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62화 (162/340)

제162화

간식 게임이라는 말에 멤버들이 열띠게 호응했다.

[백야 : 데이즈의 음악을 앞부분만 짧게 틀어 드릴 거예요.]

정답을 맞힌 사람이 앞으로 나와 제비뽑기를 한 다음, 해당 미션을 수행하면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청 : 3교시는 백야가 하는 거야? 역시 음악방송 MC!]

[백야 : 내가 안 하는데?]

자신도 게임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코너는 특별히 제작진이 도와줄 거라고 했다.

준비된 간식은 핫도그 다섯 개. 한 사람은 무조건 먹지 못하므로 스피드 전이 예상됐다.

[제작진 : 그럼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음악 드릴게요.]

♪♩♬♪♩

음악을 재생한 지 1초도 되지 않아 유연이 손을 치켜들었다. 제대로 된 반주는 듣지도 못한 멤버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유연을 바라봤다.

[백야 : 반주 시작도 안 했는데? 아무거나 찍는 거 없어.]

[청 : 맞아! 한 번 틀리면 기회 없어!]

[유연 : 나 진짜 알아. 놀이. 맞죠?]

정답이라는 말 대신 음악이 재생됐다. 앞으로 나온 유연은 미션 종이에서 파란색을 골랐다.

[2배속 댄스]

미션을 확인한 유연이 놀란 눈을 뜨며 되물었다.

[유연 : 2배속이요? 저 이거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제작진은 재생 중인 곡을 빠르게 감았다.

원래도 빠른 템포의 곡이 2배속으로 재생되자 듣는 것만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음악이 탄생했다.

모두가 기대에 찬 얼굴로 기다리는 가운데, 백야는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아악!! 백야 왜 저러고 있는 거야 귀여워 미쳐ㅠㅠㅠㅠ

- 2배속 단체로 보고 싶어ㅜㅜ

- 애매한 박자에 들어가길래 뭐지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음을...

- 한유연 갭 차이 자극 개심해ㅠ

- 엄살 부릴 때는 언제고 후렴구 나오자마자 얼굴 싹 바뀌네

- 백야 표정 ㅇ0ㅇ 이거 그 자체ㅋㅋㅋㅋㅋ

유연은 2배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춤선을 자랑하며 가볍게 미션을 성공했다.

[청 : …맛있나?]

[유연 : 어. 진짜 맛있어.]

바삭-.

유연이 핫도그를 베어 무는 소리가 마이크로 선명히 들려왔다.

유연의 먹방을 보며 군침을 삼킨 청은 얼른 다음 게임을 진행해 달라고 재촉했다.

[제작진 : 다음 문제입니다.]

♪♬♪♩

플럭 사운드였다.

난이도 하 문제에 멤버들의 손이 동시에 올라왔다.

[청 : 나다! 나!]

[백야 : 아니야, 내가 제일 먼저 들었어.]

[율무 : 아닌데? 난데?]

[민성 : 어허. 으디 어린 것들이.]

[지한 : 나야.]

서로 자신이 제일 먼저 들었다며 우기는 우스운 상황이 연출됐다. 한 발짝 뒤에서 핫도그를 먹던 유연은 그저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는지 제작진 쪽을 바라봤다.

[유연 : 피디님. 혹시 제가 골라도 돼요? 저 1등 했잖아요.]

유연이 보고만 있기 심심하다 하자 제작진은 흔쾌히 권한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권력을 쥐게 된 유연은 제작진보다 더 악랄하게 굴기 시작했다.

[유연 : 좋았어. 그럼 내가 고르는 사람이 핫도그 먹겠네?]

[민성 : 유연아, 형이야.]

[청 : Hey. 진짜 내가 먼저야.]

[유연 : 글쎄. 아까 댓글 보느라 손 드는 거 제대로 못 봤어. 그러니까 우리 애교로 정하자.]

[백야 : …애교?]

[유연 : 댓글에 애교 보여 달라고 적혀 있었어. 나잉이들이 보고 싶대.]

