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 * *
- 청춘 스포츠물 찍은 데이즈 (하이틴 포스터.jpg)
- 율무 사투리 연기에 치임ㅠ
- 넠ㅋㅋㅋㅋㅋ내 동료가 돼라ㅋㅋㅋㅋㅋ 미친 거 아니야 진짜? 너무 좋아 1화 빨리 풀어줘ㅠㅠ
- ID 애들 데리고 별걸 다해 정말... 얘들아 난 못 보겠어 미안
- 애기야 가자에서 잠 다 깼다
- ID 애들 데리고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탐라에 올라오는 거 보고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함
- 뭐야.. 내 청춘 스포츠물 돌려줘요... 왜 애들을 데리고 fnl을 찍으신??
- XX 농구하는 데이즈라니 (동영상)
- 어... 그럼 데이즈는 여섯 명이니까 A6인 거야? ㅇㅅㅇ 포지션은 누가 봐도 백야다
└ A는 뭐의 약자야?
└ 에이스
- 청 교복 셔츠 단추 다 푼 거 날티나고 너무 좋아ㅜㅜ 외모는 누가 봐도 세계 서열 1위인데 알고 보면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 + 착해빠져서 친구들 부탁 다 들어주는 순둥이라 유연이 데리고 다니는 거였으면ㅠㅠㅠ
- 그래서 저 학교가 어디죠? 전학 가려고요
- 백야 여기서는 1학년이네ㅋㅋㅋ 지한이랑 같이 2학년이었어도 재밌을 뻔
- 이건 무조건 비하인드 풀어줘야 한다 ㅈㅂ 애들 NG 난리 났을 듯ㅋㅋㅋㅋㅋ
- 백야 대사하다가 울었을 것 같아ㅋㅋㅋㅋ 청은 드라마랑 실제랑 싱크로율 100%
- 4단 고음 그룹 근황 = 서울고 A6 됨 (동영상)
- 예고편 마지막에 나온 노래 뭐야? 애들 화음 갓벽
└ OST 같은데 아직 공개 안 된 것 같아
- 7시 유앱 라이브 대기 중~
데이즈의 웹드라마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최근 SNS 활동을 시작한 룸메는 신곡 반응을 지켜보며 컴백 라이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가 곧 시작됩니다.]
6시가 되기 무섭게 뮤직비디오부터 재생한 그녀는 처음엔 심각한 얼굴로 감상했다. 그러다 두 번째에는 입을 틀어막고 감상.
세 번째부터는 멤버들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이마를 쳐 댔더니 가운데가 움푹 파인 기분이었다.
“이건 된다.”
소위 말하는 히트곡은 길게 들어 볼 필요도 없이 초반 10초만 들어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노래가 될 노래인지 안 될 노래인지.
데이즈가 구린 곡을 들고 나온 적은 없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데이즈에겐 늘 안티들의 조롱이 끊이질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멜로디며 컨셉, 가사, 안무.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완벽했다.
SNS에 올라오는 글들만 봐도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7시 정각을 앞둔 시각.
디지털시계의 앞자리가 바뀌자 대기 화면이 사라지며 멤버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이틴 음원이 흘러나오자 유연과 율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을 타며 노래했다.
[유연 : 나 궁금했어 All day.]
[율무 : 내 첫 키스의 상대 말이야.]
일어나지 않은 멤버들도 앉은 자리에서 박수를 치며 흥얼거렸다.
[유연 : 어느 날 불쑥,]
[민성 : 여러분.]
[유연 : 내 앞에 나타난,]
[율무 : 너!]
[민성 : 저, 인사를 좀….]
한 소절 정도만 부르고 말 줄 알았는데, 식을 줄 모르는 흥에 스튜디오는 노래방이 되어 버렸다.
난감해진 민성이 제작진을 힐끔거리자 제작진이 MR 소리를 줄여주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민성 : 인사 먼저 드릴까요?]
[율무 : 네에~]
[청 : 둘 셋!]
[단체 :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민성의 멘트를 가로챈 청이 유연의 팔을 때리며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민성 : 오늘 애들 상태가 조금…. 많이 업되어 있네요.]
[백야 : 나잉이들 만날 생각에 신나나 봐요.]
