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41화 (41/340)

제41화

별빛이 뿌려지는 소리처럼 반짝이는 효과음으로 시작되는 반주. 데이즈가 마이크를 들었다.

여섯 명의 목소리가 쌓여 완벽한 화음으로 시작되는 귀여운 발라드곡. 가사와 함께 도입부부터 귀를 사로잡는 키링의 첫 파트는 단체 후렴구였다.

팬들 사이에서도 타이틀곡 다음으로 가장 반응이 좋은 곡이었다.

- 솜사탕처럼 부푼 내 마음

예쁘게 접어 너의 손안에

I'm your key ring

몽글몽글한 가사와 달달한 느낌이 동시에 드는 곡.

데이즈의 훌륭한 라이브 실력까지 더해져, 채팅창에서는 그냥 음원을 재생시킨 것이 아니냐는 드립이 난무했다.

노래가 끝나자 연하가 큐카드를 쥔 채 부드럽게 손뼉 쳤다.

“라이브를 정말 잘하네요.”

선배의 칭찬이 쑥스러운지 멤버들이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였다.

“여섯 분의 목소리가 정말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멋있고 귀여운 인형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겠냐며, 데이즈를 칭찬 감옥에 가둬 버린 연하.

잠시 후 그는 자연스레 다음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런데 여기 보시면 장난감이 있는데, 안에 들어있는 게 여러분 맞죠?”

연하의 옆에 줄곧 놓여 있던 인형의 집. 방송이 시작될 때 잠깐 비쳤던 어린이용 장난감이었다.

“혹시 저도 있나요?”

연하가 스텝들 쪽을 보며 묻자, 바닥에 앉아있던 작가가 양팔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럼, 여기 어른 고양이가 아마 저인 것 같은데.”

어느새 연하의 옆으로 옹기종기 모인 데이즈. 율무가 샤워 가운을 입은 채 욕조에 누워있는 강아지를 집어 들었다.

“와아~ 이게 나 같은데?”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수건을 몸에 두른 강아지 인형. 율무가 얼굴 옆으로 흔들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다른 멤버들도 자신으로 추정되는 동물 인형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런데 백야만 빈손이었다.

“저는…….”

“없어?”

회색 새끼 고양이를 든 지한이 인형의 집을 함께 살폈다. 그러나 남아있는 인형은 없었다.

그때, 갈색 피크닉 바스켓 안에서 동그랗고 작은 장식을 집어 건네는 유연.

“너 여기 있는데?”

톡.

백야의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손톱만 한 복숭아 모형.

“…….”

“오늘 저녁 밥인가 봐. 식탁 위에 있던 거 내가 살려 줌.”

손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백야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왜?”

눈이 마주치자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감지한 유연. 매번 율무가 당하는 것만 봤지, 본인이 당해 본 적은 없던 그가 마른침을 삼켰다.

“저, 저녁밥이라고 해서 그래? 그럼… 식량?”

“죽을래?”

복숭아 모형을 꾹 움켜쥔 백야가 주먹을 들었다.

“잠깐!”

“어. 말해.”

“때릴 거야?”

- 아악 너무 귀여워!!! 나는 쟤네 둘 케미가 제일 좋아ㅋㅋㅋ

- 둘이 평소에 저러고 놀아?ㅋㅋ

- 때릴 거야? 나 때릴 거야? 유연이 완전 포로리 재질

- 저녁밥 드립 미쳤냐고ㅋㅋㅋㅋ

- 백야 반응 재밌어서 애들이 더 놀리는 거 같은데ㅋㅋㅋ 아 울리고 싶다

백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는 얼른 주머니에 숨겨놨던 새끼 다람쥐 인형을 꺼냈다.

“미안. 나는 그냥 주려고 했는데 쟤가 숨기라 그랬어.”

“나? 왜?”

혼자서는 수습 못 할 것 같자 유연이 냉큼 청을 끌어들였다.

