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멤버들? 이제 그만하고 다들 자기가 만든 드림캐처를 간단하게 소개해 볼까요.”
유치원 토끼 반 선생님으로 돌아온 민성이 멤버들을 집중시켰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데이즈의 앞에는 각자 열심히 완성한 드림캐처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율무가 제일 먼저 자신의 보라색 드림캐처를 들어 보이며 소개했다.
“제 컨셉은 포도입니다~ 우리 나잉이분들이 포도처럼 달콤한 꿈을 꾸시라는 의미에서 깃털 대신 보라색 구슬을 달아 봤어요. 제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이어서 지한도 자신의 검은색 드림캐처를 보여 주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입니다. 꿈을 꾸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수면이라고 들었어요. 나잉이 여러분이 푹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담백한 소개에 백야의 차례가 빨리 다가왔다. 백야도 엉성한 분홍색 드림캐처를 들어 보였다.
“볼 때마다 저를 떠올리시라고 분홍색으로 만들어 봤어요. 여기 보시면 예쁜 레이스로 리본도 묶여 있어요.”
“제가 묶어 줬어요. 백야의 드림캐처에는 제 지분이 한 50%는 있다고 봅니다.”
“그건 너무 많잖아.”
유연이 자신의 지분을 주장하자, 백야가 그 정도는 아니라며 10%만 인정해 주었다.
이어서 유연도 자신의 흰색 드림캐처를 보여 주었다.
“하늘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래의 알록달록한 깃털들은 무지개인데, 다음번에는 꼭 별을 따 드릴게요.”
“와~ 역시.”
유연이 보조개를 지으며 사기 스킬을 발동하자 율무가 감탄했다.
삐이-.
그러다 밭일 모자를 얻었다.
이어서 민성도 초록색 드림캐처를 들어 보였다. 아래에 달린 노란색과 흰색 깃털이 살랑거렸다.
“저는 데이지캐처를 만들어 봤습니다. 저희 꿈을 꾸시라는 의미도 있고, 또 멤버들끼리 맞춘 단체복에 데이지 자수가 새겨져 있어요. 그래서 꼭 데이지 꽃을 닮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런 참신한 뜻이!
백야는 과연 리더라며 속으로 감탄했다.
“드디어 나야! 저는 백야가 골라준 Yellow고, 병아리 한 마리입니다! 깃털도 다 노랑이에요!”
“그럼 병아리니까 삐악삐악 한번 해 주세요.”
짧은 소개가 아쉬웠던 민성이 청의 분량도 챙겨 줄 겸 애교를 요청했다.
잠시 입 꾹꾹이를 하던 청은 얼마 가지 않아 동물 소리를 뱉어 냈다.
“삐악삐악. 끝!”
“와아~ 너무 귀여워~”
삐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금지어는 나한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율무의 한탄을 끝으로 엔딩까지 무사히 마친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 * *
[업데이트 준비 중… 41%]
‘용량이 큰 거야, 아니면 멈춘 거야.’
업데이트 알림이 뜬 지도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도 못 채운 프로그레스 바에 백야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리패키지 타이틀을 녹음하기 위해 모인 데이즈는 스튜디오 소파에 앉아 가사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백야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 현재 보유 스타 포인트 : 3
▷ 스트레스 : 15%
‘3점. 과연 내가 이걸로 버틸 수 있을까.’
<예능 새싹> 퀘스트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시스템 오류로 포인트는 당연히 받지 못했다.
스킬 뽑기를 해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백야 먼저 할까?”
“…….”
“백야야?”
불러도 답이 없는 백야에 작곡가가 뒤를 돌아봤다.
가사지를 보는 척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백야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백도.”
“…어?”
곁에 앉아 있던 유연이 팔을 건드리자 상념에서 깨어났다. 옆을 눈짓하는 유연에 고개를 돌아보자 작곡가와 눈이 마주쳤다.
“졸았어? 뭐 하느라 불러도 듣질 못해.”
