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아무튼 지한, 유연, 민성 이 세 사람은 앞으로의 뮤비에서도 계속해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음.
왠지 셋 중에 한 명이 조커인 느낌적인 느낌.
(율무 옷장 캡처.jpg)
계속해서 앞에서 율무는 사랑(♥, 성직자)이라고 했는데 WANT ME 뮤비에서 확실해 짐.
침대 위로 즐비한 옷들을 보면 하트 패턴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음.
(율무 샤워 가운 캡처.jpg)
영상으로 보면 너무 빨라서 잘 보이진 않지만, 정지된 사진을 보면 가운에도 하트 무늬가 자수로 새겨져 있는 게 보임.
‘WANT ME’ 뮤비에서 건진 건 여기까지고 마지막으로 티저 사진.
데이즈의 컴백 프로모션 중 하나인 <데이즈 의상실>에 들어가 보면 멤버들 증명사진처럼 생긴 액자가 걸려있음.
확대해서 보면 각자 얼굴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다른데, 여기에도 떡밥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일단 제일 먼저 하트(♥)가 확실한 율무의 얼굴을 보면, 강아지 스티커 옆으로 큐빅 하트와 함께 작은 스페이드 모양의 글리터가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음.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율무의 데뷔 티저는 컬러였음. 스페이드는 흑백 카드밖에 없으니까 저건 페이크라는 거임.
그럼 이제 다른 멤버들의 얼굴도 한번 살펴보자!
청청 : 병아리, 눈꽃
민성 : 진주, 조개
백야 : 복숭아, 큐빅 물방울
유연 : 나비, 꽃
지한 : 큐빅 사각형
와! 대가리 아프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애들 얼굴 스티커까지 궁예 하는 건 좀 오버였나 싶기도 하고ㅎㅎ
사실 더 이상 머리가 안 돌아감.
반응 좋으면 다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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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또 다른 광기네....
- 똑똑한 오타쿠들이 한데 모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곳 = ID
- 마피아 게임 같은 건가? 카드는 멤버들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소품에 불과한 것 같고.. 우리도 멤버들이랑 같이 조커를 찾아내면 되는 거지
└ 일단 나는 시민임. 확실함
- 와... 이 글 보고 나니까 갑자기 다 의심 간다
- WANT ME 뮤비에도 보면 카드 나오긴 함! 뮤비 시작할 때 백야가 일어나는 침대 옆 탁자에 보면 트럼프 카드 케이스 놓여있음
- 문양별로 상징하는 계절이 있다고 했잖아? 마지막에 스티커 붙인 거 보면 청은 겨울, 민성 여름, 유연 봄이 떠오르는데 무슨 관련 없으려나..?
└ 율무가 하트고 봄임
- 지한 큐빅 사각형은 붙이는 각도에 따라서 다이아로도 볼 수 있지 않아?
└ 나도 그 생각 했는데ㅎㅎ
- 난 머리가 나빠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같은 뮤비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그저 놀라움
- 근데 사진 보면 체스판이 되게 애매하게 놓여있잖아. 좀 비스듬히..? 그럼 유연이 흑색 말일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데뷔 티저 흑백인 거 보고 ID 욕 많이 했는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니... 어메이징 데이즈...
- 인형의 집 생긴 게 ‘놀이’ 뮤비에서 나온 성이랑 닮지 않았어?
└ 혹시 평행세계 뭐 이런 건가?!
- 우리 애들 앞으로가 너무 기대된다ㅠㅠ
* * *
1대 1 보컬 트레이닝 때문에 오랜만에 멤버들과 다른 스케줄을 하게 된 백야.
사실 말만 이렇지, 같은 회사 안이라 문만 열고 나가면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백야 갈수록 실력이 느네?”
“감사합니다~”
칭찬에 인색한 트레이너였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그는 백야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었다. 덕분에 수업이 일찍 끝나 버렸다.
그러나 백야는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곧장 내려가지 않았다.
[유연 : 끝나면 B 연습실로~]
백야는 유연의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
“5분 정도는 괜찮겠지.”
트레이너가 나가자마자 보컬실 문을 잠가 버린 그는 얼른 구석으로 향했다. 모퉁이에 틀어박히듯 기대앉아 상태창을 외치는 개복치.
마법처럼 창이 떠올랐다.
“드디어…!”
백야는 오늘이 컴백 준비와 활동 때문에 쌓아두기만 했던 스타 포인트를 한번 털고 갈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 현재 보유 스타 포인트 : 11
원래는 12점이나 있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1포인트를 썼더니 현재 점수가 되었다.
“그래도 많네, 뭐.”
게임에 동기화된 초반을 제외하고 이렇게 풍족했던 적 있었던가.
백야는 눈물이 날 뻔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마음 같아서는 11개 다 돌려서 팔자 한번 펴 보고 싶지만, 언제 어떤 이유로 죽을지 모르는 본체였다.
[스킬 뽑기를 몇 회 진행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보는 뽑기 창에 개복치가 호기롭게 외쳤다.
“8회!”
3점만 남기고 다 턴다.
개복치 탈출 가즈아!
룰렛이 돌아가더니 천천히 멈추며 이내 꽃가루가 튀었다.
[스킬 획득!]
