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08화 (108/340)

제108화

[MC : 잠시만요.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귀신을 봤다는 말씀이세요? 그거 완전 대박 징조잖아요.]

[민성 : 귀신… 까진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정말로 눈이 움직였어요.]

민성이 결백을 주장하는 와중, 청이 유연의 팔을 건드리며 백야를 가리켰다.

[유연 : 백도 씨 괜찮아요?]

[청 : 또 이상한 주문 외워?]

[백야 : 즈, 저요? …아닌데? 저 하나도 안 무서운데 지금.]

[율무 : 아닌 것 같은데~]

[백야 : 진짜야!]

백야 몰이에 시동이 걸릴 뻔했으나, 스텝의 실수로 사진이 다음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주제는 금방 바뀌었다.

마지막 주인공은 청.

[지한 : 잘 나왔네.]

[유연 : 청이 사진만 너무 멋있는 거 아니에요?]

[민성 : 오~]

아체대 신궁의 재림. 화려한 활의 시위를 끝까지 당겨 조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팬들의 함성과 멤버들의 칭찬이 듣기 좋았던 막내는 팔을 번쩍 치켜들며 즐거워했다.

[청 : 나야! 나!]

[MC : 보자마자 목걸이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 종족 궁수가 떠오르네요. 청골라스.]

[율무 : 우리 청이가 또 아체대 3대 신궁 중 한 명 아니겠습니까~]

[청 : 나 원래 Arrow 잘 쏘는데 체육대회가 나랑 안 맞았어. 나잉아! 내년에 기대해요!]

[백야 : 저도 저런 멋있는 사진….]

이후로는 멤버들이 함께 찍힌 사진이 이어졌다. 단체 사진과 투 샷이 주를 이뤘는데, 멤버들 사이의 거리가 가깝게 찍힌 사진일수록 함성은 커졌다.

[MC : 네~ 지금 공개된 사진들은 오늘 쇼케이스가 끝나고 데이즈 공식 SNS에 올라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율무 : 와아~]

[MC : 그럼 이쯤에서 노래 한 곡 듣고 갈 타이밍인 것 같거든요?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중 하나를 만나 보려고 합니다~]

[율무 : 좋아요~]

[MC : 이번에 불러 주실 노래는 어떤 곡인가요? 민성 씨.]

[민성 : 네. Sweet Dreams라는 곡이고요, 저희 데이즈가 꼭 들려 드리고 싶은 곡이었어요. 이 자리에 와 주신 분들 그리고 유앱으로 함께해 주고 계신 모든 팬 여러분께서 이 밤 좋은 꿈 꾸셨으면 합니다.]

[MC : 데이즈가 나잉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장가 같은 노래. 박수와 함성으로 청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암전되더니 반주와 함께 은은한 조명이 켜졌다.

본무대의 전광판 위로 따뜻한 색감의 오로라가 번지듯 내려앉고, 물안개가 자욱이 깔리며 몽환적인 무대가 연출됐다.

율무의 인트로로 시작되는 발라드곡. 단단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뱁쌔의 고막을 녹였다.

“저 피지컬로 노래까지 잘하는 건 정말 반칙 아니냐….”

얼굴에 홀리고 목소리에 한 번 더 홀린 그녀의 4분은 순삭 당했다.

[MC : 데이즈의 정규 1집 수록곡 ‘Sweet Dreams’ 잘 듣고 왔습니다.]

무대를 위해 잠시 치워 두었던 앨리의 의자와 태블릿PC가 다시 올라왔다.

유앱으로 데이즈의 쇼케이스 라이브 방송을 함께하고 있다며 언급한 앨리는 태블릿을 집어 들었는데.

[MC : 댓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제가 이걸 좀 읽어 드리고 싶은데…. 아니, 잠시만요 여러분. 너무 빨라요!]

큐카드와 마이크를 들고 있는 앨리가 조금 버거워하는 것처럼 보이자 율무가 슬쩍 물었다.

[율무 : 도와드릴까요?]

[MC : 어머, 그래 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태블릿이 율무에게 건네지자, 그는 눈에 띄는 댓글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율무 : 데이즈 노래 너무 잘 불러요~ 율무차 무죄 나율무 유죄. 이게 무슨 말이지?]

