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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11화 (111/340)

제111화

엄청난 대사에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다들 애써 웃음을 참았다.

[민성 :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지냈는지 보고를 좀 들어 볼까?]

촬영 전, 제작진에게 컨셉을 전달받은 멤버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청 : 뱀파이어 잡으려 다녔지. 하긴 뭘 해?]

[민성 : 아니, 그…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뱀파이어만 잡으러 다니진 않았을 거 아니야.]

[청 : 뱀파이어만 잡으러 다녔는데?]

대화가 종료됐다.

말 한마디 꺼내기 무섭게 족족 차단해 버리는 신입 헌터에 결국 길드장이 담당 사수를 소환했다.

[민성 : 신입 가르친 거 누구야. 얘 누가 가르쳤어.]

[청 : 얘가 가르쳐 줬어!]

청이 백야를 가리켰다.

[백야 : 나?]

백야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청 : 백야가 5등이잖아. 나 6등.]

[백야 : 아, 맞다.]

팀내 서열 5위는 조금 어리바리한 구석이 있었다.

[민성 : 그래. 네가 쟤를 가르쳤다고?]

[백야 : 네. 그런 거 같아요.]

[민성 : 대답이 왜 이래?]

애매한 대답에 리더가 답답해하자 대화를 지켜보던 서열 4위가 끼어들었다.

[유연 : 참고로 백야가 막내보다 길드에 더 늦게 들어왔어요.]

[민성 : 엥? 근데 왜 얘가 막내야?]

[유연 : 그냥 좀 꼬였어요.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외워요.]

백야는 자컨에서도 족보 브레이커였다.

[율무 : 일단 좀 앉아서 얘기할까? 아무래도 성 주인이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청 : 그럼 여기 우리가 가지자!]

[유연 : 그거 괜찮은데?]

율무가 멤버들을 자리로 이끌었다.

정면을 향해 나란히 앉은 데이즈의 앞에는 붉은색 봉투가 한 장씩 놓여 있었다.

[지한 : 여기 뭐가 적혀있는데? 영어야.]

청이 유려한 발음을 뽐내며 영어를 읽었다.

[청 : 여기에 뱀파이어 있어!]

[백야 : 우리 중에 뱀파이어가 있다고?]

[유연 : 언제 뱀파이어한테 물린 거야? 그러게 혼자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형이지?]

[민성 : 나? 나 아니야.]

불똥이 저에게로 튀자 민성은 진심으로 어이없어했다.

[청 : 율무 아니냐, 율무? 혼자 검은 옷인데!]

[율무 : 형제님,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율무가 이마와 양어깨를 짚으며 기도했다.

[청 : 모야. 저 사람 이상해.]

[지한 : 끔찍한 혼종이네.]

[민성 : 과몰입을 조금 이상하게 한 것 같긴 한데…. 일단 알리바이도 검증할 겸 그동안의 활동 보고를 들어 볼까?]

길드장이 소속 헌터들에게 보고를 요청했다.

[율무 : 저는 여느 때와 같이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의문의 초대장을 받고 지금 이곳으로 걸음 하였지요. 저를 본 신부님들이 계시니 정 의심스러우시다면 여쭤보셔도 됩니다.]

율무의 알리바이는 깨끗했다.

[백야 : 근데 쟤는, 아니 사제님은 헌터 아니지 않아요?]

[율무 : 형제님? 제가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씀드린 지 1분 지났습니다.]

[백야 : 아니, 그게 아니라….]

[지한 : 헌터가 아니니까 알리바이를 증명 안 해도 된다는 뜻 아니야?]

[백야 : 맞아.]

[율무 : 형제님? 제가 비록 사제의 길로 먼저 들어섰으나 함께 삿된 것을 쫓고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마음만큼은 헌터입니다.]

[청 : 아잇! 모라는 거야. 그냥 헌터 하라고 해! Next!]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말투도 이상해진데다 계속해서 어려운 단어를 쓰자 청이 답답해했다.

[민성 : 그래, 그럼. 다음 헌터 이어서 보고해 주세요.]

[지한 : 저는 옆 마을에서 뱀파이어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들려서 그곳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민성 : 뭐 건진 거라도 있습니까?]

[지한 : 없으니까 여기까지 왔죠.]

반항적인 부하의 대답에 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성 : 내가 대장 아니야?]

[지한 : 맞아.]

[민성 : 근데 왜 네가 대장 같지?]

[지한 : 기분 탓이야.]

데이즈 길드장은 허술한 면이 있었다. 계속해서 다음 헌터의 보고.

[유연 : 저는 옆 마을에서 뱀파이어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뱀파이어에게 끌려갈 뻔한 마을 주민을 구해 드리고 그 뒤를 쫓았죠.]

[민성 : 엥? 그런데 왜 보고 안 했어?]

[유연 : 놓쳤으니까. 안 그래도 해 뜨는 대로 본부에 연락을 넣으려고 했는데 마침 초대장을 받았지 뭐야. 이왕이면 놓쳤다는 보고보다 잡았다는 보고가 더 좋잖아요?]

[민성 : 음. 그건 그렇지. 일리 있는 말이야.]

[유연 : 거봐.]

아까부터 부하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민성은 다음으로 백야를 바라봤다.

[백야 : 저는 뱀파이어를 잡기 위한 함정을 파고 있었습니다.]

[민성 : 함정이라면 어떤…?]

[백야 : 그들이 복숭아 파이를 좋아한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굽기 위해 복숭아를 깎고 있었어요.]

[율무 : 저런 잔인한! 이건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닙니까!]

[지한 : 살을 내어 주고 뼈를 취한 다라…. 백야 헌터는 의심할 여지가 없네요.]

백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뱀파이어 의심 후보에서 제외됐다.

