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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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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Scent of A Man, Dream of A Woman - 007
유진은 백화점에서 쇼핑 중 서로 다른 장소에서 몇 번 연속으로 마주친 사람들 가운데 성화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생각이었다.
유진은 짧은 시간 동안에 성화 그룹의 오너일가와 직원들, 그중에서도 특히 고주희가 직접 타격이 될 만한 치명적인 사건만 세 번을 일으켰다.
성화 건설 아파트 현장 지하 주차장에서의 학살과 룸살롱 홍월에서의 학살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갑자기 본사 건물 앞에 나타나서 그녀를 호출한 사건의 세 번이었다.
이 중 고주희는 세 번째를 가장 치명적으로 여겼다. 고주희 본인과 회사가 직접 유진에게 노출되었다는 점과 앞의 두 번과 달리 세 번째는 유진의 뭔가 일을 저질렀지만, 자신들조차 제대로 된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성화는 이미 민영후를 추적하고 있었고, 유진과 관련해서 미국 대사관과 그 주변의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다. 그래서 조금 늦긴 했어도 강원도의 별장을 찾아내기는 했다. 하지만 성화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밀기지에 기겁한 미국이 미군까지 동원해서 일대를 장악한 상태였다.
성화는 이걸 심상치 않게 여겨서 정부 측 비선까지 동원해서 그곳의 일을 확인해보려 했다. 하지만 어렵게 접촉한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의 요구에 응하기만 했을 뿐, 관련해서 받은 정보가 없었다.
고주희는 이걸 정말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여겼다. 미국이 아무리 한국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남의 나라에서 사유지를 장악하는 일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동유럽에서 있었던 비슷한 사건들 때문에, 엄청난 음모론들이 여럿 생겨났을 정도였다.
어쨌든 고주희는 이걸 이유로 추가해서 유진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명목상 차민영과 소진이에 대한 보호 및 감시 업무의 일부로 유진도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유진의 감시가 공식적으로도 메인이 되었다.
오늘도 유진이 종로의 백화점까지 가는 과정 중에만 4개의 미행팀이 번갈아 가면서 가시거리 밖에서 미행을 진행해서 유진조차 눈치 못 챌 정도였고, 백화점에는 전문 미행팀 붙이면 들킬 것 같아서 아예 여직원 몇 명에게 카드 쥐여주고 진짜 쇼핑을 진행하게 하면서 상황을 주시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샤X 매장에서 사건이 터지기도 전, 점심시간의 식당에서부터 이미 문제가 된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샤X 매장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는 유진에게 직접 연락받은 대사관보다 먼저 상황 판단을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유진이 자신들과 지속해서 관계를 향상해 나가려는 신호 정도로 분석한 미국 측 미리엄의 분석팀이나, 갑자기 또 터진 상황에 새로운 여자가 추가된 것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한 UE의 이브의 부하들과 달리, 고주희는 유진의 속을 훨씬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건 이상하지?”
“네. 그간 보여준 더블M의 성향과 안 맞습니다. 사람이 경기를 일으킬 정도의 살기를 일으킬 정도로 화가 났는데, 정작 죽이지도 않고 나중을 기약한 것도 아니라 대사관에 넘긴다? 이거 반도 안 되게 열받게 했다는 이유로 죽어간 성화 건설 직원의 일도, 당시에 미국이 끼어드는 것에 부담을 느껴 우리와 직접 협상까지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살인을 저지른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살인은 아니었고 또 목격자도 있는 공식적인 일이라서 그랬을 가능성은?”
“가능성이야 언제든지 어떤 것이든지 있겠죠. 하지만 그간 더블M이 보여준 그 과격한 행동 원칙을 생각하면, 백화점에서는 좋게 넘어간 다음 지금쯤 직접 병원에 몰래 침투해서 해결하는 것이 더 더블M 답지 않을까요?”
“그럼 이건 역시 그거지?”
“네, 이거 명백하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짬처리 한 겁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민영후는 처리했지만, 그 배후 세력과의 일은 깔끔하게 끝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민영후가 유성준 이사의 아내인 강수화의 일가와 어울렸다는 것은 부하들에게는 비밀이었다. 그래서 부하들은 유진을 위해 여자들을 회수하려던 과정에서 직원들과 총격전을 벌여 사상자를 만들어낸 민영후의 배후 조직 쪽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벌어진 일보다는 다른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거지?”
“일상생활 쪽에 완전히 집중해서 외부 관심을 줄이려는 가능성도 있지만, 저는 그쪽보다는 이쪽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성화 그룹 직원들의 분석은 일단 유진이 민영후의 배후 조직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고주희는 유진의 혈통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민영후를 움직인 것이 소진이 친부 유성준 이사의 처남인 강지섭이라는 것 전해 들은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 유진이 최우선으로 노리고 있는 상대가 성화 오너 가문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단지 지금 모호한 부분은 이거였다.
‘그는 어디부터 노릴 생각인 걸까? 윗집? 아랫집?’
