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49화 (49/340)

제49화

“동물……. 먼저 참새 소리야.”

조용해진 교실.

“편하게 해, 편하게.”

수재의 응원에 힘입어 백야가 용기를 냈다.

“짹짹짹.”

순간 엄청난 정적이 흘렀다.

1초.

2초.

3초.

개인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한 적막에 백야가 눈알을 굴렸다.

‘한 번 더 해야 하나…?’

눈알이 마구 굴러다니는 개복치. 분위기를 살피던 그가 한 번 더 소리 냈다.

“짹짹짹.”

그러자 참지 못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푸흡! 아, 쟤 너무 귀엽다!”

책상을 내려치며 웃던 영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탁 앞으로 다가가 백야를 끌어안은 그.

“너 진짜 대박이다. 우리 팀 안 올래?”

스무스하게 영업을 시도하는 대선배에 지한이 영삼의 팔을 예의 바르게 떼어냈다.

“저희 팀 팥이라서요.”

세상 진지한 얼굴로 붕어빵 팥 드립을 시전하는 지한.

한편 교실 뒤편에서는 여전히 백야의 참새 소리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출연진이 셋이나 더 있었다.

“참새가 큽, 너무 정직한 거 아니야?”

“아, 눈물 나. 누가 쟤한테 저걸 칭찬했어?”

“푸하하하! 참새 말고 또!”

묘하게 매력이 있다며 다른 동물 소리를 요구하는 호딘.

‘참새 말고…?’

백야가 조심스레 답했다.

“…사자?”

“사자 콜!”

국민 MC의 요청에 이번에는 사자를 준비하는 백야. 개복치는 시키는 거라면 뭐든지 열심히 했다.

“크와아앙!”

콧잔등을 잔뜩 찡그린 그가 입을 크게 벌렸다.

[여기가 바로 동물의 왕국]

[용맹 햄스터]

제 딴에는 포효하는 사자 표정도 함께 지었으나, 제삼자의 눈에는 그저 하품하는 햄스터였다.

“파핰!”

어떻게든 참아보려 노력하던 율무도 결국 웃음이 터져 버렸다. 사람들이 제 개인기를 보고 웃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박장대소할 줄이야.

‘나 혹시 개그맨을 해야 했나.’

백야가 자신을 돌아보는 사이 진정한 멤버들과 패널들.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냐. 아무튼 열심히 해서 보기는 좋다.”

수재가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너희 담임선생님께서 반장한테 가져다주라고 한 거 있지 않아?”

개인기 타임이 끝나자 입학 신청서를 찾는 대윤.

“아! 잠시만.”

민성이 백야가 메고 있는 책가방을 열자, 그가 서류철을 꺼낼 수 있도록 얌전히 등을 내어주는 백야. 잠시 후 민성이 네모난 파일을 꺼내 호딘에게 가져다주었다.

“성명 데이즈!”

호딘이 우렁찬 목소리로 읽는데.

“소속! ……돌 팩토리?”

여기가 어디냐며 혹시 돌 만드는 공장이냐 묻는 그에 청이 유창한 발음으로 정정해주었다.

“Nope. Doll Factory. 인형 만드는 곳! 우리 다 공장에서 나왔어.”

“아~ 탈출한 거야?”

“…탈춤? No. 나 그거 못 해.”

“어?”

“근데 너튜브에서 봤어.”

[의사소통 오류]

[탈춤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데이즈의 본격적인 장래 희망부터 공개!]

“민성이 장래 희망은 가수래. 근데 이거는 지금 이뤘잖아.”

“응. 이미 이뤘어.”

“아, 혹시 솔로 가수가 되고 싶었다거나 뭐 그런 거야?”

그룹으로 데뷔해서 장래 희망에 다시 가수를 적은 게 아니냐며 짓궂은 질문을 던지는 수재. 그에 민성이 곤란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나는 지금 멤버들이 너무 좋고 앞으로도 평생 함께하고 싶어. 이건 정말 진심이야.”

[사이 좋은 데이즈]

[다음은 율무의 장래 희망]

“율무 장래 희망! 율무!”