[지한 : 비슷한 거 밑에 또 있다. 한유연 유죄 인간.]

[유연 : 나? 왜? (놀람)]

[율무 : 저희 뭐 잘못했나요…?]

[MC : 아니에요. 제가 알기론 요즘 유행하는 주접으로 알고 있어요. 잘생긴 게 죄라면 너는 사형이야, 이런 느낌. 뭔지 아시죠?]

[민성 : 엄청나네….]

[청 : 또! 또!]

[율무 : 제가 뭐 실수한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럼 감사히 생각하고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청 님 혼혈이라면서요?]

난데없는 질문에 멤버들이 막내 쪽을 동시에 바라봤다.

[백야 : 진짜?]

[청 : 혼혈이 몬데. 요?]

[율무 : 아~ 천국이랑 한국 혼혈이래요.]

이것 또한 팬들의 주접 댓글임을 눈치챈 율무가 웃음을 터뜨렸다.

[율무 : 어? 그런데 여기 막 싸워요.]

[민성 : 싸운다고요?]

[율무 : 백야 내 거. 백야가 왜 네 거야? 복숭아는 내 거야.]

[지한 : 인기 많네, 한백야.]

[백야 : 싸, 싸우지 마세요….]

부끄러운 듯 백야의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MC : 네~ 정말 많은 분께서 유앱 라이브를 통해서 함께해 주고 계십니다. 그러면 이제 준비된 다음 코너로 넘어가 볼까 해요.]

[청 : 좋아요!]

이번 코너는 나잉이에 의한, 나잉이를 위한 시간이라며 앨리가 호기롭게 외쳤다.

[MC : 몇 가지 게임을 진행해 볼 텐데요. 제가 주제를 드리면 거기에 맞는 순서대로 나란히 서 주시면 됩니다. 혹시 이해 안 되시는 분 계신가요?]

[지한 : 간단하네요.]

[MC : 네, 좋습니다. 게임에서 꼴찌를 하신 분께는 저희가 또 상심하지 마시라고 이렇게 상품을 준비해 뒀어요.]

앨리가 벌칙이 적혀 있을 것만 같은 종이 꽂이를 집어 들었다.

[MC : 그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키 순서입니다! 가장 큰 사람부터 서 주시면 되세요.]

주제가 공개되자마자 앞 동네가 교통체증으로 혼잡해졌다. 그러나 백야만큼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한곳으로 달려갔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천도복숭아는 제일 끝자리에서 히죽거리며 멤버들을 구경했다.

[MC : 백야 씨 1등! 율무 씨가 2등이고요. 지금 가운데가 굉장히 소란스러워요.]

이어서 민성이 백야의 옆에 서며 3등을 확정받았다.

그러는 순간에도 지한과 유연, 청은 한데 뭉쳐있었는데. 세 사람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한 키를 갖고 있었다.

[MC : 잠시만요. 여기 아직도 정리 안 됐나요?]

[청 : 솔직히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크다. 나 183cm이다, 애들아.]

[유연 : 무슨 소리야. 나 요즘 키 컸다니까?]

[지한 : …그냥 네 번째 할게.]

막내즈와 1~2cm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 지한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벌칙을 하는 게 더 싫었는지 순순히 물러났다.

그러나 절대 양보란 없는 청과 유연에 민성이 어디선가 두꺼운 책 하나를 가져왔다.

[민성 : 아쉽지만 이거로라도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머리가 좀 눌릴 것 같긴 하지만, 곧 죽어도 자기가 더 크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시시비비를 가려 줘야 한다는 리더. 그는 확실히 막내들을 다루는 법을 알았다.

[청 : 하자!]

[유연 :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민성의 중재에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섰다. 책이 유연과 청의 머리 위로 얹어졌지만, 거의 수평 상태나 다름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공동 2등으로 합의 보며 사이좋게 벌칙을 나누기로 했다.

[MC : 이어서 두 번째 주제입니다. 이번에는 생년월일이 빠른 순서!]

주제가 공개되자마자 민성이 제일 앞자리로 달려갔다. 반대로 앞쪽에 서있던 청은 제일 끝자리로 향해 뛰었다.

율무와 지한도 자신의 자리를 쉽게 찾아간 반면, 복숭아는 자리를 잘못 찾았다.

[유연 : 좀 비켜 주시겠어요?]

