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31화 (131/340)

제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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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핑크에 제대로 꽂힌 듯한 백야

추천 309 반대 66 (+199)

NAN 컴백으로 공중파 3사 1위도 하고 요즘 커하 제대로 찍고 있는 데이즈 백야 (복숭아 이모티콘)

누가 인간 복숭아 아니랄까 봐 온갖 핑크 패션을 선보이며 ‘하늘 아래 같은 핑크는 없다’를 몸소 보여 주고 있음ㅋㅋㅋㅋ

(백야 사진.jpg)

핑크 셔츠에 핑크 모자는 기본. 핑크 트레이닝복 세트부터 핑크 신발에 양말, 이어폰, 폰 케이스까지.

어제는 같은 멤버 율무가 핑크 잠옷 입고 찍은 사진까지 올려주면서 복숭아 인증 제대로 함.

(분홍색 잠옷 사진.jpg)

핑크에 몸을 지배당한 백야ㅋㅋㅋ

+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저게 다 팬들이 선물해 준 옷들이라고 함! SNS에 조공 인증받은 팬들 후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중.

진짜 저렇게 인증해 주면 팬들 선물할 맛 날 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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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신의 쿨톤

- (짱X 옷 고르는 짤.jpg) 이거 백야 옷장 아니냐고ㅋㅋㅋㅋ

- 연분홍 트레이닝 세트 너무 예쁘잖아ㅠㅠ 백야 손민수하려고 따라 샀다

- 티셔츠 핏 미쳤네.. 어깨가 넓은 것만 해도 감사한데 무려 직각 어깨

- 저게 다 조공이라고? 쟤 팬들은 왜 분홍색만 주는 거야? 쟤가 분홍색을 좋아해?? 특이하네

└ 과즙상으로 유명한 아이돌인데 복숭아 닮았다고 분홍색 물건이 많이 들어오나 봐~

- 안 예뻐할 수가 없다ㅠㅠㅠ

- 센스 장난 없다.. 과한 것 같은데 어울리네 저게...

└ 아이템만 봐도 투머치인데 저게 되네...

└ 얘 은근 화려한 거 잘 받더라ㅋㅋㅋ 가끔 무대 의상 보면 얘가 센터보다 더 화려한 거 입고 있음

- 난 얘 너무 노리는 거 같아서 별로

- 민성이가 숙소에 분홍색 옷 많다더니 진짜였어ㅋㅋㅋ

- 얘는 피도 분홍색일 것 같아ㅋㅋㅋ 분홍 머리도 잘 어울리던데 한 번 더 해줘

오늘도 어김없이 핑크 아이템을 장착한 백야는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한약을 챙겨 먹는 중이었다.

“윽. 써….”

“먹기 싫어도 먹어.”

남경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자라 한 마리를 하사받은 복숭아는 요즘 단내보다는 한약 냄새를 폴폴 풍겼다.

“꼬마 복숭아? 생각이 많을 땐 역시 레몬 사탕이지.”

곁에 있던 민성이 노란 사탕을 내밀었다. 찡그린 얼굴이 보기만 해도 쓰다며 청이 은근슬쩍 손을 내밀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Why! 나는 백야 도와주는 거야. 피치는 분홍색인데 노란 거 주면 어떡해? 이건 레몬이잖아.”

“그런가?”

민성이 고개를 돌리자 분홍색 큐빅 귀찌를 한 복숭아가 보였다.

백야가 핑크 보이로 화제가 되자 무대 의상에도 하나둘씩 분홍색 액세서리들이 추가되고 있었다.

제복 컨셉인 만큼 제약 사항이 많았지만 스타일 팀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어떻게 해서든 백야의 의상에 분홍색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백도, 너 기사 났다.”

“나?”

[‘남자는 핑크’ 옷 잘 입는 아이돌 데이즈 백야, 사복 패션의 끝 어디까지?]

근래 화제가 된 백야의 착장은 모두 민성과 유연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었으나 기자들은 알 리 없었다.

