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율무 : 아! 나도 들었어. 그날 이후로 보컬 평가는 싹 다 무반주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주 그냥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그러더니 백야를 향해 한 번만 불러주면 안 되느냐 부탁했다.
갑자기 집중되는 시선에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던 그는, 얼마 안 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환호하는 데이즈의 목소리가 멎자 주변이 금세 고요해졌다.
슬쩍 멤버들을 힐끔댄 백야가 숨을 작게 내쉬곤 노래를 시작했다. 타닥이는 불씨와 희미하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반주 삼아.
- 잠들지 못하는 밤
문득 네가 떠올라 창문을 열었어
달빛에 피어난 별들이 쏟아져
때마침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작은 눈송이. 가사처럼 꼭 별들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첫눈처럼 깨끗한 음색]
[밤하늘을 수놓는 백야의 목소리]
지금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이었다.
별이 반짝이는 까만 하늘이 잠깐 화면에 담기고. 이어서 노래하는 백야와 눈을 감은 채 감상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천천히 지나갔다.
노래가 끝나자 쏟아지는 박수. 현장에 있던 제작진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의지를 다지는 데이즈의 모습이 더 보여지고.
[다음 화!]
[멤버들의 MBTI 결과는?]
[무한 침묵 조합 VS 절대로 안 닥치는 조합]
[이제부터가 REAL DASE다!]
[백야 (ISFJ) : …….]
[지한 (INTJ) : …….]
[민성 (INFP) : …집에 갈까?]
[단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청 (ESFP) : 와하하학!]
[유연 (ENFJ) : 나 내려간다?!]
[율무 (ENFP) : 다음은 저거다!]
[데이즈의 진짜 일상 대공개]
[기대 많이 해 주세요♡]
나대리는 그날 밤을 꼬박 새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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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MBTI 밸런스 정확하게 반반인 신인 그룹
추천 335 반대 5 (+209)
라고 리얼리티인데 보다가 MBTI끼리 반응 너무 다른 거 신기해서 가져옴!
일단 멤버들 MBTI 성향은 이럼.
민성 (INFP)
: 평화주의자, 완벽주의
지한 (INTJ)
: 계획 주의자, 독립적, 은근 허당
백야 (ISFJ)
: 주목 금지, 순함, 겸손, 집돌이
율무 (ENFP)
: 분위기메이커, 스치면 인연
유연 (ENFJ)
: 친화력, 열정, 배려, 센스
청 (ESFP)
: 사교성 끝판왕, 낙천적, 자유분방
1. 하루 자유시간 주니까 바로 휴식 파 vs 활동 파로 나뉨
[민성 (INFP) : 영화 보는 건 어때?]
[백야 (ISFJ) : 좋아. 숙소에서?]
[지한 (INTJ) : 그래도 촬영이니까… 영화관 가는 건 좀 그런가? 심야 영화로.]
[청 (ESFP) : 그냥 다 같이 축구하자! 재밌어!]
[유연 (ENFJ) : 콜! 축구하고 노래방도 갈래?]
[율무 (ENFP) : 일단 나가자!]
결국 영화관(I)이랑 실내 테마파크(E)로 찢어져서 각자 행복 찾음
2. 영화관에 간 죽음의 침묵 조
[민성 (INFP) : …….]
뭔가를 열심히 구경하며 걷는 중
[백야 (ISFJ) : …….]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는 중
[지한 (INTJ) : …….]
그냥 걷는 중
정말 영화‘만’ 보고 옴.
3. 실내 테마파크에 간 저세상 텐션조
[청 (ESFP) : 우리 여기 있는 거 다 해!]
[유연 (ENFJ) : 당연하지! 일단 저거부터 가자.]
[율무 (ENFP) : (다른데 정신 팔려서 아직 입장도 못 함)]
정말 저기 있는 거 ‘다’ 하고 옴.
마지막은 전설의 임진각 눈싸움.
