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30화 (30/340)

제30화

[DASE HAPPY DAYS EP.2]

[아직은 쌀쌀한 날씨]

세 사람씩 차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데이즈. 멤버들은 장보기 목록을 두고 한참 대화 중이었는데.

[유연 : 우리 고기도 먹자!]

[율무 : 고기 좋지~ 캠핑하면 삼겹살 아니겠습니까?]

[백야 : 나 고기 잘 구워! 내가 구워줄게.]

[청 : 내가 마시멜로 구워!]

[지한 : 라면은? 우리 라면도 먹어야 하는데.]

[민성 : 야, 과자! 과자도 사야 해.]

한껏 들뜬 분위기.

앞 좌석의 가운데 껴 앉은 백야가 핸드폰으로 리스트를 작성 중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목적지를 전달받은 데이즈.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었는데. 지금 이들이 향하는 곳은 양평의 한 캠핑장이었다.

산속에 위치해 공기도 좋고 경치도 아름다워 캠핑족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백야 : 그럼 내가 이제까지 나온 거 읽어줄 테니까 빠진 거 있으면 말해?]

치킨, 피자, 삼겹살, 즉석밥, 라면, 버섯, 상추, 맥앤치즈, 마시멜로, 탄산음료, 과자, 김치 등등. 사야 할 목록이 20개도 넘었다.

너희 그거 다 먹을 수 있긴 하냐는 매니저의 말에 다시금 점검에 들어간 데이즈.

필요 없는 건 빼기로 했으면서 말하는 족족 꼭 필요하다고 하니,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각자 먹고 싶은 거 딱 한 개씩만 말하자는 리더의 중재 아래 목록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마트에 도착한 차량.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였지만, 외진 곳의 개인 마트라 그런지 데이즈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백야 : 감자튀김 뭐야? 이거 누가 넣었어?]

[청 : 그거 진짜 맛있어!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이거 매일 먹었다. No 후회. Trust me.]

[백야 : …진짜? (솔깃)]

[지한 : 둘이 뭐하냐? 감자… 빼. 캠핑장에서 이걸 어떻게 튀겨.]

막 라면을 두 봉지 안고 오던 지한에게 딱 걸린 막내즈.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청은 다시 냉동코너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후로도 몰래 과자를 몇 개 더 넣으려던 민성과, 이상한 장난감을 사려던 율무는 서로의 엄격한 고나리 속에 줄줄이 실패했다.

[장보기 완료!]

[드디어 캠핑장 입성~]

[푸르른 녹음과 상쾌한 공기]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

차에서 내린 데이즈 멤버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데이즈를 위해 한 구역을 통으로 빌렸다는 제작진. 이곳은 오늘 하루 데이즈의 쉼터가 될 예정이라는 자막과 함께, 멤버들은 가져온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털 달린 군밤 모자를 쓴 백야와 겨울용 버킷햇을 쓴 유연이 폴딩박스 안으로 과자와 식자재를 나눠 담았다.

반대편에서는 율무와 민성이 가스버너를 만지작거렸고, 지한과 청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씨름이 한창이었는데.

[지한 : 이게 왜 안 되지? 고장 났나 봐.]

[청 : 이거 형 거잖아.]

[지한 : 응. 집에서는 잘 됐던 것 같은데… 그냥 핸드폰으로 크게 틀까?]

[청 : Give it to me.]

만지작만지작.

띠링!

산뜻한 연결음과 함께 캠핑장에 울려 퍼지는 데이즈의 데뷔곡. 10분 넘게 지한의 애를 먹였던 스피커는 청에게 넘겨진 지 2분도 되지 않아 해결됐다.

청이 지한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금 장난하냐는 눈빛이었다.

[청 : Power 꺼져있는데.]

[지한 : ……….]

지한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지한 : 배, 백야야.]

갑자기 백야를 찾으며 자리를 피하는 지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백야가 쪼르르 달려오고, 지한은 그를 데리고 청에게서 멀리 멀어졌다.

