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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15화 (115/340)

제115화

그러나 한번 셀고는 영원한 셀고.

해당 타이틀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낙인 같은 것이었다.

“푸핫!”

“백야야.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 이거 저번에 공계에 올리려다가 퇴짜 맞은 사진 아니야?”

“하…….”

순서대로 율무, 민성, 그리고 유연의 한숨이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개복치는 장인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비법을 전수해 줬는데 어째서 아직 이 모양이냐는 눈초리가 그를 향했다.

슬그머니 눈을 피한 백야는 핸드폰 속 제 얼굴을 들여다봤다. 행복한 햄스터 한 마리가 로봇처럼 웃고 있었다.

‘괜찮지 않나…?’

그러나 입 밖으로 냈다간 당장에라도 유연이 제 목을 조를 것만 같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개복치는 조용히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때 숙소의 안쪽, 막내들의 방이 모여 있는 곳에서 청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나 나왔다! 다랑지 어디 갔나!”

햄스터가 싫다 한 이후로 청은 줄곧 백야를 다람쥐라 부르고 있었다.

원래라면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던 백야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나 여기!”

“빨리 와! 씻어!”

“으, 응!”

쭈뼛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는 도망치듯 방으로 숨어 버렸다.

* * *

“뭐 볼 거 없나?”

기숙사 침대에 누워 영상의 바다를 헤엄치던 룸 모 씨. 너튜브 중독자인 그녀의 눈에 한 예능 프로그램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한 끗 차이로 계속 틀리는 백야와 율무차 러버 율무의 운명의 데스티니 퀴즈]

바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율무와 백야의 <불금> 영상이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홈 화면에서 아이돌 영상을 밀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나타난 아이돌이라니.

그래도 이번 영상은 예능 클립인데다 원래도 종종 보는 프로그램이었으니 괜찮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입덕 부정 환자의 증상은 못 본 사이 더 악화되어 있었지만, 이 병을 앓고 있는 대부분 환자가 그렇듯 룸메도 완치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듯싶었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봐서 이제는 대사까지 외운 광고를 스킵하며 넘어갔다.

[MC : 너는 내 운명. 운명의 데스티니~ 퀴즈!]

[범 : 아~ 나 이거 제일 못하는데.]

범의 아쉬워하는 얼굴이 잠시 스쳐 지나가고, 단체 컷이 잡히며 MC가 게임 설명을 이어 갔다.

[MC : LED에 드라마, 만화 등 등장인물과 이름이 뜹니다. 그럼 여러분께서는 그 인물의 극 중 커플 이름을 맞혀 주시면 됩니다.]

불금 멤버들은 몇 번 해 보셨을 테니 아시겠지만, 어린 뱀파이어 친구들은 이해가 됐냐며 MC가 물었다.

[율무 : 네. 이해했습니다~]

[백야 : 저도 이해했어요.]

[MC : 자, 그럼 빠르게 게임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간식은 말이죠, 백야 씨.]

[백야 : 네?]

[MC : 율무 좋아해요?]

[백야 : 얘요? (당황)]

백야가 옆을 가리켰다.

[MC : 옆에 율무든 먹는 율무든 다요.]

[백야 : 네, 뭐…. 좋아해요.]

[율무 : 아닌 것 같은데?]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한 뉘앙스에 율무가 반박했지만, 백야는 못 들은 척 딴청을 부렸다.

이어서 율무에게 질문하는 MC.

[MC : 그럼 율무 씨는요. 율무 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가 율무차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율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율무 : 네! 좋아합니다. 율무 최고!]

[승지 : 아~ 오늘 간식 율무차야?]

[율무 : 정말요? 저 율무차 너무 좋아해요. 겨울만 되면 숙소에 쌓아 놓고 먹는데.]

학창 시절 별명이 율무차였다는 율무. 그는 자신의 이름을 한 번도 싫어해 본 적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MC : 오늘의 간식은~ 바로 크로플과 아이스크림 퐁당 율무 라떼입니다!]