- 단체 농구복 기절
- 저세상 텐션ㅋㅋㅋㅋㅋㅋ
- 청이 팀 구호 스틸 하는 거 왜 자연스럽냐고ㅋㅋㅋ
- 백야 시작부터 플러팅
[민성 : 이해합니다. 그래도 일단 각자 인사는 드려야 하니까 조금만 진정해 주세요. 그럼 저부터 할게요.]
민성이 하이틴으로 돌아온 데이즈의 리더라며 자기소개를 했다.
이후 한 명씩 돌아가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하는데, 율무의 차례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율무 : 안녕하세요~ 데이즈의 귀염둥이 율무예요. 앙!]
[유연 : 어우.]
율무가 윙크하며 귀여운 척을 하자 찰나였지만 잠깐 정적이 흘렀다.
[지한 : 그래도 박수는 쳐 주자.]
지한의 솔선수범으로 박수가 이어지자 율무가 뿌듯해했다.
[유연 : 형, 양심 어디 갔어?]
[율무 : 나는 그런 거 없어.]
[청 : 백야 위험해! 잘하면 포지션 빼앗기겠어!]
[율무 : 당백이 자리가 위태롭긴 하지 지금~ 나라는 막강한 라이벌이,]
[백야 : 너 해.]
[유연 : 역시, 가진 자의 여유. 자기는 가만히 있어도 귀엽다 이거지.]
[지한 : 아. 그런 거야?]
[백야 : 아니야!]
시작부터 케미를 뿜어내는 멤버들에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민성 : 오늘은 진행을 해 주시는 분이 따로 안 계셔서 저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해요.]
[청 : 여기 쇼플리 MC 있는데?]
[민성 : 백야가 할래?]
[백야 : 다 같이 해.]
명백한 거절에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민성 :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저희끼리 오붓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민성은 하이틴이라는 노래로 컴백한 만큼 오늘 라이브는 방과 후 활동 시간이 컨셉이라고 밝혔다.
[민성 : 아까 SNS로 준비물 말씀드렸는데. 다들 챙겨 오셨나요?]
오늘 아침, 데이즈는 공식 계정을 통해 과자를 준비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유연 : 다들 어떤 간식 준비해 오셨는지 댓글로 알려 주세요.]
[율무 : 미처 못 챙기신 분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 과자를 좀 덜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율무가 자신의 앞에 놓인 과자를 가리키며 엄지척을 했다.
태블릿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확인하던 멤버들은 ‘다들 엄청 맛있는 걸 준비해 오셨다’며 감탄했다.
[백야 : 그런데 세계 3대 마요가 뭐야? 마요를 준비하셨다는 분들이 많은데.]
[지한 : 마요네즈?]
[백야 : 아~ 참치마요랑 치킨마요래. 하나는 뭐지?]
[지한 : 불닭마요?]
지한과 태블릿을 보고 있던 개복치가 주접 댓글에 낚이고 말았다.
- 아ㅋㅋㅋ 또 저 둘이야ㅠ
- 미치겠다 별들아ㅋㅋㅋㅋㅋ
- <세계 3대 마요> 1. 참치 마요 2. 치킨 마요 3. 오빠 내 마음 훔치지 마요
뒤늦게 팬들의 주접 댓글임을 깨달은 두 사람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민성 : 한 분도 빠짐없이 준비물 잘 챙겨 오셨네요.]
[청 : 그런데 우리는 농구부 아니야? 준비물이 왜 과자야?]
[율무 : 오늘은 훈련 없어서~]
[청 : 오! 이해했어!]
예상보다 조금 길어진 오프닝을 지나 본격적인 코너가 진행됐다.
방과 후 1교시는 앨범 소개.
민성이 테이블 위에 놓인 앨범을 집어 들었다.
[민성 : 이게 저희 정규 1집 리패키지 앨범 하이틴인데요. NAN이랑은 분위기가 정반대예요.]
학교 졸업 앨범 같기도 하고 다이어리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한데, 앨범을 펼쳐 보면 농구부 데이즈의 학창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유연 : 네. 이번 리패키지 앨범에는 레귤러 버전이랑 애프터 버전이 있는데요. 정규 수업이랑 방과 후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지한 : 첫 장에는 저희의 졸업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백야 : 이렇게 보니까 진짜 같은 학교 나온 것 같아요. 학교 졸업 앨범 보는 것 같아. 그치.]
[지한 : 응.]
