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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28화 (28/340)

제28화

물론 상태 창은 백야의 눈에만 보였다. 민성이 괜찮냐 물어보지만, 복치는 분신사바를 외우며 마음을 다스릴 뿐이었다.

[백야 : 아니? 안 괜찮아.]

- 복숭아 화났다!!!!

- 귀신 너 큰일 났다 이제ㅠ

- 애 진짜 이 악물었다고ㅋㅋㅋㅋ

귀신에게 자기를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백야. 그는 극한의 공포에 돌아버린 듯했다.

[백야 : 복숭아 어디 있어요?]

[귀신 : …복숭아요?]

백야의 복숭아 집착이 시작된 건 이때부터였다.

[코스2 수술실]

초록색 조명 아래로 놓인 수술대. 그런데 마네킹은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팀이 다녀갈 때와는 구성이 살짝 달라졌다.

[백야 : 보, 복숭아! 복숭아!]

[민성 : 그런다고 복숭아가 나올 리가….]

민성을 방패 삼아 수술실에 입장한 백야. 그의 부름에 응답하듯 아기 울음소리가 수술실에 울리기 시작했다.

으애앵! 으애앵!

[백야 : 아악! 악! 악! 악!]

돌연 제자리 뛰기를 시전하며 팔딱거리는 백야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 같았다. 멤버를 바라보는 민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귀신보다 백야를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민성 : 배, 백야야 왜 그래…. 진정하고 얼른 찾아서 나가자.]

입장한 이후, 민성이 처음으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 [system] 복숭아가 상태 이상에 걸려 눈에 뵈는 게 없어집니다

- 아이고ㅠㅠ 네가 곧 복숭아니까 그냥 나가도 되지 않을까?

- 민성이 처음으로 말 더듬음ㅋㅋ

- 귀신 진짜 극혐인가 봄

폭주하는 백야와 그를 말리는 민성. 여전히 시끄러운 아기의 울음소리가 섞여 혼란 그 자체였다.

그러던 그때.

툭-. 데구르르.

묵직한 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다음 코스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뭔가가 굴러오고 있었다.

- 복숭아다!!!

- 복숭아가 왜 저기서 나와?

- 애잔해서 제작진이 걍 던져준 거 아닐까ㅋㅋㅋㅋ

[백야 : …복숭아!]

민성이 말릴 새도 없었다. 눈을 번쩍인 백야가 복도로 달려갔다.

그런데 맞은편에서도 달려오는 누군가.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귀신이 아기 인형을 안은 채 복숭아를 주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백야 : 끄아아악!]

[귀신 : 흐와아악!]

[민성 : 백야야!]

뒤로 나동그라짐은 물론. 눈물샘 개방. 통곡의 장이 열렸다.

- 미친ㅋㅋㅋㅋ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ㅋㅋㅋ 백야 울어?!

- 아 개웃기다고 진짜ㅋㅋㅋㅋ

- 귀신은 왜 놀라냐고요ㅋㅋㅋ

- 끄앙 한백야 귀여워 죽어ㅠㅠ

- 그 와중에 복숭아 안 뺏기려고 숨기는 거 봐ㅋㅋㅋ

- 분신사바 해서 그래 바보야!ㅋㅋㅋㅋ 그거 귀신 부르는 주문이라구

[백야 : 어허어엉. 잘못, 잘못했어요. 잘못했어.]

[민성 : 너 울어?!]

[백야 : 흐아앙울어!]

곡소리를 내며 품에 안은 복숭아는 멍이 들고 있었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건지,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는 백야에 민성이 괜찮다며 그를 일으켰다. 옷이 엉망이었다.

반면 실수로 떨어뜨린 듯, 귀신은 백야의 손에 들린 복숭아를 자꾸 빼앗으려 들었다.

덕분에 백야는 자지러지고.

[백야 : 끄아아악! 저리 가! 저리 가세요 제바알!]

덜커덩! 덜커덩!

두 사람이 지나오며 센서도 작동됐는지 텅 빈 수술대가 요란스레 움직였다.

혼란스러운 공간.