[어느덧 점심시간]

[라면을 끓이기로 한 데이즈]

열 봉지를 다 끓일 예정인지, 버너 위로 커다란 냄비가 두 개나 놓여있었다.

데이즈는 물 양을 두고 실랑이 중이었는데, 오늘의 요리사는 민성과 청. 두 사람은 물 양이 많다 적다로 의견이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청 : 물 많아! 여기가 한강이야?]

[민성 : 그냥 먹어.]

그러나 리더의 한마디에 금방 정리됐다.

코를 찡그리는 청에 김치랑 먹으라며 율무가 식자재 상자를 뒤적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김치가 보이지 않았다.

[율무 : 우리 김치 안 샀나?]

[백야 : 김치? 샀을 텐데?]

[그런데 아무리 뒤져봐도 없다!]

[◀◀◀]

화면은 조금 전, 장을 보던 마트로 돌아갔다.

[민성(범인) : 카트 내가 가져다 놓을게.]

[카트에 김치가 타고 있어요!]

[그러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그렇게 김치는 미아가 됐다고 한다.]

[차까지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 김치에 율무는 심각해지는데…]

아쉽지만 단무지랑 같이 먹으면 되지 않겠냐며 백야가 달래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율무는 강경 김치 파였다.

백야는 없는 김치를 어디서 구하냐며 곤란해 했는데. 율무가 대뜸 지인에게서 김치를 얻어오겠다 선언했다.

[인싸댕댕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오늘 처음 와보는 캠핑장에 지인이라니? 당황한 백야가 물었다. 그러자 아까 화장실에서 만난 분이 계신다며 율무는 백야가 말릴 새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정말로 김치와 함께 돌아왔다.

[데이즈의 첫 캠핑 푸드는 라면]

[뉘 집 자식인지 먹는 거도 잘생겼다~]

여섯 명이서 라면 열 봉지를 해치운 데이즈. 라면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았는데. 이때 청이 설거지 내기를 제안했다.

짧은 회의 끝에 결정된 종목은 퍼즐 뒤집기.

오늘 하루 마음껏 놀라며 제작진이 준비해둔 게임 도구 중 하나였는데. 세 명씩 두 팀으로 나눠, 각각 파란색과 흰색이 프린트된 50개의 퍼즐을 제한 시간 동안 많이 뒤집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팀은 간단하게 룸메이트 조로 나뉘었다.

[청팀 (한家네) : 지한, 유연, 백야]

[백팀 (도나청) : 민성, 율무, 청]

제작진의 도움으로 공평하게 25개씩 바닥에 깔린 퍼즐 판. 제한 시간은 3분이었고,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게임은 시작됐다.

한데 뒤엉켜 판을 마구 뒤집는 데이즈 멤버들. 얼핏 보기에도 양 팀 모두 막상막하였다. 그런데 이때 퍼즐 판 위로 드러눕는 유연.

청색 퍼즐이 많이 깔린 곳 위로 몸을 날리는 그에 민성과 율무가 달려들어 유연의 팔다리를 잡았다.

순식간에 공중에 떠버린 몸.

그러나 유연에게 두 명이나 붙어있는 사이, 지한과 백야는 더 빠르게 퍼즐을 뒤집고. 이내 제한 시간이 모두 끝났다.

[결과는 청팀 승!]

[백팀은 청팀이 반칙을 썼다며 항의해보지만, 적반하장]

[유연 : 나는 그냥 힘들어서 누운 건데 형들이 온 거잖아~]

뻔뻔한 유연에 억울해하는 민성과 율무. 그러나 이내 승부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뒷정리를 시작했다.

[정리를 끝내고 다시 모인 데이즈]

[청팀이 건네는 화해의 코코아]

[어느덧 노을이 진 하늘]

의자에 앉아 잠시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멤버들. 배부르게 먹고 뛰어놀았더니 졸기 시작하는 멤버들이 속출했다.

