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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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케이콘 라인업 진심 케이팝 대축제 (A.I.M, 소년천하, 글래시, 인서트, 로즈데이, DASE, B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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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임에 소천 글래시 로데까지 미쳤네ㅋㅋㅋ 아이돌 1군 총출동
- 3층 또 피바다 되겠당 에임 빨간 물결로♥
- 에임 언제 활동함? 지금도 퇴물인데 시윤 군대 가면 쟤네도 이제 끝이네ㅋㅋ 대세는 소천
└ 응 다음 정병~ 3, 5월 리팩까지 활동하고 이번에도 다 씹어먹었음^^ 니들이 암만 발광해도 6년 연속 대상 가수
인천 문학 경기장.
이곳에는 오늘 데이즈를 비롯한 23팀의 아이돌 그룹과 4만 명의 팬들이 모일 예정이었다.
전날 콘서트 관계자에게 데이즈의 리허설 시간을 전달받은 남경. 본무대는 나름 중간 순서였지만, 일찌감치 시작되는 리허설 탓에 데이즈는 새벽같이 숙소를 나서야 했다.
“음악방송 말고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 그치.”
유연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라인업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우리 이름이 거기 껴있다는 게 아직도 안 믿겨.”
유연이 핸드폰으로 케이콘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하단에는 자신의 가수를 응원하는 팬들의 댓글이 제법 달려있었다.
- 케이콘 가는 맠둥이 여러분! 오늘 인천 피바다 한번 만들어 봐요!! 못 오신 분들 몫까지 떼창 열심히 합시다! 애들 기 제대로 살려줘요 우리!!!
‘맠둥이’는 에임이 팬들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정식 팬클럽 명은 Mark(마크). 목표물이라는 뜻으로 저격, 조준이라는 의미의 그룹명과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불쑥 고개를 든 유연이 남경을 불렀다.
“형.”
“어. 왜?”
조수석에서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던 남경. 그가 뒤를 돌아봤다.
“우리는 팬클럽 안 만들어 주신대?”
데뷔 이후 열심히 달려오기만 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던 데이즈. 그러나 며칠 전 유앱 이후로 정식 팬클럽에 대한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 그거?”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태도에 아닌 척 귀 기울이고 있던 멤버들이 일제히 남경을 쳐다봤다.
관련해서 적어 둔 핸드폰 메모를 찾아낸 그는 고개 들기 무섭게 무언의 압박을 느꼈다.
“뭐냐, 이 부담스러운 눈빛은….”
아는 게 없다고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회사에서 뭐래요?”
차에 올라타기 무섭게 숙면을 하던 백야까지 눈을 말똥거리고 있었다.
“가서 얘기해 주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 하는 게 낫겠지?”
“당근하지!”
청이 기다리기 힘들다며 무릎 위로 손바닥을 빠르게 두드렸다.
“원래대로면 이번 컴백이랑 같이 발표했어야 했는데 일정이 조금 밀렸다고 하더라.”
대형 기획사라고 해서 365일 일을 늘 잘하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회사의 간판격인 에임이 군백기를 앞둔 상황.
반응이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데뷔한 데이즈보다는 팬덤이 확실한 에임을 챙겨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한마디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아직 팬클럽이 없는 그룹도 많으니까 뭐.’
멤버들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나왔어. 이게 회사에서 제안한 이름이야.”
Night(나이트).
데이즈는 낮을 뜻하는 Day와 발음이 유사했다. 뜻은 다르지만 팀 구호도 그렇고 중의어로도 사용하고 있으니 밤이라는 의미의 ‘나이트’가 좋지 않겠냐는 게 회사 측의 의견이었다.
“Day and Night?”
청이 유려한 발음으로 되뇌었다.
“오~ 그렇게 들으니까 고급진데?”
익숙한 단어라 기억하기도 쉽겠다며 율무가 고개를 주억였다.
“편하게 얘기해도 돼. 회사에서도 이것만큼은 너희 의견 따르겠다고 하더라.”
앞으로 데이즈와 영원히 함께할 이름이었다. 누구보다 멤버들이 가장 많이 부를 이름이니, 한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다른 안을 제시해도 된다며 남경이 덧붙였다.
“회사에는 내가 말해 줄게.”
그러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난 나이트 괜찮은 것 같은데. 너희는 어때?”
자연스레 토론을 주도하는 민성.
“나도 좋은 것 같아.”
“나도.”
찬성표를 던지는 백야의 뒤를 이어 지한도 의사를 밝혔다. 청과 율무, 유연도 다르지 않았다.
“그럼 나이트로 하는 거로?”
이로써 데이즈의 공식 팬클럽 명이 확정됐다. 팬들에게 공개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멤버들은 애칭은 뭐가 좋겠냐며 벌써부터 들떠있었다.
“그냥 지금 말해 주면 안 돼? 내일까지 기다리다가 나 목 빠지면 어떡해?”
유연이 얼른 회사에 저희의 결정을 알려 달라며 보챘다. 한 명이 재촉하자 너도나도 달려드는 탓에 남경은 쫓기듯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그사이 데이즈가 탄 차는 경기장에 도착했다.
“다른 팀은 조금 늦을 것 같다네.”
벌써 도로가 막히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주말에 대규모의 콘서트까지 겹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직 시간은 여유 있네요. 그럼 제가 만나서 올라갈 테니까 먼저들 가 계세요.”
