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12화 (112/340)

제112화

다부진 얼굴과 늘씬한 손가락을 번갈아 보던 지한이 천천히 뒤집개를 내렸다.

[지한 : 믿어 볼게.]

[백야 : 고마워! 진짜 손끝 하나 안 건드릴게. 나만 믿어.]

자신의 무해함만 증명하고 상대의 정체에 대해선 아무것도 캐내지 못한 복숭아가 식당으로 입장했다.

[지한 : 너 요리 잘해?]

[백야 : 당연하지. 내가 자취할 때 제일 많이 해 먹은 게 달걀프라이인데.]

[지한 : 너 자취했었어?]

[백야 : 응. 졸업하고 군….]

[지한 : 졸업하고 언제? 너 계약하고 바로 숙소 들어왔잖아.]

[백야 : 허, 헌터 훈련소 졸업하고 잠깐? 아무래도 뱀파이어 잡으러 혼자 다녔으니까….]

진심으로 반응했던 지한이 컨셉임을 깨닫고 빠르게 수긍했다.

[지한 : 아, 난 또.]

[백야 : 뒤, 뒤집어야 하는데 지금!]

다짜고짜 소리치는 백야에 지한이 깜짝 놀랐다.

계란을 가리키는 앞발에 허둥지둥 뒤집개를 넣어 보는데, 어째서인지 계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한 : 왜 찢어지지?]

[백야 : 설마…. 너 기름 안 둘렀어?]

[지한 : …둘러야 해?]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백야 :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지금 거는 그냥 버리자.]

[지한 : 응….]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 지한에게 백야가 새 프라이팬과 달걀을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하는 걸 잘 보라며 뒤집개를 들었다.

[백야 : 먼저 기름을 두른 다음에 프라이팬을 움직였을 때 기름이 물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면 그때 달걀을 깨.]

[지한 : 응.]

[백야 : 조금만 기다리면 지금 내 계란처럼 흰자 색깔이 하얘질 거야. 그럼 이렇게 살살 뒤집개를 넣어서, 짠! 뒤집는 거야.]

[지한 : 완전 요리사네.]

[백야 : 엣헴.]

한 번에 미션을 성공한 백야가 우쭐거리며 양 허리에 손을 짚었다.

- 식당 : 노른자 터뜨리지 않고 달걀프라이 만들기 (1/1)

[백야 : 그럼 난 먼저 갈게.]

[지한 : 응. 잘 가. 고마워.]

미션 완료 도장을 받은 백야가 카드를 챙겨 식당을 빠져나왔다. 다음 미션 장소로 정원을 선택한 그는 주변을 경계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 시각 유연 캠.

유연은 메인 댄서답게 연회장을 제일 먼저 찾았다. 그곳에서 민성과 마주친 그는 서로를 경계하며 미션을 수행 중이었는데.

- 연회장 : 무도회 댄스 (0/1)

[유연 : 형 뱀파이어야?]

[민성 : 아니야. 그리고 내가 진짜 뱀파이어라도 맞다고 하겠니?]

[유연 : 그건 그래.]

[민성 : 빨리 미션이나 해.]

[유연 : 왜? 나 미션 하는 사이에 죽이려고?]

[민성 : 거참, 의심 많네. 그럼 내가 먼저 할 테니까 나와 봐.]

지한과 백야의 첫 만남이 그랬듯 두 사람도 서로를 믿지 못해 경계하고 있었다.

연회장 미션은 랜덤 플레이 댄스. 데이즈의 컴백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컨텐츠답게 출제 곡은 놀이와 WANT ME, NAN이 전부였다.

[민성 : 아니, 그래도 생각할 시간은 좀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작과 동시에 실패한 민성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보던 우리의 메인 댄서는 오히려 민성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연 : 저게 왜 바로바로 안 나오지? 쉬워 보이는데.]

[민성 : 너랑 내가 같아?]

[유연 : 다를 건 또 뭐야.]

[민성 : 조용히 해 줄래? 넌 영원히 내 마음을 모를 거야. 하……. 백야 보고 싶다.]

[유연 : 저 음악 주세요.]

민성과 유연이 자리를 바꿨다.

