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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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E_Official]
For your days! 데이즈 민성입니다. (토끼 이모티콘)
저희 데이즈가 오늘 골드디스크에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상 받은 만큼 더욱더 열심히 할 테니까 계속 지켜봐 주세요.
나잉이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훌륭한 데이즈가 될게요. 감사합니다ㅎㅎ
(데이즈 단체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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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한 시상식마다 신인상을 모조리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데이즈.
빽빽한 연말 스케줄에 숙소 이사까지 겹쳐 회사에 나오더라도 연습실만 들렀다 가서 그런가. 멤버들은 만나는 직원들마다 늦은 새해 인사와 축하를 동시에 받고 있었다.
“백야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 과장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데이즈 신인상 6관왕이라면서요? 너무너무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과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백야군… 편의점에서 천재 아이돌이 되겠다고 다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큽.”
“아하하….”
오랜만에 만난 동만이 쌓아왔던 주접을 발산했다.
“맞다, 데이즈 아체대 나간다면서요?”
“아체대요?”
백야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갸웃거렸다.
반면 데이즈가 아직 전달을 못 받았을 줄은 몰랐던 동만은 자신의 입을 가볍게 내려치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 그… 아이돌 체육대회요. 오전에 매니지먼트실 갔다가 우연히 들었거든요.”
“아이돌도 체육대회를 해요?”
“네. 작년 설 특집 파일럿 예능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꾸준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 봤자 올해가 3회째라며, 데이즈 활동이 워낙 바빠서 모르실 수도 있겠다고 동만이 애써 웃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유연은 어떻게 아체대를 모를 수 있냐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너 어디 뭐 조선 시대에서 왔냐?”
“뭐. 모를 수도 있지….”
아이돌이란 아이돌은 전부 나온다는 친목의 장.
계주, 줄다리기, 2인 3각, 단체 응원전 등. 다양한 종목과 참신한 기획으로 방송 2회 만에 명절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린 M사의 야심작이었다.
“에임도 나간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아요.”
동만은 아마 매니저님께서 조만간 알려주실 거라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트실이 분주하던데 회의하러 오셨어요? 혹시 컴백?”
“네. 스케줄도 거의 끝나서 슬슬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데이즈의 WANT ME 활동이 끝난 지도 벌써 세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드디어! 아, 참고로 저는 야구에 투표했습니다.”
“야구? 그게 뭐예요?”
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유연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지난달에 디자인팀이었나? 아무튼 일주일 동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받은 적 있었거든요.”
의상 컨셉 투표 같았는데 3대 구기종목 중 보고 싶은 컨셉을 골라달라며 커다란 판넬이 로비에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우리 다음 컨셉인가?”
“글쎄.”
백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이 궁금증은 얼마 안 가 컴백 회의에서 풀렸는데….
“데이즈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 될 거고 리패키지 활동까지 구성은 끝난 상태예요.”
백야가 회의실 스크린을 가득 떠 있는 컨셉 이미지를 바라봤다.
‘저게 다 뭐야…?’
제복. 보름달. 십자가.
화면 속 드라큘라 백작이 망토를 펄럭이며 백야를 노려보고 있었다.
“리패키지는 아직 선정 중이라 들었는데 어차피 컨셉에 맞출 거라 이대로 간다고 보면 될 거고.”
기계음 소리와 함께 PPT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하이파이브 짤?’
백야는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동만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건 아직 확정은 아니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려고 기획 중이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자신감 넘치는 아트 디렉터의 말에 백야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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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데이즈·로즈데이 ‘설 특집 아이돌 체육대회’ 출연 확정]
데이즈의 아체대 출연 확정 기사가 뜨던 날, 멤버들은 아침 일찍 낯선 곳에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
백야가 멍한 얼굴로 건물 2층에 걸린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국 최강 체대 입시학원]
서울대 합격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까지 여럿 배출해 낸 강남 최고의 명문 입시학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너희 아체대 나간다니까 대표님께서 지원해주셨대.”
“……대표님께서요?”
도대체 왜?
백야의 얼굴이 더 멍청해졌다.
“이왕 나가는 거 열심히 해서 우승하면 좋잖아.”
남경이 백야의 눈을 피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건가. 확실히 해서 입지를 다지라는…?’
에임, 소년천하, 로즈데이 등 내로라하는 인기 아이돌 속에서 신인 그룹이 눈에 띌 방법은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해 주목받는 것뿐이긴 했다.
명절 저녁 편성인 만큼 우승만 한다면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그런데 종목이….”
“내 생각에도 줄다리기랑 2인 3각을 굳이 입시학원까지 와서 해야 하나 싶긴 한데….”
그때 남경과 백야의 등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니요? 매니저님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으갹!”
“아,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백야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의 체대 우승 컨설팅을 맡은 김주영입니다.”