사실 그나마 좀 낫다고 생각했던 둘째 유인영 여사나 그 아들인 유성준 이사 쪽 사람들도, 첫째 유민영 여사나 그 자식들 못지않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다. 둘 중 어느 쪽이 죽어 나가던 이제 고주희의 관심 사항은 아니었다.
회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웃어른께서도 그 부분은 고주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다시 한번 확인해 주셨다. 그분들은 고주희에게 이 일이 바깥에 알려지거나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에만 신경 쓰도록 분명하게 지시했다.
따라서 이제 고주희가 걱정하는 것은 이 와중에 멀쩡한 일반 직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여러모로 굉장히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당장 그렇게 피해를 보게 될 일반 직원들부터 고주희에게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오너 일가에게 충성할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대놓고 유진에게 협조하면서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더 맞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의 본능이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뭔가 본인에게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최근의 일로 자신의 예감에 좀 더 신뢰를 두게 된 고주희는 그래서 요 며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고생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직원들의 분석이 그녀의 신경을 날카롭게 거스르는 부분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는 이번 백화점 쇼핑 자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백화점에서 가장 먼저 구매한 것이 격식 있는 슈트와 구두였습니다. 어딘가 복장 신경 써야 하는 자리에 참석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죠.”
“저도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합류한 인물 중 유미향 교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 교수는 미술계 사람 중에서도 상류층 사교계에 발이 넓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민영후는 로비스트였으니까, 그쪽 배후를 캐기 위해 사교계 쪽으로도 나서려는 전조일 수도 있습니다.”
“어? 그게 가능할까?”
“더블M의 생활과 미국 측의 대응이 여러모로 비상식적이고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는 이상한 방식이기는 한데, 어쨌든 이번 일로 공식적으로 그가 미국 대사관에서도 인정하는 VIP라는 것이 드러났어. 한국 상류층 중에 멋모르고 군침을 흘리는 사람 많을 걸?”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인간은 누가 봐도 걸어 다니는 식인 맹수잖아. 그런 인간을 사교계에?”
“다 빼고 일주일 후에 샤X하고 태성 문화 재단에서 공동 개최하는 셀러브리티 초청 파티가 태성 예술관에서 있는데, 여기 초청 명단에 유교수가 있어. 내 생각에 더블M이 애초에 여기 참석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리고 아니라고 해도 샤X도 태성도 지금 상황 처리할 생각이면 여기서 보자고 초청장 날릴걸? 사과의 뜻을 보이면서도 자기들 세력을 과시하기 완벽한 장소니까.”
고주희는 어쩐지 굉장히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잠깐 셀러브리티 파티? 그거 연예인들만 오는 거 아닌 거지?”
“네. 연예인들이 가장 화제가 되겠지만, 명품이나 패션 그리고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 있는 재벌가 사람들이나 상류층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엄청나게 모일 겁니다. 일단 메인 호스트가 태성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우리는 누가 거기 가지?”
“사모님이나 여사님 이사장님은 그런 곳에 참석 안 하시지만, 3대에서는 따님들이나 며느님 중에 참석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정확한 명단은 당일 일정에 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유혜주 이사님은?”
“유혜주 이사님이야 거기 참석하는 연예인의 3할 정도는 본인 사람들이니 관리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참석하시겠죠. 예술과 패션, 문화 분야에서는 국내 탑 급의 리더이시기도 하니, 더욱 빠질 수 없을 겁니다.”
“씨발.”
“과장님?”
고주희는 유진이 태어날 무렵에 벌어진 일에 관해서 설명을 들은 바가 있었다. 온갖 흉흉하고 더러운 음모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 와중에 유진을 죽이려고 직접 나선 것은 유혜주 이사의 모친이었다.
‘그는 거기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이를 생각하면 몰라야 한다. 하지만 고주희는 어쩐지 유진이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집안의 사람들의 그 기괴함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이상해서,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라는 것이 비공식적으로나마 확인된 유진의 능력을 생각하면 뭐든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는 유혜주 이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피가 통하는 가까운 가족으로?’
고주희 생각에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번에 충돌한 유민영 여사나 유인영 이사장 쪽 사람들보다 그쪽에 더 원한이 크면 컸지, 작을 수가 없었다.
유민영 여사나 유인영 이사장 쪽 사람들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유혜주 이사는 아니었다.
고주희가 급발진했다.
“그거 세밀하게 조사해서 보고 올려.”
“네?”
“그 샤X과 태성의 콜라보 파티의 내용, 참석 예정자, 일정, 행사 진행 방식까지 전부 다 상세하게 조사한다. 우리 쪽 경호 인원들 얼마나 집어넣을 수 있을지도 확인해!”
고주희는 위가 경련을 일으키는 기분이었다.
고작 며칠 간격으로 무슨 일이 이리도 실세 없이 대형 사건으로 터지는지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 비해 이번 일에 애매하게 얽혀 들어간 또 다른 여인, 유진조차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또 다른 한 명 에반젤린 린데르는 이 상황을 아주 색다르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