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07화 (107/340)

제107화

[MC : 아, 멤버들은 각자 역할을 알고 있는 거예요?]

[백야 : 네, 알려 주셨어요.]

[율무 : 진짜?]

[유연 : 넌 안다고?]

멤버들이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쳐다보자, 복숭아는 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스러워했다.

[백야 : 너, 너희는 몰라?]

[MC : 뭐야, 뭐야~ 다른 분들은 전달받으신 사항이 없는 거예요? 백야 씨가 혹시 마피아 아니에요? 조커?]

[지한 : 다 알아요. 놀리는 거예요.]

[백야 : 이익!]

발끈하는 복숭아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율무 : 아,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기긴 한데 아마 조만간 영상 하나가 올라갈 거예요. 벌써 공개됐나?]

[MC : 뭐가요?]

[율무 : 뮤직비디오 에필로그처럼 저희끼리 뱀파이어 잡기 놀이 하는 걸 촬영했거든요. 궁금하신가요?]

[유연 : 네~]

[율무 : 데이즈 너튜브 공식 계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MC : 두 분 호흡이 굉장히 잘 맞으시네요.]

[유연 : 형이랑 제가 성향이 좀 비슷해요.]

율무와 유연이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MC : 그럼 세계관은 그냥 마피아 게임이다, 이 정도로만 알고있어도 데이즈를 좋아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지한 : 네. 세계관은 팬 여러분께서 조금이라도 더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거니까요.]

백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록곡 소개. 곡 소개를 하며 관련된 주제가 있다면 스몰 토크를 주고받는 식의 진행이 이어졌다.

[MC : 네~ 이렇게 열다섯 개의 수록곡을 데이즈와 함께 들어 봤습니다. 노래가 하나같이 너무 좋아요.]

[단체 : 감사합니다~]

[MC : 오늘 6시, 음원이랑 앨범,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많은 분이 데이즈의 새로운 모습을 보셨겠지만,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토크를 나눠 보기에 앞서 먼저 앨범에는 실리지 않은,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미공개 사진을 함께 보겠다는 말과 함께 전광판 위로 사진이 떠올랐다.

첫 번째 사진은 이마에 휴지를 붙인 채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멍을 때리고 있는 백야의 모습이었다.

[백야 : 으악!]

[지한 : 유치원생 같아요.]

[율무 : 와~ 누가 복숭아 아니랄까 봐 정말 깨물어 주고 싶게 생겼네요~]

[청 : 백야 Everyday 저러고 있어요!]

이어지는 멤버들의 증언에 앨리가 저 사진이 찍힌 순간이 기억나느냐 물었다.

[백야 : 사진 찍힌 건 기억이 안 나는데, 왜 저러고 있는지는 알아요.]

[MC : 왜요 왜. 무슨 일이에요.]

[백야 : 땀 식히려고 선풍기 쐬고 있는 거예요. 메이크업 수정을 해야 하는데 땀이 난 채로 받을 수는 없으니까….]

[MC : 아~ 수정 메이크업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

[민성 : 그런데 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MC : 네. 말씀하세요, 민성 씨.]

[민성 : 백야가 멍을 굉장히 자주 때리거든요. 저럴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백야 : 저요?]

백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야 : 그냥 아무 생각 없는데…? 멍때릴 때 생각을 해?]

[유연 : 생각을 안 한다고?]

[율무 : 왜지?]

[지한 : 왜?]

[청 : 뭘 생각해?]

백야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공방전. 멤버들은 멍을 때릴 때 ‘생각을 한다 vs 안 한다’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MC : 여러분, 잠시만요. 지금 S랑 N이 제 눈에는 확실히 보이거든요? 청 씨랑 백야 씨가 S고 나머지 네 분이 N인데, 맞나요?]

자신의 MBTI를 떠올려 보던 멤버들이 눈이 동그랗게 뜨며 맞다고 대답했다.

[민성 : 어떻게 아셨어요?]

[MC : 정말~ MBTI는 과학입니다, 여러분. 제가 잠깐 설명해 드리자면 S는 멍을 때릴 때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왜냐?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으니까.]

[백야 : 맞아요.]

[청 : 생각하면 그건 생각하는 거야!]

[MC : 반면에 N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해요. 갑자기 내가 투명 인간이 되면 어떨까? 공연장 천장이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지?]

[율무 : 맞아요!]

[유연 : 맞아! 전 개인적으로 초능력이 생겨서 순간 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럼 스케줄 끝나고 멤버들 데리고 숙소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데.]

[MC : 지한 씨는 어떤 생각 하셨어요?]

[지한 : 만약에 내가 이세계로 차원 이동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자다가 눈을 떴는데 제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거죠.]

[백야 : !!!!! (동공 지진)]

심드렁한 얼굴로 N들의 열띤 토론을 듣던 복숭아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였다.

“아악! XX 귀여워!”

백야가 갑자기 왜 놀라는 건진 모르겠으나, 갑작스러운 얼굴 공격에 뱁쌔는 일단 프린트 스크린 키부터 마구 갈기고 봤다.

[지한 : 게임 속 주인공이 돼서 내가 내 몸으로 직접 플레이를 하는 거지.]

[백야 : 그,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요…?]

[청 : 맞아! 리얼리티가 없어!]

개복치의 흔들리는 눈빛이 지한을 향하다 손을 번쩍 들었다.

[MC : 네, 백야 씨.]

[백야 : 저 생각났어요! 저 때 무슨 생각하고 있었는지.]

[민성 : 갑자기?]

