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1화 (21/340)

제21화

- 오늘은 여기가 나의 누울 자리인가...ㅇ<-<

- 백야랑 유연이랑 병아리......어흑... 어흐흑..

- 시윤 님 치킨 말고 그 병아리로 주시면 안 될까요?ㅠㅠ

- 귀여워ㅋㅋㅋ 시윤이 왜 저렇게 신났어

1초에 댓글이 몇십 개씩 쏟아지는 채팅창. 실시간 반응을 체크하던 작가들도 모처럼 즐거워했다. 새해 첫 방송인 만큼 순조로운 출발이 기분 좋았다.

[백야 : 정답! 인형이요!]

[시윤 : 무슨 인형인지까지 맞혀 주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 시간은 지금 15초를 넘어가고 있어요.]

[유연 : 유연! 곰 인형?]

[시윤 : 곰 인형! 아닙니다~]

빠르게 줄어드는 스톱워치를 보며 시윤이 즐거워했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유연과 백야. 곰 인형 이후로도 강아지, 토끼, 고양이 등 오답 파티가 이어졌다.

처음엔 두 사람을 응원하던 멤버들도 이제는 함께 즐기고 있었는데, 특히 이미 게임을 성공한 민성과 지한이 유독 즐거워했다.

[유연 : 으아아아. 도대체 이게 뭐지?]

[백야 : 야아…! 딱 붙어야지!]

유연이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흘러내리는 병아리 인형.  깜짝 놀란 백야가 얼굴을 바짝 붙이며 유연을 타박했다.

- 꺄아앙!!! 말티즈 방금 입질했어ㅋㅋㅋㅋ

- 내가 병아리 인형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 저 보조개에 낑겨 죽고 싶다ㅠ

- 치킨 안 먹어도 되니까 그냥 계속 보게 해 줘요ㅜㅜ

- 1분 너무 짧아 흑흑(눈물)

결국 제한 시간 초과.

시윤이 실패를 외침과 동시에 유연과 백야가 안대를 벗었다. 그런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노란 병아리 인형이었다.

삐약 삐약.

[백야 : 병아리…….]

[유연 : 아…….]

[시윤 : 두 분은 잠시 저쪽에서 벌칙 대기해 주시고요. 마지막 율무 청 팀 도전할게요.]

계속해서 세 번째 도전이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토끼 안대를 쓴 율무와 청. 두 사람의 얼굴 사이로 마지막 물건이 등장하고. 세 번째 물건은 A4용지였다.

장난기 가득한 시윤이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나 잘했지?

칭찬해 달라는 듯한 얼굴이 렌즈를 향했다.

[시윤 : 이번 물건은 좀 작습니다. 얼굴을 가까이 붙여 주셔야 해요.]

시윤의 말에 율무와 청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곧바로 시작 소리와 함께 눌러지는 스톱워치.

얇디얇은 A4용지가 두 사람의 얼굴 사이로 내밀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율무와 청은 얼굴을 가까이 맞대는데, 아무리 가까이해도 물건이 느껴지지 않는 거다.

[율무 : 있는 거 맞아요?]

[시윤 : 네. 조금 더 가까이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 얼굴을 확 들이미는 청. 팔랑이는 소리와 함께 0.1mm를 사이에 두고 율무와 청의 얼굴이 딱 붙었다. 채팅창은 물론 스튜디오까지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그 순간은 정말 찰나가 되어 버렸는데.

[청 : 청! 종이?]

[율무 : A4용지!]

[시윤 : 정답! 데이즈가 치킨 쿠폰 다섯 장을 추가로 얻어냅니다.]

얼굴이 맞붙는 순간 종이가 팔랑이며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 탓이었다. 안대를 벗은 율무와 청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기뻐할 수 없는 두 사람. 치킨을 얻어내지 못한 유연과 백야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네 사람을 바라봐야만 했다.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시윤 : 이렇게 되면 쿠폰은 총 열 장을 획득하셨고요. 유일하게 실패한 유연 백야 팀. 벌칙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말로는 안타깝다 하지만 시윤은 그 누구보다 즐기고 있었다.

벌칙이라는 말에 얼어버린 두 사람. 시윤은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며, 벌칙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렀다.

[시윤 : 간단합니다. 섹시 댄스와 애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보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똑같은 벌칙은 수행하실 수 없고요. 아무래도 먼저 고르시는 분이 유리하겠죠?]

공개되는 벌칙에 둘을 제외한 멤버들은 신이 났다.

[율무 : 푸핫!]

그중에서도 율무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세상에.’

백야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반면 유연은 벌칙을 확인하고 오히려 안심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의 극명한 반응에 점점 더 기대되는 벌칙 수행.

[유연 : 저는 섹시 댄스 가겠습니다.]

노래는 선곡해 주시는 거냐며, 아주 끈적한 노래로 부탁드린다는 유연은 적극적이었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걸어가 음악을 기다렸다. 신이 난 시윤이 이런 게 바로 신인의 패기가 아니겠냐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서 요청한 끈적한 반주가 흘러나오고.

- 대미친핫섹시다이너마이트

- 오 주여... 도랏습니다....