음악을 달라는 요청에 연회장에는 컴백 타이틀곡인 NAN이 재생됐다. 듣자마자 후렴구임을 캐치해낸 그는 곧바로 목을 감싸듯 양손으로 움켜쥐며 턱을 치켜들었다.

감은 두 눈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황홀한 표정. 그러나 멜로디가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한 눈빛이 정면을 향했다.

무대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곳곳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민성 : 크으~ 기가 막힌다 진짜. 방금 보셨어요? 제 동생이에요. 저희 멤버.]

미션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방청객 모드가 된 민성은 팔불출을 뽐내며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한편 침실 미션이 한창인 또 다른 멤버. 율무는 침대 위를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시트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찾고 있었다.

- 침실 : 머리카락 찾기 (0/1)

[율무 : 아싸~ 심 봤다!]

10여 분 동안의 수색 끝에 찾아낸 머리카락 한 올에 율무가 ‘심 봤다’를 외쳤다. 혹시라도 놓칠세라 꼭 쥔 엄지와 검지 손톱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율무 : 근데 대체 이게 무슨 색이야?]

율무가 조명 아래로 걸어가 빛에 머리카락을 비춰 보았다.

[율무 : 갈색인가? 검은색? 아닌데…. 좀 붉은색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율무는 처음엔 정원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여섯 가지 미션 중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건 아무래도 머리카락인 것 같아서 침실로 방향을 돌린 참이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율무 : 아~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다시 침대로 돌아간 그가 흰색 시트 위로 머리카락을 올렸다. 빛에 따라 색이 달라 보여서 누구의 것이라고 단정 짓기가 힘들었다.

그때, 고민하는 율무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율무 : 누구야?]

소리 없이 다가온 기척에 율무가 뒤를 돌아봤다.

[율무 : 흐억!]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사제의 눈이 커지며 화면은 흑백 처리됐다.

[제작 지원 : CAFFE ID]

[To be continued...]

“아악! 치사하게! 여기서 끊는 게 어디 있어!”

30분은 턱없이 부족한 복쑹이 베개를 팡팡 내려치며 공방의 서러움을 분풀이했다.

적어도 한 편당 3시간은 되어야 애들 얼굴 좀 봤구나, 하는 소리가 나오지!

“딱 봐도 편집 엄청 한 것 같은데. 잘라낼 게 어디 있다고.”

복쑹은 ‘아이 헤이트 편집’을 외치며 SNS를 켰다. 역시나 방금 공개된 영상으로 타임라인이 떠들썩했다.

* * *

“아이고~ 갔네, 갔어.”

율무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백야를 가리켰다.

스케줄이 이른 새벽부터 잡히는 바람에 데이즈는 오후 연습이 끝나자마자 방송국으로 출근해야 했다.

드라이 리허설을 끝낸 멤버들은 무대 녹화를 위해 대기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중이었는데. 백야의 몸에 담요를 둘러 준 남경이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이러고 자는 것도 신기하다 난.”

고개만 꾸벅일 뿐 균형이 무너지는 일은 절대 없는 백야는, 제일 먼저 헤어와 메이크업을 끝내고 앉은 자세 그대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저런 거 보면 균형 감각은 타고난 것 같은데…….”

“푸핫!”

죽어라 연습해도 한결같은 백야의 댄스 실력은 ID 5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남경의 혼잣말을 이해한 율무가 웃음을 터뜨리자 백야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어? 아니야! 나 안 잤어!”

막 잠에서 깨어난 백야가 잠결에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았다.

“백도, 더 자도 돼. 자.”

“아니야, 지금 자면 얼굴 부어….”

“넌 부은 게 더 귀여워.”

“…미쳤어? 아 소름. 잠이 확 깨네.”

너는 붓는 편이 카메라에 더 잘 나온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던 건데 말이 잘못 나온 유연이 당황했다.

“내, 내가 방금 뭐라 그랬지?”

“당백이 넌 부어도 귀여워~”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그거 아니잖아!”

팔 부근의 옷자락을 잡힘과 동시에 율무에게 담요가 날아왔다.

