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32화 (32/340)

제32화

“…과장님이 왜 거기서 나오세요?”

“저 아까부터 있었는데요? 스티커 백야때부터.”

꽤 한참 전부터 있었단 소리였다. 멤버들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보고 빠지라 했구먼?’

백야는 한숨을 삼켰다.

그렇게 1차 결승전의 승자는.

“군밤 백야다!”

“와아~!”

지한과 민성, 청, 동만이 서로를 얼싸안고 연습실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흡사 축제 분위기였다.

반면 패배한 담요 파는 예민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는데.

“빨리 다음 거 진행해주세요.”

배가 아파 죽겠다는 얼굴. 이어서 2차 결승전이 시작됐다.

<스티커 백야> VS <안경 백야>

“와……. 이거는 진짜 어렵다.”

동만이 턱을 매만지며 낮게 중얼거렸다.

“무조건 스티커 백야지! 얘 염색하고 얼굴에 물오른 거 ID에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스티커 백야 처돌이 율무가 단호하게 외쳤다.

“인정합니다. 개인적으로 백야는 분홍 머리를 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유연이 거들었다.

“인간 복숭아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긴 하지.”

민성도 스티커 백야에 한 표를 던졌다. 연이은 강세에 승기는 스티커 파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 그러나 안경 파도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대로 입고 찍은 더 예쁜 사진이 앨범에 들어갈 텐데 굳이?”

팬들은 사복을 더 좋아하실 거라며 지한이 흐름을 뺏어왔다.

“팬분들은 백야 군이 안경 쓴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으니… 이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동만이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방심한 사이 들어오는 유연의 공격.

“졸업사진에 안경 쓰고 있던데?”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에 지한과 동만이 눈을 치켜떴다.

“저런 치사한! 졸업사진은 언급 금지지!”

남경이 외쳤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는데, 아무래도 성형 논란이 일었던 원인이다 보니 제삼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자, 자. 조용. 정숙하세요.”

백야가 바닥을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양쪽 다 충분히 발언할 기회 드렸고 이제 투표 진행하겠습니다. 스티커 백야가 포카로 나와야 한다. 손 들어주세요.”

율무와 유연, 민성이 손들었다. 더 안 계시냐는 말에 손을 든 자와 안 든 자의 희비가 교차하고.

“끝났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동 과장님.”

“아이고. 별말씀을요.”

강경 안경 파 남경과 동만이 승리의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아까부터 조용한 청. 그럴 애가 아닌데 아까부터 말이 없어도 너무 없다.

“나는 안경 파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변수가 발생했다.

승리를 확신하던 안경 파에 떨어진 날벼락. 반대로 스티커 파는 희망이 생겼다.

“그치? 스티커지?!”

“아니야. 청청. 잘 생각해.”

율무와 지한이 각자 청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음…….”

스티커 파와 안경 파의 대표를 번갈아 보던 청이 대답했다.

* * *

[뱁쌔님이 나를 팔로우했습니다.]

넘쳐나는 떡밥에 SNS를 씹고 뜯고 즐기는 맛이 상당한 요즘. 복쑹은 새로 떠 있는 알람에 해당 계정을 확인하러 갔다.

앙증맞은 뱁새 인장 아래로 소개 글이 예사롭지 않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백야 좋아합니다.]

짧은 입덕 부정기 끝에 발생한 또 한 명의 유입. 나 대리의 계정이었다.

여태 복숭아, 햄스터, 다람쥐 등 다양한 캐해석을 봤지만, 뱁새는 또 처음이었다. 하얗고 동그란 몸통에 점 세 개만 박혀있는 게 자신의 최애와 퍽 닮아 보였다.

‘해석이 참신한 걸?’

뱁쌔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복쑹은 뱁쌔와 친구가 되었다.

다시 자신의 피드로 돌아간 복쑹은 할 일을 시작하기로 한다. 잠깐 현생을 사는 사이 못 보고 쌓인 글이 상당했기에.

대부분이 데이즈의 리얼리티를 앓는 글이었다. 리짹을 누르며 함께 공감하는 복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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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과장님

덕분에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애들 사인 떴어요! 너무 귀엽자나ㅜㅜ #데이즈 #DASE

(포스트잇 붙은 사인 C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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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너무 부러운 글을 보고 말았다.

- 엥 이거 뭐야 어디서 났어?

└ ID에서 돌린 비매품 같은데 나도 갖고 싶어......

- 개 부럽다ㅜㅜ 저 사람 ID 직원이겠지?

- 덕분에 데뷔면 백야가 준 건가. 그 피X츄 먹던 애 잡아 왔다는 캐스팅 매니저 아님?

└ 받을만했네ㅎ 그 사람은 인정

- 출처가 어디예요?

└ 인하트에서 퍼왔어욤

동만이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 난 데이즈의 사인 CD가 어느새 이곳까지 진출해 떠돌고 있었다.

“나도 갖고 싶어!”

복숭은 백야의 사인을 확대하며 부르짖었다.

어쩜 우리 백야는 글씨도 잘 쓰고 말은 또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 세상에 이렇게 완벽한 생명체가 또 있을까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던 중 울리는 알람. 월요일 5시 59분에 설정해둔 리얼리티 알림이었다. 4화가 할 시간이 다가왔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얼른 앱을 갈아탄 복쑹. 다리를 달달 떨며 기다리는 1분이 마치 1시간처럼 느껴지는데.

