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0화 (20/340)

제20화

다행히 피X츄 사건은 시윤의 정리로 일단락됐다.

[시윤 : 피X츄라고 분식집에서 파는 캐릭터 모양의 돈까스가 따로 있어요. 청 씨 이제 좀 진정이 되셨나요?]

[청 : 네에… 미안합니다.]

[백야 : 아니야 괜찮아. 많이 놀랬겠다.]

사과하고 용서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야기는 다시 백야의 캐스팅 일화로 돌아왔다.

[백야 : 처음에는 사기인 줄 알고 거절했어요.]

[시윤 : 왜요? 왜 사기라고 생각하셨어요.]

[백야 : ID면 정말 큰 회산데, 저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딱히 민성이 형처럼 그분의 시선을 끌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도망갔어요. 학교 앞을 한 세바퀴 정도 돈 것 같아요.]

[시윤 : 추격전을 벌이셨다고요?! 캐스팅 매니저님 집념이 정말 대단… 아니, 그런데 백야 씨. 팬분들께서 들으면 서운해하시겠어요. 우리 백야 씨 너무 잘생기고 귀여운데. 그쵸.]

[율무 : 네 맞아요. 오늘부터 저희 팀의 공식 마스코트입니다.]

[유연 : 저희 형 노래도 정말 잘해요.]

율무와 유연이 기다렸다는 듯 시윤의 말을 거들었고, 채팅창 또한 폭주했다. 시윤은 지금 댓글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며, 모니터를 봐 달라 부탁했다.

백야의 자신 없는 대답에 팬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누가 쟤 거울 좀 보여 줘봐ㅜㅜ

- 세상에서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 본 사람? 나는 없어ㅠ 니가 처음이란 말이야ㅠㅠ

- 약간 자기객관화 안 되는 스타일인가 보네ㅎㅎ

- 근데 다른 멤들이 유독 화려하게 생기긴 했음ㅋㅋㅋ 그에 비해 묻힌다는 얘기가 아닐까

- 타 팬이지만 너무 귀여우신데 우째 저런 생각을..?

댓글을 본 백야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사과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기 없다며 시윤과 약속한 뒤 마무리되는 캐스팅 에피소드.

이어서 멤버들의 키와 몸무게가 어떻게 되는지, 평소 자주 입는 옷 스타일은 어떤지 등. 몇 가지 질문이 더 이어지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시윤 : 2부 첫 곡으로 데이즈의 ‘놀이’ 듣고 돌아왔습니다. 계속해서 데이즈와 함께하고 있어요.]

[단체 : 와아~]

[시윤 : 리액션들이 아주 좋습니다. 코너를 시작하기에 앞서 데뷔곡 ‘놀이’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시윤은 곡 소개를 부탁했다.

[율무 : 네. 데이즈의 ‘놀이’는요, 운명적인 만남을 카드 게임에 비유한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집착을 나타낸 곡입니다.]

율무가 준비한 멘트를 실수 없이 해냈다. 어젯밤부터 달달 외운 보람이 있었다.

시윤은 본격적인 활동은 막 시작했지만, 음원은 작년에 나왔다며 대화를 이었다.

데이즈의 ‘놀이’가 작년 한 해, 신인 그룹 최초로 개편된 차트에 진입한 첫 곡이라고. 그야말로 핫 데뷔라며 칭찬하자 데이즈는 쑥스러워했다.

그렇게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몇 마디 더 오가고, 주제는 뮤직비디오로 넘어갔다.

[시윤 : 저도 봤는데 의상들이 화려하더라고요. 2300님께서 컨셉이 어린 왕자인가요? 라고 물어봐 주셨어요.]

[지한 : 왕자는 조금 부담스럽고… 그냥 중세시대 남자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시대 배경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다시금 요동치는 채팅창.  데이즈는 대체적으로 자기 객관화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시윤 : 이소현 님께서 지한이 얼굴이 왕자가 아니면 이 세상에 왕자는 없어, 라고 하시네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제 후배들이지만 정말 잘생겼어요.]

[단체 : 감사합니다.]

[시윤 : 노래도 너무 좋은데, 이 중에서 킬링파트를 딱 하나만 뽑는다면 뭘까요? 청 씨.]

시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청은 이내 마음을 굳힌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청 : 백야!]

[시윤 : 백야 씨~ 백야 씨의 어떤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드나요?]

[청 : 2절에 High notes, 고음 파트가 있는데 저도 같이 불러요.]

본인과 함께 부르는 2절 싸비가 마음에 든다는데. 시윤은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며 백야와 청에게 해당 파트를 짧게 불러 줄 수 있느냐 물었다.

워낙 높은 음에서부터 시작하는 파트라 사실 부담스러웠다. 삑사리라도 나면 그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그러나 백야는 거절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제한 시간 안에 성공해야 하는 퀘스트가 존재했기 때문에.

바로 <뜨고야 말겠어!(2)>.

신인이라면 뭐든지 해야 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 퀘스트는, 예상대로 더 보기 뒤에 진짜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

‘그날은 정말 배드 엔딩이 뜰 뻔했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더 보기에 숨겨진 내용은 백야의 가슴에 돌덩이를 쌓았다.

‘그래. 지금 고음 파트가 대수야?’

이런 건 100번도 더 할 수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음으로 시작된 노래는 완벽했다.