바삭하게 구운 크로플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넣은 아이스 율무 라떼가 화면에 보였다.

[율무 : 와아~]

[백야 : 우와….]

[MC : 백야 씨 율무 좋아하냐 물었을 때는 떨떠름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확 피었어요. 간식 같은 거 평소에 즐겨 드시는 편이에요?]

[백야 : 네. 저희 멤버들 다 먹는 거 좋아해요. 저는 과자랑 케이크 좋아하고 청이는 젤리 제일 좋아해요.]

[MC : 단 걸 좋아하시는군요? 율무 씨는요.]

[율무 : 저는 주로 옆에서 뺏어 먹는 걸 좋아하죠.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 뭐든 잘 먹습니다.]

데이즈의 이야기를 듣던 태혁이 말을 더했다.

[태혁 : 와…. 나는 그럼 바로 싸움이야. 감히 내 걸 뺏어 먹어?]

과도한 감정 이입에 태혁이 주먹을 쥐자 MC가 그를 진정시켰다.

[MC : 진정하세요. 태혁 씨한테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

[태혁 :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해서 저도 모르게….]

[승지 : 나도 누가 내 거 뺏어 먹는 건 싫어. 한입 달라 하면 줄 수는 있는데.]

[범 :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다 또.]

[승지 : 어떻게 알았지? 먹는 건 절대 양보 못 하지. (웃음)]

이때 마태가 데이즈에게 물었다.

[마태 : 그럼 데이즈는 안 싸워요? 내가 먹는 거 옆에서 율무가 자꾸 뺏어 먹으면.]

[율무 : 멤버들이 다 착해서~]

[백야 : 포기하면 편해요.]

[태혁 : 뭘 얼마나 뺏어 먹은 거야? 저렇게 포기할 정도면.]

순간이지만 태혁이 율무를 노려봤다. 그러나 율무는 단 한 순간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율무 : 그런데 저도 양심이 있어서 백야 거는 잘 안 뺏어 먹고 주로 청이 거를 먹죠. 백야는 살이 좀 쪄야 해서.]

[마태 : 청이가 다른 멤버 이름?]

[백야 : 네. 저랑 같은 방 쓰는 친구예요.]

[소영 : 그럼 청 씨는 화 안 내요?]

[율무 : 화는 안 내고 그냥 눈썹이 이렇게 올라가요. 며칠 전에도 왕 지렁이 젤리를 뺏어 먹었거든요. 반응이 귀여워요.]

[범 : 보니까 율무 씨가 장난기가 많네~ 팀에 저런 친구들 한 명씩 꼭 있거든요. 우리 팀에도 있어.]

[백야 : 맞아요. 근데 뺏어 먹으면 배로 돌려줘서 오히려 좋아해요. 며칠 전에도 율무가 청이한테 젤리 한 박스 사줬어요.]

[승지 : 와. 대박.]

[소영 : 한 박스요?]

손이 커서 한번 샀다 하면 박스 단위라는 율무. 그 말에 태혁이 오늘 자기 간식도 뺏어 먹어 달라며 부탁했다.

[MC : 아직 신인인데 벌이가 꽤 괜찮은가 봐요.]

[마태 : 그래서 율무차도 쌓아 놓고 먹는다고…. 그거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거잖아.]

[율무 : 동생이 좋아하는데 뭔들 못 사 주겠습니까~]

[백야 : 형. 나 갖고 싶은 거 있는데.]

[율무 : 으, 어? (당황)]

[MC : 네~ 데이즈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입니다. 자, 그럼 이제 간식 소개도 끝났으니 슬슬 게임을 시작해 볼게요.]

짧은 수다를 마무리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MC : 첫 번째 게임입니다. 화면! 보여 주세요!]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공개되는 사진. 반 깐 머리의 무쌍이 매력적인 남자 배우였다.

부회장과 비서의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강 비서가 왜 저러지?>의 남자 주인공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됐다.