“너도 공범이야?”

“공범이 뭐야?”

“…같은 편이냐고.”

“Team~ 당연하지! 데이즈는 무조건 한 팀이잖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동문서답.

됐다 됐어.

힘이 절로 빠지는 대답에 전투력을 상실한 백야가 손을 휘휘 저으며 뒤돌았다. 순순히 물러나는 백야에 유연과 청이 몰래 한숨을 돌렸다.

“야, 너 연기 좀 한다?”

“저 형은 바보인 척하면 잘 봐줘. 근데 너는 왜 내 이름 말해? 치졸한 인간.”

“치, 치조오올? 와. 그냥 치사하다고 해줄래?”

“응. 졸렬 유연.”

이번에는 두 사람이 투닥거렸다. 다행히 마이크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화면에는 계속해서 잡히고 있는 중.

낌새가 이상하다 느낀 민성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빠르게 떨어뜨려 놓았다.

“떨어져, 떨어져.”

연하와 데이즈가 인형의 집 앞에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스태프들은 테이블을 완전히 치워 버렸다. 다음 코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였다.

“각자 이미지에 맞는 인형을 잘 고르신 것 같네요.”

데이즈의 손에 들린 인형을 카메라가 한 사람씩 비췄다.

- 민성 : 토끼 / 지한&연하 : 고양이 / 율무 : 강아지 / 백야 : 다람쥐(복숭아) / 유연 : 사슴 / 청 : 늑대

- 백야 복숭아 또 들고 있네ㅋㅋ

- 그거 같다. 버려도 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인형ㅋㅋㅋ

- 저거 연하가 줌ㅋㅋㅋㅋ

백야는 자신의 손에 들린 새끼 다람쥐를 내려다봤다. 도토리 가방에 도토리 대신 들어있는 복숭아.

‘복숭아 먹는 다람쥐 봤냐고….’

참고로 도토리는 연하가 가져갔다.

백야가 다시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연하와 시선이 마주친다.

“인형은 선물이니까 가져가서 소중히 대해 주세요.”

“…네? 네! 감사합니다.”

다람쥐를 쥔 백야의 손이 허공을 방황했다.

“줘 봐.”

그러자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 하나. 유연이 인형을 가져갔다.

백야의 재킷 위에서 잠시 꼼지락거리던 그는, 이내 가슴 주머니 안으로 다람쥐를 예쁘게 집어넣었다.

“역시. 여기에 넣으면 딱일 것 같았어.”

그러면서 은근슬쩍 제 인형도 함께 끼워 넣는 유연.

“나도! 내 거도 넣을래!”

자리에서 일어난 청이 득달같이 달려와 합세했다. 덕분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는 백야 옷에 인형 꽂기.

“이게 뭐야…….”

재킷 위로 멤버들의 분신이 머리만 내민 채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백야의 얼굴만 울상이었다.

“괜찮아. 예뻐.”

“예쁘면 네 고양이 가져갈래?”

“…….”

대답이 없다.

“나율무.”

시선을 피한 지한이 율무에게 말을 걸며 위기를 탈출했다.

‘그냥 있다가 더운 척하면서 살짝 벗어야겠다.’

그사이 다음 코너를 진행 중인 연하. 그는 태블릿을 들고 있었는데.

“저희가 지금 라이브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댓글로 질문을 한번 받아 볼까 해요.”

“너무 좋아요~”

율무는 연하의 옆에서 보조 MC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럼 율무 씨가 먼저 하나 읽어 주시겠어요?”

연하가 율무 쪽으로 태블릿을 조금 더 내밀었다. 다른 멤버들은 앞에 놓인 여분의 태블릿으로 두 명, 세 명씩 나누어 보고 있었다.

“Oh my gosh. 댓글 너무 빨라!”

읽을 새도 없이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말풍선에 청의 눈알이 빙글빙글 돌았다.

