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16화 (116/340)

제116화

[MC : 네! 범 씨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백야 씨, 너무 아까워요.]

[백야 : 금 씨 아니야?]

[율무 : 맞아. 근데 세 글자야.]

율무의 힌트에 자신이 저지를 실수를 깨달은 백야. 와락 찡그린 얼굴이 그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범 : 금미란.]

[MC : 정답!]

소영과 백야가 차려 놓은 밥상을 범이 홀라당 가로챘다.

당장에라도 범인을 잡으러 뛰어가야 할 것 같은 BGM에 범이 마취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앞으로 나왔다.

어린 시절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가슴이 웅장해진 그는 바닥을 구르는 열연도 서슴지 않았다.

[태혁 : 저렇게까지 해야 돼…?]

간식을 가지고 돌아온 범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 그는 한껏 치명적인 표정으로 애니메이션의 명대사를 외쳤다.

[범 : 진실은 언제나 하나.]

[승지 : 대박이다, 진짜. 저 오빠는 이길 수가 없어.]

크로플을 한입에 밀어 넣은 승지가 범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MC : 네, 벌써 네 번째 문제입니다. 간식이 반밖에 남지 않았어요. 분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공개되는 사진은 드라마. 장르는 사극이었다.

[승지 : 어? 나 저거 아는데.]

남장을 하고 궁에 들어온 여주인공과 한 나라의 세자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궁중 로맨틱 코미디. <구름이 그린 달님>의 여배우였다.

[홍설아]

[태혁 : 저거 보려고 찜만 해 두고 아직 못 본 건데.]

[소영 : 아~ 나 저거 봤는데.]

[MC : 힌트 드려요?]

[백야 : 네!]

생각보다 저조한 정답률에 MC가 힌트를 투척했다.

[MC : 이름에 숫자가 들어갑니다.]

[소영 : 아! 알겠다. 저 먼저 갑니다, 여러분.]

힌트를 듣자마자 손을 번쩍 드는 소영. 소영이 정답을 외쳤다.

[소영 : 소영. 오영.]

[MC : 정답!]

애절한 사극 OST가 재생됐다.

정답을 맞힌 소영이 한국 무용 느낌의 춤을 추며 사뿐히 걸어 나왔다.

[MC : 저기 잠시만요. 소영 씨는 춤 안 추셔도 돼요. 그냥 가져가세요.]

[소영 : 아니, 잘 추고 있는데 왜요?]

[MC : 좀비 복장이랑 노래가 너무 안 어울려요. 그냥 드릴게요.]

[태혁 : 너 지금 완전 호러야.]

좀비 분장이 부담스럽다며 퍼포먼스를 금지당한 소영이 투덜대며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간식은 두 개. 아직까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백야와 태혁, 마태이었다.

[MC : 다섯 번째 문제~ 주세요!]

<사랑의 비상 착륙> 여자 주인공의 사진이 공개됐다. 행글라이더를 타다 북한에 비상 착륙한 남한 재벌 2세와 북한 장교의 사랑을 재밌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였다.

[윤세린]

드라마가 공개되자마자 백야가 손을 번쩍 들며 이름을 외쳤다.

[백야 : 백야!]

[MC : 네, 백야 씨!]

[백야 : 이상혁!]

[MC : 성을 정확히 발음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슨 상혁이요?]

[백야 : 이! 이상혁이요!]

[율무 : 야 이…!]

아까부터 묘하게 정답을 빗나가는 백야에 율무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백야 : 왜? 맞아, 이거.]

[율무 : 북한 사람이잖아.]

[백야 : 그게 왜…. 아악!]

[MC : 실패!]

자신의 실수를 또 한 번 깨달은 백야가 머리통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마태 : 마태!]

[태혁 : 태혁!]

MC가 실패를 외치기만을 기다린 마태와 태혁이 이때다 싶어 무섭게 달려들었다.

[MC : 마태 씨가 조금 더 빨랐어요. 정답 말씀해 주세요.]

[마태 : 리. 상. 혁.]

[MC : 정답!]

[백야 : 힝.]

백야를 향해 미안하다 손짓한 마태가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BGM과 전혀 맞지 않는 디귿 춤을 선보이며 열심히 퍼포먼스 점수를 얻어 내는 마태. 백야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무대를 관람했다.

[소영 : 으이그. 그래도 게스튼데 그걸 뺏어 가요?]

[마태 : 백야 씨 미안해요. 그런데 이 율무 라떼는 내가 꼭 먹어 보고 싶었어.]

[백야 : 괜찮아요.]

[승지 : 간식 이제 한 개 남았어!]

[태혁 : 아… 미안한데.]

태혁은 남은 간식은 제 몫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MC : 자! 그럼 마지막 간식 게임 문제. 보여, 주세요!]

마지막 문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빵 모자를 쓴 금발의 남자 캐릭터가 공개됐다. 바로 <꿈꾸는 파티시엘>의 남자 주인공.

[김다온]

난이도 상 문제. 무려 별이 세 개라며 MC가 즐거워했다.

[태혁 : 으아아! 나 쟤 어디서 많이 봤는데?]

기대에 부응하듯 태혁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딸이 보는 거라 가끔 함께 보곤 했다던 그는, 성이 특이해서 기억한다며 확신했다.

[범 : 아니 그런데 우리가 쟤 여자친구 이름까지 맞춰야 해?]

[승지 : 나도 늙었나 봐. 누군지 아예 모르겠어.]

극악의 난이도에 범과 승지가 황당함을 금치 못하는 반면, 율무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에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율무 : 이거 요즘도 해요? 저 어렸을 때 보던 거예요.]

<꿈꾸는 파티시엘>을 보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었다는 율무.

