 인맥들도 그런 고영은을 존중해서 깨끗하게 관계를 정리했다.

애초에 둘에 대한 그 시절 남자들의 관점부터 달랐다.

옛 고객들에게 유미향은 좋게 말해서 자유로운 영혼이고 노골적으로는 유명 인사인 걸레 암캐 취급이었던 것에 비해, 고영은은 남편 때문에 열받아서 일탈한 자신들과 동급의 귀부인 취급이었다.

유미향은 관계를 맺은 남자들에게 이런저런 선물도 많이 받아내고 이권도 챙긴 것을 그들이 자기를 창녀로 취급한 당연한 대가로 생각하지만, 고영은은 그 시절에도 그 어떤 남자에게 선물 하나 받은 적이 없었다. 자기는 창녀가 아니라고.

그런 상황에서 지금 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고영은은 가족이고 유미향은 교수이자 화가로서의 자신의 신분과 명성이었다.

그런데 고영은의 현재 가족은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대충이라도 아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서 과거의 일이 만천하에 소문이 나도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에 비해 유미향은?

고영은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유미향은 현재 꽤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중이었다. 젊은 남자애들이랑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하게 연애하다가 여러모로 뒤통수도 많이 맞고, 평판도 많이 망친 상태였다. 여기서 더 소문이 퍼지면 유미향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잃을 수 있었다.

또한 고영은은 그 옛날 평생 유일한 남자였던 전남편이 자기를 배반하고 딸들마저 등을 돌리자 기꺼이 자기 자신을 지옥에 던져서 전남편과 친자식들도 비슷한 지옥에 처박은 적이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또 간단하게 그 지옥을 벗어나서 새 가족을 만나 현모양처로 오순도순 멀쩡하게 살아갈 정도로 독한 여자였다.

고영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유미향 정도는 간단하게 파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 부분은 언니만 믿을게요.”

주다혜는 함께 웃고 있는 차민영과 고영은의 미소를 보며 등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저 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지 새삼 기억이 소록소록 되살아나서 이불이라도 뒤집어쓰고 싶어질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유진의 집에서는 유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자들에 의해 유진이 좀 더 자신들을 벗어나 많은 것을 겪고 경험할 기회를 만들자는 일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머나만 미국 땅에서도 비슷하게 내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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