- 엄마 쟤가 나 꼬셔ㅠㅠㅠ 표정봐 미쳤나봐ㅠㅠ

- 보조개 친구 순진하게 봤는데 요물이 따로 없네... 넘 좋다^^

반응은 뜨거웠다.

휘파람을 부는 청과 율무. 환호성을 지르는 민성과 시윤까지. 웃지 못하는 사람은 백야뿐이었다.

[백야 : 너무 야한 거 아니에요?]

메인 댄서가 추니 유치한 벌칙도 그럴싸해 보였다. 지켜보던 백야는 더 초조해졌다.

‘그럼 나는 애교를 해야 하는 건가.’

이제 남은 선택지는 애교뿐. 끝나가는 음악에 눈을 질끈 감은 백야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는 귀엽다. 나는 귀여워. 나는 귀여울 것이다.’

어느새 끝난 음악. 차례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윤 : 그럼 백야 씨, 준비되셨나요?]

[백야 : …네!]

꼭 움켜쥔 주먹에 채팅창엔 벌써 귀엽다는 반응으로 난리가 났다.

[시윤 : 준비되시면 바로 시작하면 됩니다.]

[백야 : 저, 하나 둘 셋….]

그러나 신인은 요구하는 게 많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카운트를 해달라는 요청에 민성이 나섰다.

[민성 : 내가 해 줄게. 한다?]

앙다문 입술.

백야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 : 하나 둘 셋!]

[백야 : 앙!]

일명 깨물하트.

양손을 모아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랗게 만든 다음, 입을 ‘아’ 벌린 상태에서 ‘앙’ 하며 깨무는 동작. 이때 하트처럼 찌그러지는 손 모양이 포인트였다.

스튜디오에 정적이 흐르고 채팅창도 일순간 멈췄다.

‘망했나.’

손 모양을 하트로 만들며 눈도 감아버린 백야.

웬만하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호응해 줄 텐데 이건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백야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백야의 얼굴이 툭 치면 터져버릴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러나 기대했던 반응은 조금 늦게 터져 나왔다. 스튜디오 밖, 작가들의 비명과 함께.

[시윤 : 세상에… 너무 귀여운데?]

[지한 : 재능이 있네.]

[율무 : 여러분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저희 데이즈 공식 마스코트의 필살기!]

[유연 : 내가 애교했으면 큰일 날 뻔…….]

[민성 : 앞으로 애교는 백야 시키면 되겠다.]

[청 : 백야 귀여워!]

창의적인 애교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는 게임에 동기화되기 전, 백야가 군대에 있을 때 화제가 된 동작으로, 모 걸그룹 멤버가 처음 선보인 애교였다.

나아가 훗날 아이돌이라면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필수 애교로 자리 잡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약간 앞선 시기.

따라서 백야는 방금 깨물하트의 창시자가 되었다.

- 으아아악!!!! 진짜 뭐 저런 게 다 있어?!?!!

- 끼아아응으아아ㅏ앙ㄱ

- 울 말랑복숭 알고 보니 여우였다던가.... fox였다던가...

- 와.. 천재다.. 쟤는 천재야....

그 뒤로 백야는 깨물하트를 세 번쯤 더 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부끄러움에 수치사 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얻은 건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Q. 뜨고야 말겠어!(2) : 애교 3회 달성!

▷개인기 : 1/5

▷애교 : 4/5

▷잔망 : 0/5

※ 남은 시간 : 25일]

데이즈는 엄청난 움짤을 생성해내며, 첫 라디오 방송을 무사히 마쳤다.

* * *

그러나 백야가 쏘아 올린 깨물하트는 이제 시작이었는데…….

한 음악방송의 대기실 인터뷰. 막 데뷔한 신인 그룹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For your day!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기합을 잔뜩 실은 데이즈의 팀 구호. MC들이 반갑다며 멤버들을 맞이했다.

“오늘이 데뷔 10일 차라고 들었는데요. 데뷔 소감과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MC와 가까이 서 있던 지한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네. 정말 긴장되고 떨리는데요. 기다렸던 데뷔인 만큼 열심히 준비했으니까요.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MC의 질문이 이어졌다.

팀명 DASE는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이번에는 민성이 마이크를 들었다.

“저희 팀명 DASE는 일상을 뜻하는 Day와 뜻밖의 기쁨이라는 Serendipity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행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직된 어깨와 외운 티가 팍팍 느껴지는 호흡. 신인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곡 소개는 율무가, 무대 포인트 안무는 유연과 청이 앞으로 나가 짧게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MC는 임진각 데뷔 무대를 언급했는데. 요즘 화제의 중심에는 항상 데이즈가 있다며 한 사람을 바라봤다.

당연히 주인공은 백야.

“일명 깨물하트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분이죠. 백야 씨. 이 동작과 함께 다음 곡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하. 안 될 리가요.

백야는 온 힘을 다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무조건 웃어야 했다.

“네. 파워풀한 군무돌 BB9와 윈터 송으로 돌아온 나이스가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전에 보랏빛 향기 가득한 비올렛의 무대부터 만나보시죠! (앙)”

깨물하트를 만든 백야와 그를 보며 웃음을 참는 멤버들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심쿵 유발자(B)> 스킬이 폭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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