“아, 죄송합니다. 너무 집중했나 봐요. 제가 집중하면 소리를 잘 못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가 허리를 숙였다.
“괜찮으니까 먼저 들어가자.”
“네.”
NAN과 비슷하게 준비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컴백 활동이 시작되면서 녹음 일정이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활동 기간을 한 달로 잡은 NAN은 이제 3주 차에 들어서 막바지나 다름없었다.
활동이 끝나면 곧바로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각종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정작 녹음이 완성되지 않아 멤버들은 새벽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일이 많아졌다.
“활동하랴 컴백 준비하랴 피곤하지? 다 알아. 그래도 오늘만 하면 끝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네!”
녹음실에 들어가 있던 백야도, 묵묵히 멤버의 녹음을 응원하던 멤버들도 우렁차게 대답했다.
멤버들은 피곤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녹음실에만 들어가면 생기가 되살아났다.
작곡가는 그런 데이즈를 향해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 데이즈 ‘ECLIPSE’ 발매 15일 만에 하프 밀리언 셀러 등극, 올해 발매 앨범 중 1위 ▷ 기사 링크
- 왜요? 제가 첫 정규 내자마자 하프밀리언 찍고 음방 1위한 가수의 팬처럼 보이시나요???♡ (데이즈 사진.jpg)
- 빈집 턴 거도 1위로 쳐주나요??
- 솔직히 대형 감안해도 하프 밀리언 말이 안 됨. 내 주변에 쟤네 아는 사람? 노래 듣는 사람? 한 명도 없어
└ 지 친구 없다는 말을 참신하게 하네
└ 왕따, 따돌림 신고는 117
- 선배님 유앱에 깜짝 출연해서 놀란 햄스터랑 사슴! 둘이 무슨 비밀 이야기했냐고 #데이즈_하프밀리언_축하해 (유앱 짤.gif)
- 1위 했다고 질질 짜더니 일주일도 안 돼서 음반 떡락→박수셔틀 된 ID 망돌ㅋㅋㅋ 음원도 실시간으로 떡락중~ (캡쳐.jpg)
└ 떡락이 아니라 초동 집계 점수가 빠진 것뿐이란다 등신아
- 1위 하면 사재기고 1위 못하면 망돌이라네ㅋㅋㅋㅋ 너희가 견제한다는 것부터가 우리 애들 슈스 됐다는 증거 (율무 브이 짤.gif)
- 대형이라 그런가 기본적으로 처먹는 욕이랑 견제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 역시 망돌.. 소속사 빨 떨어지니까 음방 1위 후보에도 못 올라가잖아ㅠ 내가 다 쪽팔림
- 도대체 우리 애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쌓은 커리어를 왜 본인들의 열등감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매도해버리는지 모르겠음
└ 대형 소속사에서 데뷔했다는 이유로 4세대 남돌 최초 데뷔곡 차트인에 음반 역대판매량+커하 찍었음에도 회사 빨 사재기라는 소릴 듣는데 지들은 겨우 15만 장 팔아놓고 중소의 기적이래ㅋㅋㅋㅋ
- 밀리언 실트 떠서 봤는데 개판이로구나
- 근데 음원이 좀 아쉽긴하다ㅠㅠ 노래 좋은데...
- 지금 나온 여자 솔로 제끼고 음방 1위 할 수 있는 아이돌이 국내에 몇이나 될까? 전성기 에임이나 소천 정도는 돼야 비벼볼 수 있겠는데ㅋㅋㅋㅋ 하도 개소리들을 많이 하길래 답답해서 적어봄
- 애들 상 받고 좋아하는 거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힘들겠지?ㅠ
- 남의 집 경사에 배 아파하는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ㅠ 초 치지 말고 네 새끼나 신경 쓰세요
나름 데뷔 팬으로 이제는 수위 높은 글도 곧잘 보는 복쑹은 공감 가는 짹에 열심히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글은 제가 쓴 글인 줄 알았다.
