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45화 (45/340)

제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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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요즘 화제 되고 있는 데이즈 무대 의상 모음

추천 470 반대 22 (+438)

ID 신인 남돌 데이즈가 ‘인형 컨셉’으로 컴백함.

<데이즈 의상실>이라고 돌판 뒤집은 역대급 프로모션에 SNS가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음.

데이즈 팬 아니더라도 돌팬이라면 한번은 눌러봤다는 의상실ㅎㅎ

팬들은 활동 시작하면 우리가 올린 코디 그대로 음방에 입고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교복 의상 단체 사진.jpg)

(체크 남방, 초커, 가죽바지 의상 단체 사진.jpg)

(점프 수트 의상 단체 사진.jpg)

(청재킷, 청바지 의상 단체 사진.jpg)

+ 댓글로 계속 추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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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뭐 매일이 컴백임ㅎㅎ

- 개좋아ㅠㅠㅠ 아무나 수트 한 번만 입혀주세요ㅠㅠㅠㅠ

- 타팬인데 개 부럽다 진짜...

- (하네스 의상 단체 사진.jpg)

└  와.. 하네스 멤버별로 다 다름

- 케이블 포함 음방이 최소 네 개니까 일주일에 의상만 24개씩 뽑아내는 중

- 여기 코디 열일하네~

- 민성이랑 백야만 점프수트 정석으로 입었고 나머지는ㅋㅋㅋ

└ 율무 안에 아무거도 안 입었는데 단추 풀려 있고요...

└ 유연 청청 수트 바지까지만 입고 팔 허리에 묶은 거 개 좋아!!!

- 너무 예쁘다아아앙ㅠㅠ

- (세라복 의상 단체 사진.jpg)

└ 세라복+베레모 백야 레전드

- 청청이 청청입었다!

- 세라복 작은 애가 확실히 귀엽긴 하더라ㅎㅎ 큰애들은 세라복 보다는 해군 제복 같음

└ 제복 같은 세라복이라 다행

└ 그 작은애도 175라는 사실

- 근데 이거는 좀 다른 얘긴데 위에 베레모 쓴 애 노래 개 잘하더라... 아니 음이 끝도 없이 올라가;

└ 4단 고음?

└ 그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얘네 요즘 반응 오는 거 같더라. 음원도 야금야금 오르는 거 같던뎅

└ 얘네 이번이 두 번째 활동이고 실물 앨범은 처음인데 초동만 33만 장 팔아치움. 물론 초동기간 팬싸가 한몫했다고 보지만 ID에서 작정하고 푸쉬할 생각인 듯

- 의상 대박이다! 근데 같은 소속사인 로즈데이는 왜 그래..?

- 얘들아 활동 길게 해주라ㅠㅠ

* * *

아침부터 꽃단장이 한창인 뱁쌔. 소개팅도 이보단 덜 정성 들였던 것 같지만 내 알 바 아니었다.

돈 쓴 보람이라는 걸 처음 느껴 본 그녀는 행복한 얼굴로 핸드폰 메시지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데이즈 미니 1집 WANT ME 팬 사인회에 당첨되셨습니다.]

맥시멈 두 장을 생각하고 갔던 그녀는 충동적으로 한 박스를 구매하고 나왔다.

‘비록 텅장이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덕분에 드래곤볼을 넘어 소장용, 전시용, 실사용 백야까지 손에 넣지 않았는가.

다다익야.

백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신분증과 앨범, 보조배터리에 선물까지 야무지게 챙긴 그녀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서울의 서쪽 끝에 사는 그녀에게 강남은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 개찰구 통과와 동시에 그녀의 지하철 여행이 시작됐다.

약 한 시간에 걸려 도착한 서초구의 한 아트센터. 여유 있게 도착했음에도 입구 앞은 데이즈의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DASE FANSIGN EVENT]

“신분증과 당첨 내역 미리 준비해 주세요~”

무슨 줄이 저렇게 긴가 했더니 입장권 교환을 위한 줄이었나 보다.

눈치 빠른 뱁쌔는 잽싸게 대열의 끝으로 합류했다. 얼핏 봐도 제 차례가 오려면 10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개 떨린다.’

벌써 이렇게 떨리면 있다가 백야 실물 영접하고 심장마비 오는 거 아닌가.

뱁쌔가 혹시 몰라 준비한 청심환을 꺼냈다.

“으악! 물…!”

그런데 물이 없었다.

이 쓴 걸 그대로 씹어 먹게 생긴 상황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때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 드릴까요?”

천사님의 등장이었다.

“앗. 감사합니다. 그럼 저 한 모금만…….”

무사히 청심환을 삼켜 낸 뱁쌔.

조심스레 물병을 돌려주자 천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혹시 최애가 누군지 여쭤봐도 돼요?”

“앗. 저는 백야요.”

“아~ 백야 팬이시구나. 저는 지한이 좋아해요.”

지한의 팬이라던 그녀는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약간 지한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혼자 오셨어요?”

“네. 제가 아이돌 덕질은 처음이라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서요.”

“어머, 저돈데!”

이후 급속도로 친해진 뱁쌔와 지한이 나라다 님. 내친김에 SNS 친구까지 맺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나라 님 저도 저기서 인증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입구 옆으로 세워진 노란색 입간판. 입장 전, 그 앞에서 티켓 사진을 찍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네, 찍어요! 저도 찍을래요.”

뱁쌔는 사진을 찍자마자 SNS에 업로드했다.

- 헉 뱁쌔님 팬싸 당첨되셨어요? 축하드려요!!! 너무 부러워ㅠㅠㅠ

업로드와 동시에 댓글이 달렸다. 뱁쌔의 친구 복쑹이었다.

