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67화 (167/340)

제167화

[Q. 스포 요정(2) : 스포일러를 통해 팬들에게 컴백 힌트를 주자! (3초 이상 지속)

※ 실패 시 패시브 강화]

‘잠깐만. 메인 퀘스트는 원래 하나만 뜨는 거 아니었어?’

한 번도 두 개 이상 뜬 적이 없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울상이 된 백야가 억지로 손을 들었다.

“제가… 도전해 보겠습니다.”

“이야~ 이런 적극적인 자세 너무 좋아요.”

유연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백야를 바라봤다.

“너 뭐 할 건데?”

“그거. 농구공.”

백야가 빨개진 귓바퀴를 만지며 대답했다.

백야가 어떤 대사를 할지 눈치챈 멤버들이 탄성을 뱉자, 구양은 본인만 모른다며 얼른 알려 달라고 칭얼거렸다.

슬쩍 카메라를 쳐다본 백야는 짧게 심호흡한 뒤 세기의 명대사를 뱉었다.

“앞으로 내 전용 셔틀은 너다.”

“와~”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너튜브에 데이즈 하이틴을 검색해 주세요!”

구양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이 율무가 냉큼 웹드라마를 홍보했다.

- 율무 깨알 중간 광고ㅋㅋㅋㅋ

- 아 세상에...... 잠깐만...

- 백야야 누나 100미터 1초 뛰어

- 나 이런 거 너무 좋아ㅋㅋㅋ도대체 뭘 해야 저런 대사가 나오는 거야?ㅋㅋㅋㅋㅋ

- 할미 어제 무릎 인공관절 수술받아서 새거야. 자신 있어

- 난 태어날 때부터 셔틀이 꿈이었어

- 이거 그거잖아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ㅋㅋㅋㅋ

유연의 대사에는 ‘응애’와 같은 아기 울음소리가 댓글창을 도배하더니 이번에는 셔틀 지원자가 폭주했다.

“100미터 0.1초? 에이~ 순간 이동도 이거보다는 더 걸리겠어요. 또 간식 표를 작성해서 쉬는 시간마다 다른 과자를 맛보게 해주겠다는 분도 계시네요. 약간 선거 공약 보는 것 같아요.”

“당백아 따라가면 안 돼~”

“안 따라가….”

부끄러움에 손등으로 볼을 꾹꾹 누르던 백야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무대 화장을 그대로 하고 온 탓에 뺨에서 콧잔등까지 이어진 볼 터치가 동작과 잘 어울렸다.

- 들고 튀고 싶다 진짜

- 누가 이거 짤로 좀ㅜㅜㅜ

- 안 따라가.. 드르륵 탁... 안 따라가.. 드르륵 탁... 안 따라가.. 드르륵 탁..

- 확신의 씹덕멤

- 숙취 메이크업 평생 해 줬으면...

팬들의 주접이 폭발하는 사이 백야의 앞으로 퀘스트 완료 알람이 동시에 떠올랐다.

[<보아라 나의 잔망을!> 완료!]

[<스포 요정(2)> 완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얼떨결에 퀘스트를 완료한 백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오?”

* * *

- 백야 안 본 눈 사요... 복숭아 때문에 요즘 일상생활 불가ㅜㅜ

- 뭐 보고 저렇게 놀라는 거야? 진짜 얘 귀여움이 너무 과해...

- 방금 구양이 웃음 찐이다(눈물)

그 시각 방송국 로비에서는 숨죽인 비명이 울렸다.

“미친. 아… 백야야.”

이들은 데이즈의 퇴근길을 찍기 위해 몰려든 나잉 부대로, 대부분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새벽같이 달려와 1열을 차지한 디어피치는 나란히 앉아 잔망을 부리는 최애즈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구양 : 그래서 웹드라마 하이틴은 언제 공개되는 거죠?]

[청 : 다음 주 월요일!]

[구양 : 얼마 안 남았네요?]

[유연 : 네. 1화 공개되는 날 다 같이 보기로 했는데, 먼저 소리 지르는 사람이 벌칙 받기로 했어요.]

무슨 벌칙인지 궁금하다는 말에 유연은 아직 정하진 못했다고 대답했다.

[구양 : 궁금하니까 나중에 저한테도 꼭 알려 주세요.]

[유연 : 네.]

[구양 : 저도 몇 명 없지만, 남아있는 에임 멤버들이랑 같이 보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율무 : 우와~ 감사합니다~]

이어서 구양은 간단한 곡 소개와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잠시 광고를 듣고 오겠다는 말과 함께 마이크가 내려갔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멤버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실시간으로 보이고 있었다.

“귀여워…….”

잠시 부스 안으로 들어온 작가들이 데이즈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셀카를 찍어 줄 것을 요구했다.

셀카라면 이제는 이골이 난 멤버들은 자신이 찾은 최적의 각도를 취하며 빠르게 핸드폰을 넘겼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건네받은 백야의 차례에서는 시간이 꽤 소요됐다.

