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 * *
[데이즈 세계관, 모든 건 백야가 짠 판이었다? 숨은 빌런]
평화롭던 어느 날.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강렬한 썸네일에 홀린 룸메는 한 영상을 재생하게 된다.
[쭈쭈 : 안녕하세요. 쭈쭈입니다. 오늘은 기억 조작 코리아 하이틴으로 돌아온 데이즈의 하이틴 뮤직비디오 해석을 들고 왔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니 재미로 들어 달라는 남성의 당부가 이어졌다.
[쭈쭈 : 데이즈는 데뷔 초 탄탄한 세계관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이번 뮤직비디오에도 역시 데이즈의 트럼프 카드 세계관이 곳곳에 녹아 있었습니다.]
[쭈쭈 : 하이틴에 담긴 세계관 내용을 알아보기 전에, 오늘 영상이 처음이신 분들을 위해 제가 또 준비한 게 있습니다.]
남자는 이전 노래에 담긴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보겠다며 ‘놀이’와 ‘WANT ME’, ‘NAN’의 설명을 덧붙였다.
[쭈쭈 : 데뷔곡 ‘놀이’는 데이즈 세계관의 시작을 알린 곡으로 이곳에는 계급이 존재하며, 멤버들이 왕관을 두고 싸움을 벌입니다.]
[쭈쭈 : 트럼프 카드에는 킹, 기사, 귀족, 상인, 성직자, 시민, 광대를 나타내는 기호들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멤버들 사이에 조커가 숨어 있고 조커 또한 왕관을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쭈쭈 : 두 번째 타이틀곡인 ‘WANT ME’에서는 멤버들의 계급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하트 패턴이 그려진 옷을 고르는 중인 율무의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쭈쭈 : 다락방에서 발견한 체스판. 이어지는 체스 게임을 통해 이들이 여전히 왕관을 둔 싸움을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개는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쭈쭈 : ‘NAN’에서는 조커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집인 뱀파이어 성으로 멤버들을 끌어들이죠.]
이때 율무는 사제복을 연상시키는 긴 제복과 십자가를 들고 나오며 하트(♥), 성직자임이 밝혀진다며 해당 장면이 지나간다.
[쭈쭈 : 조커의 함정에 빠진 멤버들은 서로를 의심하다 독이 든 포도주를 마시고 깊은 잠에 빠집니다.]
[쭈쭈 : 쓰러진 멤버들의 몸에 물린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뱀파이어에게 당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쭈쭈 :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선 보름달 아래에 선 지한이 입가의 핏자국을 훔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쭈쭈 : 아마 이 장면 때문에 지한이 조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쭈쭈의 해석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잠깐 영상의 앞부분으로 돌아가 보겠다며 화면을 돌렸다.
멈춘 화면은 쓰러진 멤버들 사이에서 홀로 눈을 뜬 백야의 장면이었다.
[쭈쭈 : 백야는 창가에 선 지한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제일 먼저 잠에서 깬 것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잠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쭈쭈 : 그 이유는 지금부터 시작할 ‘하이틴’ 뮤직비디오를 보며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하이틴 노래를 들어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청량 컨셉에 교복, 운동부 설정까지 더해 그야말로 코리아 하이틴의 끝판왕을 들고 나왔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나 멤버들의 나이대와 어울리는 컨셉으로, 개인적으론 데이즈의 뮤직비디오 중 역대급이라 생각한다며 감상을 덧붙였다.
[쭈쭈 : 데이즈의 ‘하이틴’은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 돋보이는 업 템포 팝 곡으로, 10대의 풋풋한 사랑.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설렘을 표현한 곡입니다.]
- 나 궁금했어 All day
내 첫 키스의 상대 말이야
한 번쯤 상상해 본 적 있잖아
[쭈쭈 : 뮤직비디오는 학교 종이 울리며 시작됩니다. 교복을 입은 민성이 교실을 나오고 있는데요.]
[쭈쭈 : 복도를 지나는 민성의 뒤로 데이즈라고 적힌 유니폼과 농구공 모양의 트로피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트로피 위로 번쩍이는 왕관이 얹어져 있다며 장면이 확대됐다.
