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46화 (146/340)

제146화

“우웩. 나 토할 것 같아.”

청이 구역질하는 시늉을 하자 백야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어느새 막내즈의 옆으로 온 민성과 유연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다음 보기를 기다렸다.

“네 번째 질문입니다. 여행 중 멤버들과 떨어진 당신. 이때 괴한과 마주칩니다. 아무 물건이나 하나를 내놓으면 살려 주겠다고 하는데 이때 괴한에게 줄 물건은?”

[활짝 웃는 백야의 폴라로이드 vs 핸드폰]

생각보다 쉬운 난이도에 탈락자들이 아쉬워했다.

그러나 율무와 지한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패널을 들다 말고 고민에 빠졌다.

“저걸 고민한다고?”

그를 본 백야가 진심으로 어이없어했다.

“왜 고민해? 아니, 애초에 저걸 왜 들고 있냐고. 그냥 버려.”

당사자는 고민할 가치가 없는 보기라며 당연히 전자를 골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그냥 사진도 아니고 활짝 웃는 사진이라잖아. 눈 마주치면 못 버릴 것 같아.”

“맞아.”

지한까지 동의하자 백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럼 눈 감고 버려….”

백야의 솔루션에 결심한 듯 지한이 눈을 질끈 감으며 A를 들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율무는 눈을 감아도 안 될 것 같다며 B를 들었다. 그러나 결국 제한 시간을 초과하며 최종 탈락하게 됐다.

결과가 발표되자 유연, 민성, 청은 기다렸다는 듯 지한을 약 올리기 시작했다.

“지한이 형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거지.”

“무서운 사람이네, 저 사람!”

처음에는 백야의 사진을 고른 지한에게만 야유가 쏟아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율무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근데 핸드폰도 너무 가식적이지 않냐?”

“그건 그래.”

율무는 진심을 의심받았다.

상처뿐인 결승전에 지한과 율무는 침묵을 택했다.

그렇게 예정되어 있던 미니 게임이 끝나고, 제작진은 몇 대의 카메라만 남겨 둔 채 모두 물러갔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숙소만큼 편하진 않았지만, 저희끼리만 남겨지자 그제야 여행이 실감나는 듯했다.

“옷 아무 데서나 막 벗지 마. 특히 청이.”

“당근 하지!”

민성이 청을 데리고 다니며 스텝이 알려 준 카메라 설치 구역을 한 번 더 상기시켜 주었다.

그사이 다른 멤버들은 캐리어를 펼쳐 놓고 필요한 것들을 꺼내고 있었다.

“우리 내일 놀이동산 갔다가 온천 숙소로 옮길 거래~ 그러니까 짐은 최소한만 꺼내는 게 좋겠어.”

“어떻게 알았어?”

“아까 스텝 형한테 살짝 물어봤지~”

언제 봐도 놀라운 친화력이라며 백야가 감탄했다.

‘그나저나 놀이동산이라니.’

놀이 기구라고는 회전목마가 겨우인 백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백번 양보해서 바이킹 중간 자리까지는 탈 수 있다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생각만으로도 지끈거리는 머리에 상태창을 살펴보니 스트레스 지수가 소폭 상승해 있었다.

▷ 스트레스 : 60%

‘1%만 더 오르면 경계 단계….’

[경고!]

[스트레스 지수가 ‘경계’ 단계입니다. 61%]

아니나 다를까 말하기 무섭게 요단강 중류로 진입하고 말았다.

시스템에 착실한 개복치 몸뚱어리는 ‘경계’ 상태에 진입하자마자 극도로 피로해졌다.

“졸려?”

“어? 아… 조금. 갑자기 피곤하네.”

1점 남은 포인트를 지금 써야 하나 고민하는데 유연이 말을 걸어왔다. 눈이 느리게 깜빡이는 걸 본 모양이었다.

유연은 아직 저녁을 먹으려면 30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는 게 어떻겠냐 했다.

“기다려 봐. 내가 아까 저쪽에서 이불을 봤는데.”

“아니야, 내가 할게.”

백야가 유연을 따라 일어나자 율무와 지한도 뒤를 따랐다.

붙박이장 근처에서 청과 과자를 먹고 있던 민성은 우르르 몰려와 이불을 찾는 멤버들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게? 우리 밥 먹어야 되는데?”

“나 말고. 백도 졸린가 봐. 아직 30분 정도 시간 있으니까 그때까지 좀 자라고.”

저희들 중 가장 스케줄이 많은 백야였다.

자신이 하겠다는데도 기어코 구석 자리에 이불을 펴 준 멤버들은 백야가 눕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자고 일어났을 때 업데이트 완료돼 있으면 좋겠다.’

시스템 오류로 졸지에 시한부가 되어 버린 백야는 걱정을 가득 안은 채 잠이 들었다.

한동안은 시야가 검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더니 어느 순간부터 멤버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백야 깨울까?”

“상 다 차려지면 그때 깨우자.”

지한과 민성의 목소리였다.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와 직원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청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야 하는데….’

그만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과 이대로 수면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해 백야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깨어 있을 때도 10분에 한 번씩 업데이트 상황을 조회해 보던 백야는 끙끙거리며 상태창을 불러냈다.

그런데 그사이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다는 게 아닌가!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완료? 진짜 완료됐다고? 언제?’

스타 포인트를 조회하자 무려 45점이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막연히 업데이트 보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숫자에 백야는 스트레스 지수부터 낮추려고 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Lv.1 백야 (동기화 중)

외모 : B

보컬 : A

댄스 : D

끼 : -

‘왜… 초기화가 됐지?’