[도경준]

첫 번째 문제답게 난이도는 별 하나. 동시다발적으로 손이 올라왔다.

[MC : 네, 마태 씨!]

[마태 : 강 비서!]

[MC : 틀렸습니다.]

[승지 : 승지! 승지!]

[MC : 네, 승지 씨.]

[승지 : 강소미!]

[MC : 정답입니다!]

촬영장 안으로 해당 드라마의 OST가 울려 퍼졌다. 간식을 받으러 나오던 승지는 음악에 맞춰 즉석 안무를 선보이며 흥을 돋웠다.

[소영 : 이런 노래에도 춤을 춘다고?]

[MC : 어우, 댄스 너무 좋아요. 가산점 드립니다!]

[승지 : 아싸~]

승지가 가장 먼저 간식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MC는 승지의 즉석 OST 댄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룰을 조금 바꾸겠다 선언했다.

[MC : 댄스 좋네요. 역시 간식 게임하면 퍼포먼스 아니겠습니까? 퍼포먼스 점수까지 포함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혁 : 그런 게 어디 있어. 원래 이거는 그냥 정답만 맞히면 되는 거잖아.]

[MC : 여기 있습니다. 제 마음이에요. 그럼 이어서 두 번째 게임 나갑니다.]

이어서 공개되는 사진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남신강림>.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남학생이 안경을 벗고 얼굴 천재가 되어 진정한 친구들을 사귀고 사랑을 알게 되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임주은]

아역배우 출신 여배우의 극 중 사진이 공개됐다.

[율무 : 율무!]

[MC : 오~ 율무 씨, 빨랐어요.]

[율무 : 이주호?]

[MC : 정답입니다!]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느낌의 OST가 촬영장에 울렸다.

뒷짐을 진 채 새침한 척 걸어 나오던 율무가 하이라이트 구간에 맞춰 멋있는 프리스타일 안무를 선보였다.

녹화 내내 헤픈 웃음만 흘리던 것과 달리 새로운 모습에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MC : 합격! 역시 아이돌입니다.]

[율무 : 감사합니다~]

[MC : 간식 받아 가세요. 여기 율무 씨를 위한 율무 라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율무 : 와아~ 잘 먹겠습니다~]

율무가 잔뜩 신난 모습으로 간식을 받아 갔다.

백야가 율무의 간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단체 컷이라 대화가 들리진 않았지만, 두 사람이 크로플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MC : 율무 씨, 어때요. 맛있어요?]

[율무 : 너무 맛있어요. 라떼도 맛있는데 안에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이 진짜 고소해요.]

[승지 : 크로플도 진짜 맛있어.]

[범 : 아~ 나도 먹고 싶다~]

[MC : 백야 씨. 드시고 싶어요?]

[백야 : 네!]

[MC : 그럼 문제를 맞히시면 됩니다. 자! 세 번째 문제 나갑니다.]

이번 문제의 주제는 드라마가 아닌 애니메이션. 일본 만화가 원작인 <탐정왕 커난>의 남자 주인공이 시계를 조준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남도이(커난)]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소영과 백야가 손을 번쩍 들며 이름을 외쳤다.

[소영 : 소영!]

[백야 : 저요!]

[MC : 백야 씨 이름을 외쳐 주셔야 합니다. 네, 소영 씨.]

[소영 : 아……. 성이 좀 아리까리한데. 김미란?]

[MC : 실패!]

[백야 : 저요!]

[율무 : 이름, 이름.]

[백야 : 백야!]

여전히 손을 든 백야가 자리에서 폴짝거리며 저를 뽑아 달라 눈을 반짝였다.

[MC : 네, 백야 씨.]

[백야 : 금란!]

[MC : 아~ 실패! 지금 다 나왔어요!]

[율무 : 으이그.]

성과 이름이 모두 나왔다는 MC의 말에 하이에나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범 : 버어어엄!]

[마태 : 마태!]

[태혁 : 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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