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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드디어 길고 길었던 10화가 끝났습니다.
사실 9화와 10화는 2화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 5~6화의 내용인데, 상당히 노잼이라서 압축하다보니까 더 노잼이 되었군요.
원래 옛 시절 여성도 좀 더 개별적 에피소드로 더 많이 다루고, 회나 미국도 다 별개로 처리할 예정이었는데. 그랬다가는 아마 지금보다 2배로 여론이 나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ㅠㅠ
11화는 잠시 일상물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이런 잡설도 더 이상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서 앞으로도 어쩔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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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11 Scent of A Man, Dream of A Woman - 001
Pretty Woman이라는 영화가 있다.
90년대에 미국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져서 전세계에 대히트를 친 영화로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는 명작 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표현된 어떤 로망 하나가 세상의 수많은 남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바로 부족한 이성 하나를 내 힘으로 끝내주게 멋진 사람으로 만든다는 로망이었다.
60년대 비슷한 주제로 만들어졌던 My Pair Lady라는 영화도 이미 있었고, 그래서 이에 관련된 로망을 표현하는 용어는 Pretty Woman보다는 My Pair Lady쪽이 더 유명하기도 하지만 두 영화에서 표현된 로망에는 극단적인 차이가 있었다.
My Pair Lady는 하층민에게 상류층의 예절을 교육시켜 우아한 여자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Pretty Woman은 가난한 여성에게 돈을 퍼부어서 그녀를 상류층 여성처럼 만드는 것의 차이였다.
명백하게 후자 쪽이 현대인에게 더 취향에 맞았고, 특히 여자들이 남자를 상대로 쓸 때 압도적으로 취향에 맞았다.
차수연과 주다혜의 취향에도 그랬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유진의 모습은 그녀들의 상상 이상이었다.
여성 명품의 가격 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유진에게 지금 입힌 남성 정장도 수백만원은 하는 명품이었는데, 이게 왜 명품인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청바지에 면 티 하나만 입고 있어도 별로 흠잡을 데 없는 미남이었던 유진이 이제는 범접하기 힘든 미남 아우라까지 뿜어내고 있었다.
“어떠신 가요? 손님이 워낙 장신이시라서 선택의 폭이 좁았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뭘 입어도 이 보다 더 잘 어울리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직원은 누가 돈을 지불할 물주인지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차수연을 향해 자랑스럽게 유진을 소개했다.
차수연도 주다혜도 그녀의 말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진한 회색의 헤링본 스타일 슈트는 올드한 스타일에 가까웠지만, 유진과 너무 찰떡처럼 잘 어울렸다. 흰색 셔츠에 역시 자켓과 같은 색의 진한 회색 넥타이까지 추가되자 그야말로 당장 스파이 영화나 기업 스릴러 물에서 튀어나온 주인공 혹은 카리스마 빌런 보스 그 자체였다. 여자들이 그야말로 환장해서 빠져 드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 말이다.
물론 차수연은 자기 맘에 든다고 곧바로 지르지는 않았다.
“어때, 진. 마음에 들어?”
유진은 어깨와 몸을 조금씩 움직여보면서 활동성을 채크 했다.
최근 작전 중에 빌려 입었던 특수전 작전복에 반한 이래, 유진은 옷의 기능성과 활동성에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면에서 지금 고른 이 명품 슈트는 수백만원이라는 가격에 걸맞게 활동성과 촉감면에서도 별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괜찮군.”
유진이 몸을 움직여 새로운 자세를 취할 때마다 보이는 예술적인 몸매에 감탄하던 차수연은 유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구매를 확정했다.
“이거 셋트로 전부 살게요. 가봉은 얼마나 걸리죠?”
“4시간안에 끝내 드리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건 되었고, 이번에는 좀 더 가벼운 것 보여줘요.”
“가벼운 거라고 하시면?”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블레이저 위주로 보여줘요. 네이비와 브라운 위주로. 쓸 만한 거 있죠?”
“물론입니다.”
일단 입었던 정장과 셔츠 넥타이까지의 풀 셋트는 정확한 가봉을 위해서 벗고, 유진은 원래 입고 왔던 청바지와 흰색 면티 위에 몇 가지 종류의 블레이저들을 순서대로 걸쳤다.