유연의 재치 있는 진행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 한폭스 사랑해ㅠㅠㅠㅠ

- 애교 배틀 가나요~~

- 미친 율무 벌써 시동 걸고 있는 거 봐ㅋㅋㅋㅋㅋㅋ 지한이는 이미 포기한 것 같은데

애교라는 말에 율무가 다짜고짜 귀여운 척을 시전했다.

[율무 : 흐응~]

공기 반 소리 반의 콧소리에 지한이 눈을 감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율무 : 우웅~ 율무가 제일 먼저 들었는데?]

[유연 : 탈락.]

[율무 : 왜? 왜지?]

[유연 : 너무 과했어. 내가 원하는 애교는 자연스럽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해.]

심사위원의 기준이 좀처럼 깐깐한 게 아니었다.

[율무 : 오케이! 재도전!]

[유연 : 탈락!]

[율무 :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율무가 허망함과 억울함이 뒤섞인 얼굴로 바라보자 유연이 듣기 좋게 타일렀다.

[유연 : 형은 한 번 했잖아. 한 명씩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지.]

[청 : 맞아! 나 도전!]

[유연 : 해 봐.]

[청 : 청이는 똑땅해.]

큰맘 먹고 도전한 것 같았지만 일정한 톤의 대사에는 감정이 없었다.

[유연 : 국어책 읽냐? 탈락.]

[청 : 아니야! 한국어가 어려워서 그래!]

[유연 : 그럼 영어로 해 봐.]

[청 : Hmph.]

[유연 : 뭐라는 거야. 탈락.]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라며 재차 탈락 판정이 떨어졌다. 장렬히 실패한 청은 괜히 재도전했다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유연 : 자, 다음. 다음 도전자 없나요?]

연이은 탈락에 할까 말까 망설이던 민성이 참전을 선언했다.

[민성 : 까꿍.]

양 손바닥으로 꽃받침을 한 민성은 어색한 미소로 간절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유연은 이번에도 탈락을 외쳤다.

- 유연이 진행 잘한다ㅋㅋㅋㅋ

- 지한이 애교 존버ㅜㅜ

- 율무 귀여웠는데... 왜 애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거 같지? 애가 계속 웃어 주기만 하니까 만만한가..

- 애교하면 백야지!!!!

점점 과열되는 열기 속에 이제는 백야와 지한만 남게 됐다. 무조건 한 번씩은 도전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자 두 사람은 곤란한 듯 입술을 할짝댔다.

[유연 : 다음.]

심판의 재촉에 누가 마지막을 장식할 것인가를 두고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한이 먼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지한 : 저 도전할게요.]

담담하게 출전한 지한은 깜찍한 의성어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한 : 이잉.]

- 이잉이요? 지금 지한이 입에서 이잉????

- 깜찍한 소리에 그렇지 못한 얼굴ㅋㅋㅋㅋ 귀 빨개진 거 봐

- 지한이 입꼬리 파르르 떨리는 거 본 나잉

- 미친ㅋㅋㅋㅋ눈도 좀 웃어줘 지한아ㅋㅋㅋ

- 노력은 가상했다ㅋㅋㅋㅋ but...

- 친구의 고통은 나의 행복ㅋㅋㅋㅋ 율무 좋아하는 거 봐ㅋㅋㅋ 곧 바닥에 눕겠는데ㅋㅋㅋㅋ

[청 : Wow.]

[민성 : 눈에 힘이 너무…. 근데 탈락시키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유연도 민성과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그는 주저 없이 성공을 외쳤다.

[유연 : 성공.]

[청 : What? 저게!?]

[유연 : 아무튼 성공.]

심사위원의 편파 판정에 청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유연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앞으로 나온 지한이 얼른 미션지를 뽑았다.

[노래 제목 나올 때마다 윙크하기]

[지한 : 아…….]

하필 골라도 저런 걸 고르냐며 멤버들이 즐거워했다.

곡에 WANT ME가 나오는 횟수는 총 24번. 해당 가사는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에 몰려 있다시피 했는데, 제작진은 역시나 후렴구를 재생해 주었다.

애교도 모자라 윙크까지. 연이은 2단 콤보에 댓글 창은 축제 분위기였다.