백야의 단단한 미성과 청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렸다. 그러자 눈앞으로 뜨는 시스템 창.

[Q. 뜨고야 말겠어!(2) : 개인기 1회 달성!

▷개인기 : 1/5

▷애교 : 0/5

▷잔망 : 0/5

※ 남은 시간 : 25일]

‘애교랑 잔망이랑 같은 거 아니냐고!’

다시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워낙 커서 그런가. 다행히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진 않았다.

백야는 저 말도 안 되는 퀘스트를 본 날, 아까운 스타 포인트를 무려 2점이나 날려야만 했다.

[시윤 : 와~ 두 분 다 노래를 너무 잘하시는데요? 특히 백야 씨 목소리가 정말 좋네요. 7035님께서 방금 귀르가즘을 느끼셨다고 하는데, 저도요.]

시윤이 살짝 탐난다는 얼굴로 백야를 바라봤다. 언젠가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면 저런 소리일 듯ㅜㅜ

- 시윤이 저거 찐이다ㅋㅋㅋ 방금 진심이였음

- 청? 매력 쩐다... 나 입덕 위기야 지금

실시간 반응도 좋았다.

백야의 목소리를 들은 청취자 문자까지 칭찬 일색. 백야와 청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는 덤이었다.

[시윤 : 어느새 마지막 코너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시간이 정말 잘 가요.]

다음 코너는 청취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 출연자들이 미션에 도전해 직접 선물을 얻어야 하는 비긴 어게인의 메인 코너였다.

[시윤 : 미션에 성공하면 총 열다섯 분께 치킨 쿠폰을. 실패하면 데이즈 멤버들에게 아주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게임 진행을 위해 두 명씩 짝지어달라는 말에 데이즈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시윤 : 제가 도와드릴까요?]

[민성 : 도와주세요….]

원래 이런 건 막내부터 고르는 거라며 시윤은 막내가 누구냐 물었다. 청이 냉큼 손을 들며 제가 막내라 외쳤다.

[시윤 : 팀 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이에 고민하다 율무를 고른 청. 신체조건이 우수한 율무랑 하는 게 승산이 높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으로 유연. 유연은 남은 멤버를 둘러보다 백야를 지목했는데,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유연 : 약간 뽑히길 기대하고 있는 거 같길래요.]

[백야 : 내가 언제!]

유연이 웃으며 백야를 잡아당겼다. 깊게 패이는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삐친 백야는 그를 거부했다. 라이브로 폭발하는 케미에 채팅창은 말 그대로 폭주했다.

이렇게 되면 남은 멤버인 민성과 지한이 두 분이 자동으로 팀이라며, 시윤이 빠르게 정리했다.

[시윤 : 순서는 지한 민성 팀, 유연 백야 팀, 율무 청 팀 순으로 진행됩니다. 지한 씨와 민성 씨는 준비된 안대를 써주시고요.]

준비된 미니 게임은 안대를 쓴 상태로 얼굴의 촉감을 이용해 물건을 맞히는 게임이었다. 팬들에게 대놓고 떡밥을 주겠다는 취지의 아주 훌륭한.

멤버들의 얼굴 사이로 들어갈 물건들은 시윤만 알고 있었다.

- 벌써 대유잼ㅋㅋㅋㅋㅋ

- 토끼가 토끼 안대를 썼어! 아아악 민성아!!! 캡처 무한 캡처

- 지한 분 토끼 안대 보자마자 살짝 당황했어ㅋㅋㅋ

- 우리 시윤이 후배 와서 신났다고요 지금ㅜㅜ

[시윤 : 제한 시간은 1분입니다. 1분 안에 맞춰 주셔야 성공이에요.]

한 팀당 다섯 장의 치킨 쿠폰이 걸려있다는 시윤. 첫 번째 치킨을 건 놀이가 시작됐다.

지한 민성 팀이 맞혀야 할 물건은 사과.

시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사과가 두 사람의 얼굴 사이로 내밀어졌다.

사과를 가운데 두고 서로의 볼을 맞대 굴리는 중인 민성과 지한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 으아ㅏ아아아악!!!! 귀여워!!!

- 무거워서 볼 찌부된 거 봐ㅋㅋ

- 치킨 안 먹어도 되니까 제발 늦게 맞춰 얘들아ㅠㅠ

- 사과 눈치 챙겨... 빠지라고..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그러나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첫 번째 팀은 20초 만에 정답을 외쳐 버리는데.

[민성 : 정답! 과일!]

[시윤 : 무슨 과일인지 까지 맞혀 주셔야 합니다.]

[지한 : 사과?]

[시윤 : 정답! 민성 지한 팀의 성공으로 치킨 쿠폰 다섯 장을 획득합니다.]

안대를 벗은 두 사람이 치킨을 따냈다는 기쁨에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어서 두 번째 팀. 자리에 앉은 유연과 백야가 나란히 안대를 썼다.

[시윤 : 앞 팀이 하신 거 보셨죠? 물건만 달라지고 규칙은 똑같습니다. 무슨 물건인지 종류까지 정확하게 맞혀 주셔야 해요.]

[백야&유연 : 네!]

시윤의 설명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두 번째 물건은 인형이었다.

[시윤 : 자, 시~작!]

시윤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 사이로 내밀어진 노란 병아리 인형. 인형을 얼굴 사이로 낀 유연과 백야가 서로의 볼로 병아리를 마구 쓰다듬기 시작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