이때 민성의 옆을 스치며 지나가는 유연이 등장한다.
[쭈쭈 : 유연도 교복을 입고 있지만 두 사람의 차림새가 살짝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쭈쭈 : 민성의 교복 넥타이는 리본형의 보석 브로치가 굉장히 화려한 데 반해, 유연의 넥타이는 저희가 아는 일반 넥타이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영상이 다시 재생됐다.
- 분위기 좋은 곳에서
멋있게 리드해야지 다짐했어
그러던 어느 날 내 앞에 불쑥
[쭈쭈 : 사물함으로 다가간 유연은 문을 열어 무언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데요. 이때 옆 사물함의 문이 닫히며 백야가 등장합니다.]
백야가 공을 내밀자 유연은 안도하듯 사물함 문을 닫고, 이내 농구복을 입은 데이즈가 등장한다.
농구공이 쌓인 볼 캐리어 위로 청이 앉아 있고, 그 옆의 빈 의자에 지한이 함께 앉아 있는 장면이었다.
- 네가 나타나 운명처럼
나 지금 큰일 난 것 같은데
손발이 따로 놀잖아 Like a fool
[쭈쭈 : 청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유독 물건들이 쌓여 있는데요. 역시나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놀이에서는 보석, WANT ME에서는 마카롱과 케이크. NAN에서는 화살이라며 해당 장면이 빠르게 지나갔다.
[쭈쭈 : 이 장면들을 통해 청은 굉장히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쭈쭈 : 이로써 청은 스페이드(♠), 귀족임이 유력해졌네요. 청의 데뷔 컨셉 포토는 흑백이었으니까요.]
왜 킹과 다이아(♦)가 아닌 스페이드(♠)인지는 ‘데이즈 트럼프 카드의 비밀’ 편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다며 깨알 같은 홍보도 놓치지 않았다.
이어서 지한의 랩 파트가 이어졌다.
- 너 때문인 것 같아
나를 보는 미소에 기분이 High
세상이 너로 물들어 Hi
You mean the world to me
My last teenager
[쭈쭈 : 여기서 잠깐! 랩 하는 지한 님의 모습 정말 멋있죠. 멋있는데, 저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지한 님의 얼굴이 아니라 카메라 구도입니다.]
그는 청의 파트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보였는데, 지한의 파트에서는 청의 모습이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쭈쭈 : 저희는 이 장면에서 지한이 청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쭈쭈 : 계속해서 보시면 청이 던진 공 하나가 체육관 밖으로 굴러가고, 누군가 나타나 이걸 주워요.]
[쭈쭈 : 하지만 지한만 고개를 돌아보고 청은 여전히 앞을 보고 있습니다.]
이어서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시작되며 교복을 입은 데이즈의 단체 안무 컷이 이어졌다.
센터에 선 백야가 방긋거리며 상큼함을 마구 뽐냈다.
- 나의 시간을 함께 걸어 줘
My Highteen
너의 볼에 입 맞춰
My Highteen
안무 컷 사이로, 복도에 멈춰 서 전시관 안의 트로피를 보고 있는 백야의 모습이 지나쳐 갔다.
[쭈쭈 : 여기, 트로피 위로 얹어진 왕관 보이시죠? 과연 백야는 트로피를 보고 있는 걸까요, 왕관을 보고 있는 걸까요.]
후렴을 지나 2절이 시작되며 율무의 파트가 이어졌다.
- 궁금했어 네 마음
지금 이 순간 너와 나
다신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잖아
홀로 농구 연습을 하던 율무가 골대에 덩크슛을 꽂으며 착지했다.
젖은 앞머리를 넘기며 관객석을 바라보자 텅 빈 관람석 속, 두 사람이 보인다.
눕다시피 기대어 천장을 보는 민성과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백야의 모습이었다.
[쭈쭈 : 민성은 지금 율무의 경기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잠시 후, 경기장 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오자 민성이 몸을 일으킵니다.]
아마 뮤직비디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첫눈에 반한 여학생이 나타난 것일 거라고 말했다.