백야는 몸을 웅크리며 바닥 위로 엎드리기까지 했는데. 그러자 작전을 바꿔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하는 귀신. 이제 백야는 다른 의미로 자지러지고 있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백야 : 까하항! 하지 마, 하지 마세요! 꺄핫!]

[민성 : 아……. 갑자기 왜 머리가 아프지?]

리더가 두통을 호소했다. 이거 방송으로 나가도 괜찮은 건가, 깊은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코스3 PASS]

[2번 팀 탈출 성공!]

수문장에게 두 손으로 복숭아를 갖다 바치며 제발 나가게 해 달라 비는 백야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살짝 눈물이 맺힌 눈가와 헝클어진 머리. 바닥을 뒹굴며 묻은 정체 모를 검댕에 코 맹맹한 소리까지. 출구를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멤버들이 폭소해댔다.

특히 백야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민성의 손에 끌려 나오는 게 마치 구조대에 발견돼 구사일생한 조난객 재질이었다.

[지한 : 푸흡. 너 얼굴이….]

[유연 : 푸하하! 야 너 얼굴!]

[백야 : ……읏즈므르.]

[율무 : 아이고~ 안에서 귀신이랑 싸우기라도 했어? 꼴이 왜 그런 거야 도대체.]

[민성 : 뭐… 비슷해. 울다가 웃다가.]

[유연 : 푸핫! 야, 너 울었어? 어디 봐봐.]

[백야 : 안 울었어! 아, 하지 마.]

민성의 폭로에 율무와 유연이 달려들었다. 정말 울었냐며 얼굴을 확인하려 드는 두 사람과 죽어도 안 울었다는 백야가 도망 다녔다.

그리고 그 난리 통 속에서 청의 어깨를 묵묵히 두드려주는 지한.

- 이런 게 행복이지ㅠㅠ

- 근데 백야가 유연이보다 한 살 많지 않아? 왜 너라고 하지?

- 으허어ㅓㅇ엉 백야 복숭아 주는 장면 돌았다ㅜㅜ 너무 귀여워서 대가리 깰뻔.. 짤이 시급하다!

-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나는데! 아가야 이리 와봐ㅠㅠ 내가 확인해 줄게

[지한 :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생각보다 별거 없어.]

[청 : …백야가 거지인데?]

[(해석) 대충 몰골이 좋지 않다는 뜻]

[민성 : 유연이 있잖아. 괜찮아.]

[청 : 쟤 나 버리고 갈 거 같아…….]

먼저 들어갔다 나온 백야의 상태를 보고 청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어서 입장하는 세 번째 팀.

[3번 막내팀 입장]

청과 유연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리는 완벽하게 차단된다. 스산한 바람 소리와 간간이 인위적인 비명이 들리고.

[청 : …야! 너 의미 지켜.]

[유연 : 의미 아니고 의리. 넌 나를 뭐로 보고. 딱 기다려. 내가 너 여기서 제일 빨리 나가게 해 줄 테니까.]

두 사람의 손전등이 바닥을 비췄다. 빨간 조명 때문에 공포가 더 극대화된 탓에 청이 걸음마다 뒤를 돌아봤다.

[코스1 응급실]

비스듬히 걸려있는 깨진 응급실 간판. 붉은 조명이 깜빡이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살짝 뒤처진 청을 잡아당긴 유연이 응급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침대와 커튼 뒤를 먼저 수색하던 앞의 두 팀과는 다르게 곧장 데스크로 향한 유연. 유연은 데스크 주위부터 수색할 생각인 듯했다.

[유연 : 피자를 어디서 찾냐.]

청&유연 팀이 찾아야 할 물건은 피자. 피자가 있을 만한 곳을 뒤져보는데, 청이 캐비닛 앞으로 다가갔다.

[청 : …이런데 있는 거 아니야?]

[유연 : 안 보이는데 뒀을 거 같진 않은데. 한번 열어봐.]

겁이 많은 것 치고 의심이 없는 편인 청. 그 안에 사람이 숨어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그는 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까꿍.

미라처럼 양손을 가슴 위로 포갠 귀신이 등장했다. 놀란 청이 까무러치는 건 당연했다.

따르르릉!

게다가 마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말린 유연까지.

[청 : 끼아아악!]

[유연 : 으아악!]