정정하겠다.
똥물이 튀었다.
* * *
멤버들은 처음 보는 백야의 모습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햄스터 진짜 아픈가 봐….”
웬일로 분위기를 읽은 청이 민성의 옆으로 다가와 시무룩해했다.
“역시 내가 가서 힘을,”
“아니? 그거 아니니까 앉아.”
막 일어서는 청의 어깨를 잡은 유연이 도로 자리에 앉혔다. 민성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좀 이상하긴 하지?”
“응.”
지한이 연습실 소파에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백야를 바라봤다.
제일 처음 백야를 발견한 건 율무였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보컬실로 올라갔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시한부 선고라도 받은 듯 텅 비어 버린 눈동자로.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거라는데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한참 컴백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중이라 몸에 무리가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너희도 아까 우는 거 봤잖아.”
다가간 그가 무슨 일이냐 묻기 무섭게 울먹이던 백야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망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당황한 멤버들이 왜 우냐 물어봐도 서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그.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남경이 멤버들에게 백야를 맡기고 황급히 연습실을 나섰다. 트레이너에게 자초지종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놀란 건 오히려 트레이너였다.
「나랑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잘만 웃었는데? 도대체 걜 누가 울렸어? 걸리기만 해봐 아주.」
분노에 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는 수업이 끝난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며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보라며 이를 갈았다.
그 시각, 그 ‘어떤 놈’인 본인은 코를 훌쩍이며 상태창을 확인하는 중이었는데.
나직이 들려오는 코 맹맹한 소리.
“망해써….”
몇 번을 다시 봐도 D. 댄스 스킬이 다운그레이드됐다.
Lv.11 백야 (동기화 중)
외모 : A
보컬 : A
댄스 : D
끼 : B
‘어떻게 올린 능력인데!’
부들부들. 조금 이성이 돌아온 백야가 조용히 치를 떨었다.
멤버들의 춤 실력을 따라가겠다고 흘렸던 피, 땀, 눈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금 전 멤버들의 앞에서 눈물을 쏟은 것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아까 돌렸던 뽑기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오늘 백야가 뽑은 스킬은 총 8개. A와 B등급이 각각 하나씩, C등급이 4개, D등급이 2개였다.
<상을 줘야겠구나, 치명상!(A)>
: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이거는 장착하는 순간 정신 차려보면 제 앞에 철창이 있을 것 같았고.
<열정! 열정! 열정!(B)>
: 열정으로 모든 걸 극복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올려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계서열 0위가 된 아이돌(C)>
: 빌보드 차트 0위에 랭크.
엄청난 혼종이었다.
‘0위면 순위 밖 아닌가…….’
기획자가 스킬을 막 만들었구나. 이러니 게임이 망하지 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스킬이었다.
<스카이 캐슬(C)> - 특수
: 이사를 가게 된다.
이건 조금 특이했다. 장착 스킬이 아닌 1회성으로, 사용하면 사라지는 스킬이었기 때문에.
지금 숙소가 여섯 명이서 사용하기에는 조금 좁은 감이 있었던지라 눌러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개복치의 유혹(C)>
: 섹시 능력이 향상된다.
저희 팀에는 이미 훌륭한 섹시 다이너마이트 유연이 있었으므로 이 또한 패스.
<철이 없었죠(C)>
: 사고력이 한층 깊어진다.
나름 인생 2회차. 지금도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는 평을 종종 듣기 때문에 필요 없는 스킬이었다.
그렇게 줄줄이 꽝 속에 차라리 안 나오는 게 더 좋았을 법한 D등급.
<아빠가 된 아이돌(D)>
: 육아 예능 마스터가 된다.
내용은 고사하고 그냥 스킬 명부터가 싫었다.
아빠는 물론, 육아 마스터도 되고 싶지 않았다. 최근 컴백 활동을 통해 예능은 저와 맞지 않다는 걸 몸소 느끼는 중이었으니까.
그리고 바로 이다음이 백야를 울게 만든 원인이었다.
<혼수상태(D)>
: 정신이 혼미해지는 춤사위.
‘언제였더라. 손가락 잘못 놀려서 한동안 이상한 끼 스킬을 장착한 채로 살았던 것 같은데…….’
추억 속의 <나에게 취한다(D)>.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다. 이 스킬은 춤뿐만 아니라 백야의 정신 또한 혼미하게 만들어놓았다.
거울을 보면 자신감이 올라가는 능력답게 연습실에서 눈빛만큼은 내가 메인 댄서라 해도 믿겠다며 안무가가 엄청 놀렸었지….
차라리 그 시절이 좋았다며 백야가 눈을 감았다.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그때 다가온 인기척.
“백야 자는데?”
“그럼 그냥 자게 둬. 우리가 A 연습실로 가자.”
잔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눈을 뜰 수가 없어 가만히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멤버들을 연습실에서 쫓아낸 상황이 돼 버렸다.
‘나 안자는데…!’
소리 없는 아우성. 당연히 들릴 리 없었다.
멤버들이 조용히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거기다 친구의 숙면을 위해 불까지 끄고 나가주는 스윗함이란.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여기… 귀신 나왔던 연습실 아닌가…?’
개복치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백야가 허겁지겁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나 데리고 가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