오버하는 멤버들의 반응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인간 복숭아는 위기의 순간을 잘 견뎌 냈다.

[민성 : 다음. 신입.]

[청 : 나도 뱀파이어 잡으러 갔어! 산으로 도망가서 내가 따라가서 화살도 쐈는데 빗맞았어.]

[유연 : 화살에 맞았다고?]

[청 : 응! 난 Bloodstain 보고 여기에 왔는데.]

[민성 : 블러드… 뭐?]

[지한 : 핏자국.]

자신이 놓친 뱀파이어의 핏자국을 따라 성까지 오게 됐다는 신입 헌터.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뱀파이어는 지금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율무 : 에이~ 쉽네, 그럼. 다친 사람 찾아내면 되는 거 아니야? 한 명씩 옷 벗어 보자.]

[민성 : 미, 제정신이니?]

[율무 : 어깨 스친 거 아니야? 위에만 좀 까 보면 되잖아~]

[지한 : 너나 벗어.]

[율무 : 오케이! 그럼 나 먼저~]

[민성 : 저놈 잡아.]

민성이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이마를 짚었다. 보스의 명령에 청과 유연이 달려가 팔을 붙잡자 그가 가볍게 반항했다.

[율무 : 아니, 벗는 거보다 빠른 방법 있어?]

[유연 : 무슨 사제가 이래? 발라당 까져 가지고.]

[청 : 까져 가지고!]

검은 사제는 결국 손목을 포박당했다.

주제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민성 : 우리 중에 섞여 있을 뱀파이어를 찾아내야 이 사건도 해결하고 우리가 이 성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 거야.]

[청 : 우리 당했어?]

[지한 : 응. 당했어.]

[백야 : 근데 뱀파이어를 어떻게 찾아?]

백야의 질문에 민성이 빨간 봉투를 내밀며 외쳤다.

[민성 : 진실은 언제나 하나!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백야 : 그건 다 아는 사실 아니야?]

눈새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민성이 난감해했다.

유연과 청은 그런 백야가 웃겨 죽겠는지 서로를 때리며 즐거워했고. 반면 더딘 진행이 답답했던 지한은 기다리지 못하고 봉투를 뜯어 버렸다.

[지한 : 그냥 내가 읽어 줄게. 제 성에 오신 헌터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밤. 우리의 길고 긴 악연은 이쯤에서 끝내는 것으로 하지요.]

[지한 : 저는 저에 대한 단서를 성안 곳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미션을 수행해서 여러분 사이에 숨어 있는 저를 찾아 주세요. 기꺼이 여러분의 손에 죽어 드리겠습니다.]

[지한 : 하지만 당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 저는 여러분이 이 성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방해할 생각입니다.]

성을 빠져나가는 게 다섯 명의 헌터가 될지, 성에 남겨질 여섯 명의 뱀파이어가 될지 기대된다는 뱀파이어의 편지였다.

[청 : 하나도 안 무섭다 뭐! 잡자! 빨리 잡으러 가!]

[백야 : 좀 기다려 봐.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먼저 죽는다고.]

[청 : What?! 지금 욕한 거야? 유연, 햄스터가 나 먼저 죽이자 그랬어. 이거 수상하다 분명히.]

[유연 : 네가 제일 수상해. 너 게임은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원활한 진행을 위해 멤버들은 자신이 이해한 룰을 설명해 가며 의견을 한군데로 모았다.

[율무 : 카드에 적힌 내용은 다 똑같네~ 대신 한 공간에 네 명 이상 있으면 안 된대.]

[민성 : 그럼 세 명까진 모여 있어도 된다는 소리네.]

[유연 : 그런데 우리 제한 시간 같은 거 있나?]

[백야 : 보름달이 뜨는 날 악연을 끝내자고 했으니까 오늘 밤 동안이 아닐까?]

[지한 : 서두르자.]

창밖에는 하얀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단서가 숨겨진 장소는 총 6곳으로 연회장, 식당, 침실, 서재, 정원, 지하실이 있었다.

[수사 시작!]

로비를 벗어난 멤버들이 각자 성안으로 흩어졌다.

뱀파이어가 헌터에게 준 미션은 아래와 같았다.

- 식당 : 노른자 터뜨리지 않고 달걀프라이 만들기 (0/1)

- 연회장 : 무도회 댄스 (0/1)

- 서재 : 뱀파이어 관련 서적 찾기 (0/1)

- 정원 : 꽃에 물 주기 (0/2)

- 지하실 : 박쥐 잡기 (0/1)

- 침실 : 머리카락 찾기 (0/1)

먼저 백야 캠.

미션 카드를 읽고 있는 백야의 얼굴이 제법 진지했다.

[백야 :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게…. 식당으로 가야겠다.]

유연이 같이 다니자고 제안했지만, 누가 뱀파이어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를 덥석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단칼에 거절한 백야는 홀로 식당으로 했다.

[백야 : 어?]

[지한 : 어.]

그곳에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지한이 보였다.

[백야 : 이쪽으로 가는 거 못 봤는데?]

[지한 : 시작하자마자 뛰어왔으니까.]

경계 태세에 돌입한 두 사람은 상대를 탐색하듯 서로를 훑기 시작했다.

[지한 : 너 뱀파이어지. 내 뒤를 따라온 거잖아.]

[백야 : 아니야! 나는 사람이야.]

지한이 백야에게 뒤집개를 겨누며 견제했다. 아직 식당 초입에 멈춰 있던 백야는 움찔거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백야 : 나 진짜 아니야. 진짜 계란 구우러 왔어.]

[지한 :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백야 : 몰라. 근데 믿어 줘. 너 손끝 하나 안 건드리고 옆에서 계란만 구울게. 약속해.]

백야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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