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6화 (26/340)

제26화

알음알음 올라오던 멤버들의 목격담. 처음 한두 번은 애들이 의외로 잘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격담이 너무 주기적으로 들리는 거다.

‘얘네 컴백 준비하고 있는 거 맞아?’ 하는 의문이 들 때쯤. 한 팬이 혹시 데이즈가 리얼리티를 촬영 중인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타임라인을 맞춰보니 정말 그럴싸한 추측. 네버랜드니 캠핑장이니 파주니, 절대 회사 근처 편의점 가듯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목격담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던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카메라’.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 진짜 리얼리티라고?

- 데이즈 리얼리티 찍었대!

추측은 어느새 확신이 되며 SNS가 들썩였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소속사에서도 적당한 타이밍에 기사를 냈다.

[DASE 첫 단독 리얼리티, 너튜브 오리지널로 돌아온다! 촬영 완료]

* * *

ID 사옥 지하 연습실.

바닥에 엎드린 백야가 팔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아…… 죽겠다.’

나오라는 댄스 스킬만 빼고 다 나오는 바람에 팔다리가 고생이었다. 몸을 뒤집은 백야가 천장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봤다.

‘저게 나라니.’

원래도 봐줄 만 한 얼굴이었지만, 새로운 외모 스킬을 뽑고 난 뒤 더 빛이 나고 있었다.

“이러니 성형 논란이 생기지.”

논란 이후, 동창생들의 자발적인 증언으로 백야가 성형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여전히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느 날 피X츄를 먹다가 안경을 벗었는데 존잘이 되었습니다! 라니.’

유경이 제 억울함을 풀어주겠답시고 SNS에 올린 글의 일부였는데, 사실 저라도 안 믿었을 것 같다.

백야의 졸업 사진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과거 사진도 줄줄이 공개됐다. 물론 그들의 사진은 떡잎부터 남다른 외모를 자랑했다.

“이번에 컴백하면 또 성형 논란 뜨는 거 아닌지 몰라.”

멤버들은 분홍색 머리가 정말 잘 어울린다며, 이 모든 게 염색 때문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지금 백야가 장착 중인 외모 스킬은 <얼굴 천재(A)>. 뽑기를 돌려 얻은 것 중 단연 최고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야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샵에 다녀온 지도 며칠. 군데군데 물이 빠져 금빛이 도는 분홍 머리는 정말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백도, 가자. 형이 나오래.”

연습실 문이 열리며 유연이 나타났다. ‘백도’는 요즘 유연이 백야의 이름을 대신해 부르는 별명이었다.

팬들이 하도 복숭아 복숭아 해서 그런가. 이제는 직원들까지 백야를 복숭아라 부르는 바람에 그는 별명을 더 편하게 느꼈다.

“연습은 좀 했냐? 모자 써야지.”

“아 맞다.”

연습실 구석에 던져둔 모자를 주우러 가는 백야. 유연도 백야와 같은 분홍색 머리였지만, 깊게 눌러쓴 모자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컴백 전 아이돌이라면 필수라는 헤어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 쓴 모습.

앨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데이즈는 얼마 전 뮤직비디오 촬영을 끝냈다. 서두른 보람이 느껴지는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이제 남은 건 무대연습뿐이었는데 연습실엔 왜 두 사람만 남아 있느냐.

“나 열 번이나 했거든?”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

동갑내기 둘이 티격태격했다.

여전히 C등급인 댄스 스킬에 안무 연습을 위해 남은 백야와, 수록곡 중 유연과 지한의 파트를 재녹음했으면 한다는 프로듀서의 요청에 세 사람의 퇴근만 늦어진 것이었다.

지한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유연이 혼자 다녀오겠다고 먼저 차로 보낸 참이었다.

“그러는 너는 녹음 잘했어?”

댄스는 제가 한 수 위겠지만 보컬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데이즈 멤버들 중 그 누구도 백야의 앞에서 보컬로 우쭐거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요즘 A&R실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자였으니까.

“아… 이런 기분이구나? 나는 최선을 다했어.”

유연이 연습실 불을 끄며 대답했다. 머리를 꽁꽁 싸맨 두 사람이 비상구로 향한다.

지금은 12시가 넘은 시각.

아까부터 4층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유연은 백야가 있는 연습실까지도 계단으로 내려온 참이었다.

“…왜 여기로 가?”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안 움직여. 그래서 나 여기 올 때도 계단으로 왔는데.”

백야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ID에 떠도는 괴담이 있다던데 설마…….’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유연은 거침없이 비상구 문을 열었다.

흠칫.

비상구에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백야가 유연의 옷깃을 잡았다.

“…뭐냐?”

“무,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거든!”

유연이 고개를 돌렸다. 움푹 팬 보조개와 안으로 말린 입술이 웃음을 참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백야는 데이즈 내에서도 알아주는 겁쟁이였다. 때마침 생각나는 네버랜드 귀신의 집. 유연이 백야를 빤히 바라봤다.

“역시. 그때 네가 청이랑 같은 팀이 돼야 했는데.”

유연의 말에 백야의 눈꼬리가 삐죽 올라간다.

“됐거든?!”

백야가 그를 팍 밀치더니 이내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감정이 실린 복숭아의 발소리에 유연이 얼른 뒤따랐다.

“삐졌어? 백도 삐졌어?”