먹는 율무로 태어나서 율무차가 되는 게 꿈이냐 되묻는 호딘. 율무가 앞에 데이즈를 적는 걸 깜빡했다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데이즈의 율무가 내 장래 희망이야~”

“너잖아.”

“응. 나도 이미 이뤘어.”

데이즈는 대체로 자기애가 강한 것 같다며 대윤이 감상을 말했다.

“그럼 너도 이미 꿈을 이뤘고. 다음은 지한이.”

지한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나 봐?”

“열심히는 했어.”

성적이 어느 정도였냐 묻는 호딘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지한.

“반에서 2등?”

1등은 딱 한 번 해 본 적 있다는 말에 술렁이는 교실.

“와~ 연습생 하면서?”

“응. 회사 다니면서.”

지한의 대답에 영삼이 이건 정말 대단한 거라며 감탄했다.

연습생들의 스케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학업과 데뷔조 준비를 병행하는 건 진짜 생명을 갈아야 되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진심 리스펙 한다.”

“고마워.”

다음은 백야.

“백야의 장래 희망은 대윤이래.”

“나? 나 왜?”

국가대표 선수가 꿈이냐 묻는 호딘에 백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도 너무 좋지만 나는 대윤이처럼 키가 크고 싶어.”

“너 키가 몇인데?”

[백야의 키는 175.2cm]

[절대 작지 않은 키]

오히려 평균 키보다 살짝 큰 편 아니냐 되묻는 호딘.

“맞아. 지금 내 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건 아니야.”

다만 멤버들이 너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는데.

“비슷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어.”

그에 백야를 위로하는 영삼.

“아니야. 너는 지금이 더 매력 있어. 물론 커도 멋있겠지만, 너희 여섯 명이 모였을 때의 밸런스랑 이미지 합 이런 게 너무 좋거든.”

아마 회사에서도 그런 거까지 다 고려해서 너희를 모은 걸 걸?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백야는 마지막에 급하게 들어온 멤버였으니까.

“좋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번에는 유연의 장래 희망]

“유연이는… 공주님?”

“맞아. 난 어렸을 때 공주님이 되고 싶었어.”

보통 왕자님이 되고 싶다는 애는 봤어도 공주님은 처음이라는 호딘.

“위로 누나가 두 명이나 있거든.”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마법 소녀 변신물, 혹은 공주님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많이 봤다고….

“누나들은 리본 달린 예쁜 신발 신는데 나는 그냥 운동화니까 나도 저거 신고 싶다고 운 적도 있었어.”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공주님이 되고 싶어?”

“음~ 아니. 생각해 보니까 지금은 왕자님이 하고 싶어졌어.”

“왜? 넌 꿈이 그렇게 쉬워?”

“이제는 팬분들이 공주님이니까?”

기다렸다는 듯 볼 안으로 쏙 들어가는 보조개.

“와~ 쟤 노렸다! 노린 거야!”

같은 남자인데 왜 설레냐며 발끈한 대윤이 유연을 향해 외쳤다.

“오~ 제법인데?”

민성이 유연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자 자연스레 손바닥이 부딪혔다.

“마지막이야. 청이는… 사람? 지금은 인간이 덜됐다는 소리야 뭐야?”

수재의 말장난에 청을 제외한 멤버들이 빵 터졌다.

[????]

[유일하게 알아듣지 못한 외국인]

“왜? 방금 그게 뭐야?”

자세히 설명해주는 유연. 그러나 역시 깊은 맥락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다른 대답이 나왔다.

“맞아, 나 사람 아니야.”

이번 컨셉에 누구보다 진심인 멤버를 고르라면 아마 청이 아닐까.

“나는 지금 인형이야. 그러니까 나중에 되고 싶은 거는 사람 할래.”

“그럼 사람이 되면 뭐가 제일 하고 싶어?”

수재가 질문했다.

“음.”

고민하던 청이 백야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해맑게 대답했다.

“나 햄스터 키우고 싶어졌어!”

“……그걸 왜 날 보면서 말해?”

“닮았잖아!”

[이어서 장단점을 살펴보는 시간]

“민성이 장점은 왜 빈칸이야? 단점은 멘탈이 약함.”

“맞아. 나는 멘탈이 좀 약한 것 같아.”

다른 멤버들처럼 정신력이 좀 강해지고 싶다는 그의 대답에 해결방안을 제안해보는 수재.