하루를 통으로 대관했다더니 학원에는 데이즈와 남경, 그리고 선생님뿐이었다.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선생님에 다른 멤버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툼한 종이와 펜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30분 드리겠습니다. 작성 후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등장하기 무섭게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커리큘럼.
“대학 입시 기초 테스트…?”
시험지를 확인한 민성이 입술을 달싹였다. 다짜고짜 입시 테스트라니. 지금 상황이 그에게도 퍽 당황스러운 듯했다.
“저… 그런데 저희는,”
“질문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설문지부터 작성해 주십시오.”
가볍게 기선을 제압해버리는 주영쌤. 민성의 입이 합죽이가 된 건 물론,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눌린 백야도 얼른 시험지 위로 코를 박았다.
이름, 키, 몸무게 등 간략한 신체 사항을 작성한 백야는 재빨리 두 번째 장으로 넘겼다.
[Q. 운동을 가려고 나왔는데 갑자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청난 맛집을 발견했다며 지금 나오라는데, 이때 나의 선택은?]
‘…심리테스트?’
백야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나만 종이를 잘못 받았나 싶어 슬쩍 옆을 보는데 주영쌤의 호통이 울렸다.
“부정행위 적발 시 퇴장 조치하겠습니다.”
놀란 백야가 허겁지겁 하얀 종이 위로 코를 박았다.
[A. 운동은 언제든지 가능! 당장 친구랑 맛집으로 간다.]
[B. 갑작스러운 만남은 부담스러워. 예정대로 운동을 하러 간다.]
슬쩍 뒷장을 넘겨보니 이런 질문이 무려 30개나 더 있었다.
“콜록, 컥.”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죠.”
“죄, 죄송합니다.”
울기 직전의 백야가 기침을 틀어막으며 얼른 답안지를 작성했다.
30분 후.
시험지를 걷어 간 주영쌤이 10분간의 휴식을 선언하곤 모습을 감췄다.
“나 여기 좀 무서워….”
한껏 주눅이 든 개복치가 원장실 안을 힐끔거렸다. 유리창 너머로 채점을 하고 있는 주영쌤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여기 이상하다.”
“야, 목소리 낮춰. 선생님이 들으시면 어떡해.”
최근 서열정리를 확실히 한 막내즈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둘 사이에 앉아있던 율무가 동생들의 어깨 위로 팔을 두르며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일단 기다려 보자.”
당장 학원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백야는 꾹 참고 기다렸다.
잠시 후 테스트 결과와 함께 원장실의 문이 열렸다. 선생님의 들어오라는 목소리에 데이즈는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이게 뭐야…?’
그들 앞에는 달걀노른자가 띄워진 쌍화차가 한 잔씩 놓여있었다.
‘가수라고 나름 신경 써 주신 건가.’
개복치는 노른자를 터뜨려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백야가 눈치를 보며 슬쩍 티스푼을 드는데, 선생님이 기다란 작대기로 화이트보드 판을 척 가리켰다.
“여러분의 체대 우승 전략 분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 위에는 며칠 전 출연을 확정지은 소속사에 방송사 측에서 통보해 준 ‘아이돌 체육대회’의 종목이 적혀 있었다.
종목별 출전 멤버는 그룹당 한 명씩. 백야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목을 확인하곤 눈을 게슴츠레 떴다.
‘잘못 본 건가.’
[2인 3각 : 율무, 백야]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아니이… 팀 내 최장신과 최단신을 붙여 놓다니요.’
이거는 체대 입시의 치읓 자도 모르는 제가 봐도 잘못된 조합이었다. 백야는 노른자에 흥미를 잃음과 동시에 주영쌤을 향한 신뢰가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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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체대 에임 일부 멤버, 데이즈 로즈데이만 완전체
└ 시윤, 연하, 대환
- 막내 아체대 나간다고 입시학원 보낸 ID. 개 유난 극성맘ㅋㅋㅋ
- 저기 강남에서 제일 유명한 체대 입시학원인데! 학생 아무나 안 받는 거로 유명함
- 어디 보자... 오늘 체육대회 종목이 줄다리기, 미션 계주, 2인 3각, 지압 판 제기차기, 판 뒤집기, 단체 응원전(걸그룹), 과녁 맞히기, 림보
└ 모야 릴레이 달리기 없어? 미션 계주로 바꼈나 보넹
- 지한아 오늘 제발 헤어밴드ㅠㅠ
경기도 일산의 한 실내 체육관.
10시간이 넘는 대기 끝에 실내로 입장한 뱁쌔가 퀭한 얼굴로 경기장을 구경했다.
‘방청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데이즈의 아체대 출연 소식이 확정되자마자 나라에게서 함께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백야가 출연하는 예능을 편집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는 말에 뱁쌔는 얼씨구나 좋다를 외쳤는데…. 현실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