(죽어라 뛰어다니는 E와 대충 바닥에 앉아서 구경하는 I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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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한 끗 차이로 안 겹치는 거도 신기ㅋㅋㅋㅋ
- 얘네 서로 룸메 누군지 궁금
- 저 중에 한 명씩만 바꿔도 걔네는 지옥 당첨이네ㅋㅋㅋ
- 나는 전부터 얘네 반반일 거 같았어 역시 엠비티아이는 과학
- 이거 몇 화야? 영상으로 보게
└ 3화
- 렬리티 보면 E들 눈에 장난기가 득실득실함ㅋㅋㅋ 귀여워
- 민토끼 평화주의자ㅋㅋ
└ 진심 보고 있으면 맨날 가운데서 중재하고 진정시키고 있음
- 엥 백야 동네방네 하트 깨물고 다녀서 당연히 E인 줄?
- 지한이 은근 허당 맞는 거 같아ㅋㅋㅋ 캠핑 갔을 때 블루투스
└ 유스윗도ㅠㅠ 청이랑 백야 자니까 불 피우자고 젤 먼저 말함
* * *
오늘도 어김없이 연습실에 모인 데이즈. 멤버들은 각자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난 끝!”
“나도!”
율무와 청이 남경에게 사진을 전송하며 일어났다.
“형, 나도 보냈다.”
이어서 유연까지 전송 완료. 데이즈는 지금 앨범에 넣을 포토 카드용 사진을 고르는 중이었다.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잘 나온 사진이 너무 많아서 못 고르겠냐? 줘 봐, 내가 골라주지.”
유연이 백야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어디 보자~”
그런데 사진첩에 죄 다 고양이 사진뿐이었다.
위로 올려봐도 고양이.
아래로 내려봐도 고양이.
야옹.
“…….”
300장 중 180장이 고양이, 100장이 풍경 사진이라니. 그나마 있는 셀카는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봐줄 지경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 얼굴을 가지고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거지?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다.
유연이 차갑게 식은 눈으로 옆을 봤다. 백야가 시선을 피하며 핸드폰을 빼앗아 간다.
“기, 기다려봐. 두 장쯤은….”
본인도 말하면서도 자신 없어 하는 목소리. 사진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였다.
그 사이 지한과 민성도 남경에게 전달을 완료했다. 그가 백야는 아직이냐 묻자 유연이 대신 대답한다.
“형, 얘 셀카가 하나도 없어.”
“뭐?”
유연의 한마디에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멤버들.
“Selfie 없어? 왜?”
“있긴 있는데, 완전 쓰레기야. 내가 발로 찍어도 저거보단 나을 듯.”
앨범에 자기 사진밖에 없는 캘리보이는 경악에 빠졌다.
“그럼 지금이라도 하나 찍어.”
지한의 말에 청이 연습실 스팟을 안다며 조명이 적당한 곳을 가리켰다.
“…그럴까 그럼?”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가 청이 알려준 곳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남경의 만류가 이어지고.
“지금 그 꼴을 하고서 찍은 사진을 내겠다고? 절대 안 돼.”
‘그 꼴이라니…!’
발끈한 백야가 거울을 홱 돌아봤다. 땀에 젖은 머리며, 얼룩덜룩한 옷.
‘음. 꼴이라 할 만했군.’
제가 봐도 이건 아니었다.
“그럼 어떡해요? 당장 오늘까지 달라고 하셨잖아요.”
멘붕이 온 백야는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의 등장.
“나한테 백야 사진 많아.”
율무가 자신의 핸드폰을 뒤적이더니 사진 하나를 척 내밀어 보였다. 율무의 카메라를 올려다보고 있는 백야의 사진이었다.
재킷 촬영 때 찍은 사진인지, 헤어며 메이크업이며 의상까지 완벽한 삼위일체였다.
“이거 좋다! 이거로 하자!”
남경이 당장 그 사진을 넘기라 재촉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율무.