[유연 : 뒷장도 보시면 촬영장에서 저희가 찍은 사진이 이렇게 담겨 있어요.]
유연이 앨범을 앞으로 내밀자 카메라가 줌 인했다.
교복을 입은 백야와 청이 활짝 웃으며 유연의 보조개를 찌르는 사진이었다.
[유연 : 이때 얼굴에 구멍 나는 줄 알았어요.]
[청 : No! 나잉아, 이거 거짓말이다. 물 먹어도 안 새. 내가 봤어.]
[유연 : 진짜 샌다는 말이겠냐고….]
막내들의 투닥거림을 뒤로하고 사진은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공 보관함에 들어간 지한의 모습이었다. 지한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통 안으로 공을 넣는 멤버들의 모습이 개구졌다.
[민성 : 저긴 왜 들어갔던 거야?]
[지한 : 그냥 들어가 보고 싶었어.]
지한은 율무와 청이 공을 얼마나 빨리 넣는지 나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학교 세트장에서 잡기 놀이를 하는 모습이나, 농구 코트에서 개인기를 선보이는 사진 등이 소개됐다.
[율무 : 그럼 앨범 소개는 이쯤하고,]
[청 : Wait! Wait!]
[율무 : 헤이, 와썹 맨~]
다음 코너로 넘어가려던 율무가 오버 리액션을 취하며 장난스레 받아쳤다.
[청 : 왜 그거 없어? 포토 카드.]
[백야 : 어? 그러네.]
백야가 앨범을 집어 와 내지를 살폈다. 아무리 뒤져 봐도 보이질 않는 카드에 어리둥절해하는데, 제작진이 빼놓았던 카드 두 장을 전달해 주었다.
[율무 : 아~ 앨범 세팅해 주실 때 흘렸대요.]
카드를 전달받은 율무가 보이지 않게 손바닥 안으로 감췄다.
[율무 : 어떻게, 제가 공개할까요?]
[지한 : 한 장은 나 줘.]
율무와 지한이 카메라에 보이지 않도록 몸을 돌려 꼼지락거렸다. 그사이 다른 멤버들은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 유연아 넌 나의 하이틴 볼콕 해줘ㅜㅜㅜㅜㅜ
- 이번 포카 레전드ㅠㅠㅠㅠ
- 백야 하이라이트 애드리브 듣고 천국 다녀옴
- 얘들아 노래 너무 좋아ㅠㅠ 나 벌써 하이틴 영화 열 편 찍었다... 기억 조작 미쳐
- 무대 빨리 보고 싶어ㅠㅠ
[백야 : 저희 이번 노래 좋아요? 다행이다.]
[민성 : 유연 씨,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볼 콕인지 두드리는 건지 물어봐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시범 한 번만 보여 주세요.]
[유연 : 볼을 두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톡톡.]
[민성 : 왜죠?]
민성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을 걸어왔다.
그러나 유연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를 찡긋거리며 끼를 부렸다.
[유연 : 뽀뽀해 달라고요.]
[청 : 꺄악~]
[유연 :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유연은 청의 리액션을 못 견뎌 했다.
그 사이 포카를 나눠 가진 율무와 지한이 차례대로 카드를 공개했다.
레귤러 버전 포카는 농구공 위로 턱을 괸 백야의 사진이었고, 애프터 버전은 교복 상의를 풀어헤친 다소 불량해 보이는 청의 셀카였다.
- 백야 또 지 같은 거 찍었네ㅠㅠㅠㅠㅠㅠ 아이돌 생태계 교란종
- 데이즈고 A6 세서 1위 청청
- 유연이 볼콕 포카도 미쳤던데... 이번 포카 진짜 레전드라니까 버릴 게 없어
- 농구공 백야 못 뽑으면 죽음뿐
몇몇 팬들의 격한 반응에 백야와 지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댓글을 읽는 건 이쯤 해야겠다 생각한 유연은 자연스레 다음 코너로 멤버들을 유도했다.
[유연 : 그래서 저희 다음 교시는 뭐죠?]
[민성 : 2교시는 청이가 알아요.]
[청 : 나 알아! 다음은 우리 리얼 틴에이지 스토리 이야기하는 시간!]
청의 왼쪽으로 하얀 천이 덮인 이젤이 보였다.
[청 : 여기 우리 어릴 때 사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