어느새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는 유연과 청. 위기 속에 두 친구는 똘똘 뭉쳤다.

그러나 귀신이 사라지자마자 서로 간의 거리가 꽤 가깝다는 걸 인지한 막내즈는 곧바로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코스2 수술실]

희미한 붉은 조명에 의지한 채 다음 코스로 넘어온 유연과 청. 이번 방은 온통 초록빛이었는데, 입구부터 커튼이 쳐져 있어 실루엣만 간신히 보였다.

팀마다 구성이 조금씩 바뀌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제작진의 요청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 오 아까랑 또 다르다!

- 이번이 제일 무서운데..?

- 저거 열면 의사 귀신 튀어나온다

[유연 : 무슨 침대 같은 게 있는데?]

[청 : Nonono. 나 못 들어가.]

[유연 : 그러면 여기서 평생 살래?]

뒤로 슬금슬금 빠지는 청에 유연이 그의 팔을 붙들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셋을 세고 열겠다며 청에게 미리 언질을 주는 스윗 사슴.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신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퍽 비장한 얼굴이었다.

유연이 셋을 셈과 동시에 커튼을 젖히자, 평범한 수술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네킹도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반면 시작된 청의 호들갑.

사람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그는 저게 움직일 거라며 안으로 들어서길 거부했다. 벽에 바짝 붙어서 가지런히 손을 모은 청의 시선은 마네킹에 고정이었다.

[유연 : ……너 뭐하냐?]

[청 : 오 주여.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당신의 어린 양을 굽어 살피시어… (생략)]

돌연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갑자기 한국말 개잘해ㅋㅋㅋ 나보다 유창한 듯

- 기도요? 여기서요?ㅋㅋㅋㅋㅋ

그를 다소 어이없게 쳐다보던 유연. 사슴은 늑대의 뒷덜미를 잡아채 강제로 연행하기에 이른다.

[청 : 이거 놔! 나 못 가! 못 간다구우!]

[유연 : 잔말 말고 따라와.]

늑대가 사슴에게 끌려가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막내들이 마네킹 옆을 지나기 무섭게 덜컹거리는 수술대.

끄아아악!

청의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유연은 마이웨이를 걸었다.

초록빛 너머의 푸른 빛. 제법 기다란 복도는 온통 파란 조명으로 가득했는데, 양옆으로 걸린 액자 속 사진은 비어있었다.

여전히 못 간다고 소리치는 청을 데리고 복도를 걷는 유연의 눈앞에 세 번째 코스가 보였다.

- 그래도 유연이 청 안 버리고 잘 데리고 가네ㅋㅋㅋㅋ

- 청이랑 백야 같이 갔으면 진짜 볼만했겠다ㅋㅋㅋ 오열 파티 각

- 청청.. 너 이제 이미지 어쩔 거야? 넘 귀엽잖아ㅠ

그런데 그때.

끄어어어!

액자 속에서 손이 튀어나오며 유연과 청을 마구 잡아당겼다.

[청 : 아아악!]

[유연 : 무, 뭐야?!]

처음 등장하는 트릭.

그도 그럴 게, 제일 처음 입장한 지한&율무 팀은 복도가 긴 게 수상하다며 전속력으로 달려 ‘귀신의 손’이 등장할 새가 없었고. 백야&민성팀 때는 손이 등장하긴 했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귀신이랑 복숭아를 두고 싸우는 백야에 손을 보고도 심드렁한 민성 덕분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팀은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반응이라 다행이었다.

[코스3 병실]

앞 팀에 일어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한 환자 귀신. 피자를 병실 제일 안쪽의 침대 위에 올려두고 마지막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연 : 여기가 마지막 같은데.]

[청 : 나 집에 갈래… 숙소 가고 싶어졌어…….]

[유연 : 리얼리티 빨리 찍고 싶다며. 이게 그 촬영이야.]

[청 : 이게 어떻게 행복한 리얼리티야!]

청의 심통 난 얼굴 아래로, 현 촬영은 DASE HAPPY DAYS가 맞다는 자막이 지나간다.

팬들도 제작진이 시작부터 귀신의 집을 데려갈 줄은 몰랐지만, 사실 이들은 데이즈의 반응을 날것으로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하든 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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