차수연과 주다혜는 혹시 유진이 옷 갈아입는 인형 같은 모양이 된 것에 불만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유진은 의외로 이런저런 다른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평생 옷이란 그저 보온을 위해 걸치는 넝마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벌거벗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던 반동으로 유진은 새롭게 겪는 이 옷들의 홍수에 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차수연과 주다혜는 물론이고 한 명 더 붙은 직원 두 명까지 네 명의 여자가 유진에게 이런저런 블레이저들을 입혀 보며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 뭐가 더 어울리고, 뭐가 덜 어울린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장삿속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이거 정말 다 너무 잘 어울리세요. 저희 모델이라고 하셔도 손색이 없겠어요.”
직원의 호들갑은 보통 물건 팔아먹으려는 입에 달린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는 차수연도 주다혜도 직원에게 동의했다. 직원 표정이 너무 진심인 것도 있었지만, 그녀들이 보기에도 유진은 위에 뭘 걸쳐도 다 완벽하게 어울렸다.
“패완얼, 패완몸,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건 무슨.”
다른 직원 하나가 조용히 중얼거린 말에도 그냥 완벽하게 동감이 되었다.
그래도 유진이 걸쳐 본 걸 다 살 수는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협정상 나중에 다른 여자들이 쇼핑할 기회도 남겨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것과 이걸로 하죠. 이건 입고 갈게요. 이것만 아까 정장이랑 같이 가봉해줘요.”
차수연은 우선으로 골랐던 네이비색 좁은 카라의 블레이저는 가봉을 맡기고, 유진의 몸에 맞춘 듯이 완벽하게 맞는 레드 컬러 블레이저는 입고 가기로 했다. 레드는 남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색이 아닌데, 유진에게는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잘 어울려서 원래 우선순위로 생각 중이던 브라운 컬러 블레이저를 제치고 선택되었다.
정장에 이어 구두를 고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진과 그녀들은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시선은 명백하게 양옆으로 두 명의 미녀를 끼고 가는 유진을 향한 남성들이 보내는 질투의 시선보다, 끝내주는 영계 미남을 가운데 끼고 걷고 있는 두 여자를 향한 다른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의 시선이 더 많았다.
유진이 대충 골라주는 것들을 생각 없이 걸치던 슈트 매장에서와 달리 구두는 꼼꼼하게 원하는 조건을 따져서 직원과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다혜가 차수연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 난장판을 뚫고 제일 처음을 차지한 보람이 있죠, 언니?”
“응, 잘했다. 니가 처음으로 도움이 된 느낌이야.”
차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이 유진을 상대로 My Pair Gentleman의 첫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유진 본인은 집과 집 주변을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일을 경험하고 좀 더 많은 것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는 여자들의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일단 성화 쪽 인간들을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는 좀 더 외부 활동을 늘려야 할 당위성도 있었고, 이제 슬쩍 사회에 적응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흥미가 가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제안에 자신을 위하는 여자들의 진심이 담겨 있어서 더욱 맘에 들었다. 유진이 느끼기에 뭔가 수상한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한 유미향조차도 유진에게 예술적 안목을 늘려주겠다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실행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소진이가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모들의 존재에 경계심을 느끼던 소진이는 오빠인 유진이 외부 활동을 늘리겠다는 것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떼를 썼다. 하지만 이건 엄마인 차민영이 아주 냉정하게 딸을 혼냈고, 오빠에게도 오빠의 삶이 있는 것이라는 말에 소진이도 생각보다 쉽게 납득했다.
오히려 유진이 소진이가 이렇게 싫어하는데 좀 더 여유를 둘까 고민하다가 차민영에게 한마디 들었다. 그 정도까지 아이가 떼를 쓰는 것을 받아주는 것은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망치는 거라고.
그렇게 삐진 소진이가 쉽게 설득된 후에 이야기가 된 부분은 그래서 뭐부터 해볼 것인가였다.
유진은 이 일에 관심은 있어도 그래서 뭘 하겠다고 정해둔 것은 별로 없었고, 그래서 여자들에게 그녀들이 생각하는 재미있을 만한 활동에 대해서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여자들은 당연히 본인들의 취향에 가깝고, 유진의 활동에 본인들이 함께하기 좋은 것들을 추천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에서 일단 유진이 흥미를 보인 부분은 미식이었다.