[승지 : 라떼는 말이야~ 카드캡터 베리, 방가방가 햄스터 이런 거 유행이었는데. 물건 훔쳐서 풍선 타고 도망가고.]

[범 : 천사소녀 제티?]

[승지 : 맞아요, 그거! 저 베리 따라 한다고 롤러블레이드 타고 등교하다가 교문에서 걸려서 혼났잖아요. (웃음)]

[소영 : 너답다 정말. 근데 나도 그거 완전 로망이었는데.]

[범 : 나는 포X몬. 맨날 애들한테 그 볼? 던지면서 놀았어. 그리고 빵 사면 안에 스티커 들어 있고.]

[승지 : 오빠, 그거 요즘도 나와요.]

[범 : 진짜?]

[소영 : 아유~ 요즘 빵 그거 난리도 아니던데. 그런데 백야 씨는 파티시엘 몰라요? 두 분 비슷한 나이지 않나?]

[백야 : 알아요. 그런데 저는 성이 헷갈려서….]

태혁은 성을 알고 백야는 이름을 아는 상황에 서로 정답을 흘리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두 사람이었다.

[MC : 그냥 힌트 드릴게요. 성과 이름, 둘 다 과일입니다.]

보다 못한 MC가 힌트를 던져 주었다. 힌트를 듣자마자 손을 치켜든 태혁이 이름을 외쳤다.

[태혁 : 태혁!]

태혁이 맞출 거라 생각한 백야가 아쉬워했다. 시무룩한 모습이 원샷으로 잡히는데, 순간 나타난 손이 백야의 옷깃을 슬쩍 잡아당겼다.

이내 전환된 단체 컷에서는 접시에 남은 반쪽짜리 크로플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율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MC : 태혁 씨가 먼저 정답을 외쳤습니다. 과연 마지막 남은 간식은 누구의 차지가 될지. 태혁 씨, 정답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태혁 : 후우. 배포도.]

[MC : 배. 포도. 맞습니까?]

[태혁 : 네. 정확해. 쟤 이름 먹는 거라서 내가 기억해.]

저 애니메이션의 OST만 들어도 몸이 반응한다는 태혁은 이미 율동을 추러 스테이지 가운데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렁차게 울리는 MC의 목소리는 그에게 실패를 선언했다.

[MC : 배포도! 아닙니다!]

[태혁 : 어…? 아니라고?]

[백야 : 백야! 백야, 백야, 백야!]

[MC : 태혁 씨는 자리로 돌아가 주시고요, 네. 백야 씨.]

[백야 : 배체리!]

[MC : 발음 정확하게 해 주셔야 합니다.]

[백야 : 배애. 체에. 리이!]

[MC : 정답!]

눈앞에서 놓친 간식에 허무해하는 태혁과 신이나 중앙으로 달려 나가는 백야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였다.

촬영장에 울려 퍼지는 희망찬 <꿈꾸는 파티시엘> 주제가.

댄스와는 거리가 먼 멤버인지라 율무처럼 적당한 프리스타일도 안 되지만, 백야는 제 나름대로 가사에 충실한 율동을 선보였다.

ID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출 줄 안다는 기본 안무의 콩콩 스텝까지 춰 가며 가진 댄스를 마음껏 뽐낸 개복치.

[MC : 백야, 성공! 퍼포먼스 점수 100점 드립니다! 너무 열심히 해 줬어요.]

[백야 : 감사합니다!]

배꼽 인사를 한 백야가 율무 라떼와 크로플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MC : 어때요. 맛있어요? 라떼는 아이스크림이 좀 녹았을 텐데.]

[백야 : 아이에여, 갠차나여. 너므 마이써요.]

두 볼 가득 크로플로 꽉 찬 백야가 입을 가리며 웅얼거렸다.

[MC : 그런데 율무 씨는 아직 드시고 계시네요. 먹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가 봐요.]

[율무 : 너무 맛있어서 아껴 먹느라고요~]

영상은 다음 추천 영상을 소개하며 끝이 났다.

[백야 세로캠 ▷ 꿈꾸는 파티시엘 : 불금직캠]

[(미공개) 극과 극!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어서 신기한 데이즈 율무X백야 밸런스 게임]

두 개의 영상. 개중 룸메의 시선을 끈 건 하단의 썸네일이었다.

입꾹꾹이를 한 멍한 복숭아와 충격받은 얼굴로 살짝 입을 벌린 훈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합성된 썸네일은 룸메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알고리즘은 또 한 번의 조회 수를 낚는 데 성공했다.

[MC : 여러분에게 쫄깃~한 찹쌀 탕수육을 쏩니다! 탕수육 들어오세요~]

나란히 앉아 있는 출연진들 앞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탕수육 한 상이 놓였다.

[태혁 : 율무 씨 잘 먹을게요.]

[마태 : 율무가 쏘는 거야?]

[율무 : 맛있게 드세요~]

1라운드의 1등 공신 율무. 그가 능청스레 농담을 받으며 탕수육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먹방을 지켜보던 MC가 말을 걸어왔다.

[MC : 탕수육이 나왔으니까 이걸 또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데이즈는 부먹입니까, 찍먹입니까.]

[율무 : 찍먹입니다.]

[백야 : 저는 부먹이요.]

툭-.

율무가 들고 있던 탕수육을 떨어뜨리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율무 : 부먹이라고?]

[백야 : 응.]

백야는 대답과 동시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소스를 부어 버렸다.

[율무 : 아악! 내 탕수육!]

[백야 : 내 거야!]

[율무 : 그런 순진한 얼굴로…. 너 이게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모르는 거야?]

[백야 : 물렁해야 맛있지.]

부먹이냐 찍먹이냐로 의견이 분분해지자 불금 멤버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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