심장이 철렁한 개복치는 시선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패시브에 듣도 보도 못한 스킬이 장착되어 있었다.

▷ 패시브 : <개복치 개같이 부활(R)>

렘수면 상태의 백야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유연이 다가와 어깨를 흔들었다.

“백도, 밥 먹고 자.”

“으으….”

“일어나. 너 점심때도 라면 남기는 거 내가 다 봤거든? 저녁 먹고 다시 자.”

유연이 괴로워하는 백야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얼른 정신 차려.”

“으응….”

“당백아 밥 먹자~ 우쭈쭈~”

율무의 목소리를 듣자 살짝 짜증이 나는 게 단번에 꿈이랑 현실이 구분됐다.

“갈 거니까 그만 불러!”

꾸물거리며 이불을 걷은 백야는 이번엔 진짜 상태창을 불러내 확인했다.

[업데이트 준비 중… 82%]

그럼 그렇지.

그래도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었는지 상당히 희망적인 숫자로 바뀌어 있었다.

* * *

그러나 희망도 잠시.

지난밤 꿈자리가 너무 사나웠던 나머지 백야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됐다.

낯선 환경 때문인지 숙소 터가 안 좋은 건지.

흐릿한 형체가 저를 지켜보고 있는듯한 기시감에 얕은 잠에 들었다 깨길 반복하느라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버린 것이다.

퀭한 몰골로 샤워를 하다 수도꼭지를 잘못 돌려 찬물 세례를 맞은 개복치는 결국 ‘심각’ 단계 알림창을 띄우고야 말았다.

“아……. 인생….”

주르륵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고 남은 1포인트를 써 보았지만 그래 봤자 62%. ‘경계’ 단계였다.

오늘이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날임을 예감한 개복치는 멤버들과 가족에게 보낼 마지막 문자를 예약해 놔야겠다 생각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유언장을 쓰나. 예약만 걸어놓으면 제시간에 알아서 전송될 텐데.

막상 망겜의 엔딩을 볼 생각을 하니 저답지 않게 침착해졌다.

‘사실 이제 와서 다른 방법도 없고, 걱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도 않으니까….’

눈을 떴을 때 2호선 지하철 안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정리를 끝낸 백야가 수건을 뒤집어쓰며 나오자 율무가 드라이기를 높이 흔들었다.

“머리 말릴 사람~”

“나!”

백야가 달려가자 차가운 바람으로 돌린 율무가 백야를 향해 스위치를 켰다.

“오, 시원해.”

“넌 겨울에 얼음만 먹으면서 왜 여름엔 뜨거운 물로 샤워하냐고. 이야~ 욕실에 수증기 좀 봐라.”

율무가 어깨 너머를 살피자 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청이 보였다.

“으으. 들어가기 싫어….”

“청 미안. 조금 있다가 들어가.”

율무에게서 드라이기를 가져온 백야가 배시시 웃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멤버들이 준비를 마쳤을 즘, 제작진이 들어와 숙소 곳곳에 설치해 두었던 카메라를 거둬갔다.

2일 차 아침은 메인 카메라 두 대로 간단한 오프닝 촬영이 진행됐다.

“먼저 오늘 하루 여러분께서 사용할 용돈을 먼저 지급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제 숙소에서 치러진 미니 게임 결과대로 청과 백야가 꼴등, 민성과 유연이 3등, 율무가 2등, 지한이 1등으로 용돈이 차등 지급되었다.

더불어 오늘의 목적지는 놀이공원이라는 발표까지 이어졌다.

“와아~”

“놀이공원 너무 좋아요!”

어젯밤 율무가 귀띔해 주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멤버들은 처음 들은 것처럼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과연 ID의 연기 수업이 헛되진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 놀이 기구를 못 타시는 분 계실까요?”

제작진의 말에 백야와 민성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무리해서 타실 필요는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파리도 있고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으니까 여러분이 원하시는 대로 즐겨 주시면 돼요.”

데이즈의 해피 데이라는 취지에 맞게 제작진은 멤버들의 의사를 우선으로 존중해 주었다. 멤버들이 이렇게 날로 촬영해도 되는 건가 걱정할 만큼.

“그럼 테마파크로 이동해 볼까요?”

“네! 그런데 PD님 저 하고 싶은 거 하나 있어요!”

“네, 청 씨. 뭔가요?”

“한 번 뛰면 도착하는 거 해요!”

순간 이동 연출을 해 보고 싶다는 말에 멤버들이 다 같이 손을 잡고 제자리 뛰기를 했다.

콩-.

덕분에 데이즈는 놀이공원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었다.

퍼레이드가 한창인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캐릭터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저기 퍼레이드 하나 봐.”

“백야! 가 보자!”

청이 백야를 꼬셔서 움직이려다 남경에게 붙잡혔다.

“이따가 봐, 이따가.”

마이크를 착용한 멤버들은 두 번째 오프닝 촬영을 위해 기념품 샵 앞에 모이게 됐다.

“청이 덕분에 금방 왔네요.”

유연이 능청을 떨자 스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작진은 자유 시간을 드리기에 앞서 오늘 하루 여러분이 수행하셔야 할 퀘스트를 알려 드리겠다며 멤버들을 가운데로 모았다.

“지금 나눠 드린 건 지도 겸 미션 북이고요. 표시된 여섯 개의 장소로 가셔서 사진 속 캐릭터에게 말을 걸면 미션을 알려 드릴 겁니다.”

“혹시 1등 하면 상품도 있나요~”

율무의 질문에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물론입니다. 미션을 제일 먼저 수행하시는 분께는 커다란 상품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상품이 존재한다는 말에 멤버들의 승부욕에 불이 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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