“꼬인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밀린 덕질을 하러 SNS에 들어왔는데, 그녀의 타임라인은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
‘가끔 말하는 거 보면 애들도 서치 하는 것 같던데 백야가 볼까 봐 무섭네.’
물론 제일 무서운 건 몇 주 후에 나올 학점이었지만.
“아 몰라.”
중간고사는 이미 끝났고, 자신은 학교라는 감옥에서 시험이라는 형량을 채우느라 이미 백야의 귀여움을 2주나 놓쳤다.
복쑹은 돌이킬 수 없는 학점보다는 이 사실이 더 중요했다.
밀린 영상 리스트를 작성한 그녀는 시간순으로 내려올지 역순으로 올라갈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는데, 마침 유앱 알람이 울렸다.
[DASE|하프 밀리언 감사합니다!]
“헉! 유앱!”
알림이 사라지기 전에 배너를 누른 복쑹은 유앱 로딩을 기다렸다.
검은 바탕에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팬들의 채팅만 보고 있길 수분. 불안한 연결 상태를 뚫고 드디어 데이즈의 모습이 보였다.
“두 분 들어오셨어요.”
“오! 18명!”
“…열여덟 분이라고 해야지.”
민성과 청이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한 채 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우리 오늘 그거도 말해?”
“뭐?”
“백야 플레이리스트 M, 읍.”
“아악! 율무야, 얘 끌어내! 빨리!”
“요놈, 요놈~ 또 무슨 말 했어.”
엄청난 순발력으로 스포를 막아낸 민성이 율무를 불러 위험 분자를 처리했다.
청의 올라간 눈썹만 보고도 대충 상황을 파악한 유연이 민성의 옆자리를 채웠다.
“아직 많이 안 들어오셨어?”
“응. 아무래도 저녁 시간이라 많이들 바쁘신가 봐. 조금 있다가 켤 걸 그랬나?”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숫자에 민성이 곤란해했다.
- 아니야 그거 아니야ㅠㅠㅠ 유앱 오류ㅠㅠㅠㅠ
- 진짜??? 레알로??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
- 아 미친 청앜ㅋㅋㅋㅋㅋㅋ 대형사고
- 갑자기 민성이가 청이 입틀막하더니 율무가 보쌈해 갔어ㅋㅋㅋ
- 저만 애들 소리 안 들려요?ㅜㅜ
- 소리 안 들려요ㅠㅠ 청이 또 무슨 단어를 말한 거야? 궁금해 미침ㅠ
- 연결 상태가 불안하대요ㅠㅠ
그러나 사라진 채팅창에 두 사람은 여전히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뒤에서 두 사람의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않는 민성에 지한이 다가왔다.
“뭐가 잘 안 돼?”
“응. 그러고 보니까 댓글도 안 보이네.”
“나와 봐.”
민성이 옆으로 비켜 주자 지한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 얘들아 채팅창을 켜 제발...
- jihan marry me♡♡♡
- 미미미친 지한이 얼빡
- 아까 청이가 말한 거 비밀인 것 같은데 들은 나잉이분들 있다면 퍼뜨리지 말아 주세요ㅠㅠ 조금만 기다리면 애들 입으로 들을 수 있어요
고양이의 뒤를 따라온 햄스터도 얼굴을 빼꼼 내밀자, 20명의 선택받은 나잉이들은 이 방송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계치의 거침없는 손길에 데이즈는 금방 채팅창을 되찾았다.
“오류인가? 우리 연결 상태가 불안하다는데.”
“그럼 껐다 켜 보자.”
지한과 쌍벽을 이루는 데이즈의 기계치 2가 방송 종료를 권장했다.
기계치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리더는 20명의 나잉이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방송을 종료했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큽. 벅찬 7분이었다.”
비록 오디오는 잃었지만, 선택받은 자들 중 한 명이었던 복쑹은 짧은 시간이나마 데이즈를 독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멤버들이 다시 방송을 켰다.
[DASE|하프 밀리언 감사 방송! 제발 들어와 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