[백야 : 으응….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대답이 의문형으로 끝나는 걸 보니 본인도 말하면서 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도 잠시. 내 가수의 힘들다는 말에 안타까운 함성이 쇼케이스 장을 가득 메웠다.

뒤늦게 제가 잘못 둘러댔음을 깨달은 백야가 손사래를 치며 수습에 나섰다.

[백야 : 아니, 그게 아니라…! 춤추고 나면 숨이 차잖아요. 그리고 저 때가 아마 저녁 시간대였던 것 같은데……. 저, 저녁!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하는 얼굴이에요!]

[MC : 아~ 저녁 메뉴~]

[백야 : 네, 저녁밥. 제가 밥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스타일이라.]

백야가 식은땀을 훔치듯 이마를 닦아 냈다.

[MC : 그럼 오늘 저녁은 어떤 거 드셨어요.]

[백야 : 오늘요? 오늘 저희 분식 먹었어요. 김밥이랑 돈가스, 떡볶이요.]

[청 : 피X츄!]

마이크를 든 청이 끼어들며 외쳤다.

[MC : 피X츄? 백야 씨가 캐스팅 당할 때 드시던 그거요?]

[백야 : 어떻게 아세요?]

[MC : 다 아는 방법이 있죠~ 우리 나잉이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일화라고요.]

[백야 : 청이가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식단 때문에 못 먹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먹었어요.]

[MC : 아니, 청 씨! 제가 듣기론 데뷔 후 첫 라디오 방송에서부터 드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금 거의 17개월이 지났거든요? (웃음)]

[청 : 피X츄 잡기 진짜 힘들어요.]

[MC : 그래서 맛은 어땠어요? 1년 반을 기다려 온 피X츄.]

[청 : 너무 맛있어요!]

[MC :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어서 두 번째 비하인드 사진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율무의 사진이었다.

[율무 : 저네요~]

[MC : 율무 씨도 약간 갭이 있는 편이시군요?]

[율무 : 일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임하고, 그 외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편입니다.]

[MC : 그럼 지금은 어떤 상태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율무 : 지금은~ 반반? 나잉이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야 하고, 또 멋있게 보이고 싶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드물게 쑥스러워했다.

이어서 세 번째 사진의 주인공이 공개됐다. 양손으로 티슈를 쥔 채 입에 물고 있는 지한의 모습이었다.

[유연 : 와~ 이게 뭔가요~]

[청 : 휴지 먹어?]

[지한 : 안 먹어.]

[MC : 어쩜 이렇게 공개되는 사진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습니다~ 지한 씨, 저 장면 기억나세요?]

[지한 : 네, 기억나요. 뮤직비디오 마지막 씬 촬영 전에 스타일리스트분께서 립을 발라 주셨는데, 생각보다 화면에 너무 붉게 나온다고 하셔서 조금 걷어 내기 위해서….]

[MC : 지한 씨의 저런 노력 끝에 엄청난 명장면이 탄생한 거군요?]

[지한 : ……네.]

휴지 한 번 물었을 뿐인데 몸 둘 바를 모를 칭찬에 지한이 겨우 대답했다.

다음 사진의 주인공은 유연.

헤어와 메이크업을 수정받는 중에 찍힌 사진이었는데, 유연은 정확히 카메라를 보며 보조개를 짓고 있었다.

[백야 : 와…. 저건 노렸다.]

[율무 : 역시 센터~]

[민성 : 찍는 줄 알고 있었어?]

[유연 : 알았어.]

[MC : 어머, 어머. 역시 데이즈 한fox~ 저 사진 보자마자 지금 나잉이들 함성이~]

단연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연 : 사실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고, 헤어 메이크업을 수정받을 때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눈알을 굴리다가 얻어걸린 거예요.]

우연이었을 뿐이라며 유연이 보조개를 지었다.

[유연 : 얼른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요. 나잉이들 앞이라 그런지 조금 부끄럽네요.]

폭스는 부끄러워하는 모습마저 요망했다.

이어서 공개되는 다섯 번째 주인공.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조각상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민성의 모습이 공개됐다.

[MC : 뭐 하고 계신 거예요?]

[민성 : 저게 진짜 사람처럼 생겨서 혹시나 하고…. 그런데 제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조각상이 움직이는 걸 봤거든요?]

[청 : 저 사람 또 저런다!]

[민성 : 진짜 눈이 움직였다니까?]

[유연 : 형이 눈 깜빡여 놓고 착각한 거 아니야?]

[율무 : 보약 하나 지어줘?]

[백야 : …….]

촬영장에 이어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하는 조각상 귀신 설에 백야의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귀신의 집에 갔을 때부터 알았지만 그녀의 최애는 귀신을 상당히 무서워했다.

[지한 : 그만해. 백야 울어.]

[유연 : 운다고?]

[백야 : 안 울어! 너까지 그럴래?]

백야가 발끈하자 지한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민성 : 맞다. 백야 귀신 무서워하지?]

[율무 : 귀신의 집에서 엉엉 울었잖아~ 청이랑 둘이 보냈으면 큰일 날뻔했지~]

[유연 : 둘이 들어갔으면 해 뜰 때까지 안 나왔을걸.]

[청 : Nope. 나 이제 한국 나이 스무 살 돼서 어른이야. 귀신 하나도 안 무서워.]

[백야 : 나도 안 울었다고…. 진짜야.]

얼굴을 찡그린 백야가 억울해했다.

귀신이 무섭지 않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는지 그저 울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미쳤나 봐…….”

뱁쌔는 유명한 짤처럼 눈가를 짚으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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