진정한 패션 피플은 따로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받은 민망한 상황에 백야가 입술을 말아 물었다.

“내가 한 게 아닌데 기사가 왜 이렇게 났지….”

“무슨 소리야. 네 사진이잖아.”

“아니, 옷 말이야. 너랑 민성이 형이 도와준 거잖아.”

“우리가 한 게 뭐 있다고.”

좋은 일은 그저 좋게 받아들이라며 유연이 백야의 헛소리를 일축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그래도 한 게 없다고 하기엔….’

백야는 며칠 전 아침을 회상했다.

마침 무난한 퀘스트도 떴겠다. 이참에 선물 인증도 할 겸,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생각한 백야는 옷더미에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티셔츠와 바지를 골랐다.

위아래로 분홍색이라 조금 이상한가 싶다가도 계속 보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청청 패션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런데 옷을 입고 나갔더니 유연의 표정이 이상했다.

“…뭐야?”

“뭐가?”

“우리 이제 나가야 되는데.”

“응. 나가.”

유연과 백야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러고 가게?”

“왜. 이상해?”

백야가 자신의 패션을 뽐내듯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았다.

핸드폰을 보며 물을 마시던 민성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뿜어 버렸다. 불가항력이었다.

“풉!”

“악! 더럽게!”

“아, 형!”

“크헙. 콜록. 야, 둘 다 미안.”

티슈로 유연의 손을 닦아 주던 민성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백야를 봤다.

“뭐야, 그 차림은?”

“팬분들이 선물 주신 옷.”

“아니, 옷의 출처를 묻는 게 아니라….”

간헐적 패션 고자의 기습 공격에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거울을 보라 해도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백야의 모습에 유연이 망설이다 입술을 뗐다.

“그냥 평소 입던 대로 입는 건 어때? 안에 다른 옷도 많잖아.”

“그래, 백야야. 그 옷들은 너무… 음… 그래! 화려하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그러나 복숭아는 은근히 고집이 센 편이었다. 게다가 퀘스트까지 걸려 있는 사안이다 보니 단호함이 칼 같았다.

“싫어. 분홍색이라 그래? 괜찮아, 난 이런 거 편견 없어.”

“우리도 없어, 없는데. 일단… 아니다. 그럼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바꿔 입자.”

패션 고자의 철벽 수비에 민성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말해 주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을까.

차라리 처음 입고 나왔던 건 색이라도 비슷했지,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분홍색의 조합에 유연은 넋이 나가버렸다.

“저런….”

“심지어 아이템이 추가됐어.”

갈아입으라고 돌려보냈더니 한 단계 진화되어 돌아온 복숭몬에 유연과 민성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오늘 뭐, 누구 만나? 약속 있니?”

“아니? 스케줄 가야지 내가 가긴 어딜 가.”

“근데 왜….”

평소답지 않게 왜 이리 멋을 부리냐며 묻고 싶었지만, 민성은 초인적인 힘으로 뒷말을 삼켜 냈다. 대신 동생의 손목을 잡고 직접 드레스룸으로 이끌었다.

“내가 골라줄게. 한 번만 더 갈아입자.”

민성이 행거 앞으로 다가가 바지를 뒤적였다.

잠시 후 말없이 합류한 유연도 상자 안에서 연분홍색 셔츠와 하얀 티셔츠를 발굴해 냈다.

물론 이날뿐만이 아니었다. 퀘스트 완료 알림이 뜨지 않아 그 뒤로도 줄곧 상자 더미에서만 옷을 골라 입는 백야에, 민성과 유연은 일주일 치 코디를 미리 만들어 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패피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나 뭐라나.’

덕분에 백야는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팬들 사이에서도 소소하게 화제가 돼 기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딱 하나, 퀘스트 완료 알림만 빼고.

‘도대체 언제까지 인증을 해야 하는 건데….’

괘씸한 상태창에 입꼬리를 삐죽이던 백야는 남경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아까부터 백야를 향해 사인을 보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입을 벙긋거리며 손목을 가리켰다.