함께 보고 있던 유연이 화면을 만져 채팅창을 아래로 내리자, 계속해서 새로고침 되던 채팅창이 잠깐 멈춘다.

“이렇게 봐야겠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아래로 차곡차곡 쌓이는 중.

같은 방법으로 팬들의 댓글을 읽던 율무가 이내 마음에 드는 질문을 발견했는지 손을 들었다.

“저 읽어도 돼요?”

“네. 읽어 주세요.”

“꼬미 님께서 가장 재미있었던 리얼리티 촬영이 뭐예요? 라고 물어봐 주셨어요.”

컴백 기념으로 라이브를 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인 프로그램을 챙기는 질문. 율무의 센스에 제작진들은 소리 없이 감탄했다.

“저는 솔직히 다 재미있었는데, 그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유연이 청이랑 갔던 실내 테마파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의 대답에 청과 유연도 맞장구쳤다. 그날 정말 재미있었다며.

“다른 멤버들도 데려가야 하는데.”

“아니? 괜찮아.”

지한이 단칼에 거절했다.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 같은 E 집단은 두 시간 만에 그곳에 있는 모든 기구를 섭렵해, 함께 갔던 VJ들을 녹초로 만들어 버린 일화로 이미 유명했다.

“그날 촬영 다 끝나고 숙소에서 모여서 MBTI 테스트를 했는데, 그 결과가 방송이랑 합쳐지니까 더 신기한 거 있죠~”

민성도 테마파크에 가고 싶은 거랑은 별개로 자신도 그 부분은 인상 깊었다며 공감했다.

“팬분 중 한 명이 혹시 룸메이트도 E랑 I로 나눴냐고 물어봐 주셨는데, 그건 아닙니다.”

조용히 채팅창을 보던 지한이 대답했다.

“그럼 지금 방은 어떻게 쓰고 계신 걸까요?”

연하가 자연스레 다음 질문으로 연결하자 지한이 말을 이었다.

“가위바위보로 나눴어요. 저랑 백야, 유연이가 룸메이트고 민성이 형이랑 율무, 청이가 한방을 쓰고 있습니다.”

- 민성이랑 유연이 지옥 당첨임?

- E사이에 I랑 I사이에 던져진 E라니ㅋㅋㅋㅋㅋ

민성과 유연을 애도하는 댓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두 번째 질문도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청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 질문! 저요! 찾았어요!”

연하가 청을 보며 질문을 읽어 달라 손짓했다.

“멤버 중에 가장 야한 사람은 누구세요!”

“……왜 그런 질문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백야가 작게 중얼거렸다.

“야한 사람? 좋네요.”

연하는 재미있어했다. 그는 투표로 뽑아보자며 적극적으로 나서기까지 했는데.

“딱 한 사람만 지목하는 거예요. 팀 내에서 가장 섹시한 멤버.”

하나 둘 셋!

연하가 셋을 세자 멤버들의 손가락이 서로 얽혔다.

“유연 씨 두 표. 지한 씨 두 표. 백야 씨… 두 표?”

“엥?”

백야와 연하의 고개가 동시에 갸웃거렸다.

‘거기서 제 이름이 왜 나오죠?’

백야가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갔다.

범인1 나율무.

“나는 우리 백야가 한 표도 못 받았다고 서운해할까 봐~”

범인2 한유연.

“나는 뭐… 그, 어, 너 요즘 춤이 많이 늘었잖아? 그래서 뽑았지.”

제 발 저린 도둑들이 다급하게 해명했지만, 사실은 그냥 장난 좀 쳐 보려다 일이 커진 것에 불과했다.

연하는 백야를 향해 귀여운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반전 매력이 있는가 보다며 세 사람을 앞으로 불러냈다.

“저희가 또 이 섹시한 세 분의 춤을 안 볼 수가 없겠죠.”

제작진이 라이브 중간에 테이블을 왜 치웠겠는가. 이런 거 시키려고 치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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