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 * *
- 희망콘 레카 끝나고 대기실 도착하자마자 팬석 찾는 데이즈 (동영상)
- 백야 중간에 잠깐 대기실 밖으로 나와서 혼자 앉아 있다가 깜빡 졸았는데 매니저가 핑크색 복숭아 담요 들고 나와서 덮어 주고 감 (프리뷰.jpg)
- 대기실 앞에서 젤리 먹방 중인 막내. 왕 지렁이로 매니저한테 장난치는 청 너무 ㄱㅇㅇ (프리뷰.jpg)
- 제가 찍은 대기실 밖 데이즈 율무 백야 & BB9 금일 좀 봐 주세요ㅠㅠㅠ 무슨 이야기 했길래 백야가 저렇게 까르르 웃는 거지ㅜㅜ (프리뷰.jpg)
- 율무랑 청이 대기실 밖에서 춤추다가 민성이한테 잡혀 들어감ㅋㅋㅋ 스포는 아니겠지?
7시가 넘어가자 경기장도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팬 라이트에도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자 구역별로 나누어진 팬덤별 권장석이 확실히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하는 건 단연 3층 절반 이상을 파랗게 물들인 소년천하의 팬덤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백야가 넋을 놓은 채 팬석을 구경했다.
데이즈의 무대까지 약 30분 정도 남은 시간. 일찍이 무대 준비를 마친 멤버들은 현장 분위기를 익힐 겸 대기실 밖으로 나와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기는 우리 팬석 아니었어? 나 지금까지 저기인 줄 알았는데….”
백야가 청록빛으로 물든 구역을 가리키며 아쉬워했다.
“다른 곳 보면서 좋아하고 있었네.”
“저기 맞는데?”
“맞다고?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응원봉 없잖아.”
“없긴 왜 없어.”
율무가 조금 전 남경에게서 받은 스틱형 응원봉의 전원을 눌렀다. 밝은 청록색 빛이 들어오며 엄청난 발광력을 뽐냈다.
12월에 데뷔한 데이즈의 공식 팬덤 색상은 터쿼이즈 블루로 12월의 탄생석인 터키석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이게 우리 공식 컬러라고?”
“응. 방금 덕진이 형한테 받았어. 봐, 이거랑 색깔 똑같지?”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저희의 상징색을 들고 응원해 주고 계신다며 율무가 뿌듯해했다.
“자, 너도 흔들어.”
율무가 응원봉을 하나 더 건네며 박자에 맞춰 흔들었다.
반대편에서 밝게 빛나는 나잉스틱 발견한 나잉이들은 허겁지겁 망원경을 들어 대기석을 살폈다.
풀 세팅 상태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데이즈가 저희 쪽을 가리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 나잉스틱 발광력 존재감 미쳤는데요ㅋㅋㅋㅋ 밤 되면 더 대박일 듯
- 율무랑 백야 대기 중에 나잉스틱 흔들면서 우리 쪽 가리킴ㅠㅠㅠ
- 데이즈 무대 대기 중인가 봐
- 애들 제복 다시 봐도 돌았네...
- 멘트 끝나 간다! 이제 이 무대 끝나면 애들 나오는 거 맞지? 대기석에서도 사라졌어
앞 팀의 마지막 무대가 시작되자 멤버들도 자리를 옮겼다.
“무대가 조금 미끄럽다고 하니까 다들 조심하자. 그럼 오늘도 데이즈.”
“데이!”
무대에 오르기 전 민성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친 데이즈는 MC의 소개 멘트가 나오는 동안 중앙으로 이동했다.
잠깐 사이 해가 완전히 져 버린 경기장은 이제는 조명 없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데이즈가 준비한 곡은 총 두 곡.
개중 WANT ME의 대형을 먼저 갖춘 데이즈는 침착하게 반주를 기다렸다.
♬♪♩♬♪♬♪♩
MR이 재생되자 백야가 뒤를 돌아보며 무대가 시작됐다.