- 오늘 방송 레전드

- 지한이 윙크 못 해서 윙크할 때마다 입꼬리 계속 올라가는 게 킬포ㅜㅜ

- 지한이 은근 뺄 줄 알았는데 의외다... 심지어 너무 열심히 해

- 양질의 안면 시청회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love you jihan. from IRAN♡

생머리를 찰랑이며 미션에 성공한 지한은 조금 민망한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 * *

[백야 : 백야아아! 백야! 백야!]

[유연 : 쟤 좀 시켜 줘라.]

[민성 : 그래, 너 해라.]

[백야 : 키링!]

정답을 맞힌 백야가 미션지를 골랐다.

‘엔딩 포즈’라고 적힌 종이를 카메라에 비춘 백야는 얼른 마이크를 들었다.

“뭐 봐?”

보컬 레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하랑은 거실에 모여 있는 멤버들을 발견했다.

데이즈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식스에이엠은 이번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활동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유앱이요. 다른 그룹 컴백 라이브 한다고 알람 뜨길래. 형도 같이 보실래요?”

식스에이엠의 막내 주하가 태블릿을 가리켰다.

“난 별로. 재밌게 봐라.”

남의 일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는 하랑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는 듯했다.

‘팔자 좋네. 남의 컴백 방송이나 보고 있고.’

하랑은 멤버들을 한심하다 생각하며 거실을 지나는데, 마침 백야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혔다.

[백야 : 하아. 하아.]

발라드를 불러 놓고 엔딩 포즈로 숨을 헐떡이는 백야에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율무 : 푸하하!]

[유연 : 예능 좀 하는데?]

[청 : 역시 쇼플리 MC!]

멤버들이 보고 있다던 방송이 데이즈의 컴백 방송임을 알아차린 하랑이 얼굴을 무섭게 굳혔다.

- 귀여워 미쳐ㅜㅜㅜㅜ

- 난 왜 진짜 아파서 헐떡이는 것 같지.. 근데 또 섹시해ㅠ 나 쓰레긴가

- 혹시 백야 웃수저야? 의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얘 은근 웃겨ㅋㅋㅋㅋ

- 아 오늘 방송 킬포가 몇 개야 진짜 도랏다ㅜㅜ

“와…. 댓글 올라가는 속도 봐.”

“이분 요즘 인기 엄청 많던데. 이번에 쇼플리 MC도 됐잖아요. 완전 부럽다. 연생도 2주밖에 안 했다던데, 인생 한 방.”

“뮤비 봤는데 진짜 부럽더라. 돈 냄새 장난 아니야.”

멤버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하랑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너희 뭐 하냐.”

“어? 형 들어간 줄 알았는데….”

“아, 하랑이 형 데이즈 분들이랑 친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같이 봐요~ 엄청 재밌어요.”

평소에도 카메라 앞이 아닌 곳에선 표정 관리를 안 하는 편이긴 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기세가 살벌했다.

하랑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챈 멤버들이 주하의 옆구리를 찌르며 신호를 주었다.

“팔자 좋다? 나라면 남의 방송 볼 시간에 우리 무대 모니터링을 할 것 같은데. 활동 끝났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니야?”

“…….”

“뭐 해? 안 들어가고. 내일 지방 공연 가는 거 몰라?”

하랑이 방문을 가리키자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급하게 들어가느라 소파 위에 놓인 태블릿에서는 여전히 데이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민성 : 네, 4교시는 저희 데이즈의 컴백 라이브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하이틴 퍼포먼스 비디오 감상 시간입니다.]

[유연 : 농구 경기장에서 촬영했는데 실내가 굉장히 시원하고 좋았어요.]

[청 : Break time에 3대3으로 농구도 했어!]

[율무 : 저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드려도 돼요?]

[민성 : 뭔데?]

[율무 : 백야가 음악방송 소개하는 것처럼 해 주면 좋겠어요~]

멤버들의 등쌀에 떠밀린 백야는 얼결에 한 번 더 원샷을 받게 되었다.

[백야 : 하이틴으로 돌아온 데이즈의 퍼포먼스 비디오. 지금 바로 보시죠!]

[율무 : 깨물하트도요~]

[백야 : …앙.]

콰직!

하랑이 집어던진 태블릿이 구석에 처박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