“이거 말고도 많은데. 너희 사진도 꽤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더니. 다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하기 위함이었구나. 백야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어느새 율무를 중심으로 모인 멤버들. 백야 사진 월드컵의 서막이었다.
첫 번째 사진은 <담요 백야> VS <샌드위치 백야>.
전자는 리얼리티 촬영 중 찍은 사진으로 캠핑장에서 담요를 덮은 채 잠든 사진이었고, 후자는 대기실에서 밥을 먹다 찍힌 사진이었다.
“당연히 담요 백야지! 먹방 찍냐?”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남경에 의해 8강전 1차는 빠르게 넘어갔다.
계속해서 8강 2차 전.
<아아 백야> VS <군밤 백야>
임진각 대기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백야와 캠핑장에서 군밤 털모자를 목 아래까지 잠근 백야.
“이거는 무조건 앞의 거지! 약간 그, 아, 뭔지 알지?”
“알지 알지! Like Elsa!”
아아 백야를 외치는 율무와 청. 그러나 수는 군밤 백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털에 싸인 귀여운 얼굴을 좀 봐. 털모자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들이 불쌍해요.”
군밤 파의 수장, 지한이 명언을 남기며 2차전도 빠르게 종료된다.
8강 3차전.
<놀이 백야> VS <스티커 백야>
전자는 놀이 뮤직비디오 촬영 때 찍은 사진으로, 하얀 프릴 셔츠와 보석 브로치가 인상적이었고.
후자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찍힌 사진으로 추정. 분홍 머리를 한 백야의 얼굴 위로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사진이었다. 제일 처음 율무가 보여줬던 그 사진.
“이거는 누가 봐도 뒤의 거다.”
“어 인정.”
처음으로 평화롭게 넘어갔다. 드디어 8강 4차전.
<앞치마 백야> VS <안경 백야>
이 또한 리얼리티 촬영 중 찍힌 것으로, ID 사옥 카페에서 찍힌 모습과 연습실에서 엎드려 꽃받침을 한 모습이었다.
물론 후자는 멍을 때리는 중에 찍혀 눈의 초점이 약간 빗나가있다.
“앞치마가 낫지 않아?”
“근데 얼굴이 잘 안 보이잖아.”
두 장 다 거의 전신사진에 가까웠지만, 그나마 안경을 쓴 사진이 조금 더 얼굴이 잘 보였다.
그렇게 과반수가 안경 백야에 표를 던지며 4차전도 종료. 네 장의 사진이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총 두 장의 셀카를 제출해야 했기에 이번이 실질적인 결승전. 데이즈와 남경은 진지해졌다.
1차 결승전.
<담요 백야> VS <군밤 백야>
“담요 가자. 담요지 이건. 난 무슨 천사가 잠들어 있는 줄?”
강경 담요 파 유연과.
“이건 그냥 모자가 아니야.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얘가 뭘 모르네.”
강경 군밤 파 지한이 대립했다.
아직 선택하지 못한 멤버들은 두 수장의 팽팽한 기 싸움을 지켜보다 이내 결정을 내렸다.
결승전의 진행은 백야가.
‘왜 내 사진 고르는 데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건데…….’
본인은 억울해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게요.”
과열된 분위기에 절로 나오는 존댓말.
“담요 브그랑 군밤 브그중에….”
“심판! Name 똑바로 해!”
제 이름을 직접 말하긴 좀 그래서 슬쩍 흘렸을 뿐인데, 아니나 다를까 냅다 항의가 들어온다.
“그냥 대충 하면 안 될까?”
“No. 우리 매우 진지해.”
백야가 청을 노려봤다.
‘얄밉다.’
살짝 머리가 아픈 것도 같았다.
“그럼 담요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담요 백… 야가 포카로 나와야 한다, 손 들어 주세요.”
시작 전부터 손을 들고 있던 유연을 포함해 남경과 율무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 이러면 결국 3대 3이잖아.”
백야가 진행을 멈췄다. 그때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백야군, 저도 있습니다.”
멤버들 사이로 수줍게 손을 드는 동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