- 매일 아침 눈 뜨길 기다려
너의 하루는 나로 시작해
들을 때마다 놀라운 음색이 경기장을 울리며 함성을 자아냈다.
- 하루 종일 딱 붙을래
너는 날 가지고 놀아
Want me
You want me too
1절 하이라이트가 나오며 민성이 오랜만의 딱붙 춤을 선보였다.
한껏 차려입은 상태로 귀여운 춤을 추려니 민망한지, 귀 끝이 달아오른 모습이 전광판 가득 잡혔다.
곡은 지한의 랩 파트를 지나 어느새 2절의 하이라이트를 앞두고 있었다. 대형이 갈라지며 가운데에 선 보컬 라인이 버뮤다 삼각지대를 만들었다.
- 나는 너를 지키는 기사
두려워 마 내 품에서 잠이 들어
민성의 미성과 율무의 단단한 목소리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고, 이내 백야가 등장하며 오랜만의 고음을 선보였다.
- I wa-a-a-ant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일까.
평소보다 한 키 높게 잡힌 음에 지한과 유연이 백야를 힐끔 돌아봤다.
‘망했다.’
컴백 스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잡생각이 많던 백야가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평소보다 음을 높게 잡은 탓에 본인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는데, 걱정과 달리 고음은 막힘없이 올라가 애드리브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적당한 타이밍에 폭죽 효과가 터지며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이크를 뚫고 나오는 폭발적인 성량에 어마어마한 함성도 함께 쏟아졌다.
- 눈을 감고 널 기다려
나의 하루는 널 그리며 끝이 나
뜻밖의 라이브 인증을 하게 된 백야는 태연한 척 마지막 파트를 소화하며 첫 번째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둘 셋,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데이즈가 팀 구호를 외치자 한 번 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저희 데이즈가 희망 콘서트 출연은 처음인데요. 연습생 때부터 정말 서고 싶었던 꿈의 무대에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또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저희도 무척이나 즐겁다며 민성이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혹시 기사를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데이즈가 컴백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어서 유연이 데이즈의 컴백을 언급했다. 다시금 빨라지는 심장박동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타이밍을 재던 백야는 소심하게 농구공을 던지는 척 시늉했다.
꺄아아악!
그런데 하필이면 손짓하는 순간 전광판에 잡힐 건 뭐란 말인가. 백야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박제됐다.
[<스포 요정(1)> 완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 1 스타 포인트]
목격한 팬들보다 스포를 한 장본인이 더 놀란 상황이었다. 눈을 홉뜬 채로 굳어 버린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한편 정면을 보고 있던 멤버들은 백야가 스포를 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멘트를 이어 가고 있었다.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무대 경험이 부족한 데이즈는 객석의 반응에 잘 휘둘리곤 했는데, 역시나 엉뚱한 타이밍에 함성이 터져 나오자 멘트가 끊어졌다.
말실수를 한 건가 싶어 굳어 버린 민성은 물론, 다른 멤버들도 옆을 돌아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전광판에 잡힌 백야를 보곤 대충 수긍하는 눈치였다.
“아~ 저기 백야 씨가 나오고 있네요. 4단 고음이 엄청났죠?”
율무가 백야를 언급하자 한 번 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의 반응에 함박웃음을 짓던 율무는 자랑스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이 복숭아가 바로 저희 데이즈의 메인 보컬입니다. 백야 씨도 한 말씀 해 주세요~”
“저는 딱히 한 게 없는데….”
백야가 어색해하자 청이 마이크를 들어 백야 띄우기에 동참했다. 햄스터 자존감 위원회 회장님의 등장이었다.
“나는 아까 경기장 뚜껑 날아가는 줄 알았어요!”
“여긴 야외 경기장이라 원래 뚜껑이 없어요.”
“Okay!”