[백야 : 왜? (어리둥절)]

[유연 : 왜에? 왜라고 했어 지금?]

유연의 눈썹이 삐죽 올라가고 나서야 백야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백야 : 아악!]

백야가 청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한, 율무와 먼저 친구를 먹은 탓에 자신이 그들과 한 묶음이라고 생각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어지는 세 번째 게임.

[MC : 마지막은 눈물이 많은 순서입니다!]

이번에는 멤버들이 하위권으로 몰렸다. 그러나 형 라인의 철벽 수비로 막내즈는 무리에서 튕겨 나와야만 했다.

[율무 : 내가 너희 우는 것만 몇 번을 봤는데 뒤쪽으로 오냐~]

[민성 : 셋 다 비슷하지 않나?]

[지한 : 하위권은 사실 의미 없어요.]

막내즈도 저희가 상위권이라는 사실에 이견은 없는지 달리 반박하진 않았다.

[청 : Okay. 우리 중에서 1등 정하자.]

[백야 : 그래. 그런데 솔직히 나는 내가 왜 여기에 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유연 : 얘 양심 없는 것 좀 봐.]

형들도 유연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유연 : 솔직히 이거는 백도가 1등이다. 청, 넌 어떻게 생각해.]

[청 : 인정.]

[백야 : 인정은 무슨 인정이야. 너희는 처음 본 날부터 울었, 읍!]

[청 : 악! 모라는 거야!]

청이 백야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를 억지로 1등 자리에 세웠다.

어차피 나눠서 하기로 한 벌칙, 이번에도 공동 꼴찌로 반씩 나눠 가진 유연과 청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MC : 네~ 이렇게 해서 미니 게임을 진행해 봤는데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각 라운드에서 꼴찌를 한 세 분은 앞으로 나와서 상품을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억울한 듯 입꼬리가 내려간 백야와 미소를 지은 청, 유연이 앞으로 나왔다.

[율무 : 막내 라인이네요~]

[MC : 백야 씨, 유연 씨, 청 씨는 종이를 한 장씩 뽑아 주시길 바랍니다.]

막내즈가 미션지를 골랐다.

[MC : 그럼 서 계신 순서대로 한 분씩 공개해 보도록 할게요. 먼저 유연 씨부터.]

종이를 펼친 유연이 미션을 확인했다.

[유연 : 잠시만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미션지를 품 안으로 숨긴 그는 고개를 도리질 쳤는데. 숨기는데 필사적인 걸 보니 꽤 황당한 지령이 적혀 있는 듯했다.

[율무 : 뭐죠?]

[MC : 유연 씨, 공개를 해 주셔야 합니다~]

[민성 : 율무야, 잡아.]

리더의 명령에 율무가 팔을 포박하듯 뒤에서 유연을 끌어안았다. 그사이 종이를 채 간 민성이 대신해서 내용을 공개했다.

[민성 : 멤버 중 한 명이 웃을 때까지 애교 부리기.]

벌칙이 공개되기 무섭게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자신 없어하는 유연의 옆으로 벌써부터 정색 모드에 돌입한 멤버들이 보였다.

[MC : 절대 웃지 않겠다는 저 의지! 과연 유연 씨는 몇 분 동안 애교를 부리게 될지, 벌써부터 제 광대가 내려오질 않네요.]

유연이 시작과 동시에 보조개 위로 손가락을 찌르며 윙크를 해 보였다. 그러나 무서울 만큼 표정 변화가 없는 멤버들에 그는 민망함을 느꼈다.

[유연 : 잠깐만. 다들 너무 진지한 거 아니야?]

[민성 : 우린 항상 진지했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유연이 난감해했다. 입술을 축이며 다음 애교를 쥐어짜보는데 순간 사슴의 눈망울이 햄스터와 마주쳤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엽기적인 표정을 짓자 백야의 포커페이스가 단번에 무너졌다.

[백야 : 풉. 헉.]

[유연 : 아싸! 백도 웃었어! 백도!]

[지한 : …웃어?]

[백야 : 아, 아니야! 나 기침한 거야!]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렇게 날려버리냐며 멤버들의 차가운 시선이 백야를 향했다.

[백야 : 아, 아니….]

쏟아지는 눈빛을 견디지 못한 복숭아는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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