마침내 6시 정각.

복쑹은 화면을 새로 고쳤다. 바로 최상단에 뜨는 새로운 영상.

“따흡!”

커피머신을 배경으로 앞치마를 한 데이즈의 단체 썸네일이었다. 보는 순간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복쑹은 영상을 재생했다.

[EP.4|커피프린스 놀이점|DASE HAPPY DAYS]

[4월의 어느 날, ID 사옥 카페]

DASE CAFE ‘놀이’라는 간판 뒤로, 흰 남방에 남색 앞치마를 두른 데이즈가 분주하다.

커피머신 앞에서 샷을 내리고 있는 지한과 백야. 포스기를 이것저것 눌러보다 갑자기 출력되는 영수증에 놀라는 청과 급히 소환되는 유연. 쇼케이스 진열장에 마카롱을 정리하는 율무와 손뼉을 쳐 그들을 집중시키는 민성까지.

[민성 : 여러분! 카페 오픈할게요.]

[데이즈 (일일 바리스타) : 네에~]

민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님이 입장했다. 목에 건 ID 사원증이 보인다.

포스기 담당은 민성. 그가 싱그러운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율무 :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 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수줍)]

[율무 : 네. 자리에 가 계시면 저희가 가져다드릴게요.]

민성이 계산을 마치자 바로 음료 제조에 들어가는 제조팀. 백야가 원두를 갈고 지한이 컵에 얼음과 물을 채웠다.

그런데 뭔가를 잘못 눌렀는지 잔이 가득 찼음에도 계속해서 추출되고 있는 원두. 당황한 백야가 지한을 찾고, 그 사이 또 손님이 입장했다.

[백야 : 이, 이게 왜 이러지?]

[지한 : 왜 계속 나와?!]

넘친 샷 잔을 빼낸 지한.

에라 모르겠다.

일단 테이크아웃 잔에 부어 음료를 완성하고 보는데. 백야가 그래도 되냐며 눈을 휘둥그레 뜬다.

“꺄악! 너무 귀여워!”

복쑹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사이 새로운 주문이 추가되고, 첫 번째 음료를 서빙 중인 유연. 검증되지 않은 아메리카노가 손님 앞에 놓이고, 그 옆으로 작은 마카롱 두 개도 함께 전해진다.

[유연 : 이건 선물이에요. 요즘 저희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시선 강탈 보조개]

저희가 오늘 커피를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 맛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다며 양해를 구하는 멘트까지 아주 완벽했다.

픽업 대 앞에서 제조팀이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봤기에 할 수 있는 멘트였다. 그때 마침 유연의 옆을 지나가는 또 다른 서빙 팀원, 율무.

[율무 :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근데 이거 조금 쓸 수도 있어요. 못 마실 것 같으면 꼭! 말씀해 주세요.]

마찬가지로 마카롱은 서비스였다. 다가간 유연이 율무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며 맛있게 드시라 인사를 전했다.

[유연 : 저거 만드는 거 봤어?]

[율무 : 어. 개판이던데?]

키득거리며 픽업 대 앞으로 돌아간 두 사람. 그곳엔 어느새 청과 민성까지 합류해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제일 기본인 아메리카노만으로도 벅찬 제조팀에, 민성은 영업 시작 5분 만에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데.

[‘놀이’ 카페는 아메리카노만 가능합니다. (Hot/Ice) 선택.]

매직으로 휘갈긴 A4용지가 포스기 앞으로 붙었다. 그를 본 율무는 아이스티 정도는 추가해도 되지 않냐는 의견을 냈고, 리더는 곧바로 제조팀에 의견을 물었다.

물에 가루만 타면 되는데 안 될 리가.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그 아래로 급하게 문구가 추가된다.

[└ 아이스티까지 가능!]

데이즈를 위해 준비한 레시피북은 구석에 처박혔다.

어느새 잔뜩 밀린 주문. 기다리는 손님은 많은데 음료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유연과 율무는 음료와 함께 나가야 할 마카롱을 먼저 돌리기 시작했다.

[유연 : 기다리기 심심하실 텐데 이거라도 드시겠어요?]

[율무 : 아이고~ 이게 원래 음료랑 같이 나가야 하는 건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들어가서 도와주려 했으나, 협소한 공간 때문에 청에게 쫓겨난 두 사람이었다.

그때 서빙팀을 부르는 목소리.

[청 : 다 어디 갔어? 야, 이거 가져가! 지금 놀아?!]

카페 ‘놀이’ 사장님의 불호령.

유연과 율무가 헐레벌떡 달려왔지만, 이렇게 바쁜데 놀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잔소리가 돌아왔다. 서비스 마카롱을 먼저 돌리고 왔다는 말도 먹히지 않는다.

[청 : 됐고! 이거 서빙해.]

여기 사장님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항상 일방적인 면이 있었다. 서빙팀이 입술을 비죽였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더니 한 번에 왕창 만들어낸 제조팀. 트레이 가득 음료가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이때 사장님이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청 : 아 맞다! 있지~ 내가 하나는 Surprise로 더 맛있게 만들었어.]

[유연 : 아니야, 그러지 마.]

[율무 : 오~ 뭐 했는데?]

[청 : Chocolate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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