백야의 꽉 막힌 대답을 청이 쿨하게 받아쳤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네. 그럼 저희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이쯤에서 화제를 돌려야겠다 판단한 민성은 멘트를 한 번 끊어 냈다. 두 번째 무대를 위해 돌출 무대로 이동할 타이밍이었다.
* * *
- 탈인간 수준인 백야 원미 라이브 (동영상)
└ 왜케 높아?
└ 야리아나 그란데
- 컴백 준비하는 중에 희망콘까지 하고 힘들 텐데... 오늘 못 온 팬들 챙겨야 한다고 유앱까지 켜 주는 데이즈 팬 사랑 최고야♡
- 사실 오늘 희망 콘서트에서 한키 올려서 부른 거 실수였다고 유앱에서 고백함ㅠㅠ 저희는 실수로 그걸 해냈다는 게 더 놀라운데요...
- 백야 춤이 늘었는데?
- 청이랑 백야 티키타카 너무 사랑해ㅋㅋㅋㅋㅋ
- 아니 백야 춤 진짜 늘었다니까?? 조금만 더 늘면 올라운더 쌉가능.. 내가 천재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 희망콘 중간 멘트 때 민성이가 컴백 이야기하니까 농구공 던지는척! 그러다 전광판 잡히니까 햄들짝♥ 스포 요정이면 어떡해? (동영상)
- 율무도 돌출 이동할 때 처음 보는 춤 잠깐 춰 줬는데. 평소 율무의 행동을 생각해 보면 이거 신곡 안무다에 한 표
- 근데 프리뷰 뜬 거 보니까 애들 머리 그대로던데 목격담 그분은 도대체 뭘 보신 거지?
- NAN 마지막에 유연이 센터로 멤버들 모이는 거 대 존엄 (동영상)
- 아무래도 일본에서 저희 애가 바뀐 것 같아요ㅠㅠ 이렇게 요망한 녀석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좋아 (무대 중 끼 부리는 백야.gif)
- 야리아나 그란데 실트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백야 목소리 극락
- ID 될놈될... 피X츄 대신 그거 먹고 있던 애 잡아 왔을 뿐인데 전설의 푸링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음
백야의 희망 콘서트 직캠이 화제가 되면서 데이즈의 WANT ME가 다시 차트 인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SNS를 중심으로 4단 고음 챌린지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활동 당시 ID에서 밀었던 딱붙 춤 챌린지는 의상실 프로모션에 밀려 팬들 사이에서만 소소히 화제 되고 말았는데, 그에 반해 이번 챌린지는 화제성이 좋았다.
컴백을 앞둔 데이즈에겐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그래서 너희도 찍어야 해.”
남경은 오늘까지 홍보팀에 전달해 주기로 했다며 농구장에 널브러진 멤버들을 일으켜 세웠다.
4단 고음 챌린지는 백야의 애드리브 부분부터 시작해 후렴까지 이어지는 30초가량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고음 부분은 열심히 오버액션을 취하다가 후렴구와 맞물리는 부분부터는 각자의 방식대로 딱붙 춤 안무를 하면 되는 간단한 구성이었다.
“이것만 찍고 숙소 가서 밥 먹자.”
“밥이라고 해 봤자 샐러드잖아….”
율무가 엎드린 채로 힘없이 대답했다.
“스테이크 샐러드.”
“오케이! 콜!”
그러나 소고기라는 말에 금방 기운을 되찾고 몸을 일으켰다.
“들어와, 들어와.”
복싱 자세를 취한 율무는 제자리 스텝을 밟으며 의욕 충만한 모습을 보였다.
“오버하지 마. 네가 그러니까 힘든 거야.”
지한이 율무를 진정시켰다. 그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던 백야는 남경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찍어도 돼요?”
데이즈는 컴백 준비의 일환으로 농구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혹시나 이곳에서 촬영을 했다가 스포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희망 콘서트에서 대놓고 스포 한 게 누구였더라?”
“…저쪽으로 서면 될까요? 야, 일어나.”
백야가 애꿎은 유연을 잡아당기며 대답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