유진은 여전히 먹는 것에 진심이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평범하게 먹어본 것들이 아니라 진짜 유명하고 진짜 맛있다고 소문난 맛집들에 관해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어디가 맛집이고 어디부터 가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자들끼리의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 와중에 엉뚱한 것을 알게 되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데이트 분위기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자들이 은근하게 서로 싸웠는데, 이 와중에 드레스코드 이야기가 언급되었고, 유진이 현재 가진 옷이 청바지랑 티와 가벼운 운동복과 운동화 종류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었다.
돈도 많고 집안에 명품도 많은 주제에 외부 미팅이라도 없으면 매일 청바지나 면바지에 후드티나 셔츠 입고 발이 편하다고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차민영과 옷은 몸만 가릴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유진의 괴멸적인 생활 감각이 합쳐진 무심함의 결과였다.
그리고 이 상황이 차민영을 뺀 나머지 여자들의 마음에서 불길이 타오르게 했다.
차민영 같이 이런 분야에는 성별만 여자인 이과계를 빼면, 자기 남자의 패션을 자기 손으로 골라서 자기 색으로 물들이는 일은 여자라면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는 로망이다! 그것도 유진같이 얼굴과 몸 모두가 완벽해서 꾸미는 보람이 넘치는 남자라면 더욱더!
미적 감각은 우리나라 최고임을 자부하는 유명 화가이자 미대 교수임을 내세운 유미향과 바로 얼마 전까지 현역 항공 승무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의 유행을 직접 보고 겪은 사람임을 내세운 차수연이 자신이야말로 유진에게 걸맞은 패션 감각을 갖춘 사람임을 어필하며 말다툼을 벌였다.
치열하게 벌어진 그 싸움에서 캐스팅 보드를 쥔 것은 생각은 있어도 패션 감각은 자신이 없던 차민영이었는데, 거기서 주다혜가 참전해서 차수연을 지원하자 차민영도 차수연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차수연이 승리해서 오늘의 이 쇼핑이 시작된 것이었다.
유진이 갈색 몽크 스트랩 스타일의 구두를 신고 가볍게 자세를 취해서 멋짐을 뽐내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하던 차수연이 말했다.
“정말 잘했다, 우리 다혜. 언니가 꼭 보답해주마.”
“언니가 침실에 기회 있을 때, 같이 데려가 주시기로 약속한 거나 잊지 마세요.”
주다혜는 여성 중에서도 유진과의 잠자리에 제일 진심인 편이었다.
구두는 4개를 샀다. 유진은 일단 하나면 만족했지만, 차수연 취향으로 2개, 주다혜가 그녀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캐쥬얼 스타일로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사실 그녀들은 슈트살때와 마찬가지로 전부 다 사고 싶었지만, 협정을 생각해서 참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운동화 사러 가기 전에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사 데이트를 꼭 저녁에 해야 할 이유는 없지. 깔깔깔.”
차수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주다혜가 첫 쇼핑을 차지한 대신, 유미향은 차민영과 소진이에 이은 두 번째 레스토랑 데이트를 차지했다.
일정 정할 때 암묵적으로 차수연과 주다혜가 나서지 않는 것으로 그녀에게 일정을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꼭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해도 음식점은 많았고, 저녁 말고 점심도 먹을 수 있는 법.
차수연은 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결정했을 때, 레스토랑도 이미 예약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을까?
유미향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속으로 깔깔거리며 유진과 함께 도착한 레스토랑 입구에서 그녀는 정말 정말 싫은 경우를 당하고 말았다.
“오랜만이에요, 수연씨.”
“오래만이군요, 희진씨.”
레스토랑 입구에서 마주친 젊은 여자가 노골적으로 경멸 어린 표정을 지우며 차수연에게 말을 걸었고, 차수연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대꾸했다.
누가 봐도 서로서로 싫어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사이였고, 차수연이 밀리는 분위기였다.
주다혜가 작게 물었다.
“누구에요?”
“성희진. 성조운 이사 딸.”
주다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성조운은 주다혜가 근무하던 항공사의 경쟁 항공사 오너일가의 이사로, 그 옛 시절 그녀들의 고객들 중 하나였다. 특히 차수연과 주다혜의 단골이었다.
기분 좋았던 하루의 시작이 나락으로 처박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