“그럼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정신 수양을 해보는 건 어때? 폭포 아래에서 원기를 모으는 거지.”

우오오옥!

기를 끌어모으듯 수재가 시범을 보이자 민성이 웃으며 장난스레 따라 했다.

“그럼 멤버들이 대신 민성이 장점을 하나 말해 주자.”

네가 리더 아니냐며, 평소 멤버들을 잘 챙겨 줬다면 좋은 대답이 나올 거고 아니면 단점만 두 개가 될 거라는 호딘.

“민성이는 리더십 있고 배려심 많은 게 장점이지.”

지한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장난을 치고 싶어 콧구멍을 벌렁거리던 수재가 갑자기 얌전해졌다.

“나 이상하게 쟤 말은 다 듣게 된다…?”

목소리에 힘이 있다며 지한의 말에는 반박하지 못하겠다는 수재. 대윤도 그 말에 공감했다.

“다음은 율무! 율무 장점은 힘이 세대.”

“맞아. 나 힘세.”

“얼마나 센데. 대윤이보다 세?”

수재가 친구를 앞세워 깐죽댔다.

반면 자기는 농구를 열심히 한 거지 팔 힘은 세지 않다는 대윤. 그러나 두 사람을 위한 경기는 이미 준비되고 있었다.

가운데 놓인 책상 하나. 비슷한 체격의 율무와 대윤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손을 마주 잡음과 동시에 팽팽한 신경전이 느껴졌다.

[숨 막히는 긴장감]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

“자, 준비!”

항상 장난기 가득했던 율무의 처음 보는 진지한 얼굴.

“시~작!”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시작된 경기. 셔츠를 걷은 율무의 팔뚝과 손등 위로 힘줄이 드러났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멈춰있는 듯한 두 사람.

[막상막하]

[넘기려는 율무와 버티는 대윤!]

그때 율무가 힘을 더 실어 자기 몸쪽으로 바짝 당기며 승부수를 던졌다. 대윤이 이를 악물며 버텨보지만,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승기.

“와아아아!”

결국 대윤의 손등이 책상에 닿으며 율무가 승리했다. 데이즈는 자기가 이긴 것처럼 율무를 감싸 안으며 즐거워했다.

[계속해서 율무의 단점]

“율무의 단점. 승부욕이 세다.”

“맞아. 얘 승부욕 장난 아니야.”

멤버의 증언이 이어졌다.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유연이 살짝 질린 얼굴로 말했다.

“물병 던져서 세우기라고 잠깐 멤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돌았던 게임이 있었는데, 내가 그걸 한 번에 해냈거든.”

그거로 내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율무가 성공할 때까지 봐 줘야 했다며 진저리치는 유연.

“어느 정도였냐면 샤워하는데 들어와서 물병 던지기를, 우웁!”

“그만! 거기까지!”

민성이 유연의 입을 냉큼 틀어막았다.

“이거 수위 괜찮아?”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영삼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근데 대윤이 너 오늘 이겼으면 율무가 너희 집 앞까지 찾아가서 팔씨름하자고 했겠는데?”

수재의 말에 율무가 웃는 얼굴로 긍정했다.

“맞아. 그럴 수 있어.”

이어서 지한의 장점. 휘파람.

“이건 아까 개인기로 보여 준 거잖아.”

“응. 그거 맞아.”

정말 잘 불더라며 휘파람 세계 챔피언 대회에 나가 봐도 좋겠다며 이상한 칭찬을 덧붙인 호딘.

“단점! 말이 없음.”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야.”

“그래 보여.”

호딘의 칼 대답에 피식거리는 지한.

“근데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지. 내가 딱 보니까 너희 팀에 말 많은 친구들이 좀 있어.”

호딘이 율무와 유연, 청을 꼽았다. 죄 다 외향성 인간들.

“아이돌은 팀이잖아. 저런 친구가 있으면 반대로 또 조용한 친구들도 필요하거든.”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는 호딘.

“내가 봤을 때, 너의 그 과묵함은 저 친구들한테는 장점이야. 안 그렇나?”

“맞아. 정확해.”

율무가 지한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며 치댔다.

“자, 다음!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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