모양을 보니 ‘오디션’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몰래 윙크한 백야가 알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응답을 수신한 남경은 곧장 작전을 개시했다.

일명 복숭아 배달 작전.

멤버들의 눈을 피해 복숭아를 MC 오디션 장소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게 그의 최종 목표였다.

눈알을 요리조리 굴려 가며 멤버들의 상태를 파악한 남경은 자연스럽게 백야를 불렀다.

“백야야, 너희 도시락 서포트 도착했다는데 같이 가지러 가자.”

“넵.”

민성의 간식 주머니에 관심이 있는 척 구경하던 백야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다.

그러나 너무 비밀에 부쳤던 게 문제였을까. 시작부터 덕진이 두 사람을 방해했다.

“제가 갈게요! 백야 님은 여기서 쉬고 계세요.”

“어? 아니야, 괜찮아. 오히려 네가 운전하느라 피곤할 텐데 좀 쉬어.”

“맞아요. 제가 다녀올게요.”

강하게 만류하는 두 사람에 덕진이 의아해했다.

“네? 저보다는 백야 님이 더 힘드시죠. 매일 스케줄에 연습까지 하느라 가뜩이나 주무실 시간도 부족할 텐데….”

맞는 말만 해대는 덕진에 백야와 남경은 난감해졌다. 그러나 완강하게 거절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덕진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럼 두 분이서 다녀오세요….”

“그래. 우리 다녀올게?”

복숭아를 챙긴 남경이 도망치듯 대기실을 나서려 했다.

탁-!

그러나 커다란 손이 문을 닫으며 남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숨은 복병, 율무의 등장이었다.

“또 왜!”

배달의 생명은 스피드인데 시간이 자꾸 지체되고 있었다.

“그냥 둘 다 쉬어, 내가 갈게. 형 나랑 가. 옮길 게 많아?”

“아니, 쉬라니까 왜들 이래? 나는 백야랑 둘이,”

“형. 당백이 힘들어. 아픈 애를 꼭 그렇게 부려 먹어야겠어? 한약 지어 주면 다야?”

남경은 어쩐지 억울했다.

한편 사비까지 털어 가며 보약을 지어 준 은인이 곤경에 처하자, 이번에는 백야가 나섰다. 율무를 향해 몸을 낮춰 보라 손짓한 복숭아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왜? 할 말 있어?”

“응. 닥쳐.”

상상도 못 한 대답에 율무가 눈을 크게 뜨며 굳었다.

커다란 덩치가 상처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하려던 순간, 하얀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 읍!”

“율무차야. 나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나도 사지 멀쩡하고 건장한 청년이야.”

“으읍! 읍!”

“그리고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서포트 상자 들고 오는 거 꼭 한번 해 보고 싶었어. 그거 들고 방송국 복도 걸어 보는 게 내 평생 소원이었다고.”

아무 말 대잔치에 하찮은 소원이었다. 하지만 백야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율무는 설득당했다.

“진짜?”

“그래, 진짜.”

“오케이~ 그럼 양보할게.”

“고맙다, 자식아.”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지만 다행히 아무도 보지 못했다. 백야의 마지막 말에 꽂힌 청의 활약 덕분이었다.

“자석? 지한, 율무가 왜 자석이야?”

“자식.”

“자식?”

“새끼. Baby.”

“맞다, 그거! 근데 왜 율무가 백야 새끼야? 두 명 중에 Baby는 백야잖아. 율무 새끼가 아니라 백야 새끼 아니야?”

“…어?”

다소 불친절했던 설명에 지한은 새끼탈트에 빠지고 말았다.

“청아, 그게 아니라 백야가 말한 자식은 그냥 ‘야’ 같은 거야. 아무 의미 없어.”

“왜?”

민성이 눈높이 설명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장렬하게 실패했다. 하나에 꽂히면 후진 따위는 없는 노빠꾸 외국인의 물음표 공격 때문이었다.

서투른 한국어를 해석할 시간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멤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잘한다, 우리 청이!’

남경은 모두의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복숭아 서리를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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