대답이 없다. 물렁 복숭아가 단단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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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E_Official]

데이즈의 행복한 하루를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가 7월 1일부터 매주 화요일 6시에 공개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뭘좋아할지몰라서다준비했어 #너튜브오리지널 #DASEHAPPY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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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의 SNS 공식계정에 리얼리티 첫 방송을 알리는 글이 게시됐다.

팬들은 환호했다. 이 리얼리티가 데이즈의 컴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건 덕질을 조금만 해 본 자라면 알 수 있었기에.

가장 최근에 들려온 뮤직비디오 촬영 목격담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공개된 리얼리티는 시작부터 달았다.

[DASE HAPPY DAYS EP.1]

[1월의 추운 어느 날]

음악방송 1위 발표 순간.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박수를 치고 있는 데이즈가 보였다.

[오늘은 데이즈의 첫 데뷔 활동 ‘놀이(No Games)’의 마지막 방송]

대기실로 돌아온 멤버들은 퇴근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그때 VJ와 함께 대기실로 들어서는 백야가 보였다.

[백야 : 저… 혹시 남경이 형, 저희 뭐 더 찍어요?]

[매니져 : 으, 어? (당황)]

[VJ : 그냥 회사 계정에 올라갈 짧은 영상 촬영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VJ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

[순진한 데이즈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가올 일은 전혀 모른 채……]

도망가는 백야와 뒤를 따라다니며 장난을 치는 율무의 모습이 보였다. 광대가 절로 올라가는 장면 위로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음산한 BGM이 깔린다.

[차에 올라탄 데이즈]

[멤버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데……]

[그 사이 매니저와 제작진의 은밀한 접선이 이뤄지고]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용인의 한 귀신의 집]

저 멀리, 유유히 들어오는 흰색 카니발을 알아본 제작진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내 뒷좌석 문이 열리고 백야가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내리질 않는다?

[백야 (경계하는 미어캣) : ????]

[유연 (보조개 사슴) : 왜 그래?]

숙소가 아닌 웬 폐가 앞 공터.

당황한 미어캣과 그의 사슴 친구가 의심하는 사이, 조수석 문이 열리며 민성이 먼저 내렸다. 목표물을 변경한 VJ가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민성 (놀란 토끼) : 무무무뭐에요?!]

[제작진의 등장에 많이 놀란 리더님]

민성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덩달아 놀란 멤버들. 상상도 못 한 전개에 데이즈는 굳어버렸다.

[상황 파악 중인 멤버들]

[지한 (눈치 백 단 고영) : 혹시… 이거 리얼리티 촬영이에요?]

[( •͈ᴗ-)ᓂ-ෆ 정답]

[귀신의 집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 몰랐다는 멤버들에게 제작진은 우선 마이크부터 채우고 봤다. 일종의 수갑이랄까.

녹화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무언의 압박.

화면이 바뀌고. 데이즈는 귀신의 집 앞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계절 때문인지 굳이 효과음을 깔지 않아도 바람 소리가 스산하다.

[데이즈의 첫 번째 Day는 바로]

[귀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하루♡]

[율무 (인싸 댕댕) : 와아! 너무 재밌겠다~]

[청 (캘리포니아산 새끼 늑대) : I hate ghost…….]

즐거워하는 율무와 달리 울상인 청. 옆자리의 백야도 안색이 좋지 못했다. 귀신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냐는 얼굴.

반면 유연과 민성, 지한은 평온해 보였다.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뽑기를 통해 팀을 정해야 한다는 제작진.

데이즈의 앞에는 작은 상자가 놓여있었다. 그 안에는 반으로 접은 종이들이 들어 있었는데. 따로 MC가 없는 관계로 진행은 율무가 맡기로 했다.

[율무 (일일 MC) : 자! 이 통 안에는 총 세 개의 숫자가 들어있습니다. 1번부터 3번까지. 같은 번호를 뽑는 사람끼리 팀이 되는 거에요. 이해하셨나요?]

[데이즈 : 네~]

[율무 : 그럼 뽑아볼게요. 막내부터 갈까요?]

[청 : 아니야, 나 그냥 마지막에 뽑을래.]

[율무 : 그럼 제일 연장자부터. 역시 장유유서 아니겠습니까?]

막내에게 가던 발걸음을 돌려 리더에게로 옮긴 율무. 자연스러웠다며 피식인 민성이 종이를 하나 집었다.

[율무 : 바로 펼치지는 말아 주시고요. 이런 거는 또 다 같이 열어봐야 재미있으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율무의 매끄러운 진행에 흡족해하는 제작진들. 이어서 남은 멤버들도 종이를 뽑고, 마지막 한 장은 청이 가져갔다.

셋을 세면 동시에 펼치기로 한 데이즈. 율무의 카운트 아래, 여섯 명의 숫자가 공개됐다.

그 결과.

[1번 팀 (꽃다발) : 지한&율무]

[2번 팀 (복숭아) : 백야&민성]

[3번 팀 (피자) : 청&유연]

룰은 간단했다. 팀마다 적힌 괄호 안의 물건을 찾아 수문장에게 보여주면 탈출 가능!

물건을 찾지 못하면 계속 귀신의 집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야와 청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 청이랑 백야 눈 뜨고 기절한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 아 벌써 대유잼ㅋㅋㅋ

- 시작부터 귀신의 집이라니요ㅠ 오예입니다

- 나 저기 가봤는데 개무서워 진짜. 진심 귀신 씌인 병원 같음

공개와 동시에 댓글도 실시간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1번 동갑내기 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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