주차를 마친 덕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사전에 관계자 측에 등록한 인력은 데이즈와 남경 덕진이 전부. 현장에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나머지 스텝을 위해 우리의 신입 매니저가 남기로 했다.
간만에 새끼 오리가 된 데이즈는 남경의 뒤를 졸졸 따랐다.
[K-Concert DASE]
“여긴가 본데?”
닫혀있는 대기실 문 위로 데이즈의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문을 열자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원래 아무거도 없어?”
청이 실망한 듯 안을 둘러봤다.
기본적인 대기실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방송국과 달리 경기장 측에서 내어 준 공간은 대기실보단 빈방에 가까웠다.
구석에 쌓아놓은 플라스틱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 두 개가 제공해주는 전부였다.
“있다가 덕진이 오면 세팅해야지. 너희는 좀 쉬고 있어.”
그 말에 백야가 얼른 의자 하나를 빼냈다.
“또 자게?”
“안 자. 앉아 있을 거야.”
다가온 민성이 백야를 도와 의자를 함께 내려놨다.
잠시 후 덕진의 전화를 받고 자리를 비운 남경. 가만히 있으려니 좀이 쑤신 외향성 인간들이 몰래 그를 따라나섰다.
빈손으로 나간 네 사람은 양손 가득 여러 명의 스텝들과 함께 돌아왔는데.
“썩 물럿거라!”
청이 여섯 벌의 의상이 걸린 옷걸이를 밀며 들어왔다.
“너 요즘 사극 보냐?”
“응. 너튜브에서 자몽 봤어.”
“주몽이겠지….”
유연이 청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자몽이나 주몽이나.”
“완전 다르거든?”
막내들이 투닥거리는 사이, 커다란 거울을 두 개나 짊어진 율무가 여유롭게 걸어왔다.
“이건 어디다 놓을까요?”
“바닥에 내려놔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삿짐센터 직원 재질.
제법 커 보이는데 율무는 번쩍번쩍 잘도 들었다. 그 모습을 잠시 얼이 빠져 바라보던 백야는 막 들어서는 덕진에게 다가갔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괜찮아요. 이게 다예요.”
남경만 와도 됐는데 멤버가 세 명이나 더 와 줘서 자신은 들 게 없었다며 덕진이 사양했다.
한편 스타일리스트에게서 이름표를 받아 온 남경은 하얀 천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얘들아, 이거 하나씩 챙겨.”
거기에는 그룹명과 멤버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에임이나 소년천하, 로즈데이처럼 대중성이 있는 그룹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가수가 착용한다고 보면 됐다.
“시간 다 돼가니까 슬슬 준비하자. 덕진아, 애들 장비 나눠 줘.”
덕진이 가져온 알루미늄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멤버들의 인이어가 담긴 여섯 개의 작은 상자들이 들어있었다.
“백야 님?”
“네! 저요.”
허리 뒤로 끈을 묶던 백야가 황급히 장비를 받아들였다.
순서대로 한 명씩 호명하며 나눠 주는 덕진.
처음에는 인이어 착용법을 몰라서 아기 새처럼 남경만 쳐다봤는데. 이제는 나름 두 번째 활동이다 이건지 혼자서도 척척 잘 해냈다.
“어? 나 선 없어졌어.”
물론 아닌 멤버도 있었다. 팔을 불편하게 뒤로 넘긴 민성이 엉뚱한 곳을 더듬고 있었다.
“형, 바닥에.”
“뭐야, 누가 이랬어?”
민성의 인이어가 버려져있었다. 대충 어깨에 걸쳐두고 옷 안으로 선부터 빼내려던 게 그대로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누가 그러긴. 네가 그랬지….’
혹시라도 밟을까 냉큼 주워 든 백야가 그의 몸을 돌려세웠다.
“내가 해줄게. 그냥 가만히 있어.”
그렇게 준비를 마친 데이즈.
“슬슬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을 확인한 남경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마침 콘서트 관계자가 등장했다.
“데이즈 준비 다 됐나요?”
활짝 열린 대기실 앞으로 큐시트를 둥글게 말아 쥔 남자가 데이즈의 드라이 리허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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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시작도 전에 레전드 찍어버림. 애들 염색 새로 했나봐ㅠㅠ 근데 백야 살 엄청 빠졌네... (갈발 생머리 지한 프리뷰.jpg)
- 무료 극락 좌표 공유함 (데이즈 리허설 동영상 링크)
- 방금 백상 프리뷰 올라온 거 보고 오열 중. 완전 겁먹은 강쥐 같잖아ㅠㅠㅠ 근데 살 너무 많이 빠졌다... 제발 밥 많이 머겅 (스태프 말 듣고 있는 백야 프리뷰.jpg)
일찌감치 리허설을 마친 데이즈는 대기실로 돌아와 본격적인 무대 준비를 시작했다.
“저희 오늘은 어떤 옷 입어요?”
메이크업을 받던 백야가 물었다.
“잠깐 봤는데 세라복 같던데?”
세라복이라면 음악방송에서 한번 입어 본 적 있는 옷이었다.
‘초밥 아니라 다행이다.’
얼핏 반바지를 본 것 같아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몰래 가슴을 쓸어내린 백야가 거울을 통해 뒤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