잠들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 백야와 청이 잠 들고, 다른 멤버들은 그를 발견하고 소리 죽여 웃어댔다.

[지한 : 쟤네 좀 봐. 잔다.]

[유연 : 불 지금 피울까? 해 금방 떨어지면 애들 추울 거 같은데.]

[민성 : 그러자. 차에 담요 있나?]

[율무 : 불은 내가 피울게~]

잠든 막내들을 위해 불을 피우기로 한 멤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토치를 제법 잘 다루는 율무 덕에 금방 불이 붙은 장작. 왜 이렇게 잘 하냐며 민성이 놀라워하자, 율무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캠핑을 자주 다녔다며 으쓱해 했다.

이제는 완전히 져버린 해.

텐트와 나무를 장식한 조명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자 낮이랑은 또 다른 느낌의 캠핑장.

아늑한 분위기는 소위 요즘 말하는 SNS 감성이 충만했다.

[백야 : …나 언제 잠들었어? 깨워주지.]

[청 : Wow! Campfire! 이거 어떻게 했어?!]

적당한 타이밍에 일어난 두 사람이 확 바뀐 풍경에 감탄했다.

한쪽에서는 이미 저녁 준비가 한창. 백야와 청도 돕겠다며 얼른 무리에 합류했다.

[백야 : 나 줘. 고기 내가 구울게.]

[민성 : 아니야 괜찮아. 거의 다 구웠는데 뭐.]

[백야 : 아니야. 그래도 내가,]

[지한 : 아, 둘이 할 거 있다.]

[청 : 뭔데? 할래!]

[지한 : 저기 가서 앉아있어.]

지한의 장난에 백야와 청이 그의 팔을 툭 건드리며 가자미눈을 떴다. 아프다며 엄살을 피우는 지한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두 잠꾸러기가 멤버들의 주변을 맴돌며 어슬렁거렸다.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그러나 이미 접시와 나무젓가락도 모두 준비가 끝난 상태. 결국 두 사람은 아무런 소득 없이 모닥불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타닥 타닥-.

그 앞에 쭈그려 앉아 튀어 오르는 불씨나 세며 열심히 멍을 때리고 있는데.

[백야 : 치우는 건 우리가 할까?]

[청 : 응. 근데 피X츄 맛있어? 그때 잡아먹었잖아.]

[백야 : 그거 그냥 돈가스라니까.]

[청 : 그래서 맛있어? 나도 먹어보고 싶어. 잡으러 가자.]

[백야 : …그래. 서울 가면 잡자.]

두 사람의 조금 이상한 대화가 이어지고, 마침내 준비된 저녁상. 산처럼 쌓인 고기에 각종 채소와 음료수까지. 화려한 한 상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데이즈 삼겹살 먹방 START]

맛이 어떠냐는 민성의 물음에 쌍 엄지를 치켜들며 극찬하는 백야. 청의 피X츄보다 맛있냐는 말에 동시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사이좋게 고기를 나눠 먹는 데이즈의 모습이 잠깐 보여지고. 백야와 청의 솔선수범 하에 이번에는 다 같이 뒷정리를 했다.

다시 모여 앉은 멤버들.

타오르는 모닥불과 조명 전구. 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민성 : 이렇게 우리끼리 여행 온 거는 처음이지 않나?]

[율무 : 맞아. 연습생 때부터 놀러 가자고 말만 하고 한 번도 못 갔지.]

[지한 : 그때는 정말 연습밖에 모르고 살았으니까.]

[청 : 월말 평가 너무 힘들었어. 근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

[유연 : 아 맞다. 근데 나 평가하니까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

[지한 : 뭔데?]

[유연 : 백야 너 월말 평가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질문의 주인공은 백야. 고개를 갸웃거린 백야가 대답했다. 그냥 노래밖에 안 했다고.

짓이라고 할 정도의 행패를 부린 기억은 없는데, 이상하다며 말을 잇던 그는 금방 이유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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