응모했지만 안타깝게 당첨되지 않았다는 그녀에, 그녀는 복쑹의 몫까지 잘 보고 오기로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꼭 지정된 좌석에 앉아주세요.”

입장과 동시에 진행요원이 티켓을 확인했다. 뱁쌔의 번호는 23번. 나라는 62번이었다.

“그럼 이따가 봬요!”

결국 팬싸가 끝나고 입구 앞에서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은 헤어졌다.

시간이 임박하자 점점 차오르는 좌석. 나름 앞 열에 앉게 된 뱁쌔는 주변을 신기하게 둘러봤다. 특히 엄청나게 큰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을.

‘저게 말로만 듣던 대포!’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텅 빈 무대를 계속해서 찍어댔는데. 제 바로 옆 사람도 그중 하나였다.

‘저기에 뭐가 있나?’

뱁쌔가 고개를 빼며 기웃거렸다. 찍고 확인하고의 무한 반복.

곁눈질하다 지쳐 버린 뱁쌔가 의자에 널브러졌다.

‘아 몰라. 백야나 빨리 나왔으면.’

그러다 7시 정각을 살짝 넘었을 즈음. 무대 옆에서 데이즈가 입장했다.

“꺄아아악!”

순간 귀가 먹먹할 정도의 큰 함성이 아트홀을 가득 채웠다. 쑥스러운 듯 허리를 숙이거나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멤버들.

무대 중앙.

테이블 앞으로 나란히 선 데이즈가 팬들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하나 둘 셋.”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와아아악!”

전보다 더 커진 함성에 백야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악! 한백야 졸라 귀여워!’

뱁쌔가 속으로 백야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함성 소리가 조금 줄어들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셔터음.

촤라라락!

뱁쌔의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던 복숭아의 홈마, 백야현상(이하 백상)도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핑머 백야. 진짜 잔인하다.’

데이즈는 티저 의상이었던 흰 티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는데, 셔터를 누르는 족족 A컷이었다.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

음악방송마다 매번 할로윈 코스프레를 방불케 하는 의상을 선보이고 있으니 팬 사인회에서만큼은 힘을 빼겠다 이거지.

밀당이 아주 수준급이었다.

염색도 새로 했는지 머리 색이 아주 선명한 분홍색이었다. 때문에 더 인간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인형이 움직이고 있다…!’

그녀가 무한 셔터를 누르는 사이, 인사를 마친 데이즈는 세팅된 테이블로 돌아 들어가서 앉았다. 백야는 네 번째 자리였다.

“번호 순서대로 시작할게요~”

뱁쌔가 가방에서 앨범과 선물을 주섬주섬 꺼냈다. 본격적인 팬 사인회의 시작이었다.

‘아… 심장 터질 것 같아.’

얼마 기다리지 않고 대기 줄에 합류하게 된 뱁쌔. 자리에 카메라를 두고 온 백상도 그녀의 뒤에 함께 서 있었다.

“다음 분 올라갈게요.”

드디어 뱁쌔의 차례. 첫 타자는 율무였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뱁쌔가 말을 더듬으며 꾸벅였다.

‘크다…!’

앉아 있는데도 엄청난 체격이 느껴졌다.

‘중학생 때 농구부였다던가.’

때문인지 그는 팬들 사이에서 체대 남신, 체대 오빠라고 불리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시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뱁쌔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멀뚱히 서 있자 율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저, 하, 한 시간 정도….”

“아이고~ 먼 길 오셨네요!”

율무의 주도하에 이어지는 스몰토크.

“저희 무대 중에 어떤 의상이 제일 마음에 드셨어요?”

“다, 다 좋았어요. 정말로.”

그녀의 대답에 율무가 기뻐했다. 다음 차례로 넘어가기 전, 먼저 손바닥을 내미는 율무에 뱁쌔가 멀뚱히 바라만 보자.

“하이 파이브! 저 한 번만 해주세요~”

뱁쌔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율무의 손바닥에 제 손을 톡 부딪쳤다.

“이동하실게요.”

다음 순서는 민성이었다. 단정하고 참하게 생긴 외모의 민성은 목소리마저 나긋했다.

“식사하셨어요?”

“네. 민성 님은 뭐 드셨나요…?”

뱁쌔의 극존칭에 사인을 하던 리더가 잠시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헉.”

부드럽게 올라가는 입꼬리.

‘제가 지금 아나운서 진행 교양 프로그램 방청에 와 있나요.’

단아함 그 자체였다. 황홀한 얼굴에 저도 모르게 턱을 떨어뜨린 뱁쌔가 멍하니 굳어있자 민성이 농담을 건넸다.

“어……. 여기 모기가 한 마리 날아다니던데.”

그러나 그녀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뱁쌔가 황급히 입을 닫자 민성이 장난이라며 개구지게 웃었다.

심장에 해로운 미소에서 관람 중이던 팬 석이 술렁였다.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아서 조금 풀어드리고 싶었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요? 다행이다.”

오늘은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이니 어색한 게 당연하다던 그는, 사실 저도 많이 긴장했다며 다음에는 목소리를 조금 더 들려 달라며 앨범을 넘겼다.

세 번째 주인공은 청.

“Hi!”

뱁쌔가 앞에 서자마자 하이 파이브를 청하는 캘리보이.

“나이스 하이파이브~”

엄청난 텐션이었다.

“누구 보러 왔어요?”

“데, 데이즈 다 보러 왔어요.”

“Really? 감사합니다요~”

오늘을 위해 존댓말 특훈을 받았다는 그는 말끝에 무조건 ‘요’를 붙여대고 있었다.

“팬 사인회 너무 재밌어요!”

그래 보였다.

팬이 준 머리띠를 두 개나 착용하고 있던 그는, 이 자리에 모인 그 누구보다 사인회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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