[쭈쭈 : 계속해서 교실 뒷자리에 엎드려 있는 유연이 보입니다. 백야는 자고 있는 유연을 깨워 한 전단지를 내미는데요.]
[쭈쭈 : ‘교내 농구 시합 대회’라고 적힌 포스터입니다.]
그는 조금 전 트로피를 보던 백야가 농구 대회 출전을 결심하고 팀을 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쭈쭈 :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하이틴’ 웹드라마 티저에 나왔던 ‘내 동료가 돼라.’ 그 상황인 거죠, 지금.]
[쭈쭈 : 아무튼 백팀은 백야, 유연, 지한. 청팀은 청, 율무, 민성이 됐네요.]
[쭈쭈 : 그렇게 3대3 농구 시합이 시작됩니다.]
- 나의 시간을 함께 걸어 줘
My Highteen
너의 볼에 입 맞춰
My Highteen
한 번 더 나오는 민성의 후렴 파트 속 데이즈의 농구 시합 장면이 계속됐다.
멤버들의 경기 장면 도중, 농구 골대 위에 앉은 백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짧게 지나갔다.
- 우리의 앨범에 서로를 담아
네 마음을 말해 줘
You're all that I want
율무의 단독 샷을 지나.
- My heart
백야의 고음 애드리브가 정점을 찍고, 야외 농구장에서 촬영한 단체 안무 컷이 이어졌다.
청이 하늘을 향해 공을 던지는 장면을 지나 시합은 청팀의 승리로 종료됐다.
트로피를 쥔 청과 민성, 율무가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쭈쭈 : 경기는 청팀의 승리로 끝났지만, 주의 깊게 보신 분이라면 지금 트로피에 왕관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쭈쭈 : 민성도 다른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쭈쭈 : 이때 바닥에 넘어져 있는 유연에게 율무가 다가갑니다. 율무가 손을 내밀자 유연은 그 손을 잡고 일어납니다.]
남자는 율무를 향해 확신의 하트 상이라며 농담했다.
[쭈쭈 : 시합이 끝나자 다시 사이가 좋아진 데이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옵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누군가의 손이 사물함에 왕관을 넣곤 문을 닫는 모습이었다.
[쭈쭈 : 그런데 지금! 보셨나요? 왕관을 빼돌린 누군가가 사물함에 숨기고 있어요.]
[쭈쭈 : 지금까지 왕관에 관심을 보인 인물은 지한과 민성, 유연. 그리고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욕망을 드러낸 백야까지, 총 네 명입니다.]
사물함 문이 닫히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멤버들의 사진과 낙서가 보였다.
점점 클로즈업되는 카메라는 유연의 사진을 줌 인하고, 화면이 사진으로 가득 찬 순간, 사진 속 유연이 움직이며 볼을 톡톡 두드렸다.
- 넌 나의 Highteen
[쭈쭈 : 크으~ 네! 뮤직비디오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쭈쭈 : 그런데 혹시 뮤직비디오 시작 부분에서 사물함을 연 유연이 무언가를 찾는 듯한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남자는 자신의 생각에 처음 왕관을 빼돌린 건 아마도 유연이지만, 그도 마지막에 왕관을 빼앗긴 것 같다고 말했다.
[쭈쭈 : 그리고 앞서 NAN에서 백야는 처음부터 잠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도 말씀드렸는데, 바로 이 장면 때문입니다.]
골대 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백야의 모습이 다시 등장했다.
[쭈쭈 : 보통 CCTV 같은 것들이 높은 곳에 달려 있거든요. 경기장에서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요.]
[쭈쭈 : 맞습니다. 바로 골대.]
남자는 해당 장면에서 백야가 조커, 혹은 조력자. 즉 멤버들을 감시하는 역할이 아닐까 추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쭈쭈 : 점점 흥미로워지는 왕좌를 둘러싼 전쟁. 과연 왕관을 훔친 건 누구의 손이었을까요?]
[쭈쭈 : 제가 준비한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더 재미난 영상으로 또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와……. 미쳤다.”
같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룸메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