“비슷한 말 한 건 사실이잖아~ 그나저나 정신을 못 차리던데. 뭐 숨기는 거 없지?”

율무가 아닌 척 백야의 상태를 떠보았다. 그러자 여느 때처럼 자신은 멀쩡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멀쩡하다고 몇 번을 말하냐. 제발 신경 좀 꺼 줄래? 아프면 내가 먼저 말한다고.”

“오케이~ 접수.”

그놈의 접수는 하루에 한 번씩 해야 알아듣냐며 백야가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너희도 아까 차에서 정신 못 차렸잖아. 난 지금 스트레스도 0이라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팔팔할걸?”

“무슨 소리야~ 내가 너 코 고는 거 다 들었는데. 그치 유연아?”

“어. 많이 피곤하냐?”

팔팔해진 백야를 보자 슬슬 장난기가 도지는 두 사람이 백야 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나 코 안 골아.”

“뭐 어때~ 피곤하면 골 수도 있는 거지.”

“…진짜?”

친구들의 장난에 속아 넘어간 백야가 심각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나 진짜 코 골았다고?”

“그렇다니까~”

날조 현장을 지켜보던 지한이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백야는 처음부터 장난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대충 장단을 맞춰주던 햄스터는 사기 조작단이 방심한 틈을 타 눈빛을 돌변하며 달려들었다.

“내가, 맨날, 당할 것, 같냐!”

“아악! 악! 악! 윽.”

이제는 속는 척 연기도 곧잘 하는 햄스터가 율무에게 자비 없는 앞발을 날렸다. 그것도 무려 네 번이나.

율무가 팔뚝을 문지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한 놈을 처리한 햄스터는 곧장 다음 목표물을 향해 돌진했다.

“…웃어? 이번엔 네 차례다 이놈아.”

“멈춰!”

사나운 기세에 당황한 사슴이 손바닥을 뻗으며 폭주 햄스터를 진정시켰다. 주먹이 허공에서 멈칫한 틈을 타 유연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진정하고 잘 생각해 봐. 나는 너 코 골았다고 안 했다? 너보고 피곤하냐 그랬지.”

백야는 사기꾼의 화술에 걸려들고 말았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햄스터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유연은 딱히 저를 놀리진 않았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냥 네가 피곤해 보여서 물어본 것밖에 없다? 하필 이 형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네가 그렇게 느낀 거야.”

“……그런가?”

“그럼.”

솜 주먹이 스르륵 아래로 내려갔다. 정상 참작이 된 것이다.

“야, 잠깐만. 이건 차별이지. 얘는 이렇게 넘어간다고? 누가 봐도 같이 놀렸는,”

“조용히 해.”

“악!”

억울함에 이의를 제기한 율무는 맞지 않아도 될 다섯 번째 솜 주먹까지 하사받았다.

“까불고 있어.”

대기실을 제패한 햄스터는 자기를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남긴 뒤 자리로 돌아갔다.

예민 베이비 개복치는 확실히 전보다 조금 난폭해졌다.

‘그래도 율무차가 저렇게 아파하는 걸 보니 너무 세게 때렸나 싶기도 하고….’

미안함에 슬쩍 뒤를 돌아보자 아픈 척 연기를 끝낸 율무가 윙크를 찡긋해 보였다.

백야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좀 더 팰까.’

그 순간 상태창이 나타났다.

[엄청난 의지!]

[새로운 퀘스트(이벤트)가 도착했습니다!]

작년 케이 콘서트에서 떴던 포인트 2배 이벤트였다.

[Q. 이 구역의 미친X은 나야 : 한 구역에 미친X이 둘일 수는 없는 법!

무슨 짓을 해서라도 멤버들을 제치고 ‘미친, 미쳤네, 미쳤다’는 소리를 제일 많이 들어 보세요! 이 구역의 미친X이 되는 거예요!!

팬들의 심장을 뚜까 패 버립시다! ٩(ˊᗜˋ*)و

- 미쳤다는 소리 듣기 (0/100)

※ 성공 시 스타 포인트 2배

단, 실패 시 스타 포인트 소멸]

‘이런 미친.’

미친X 전용 퀘스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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