[구양 : 네~ 광고 듣고 왔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코너를 생략하고 데이즈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눠 볼게요.]

[유연 : 좋아요~]

[구양 : 농구부하니까 생각난 건데요. 다들 학교 다닐 때 동아리 활동하셨나요?]

[지한 : 고등학생 때 있긴 있었는데 거의 참여하진 못했어요.]

[구양 : 왜요?]

[민성 : 아마 대부분 연습생이었기 때문에 오전 수업만 받고 회사에서 연습을 하느라….]

동아리 활동을 해 본 건 백야가 유일할 거라며 민성이 맞은편을 가리켰다.

[구양 : 백야 씨는 동아리 활동하셨어요? 어떤 부서?]

[백야 : 저는 오케스트라 부….]

[구양 : 오케스트라 부요?]

의외의 이력에 멤버들도 신기해했다.

[지한 : 무슨 악기 연주했어?]

지한의 물음에 백야가 망설이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백야 : 트라이앵글이요.]

[청 : 엄청나다!]

멍한 표정으로 삼각형 모양의 트라이앵글을 치는 백야의 모습이 상상이 간다며 구양이 미소 지었다.

[구양 : 평소 악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백야 : 그건 아니고…. 친구가 오케스트라 부였는데 같이 들어가 주면 떡볶이 사 준다 해서 입부했어요.]

- 거봐 쟤 먹는 거로 유인할 수 있다니까? ID 앞에 떡볶이 포차 하나 차린다 딱 기다려라

- 하찮게 생겨서 트라이앵글ㅜㅜ

[구양 : 1019 님께서 언제 한번 트라이앵글 연주회를 열어 달라고 하시네요.]

[백야 :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려드릴게요.]

백야가 카메라를 보며 배시시 웃자 댓글창은 눈물바다가 됐다.

[구양 : 또 다른 분들은요? 없으면 들어가고 싶었던 동아리라도.]

[율무 : 저는 고등학생 때는 아니고 중학생 때 잠깐 농구부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구양 : 농구부~ 또 이렇게 인연이 닿네요. 이번 앨범도 농구부 컨셉이잖아요.]

[율무 : 맞습니다. 다 오늘을 위한 저의 큰 그림이었습니다.]

율무가 카메라를 향해 엄지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양 : 그런데 왜 그만두셨어요. 아, 연습 나오느라?]

[율무 : 그거도 있고, 사실 키 크려고 시작했던 운동이라 목표를 달성해서 그만뒀어요.]

[구양 : 키가 몇이었는데요?]

[율무 : 아마 중3 때 180cm?]

[구양 : 이야~ 타고났네~]

저런 게 바로 가진 자의 여유일까. 백야가 부러워하는 눈으로 율무를 바라봤다.

[구양 : 또 다른 분 없나요?]

[청 : 저요! 나는 풋볼 했어요!]

- 역시 살아 숨 쉬는 하이틴

- 청아.. 그 정도 서사면 영화에서도 설정 과다로 욕 먹어...

- 청이한테 케이팝 알려 주신 분 어디 계시죠? 그쪽 방향으로 절 올리겠습니다

하이틴 남주 재질 아이돌의 등장에 댓글창이 술렁였다.

[구양 : 맞다. 청 씨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셨죠?]

[청 : 네! 그래도 고등학교는 유연이랑 같이 다녔어요.]

[민성 : 풋볼 했으면 인기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청 : 맞아. 나 인기 많아.]

청은 부정하는 대신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를 본 멤버들과 구양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칭찬했다.

[구양 : 어쩐지~ 아까 쉬는 시간에 셀카 찍는 걸 봤는데 셔터를 누르는 손에 거침이 없으시더라고요.]

멤버들이 셀카를 아주 능숙하게 찍더라며 혹시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 있느냐 물었다. 그러자 유연이 웃음을 참는 얼굴로 옆을 돌아봤다.

[백야 : 뭐. 왜 날 보는데….]

백야가 뾰로통한 얼굴로 마주 보자 율무가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율무 : 제가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저희 회사 연습생분들이 요즘 셀카 수업이라는 걸 듣는다고~]

[지한 : 셀카 수업?]

구양과 멤버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다들 관심을 보였다.

[율무 : 매일 셀카를 찍어서 신인 개발팀 직원분께 셀카를 보내야 한대요. 통과될 때까지.]

[백야 : 잔인해….]

셀카를 못 찍기로 유명한 소속 아티스트를 보고 위기감을 느껴 신설된 수업이라고 했다.

- 백야 때문이네

- 백야네

- 백야도 매일 공계에 한 장씩 올리기로 하자! 우리랑 같이 저 수업 해ㅋㅋㅋㅋ

[구양 : 정말 신기한 수업이 다 있네요.]

동아리와 관련된 대답이 대충 끝나가자, 이번에는 챌린지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구양 : 그리고 데이즈 하면 챌린지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4단 고음 챌린지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고 소개한 구양은 이번에도 고음 애드리브가 있느냐 질문했다.

[백야 : 네. 있어요. My Heart~ 하고 올라가는….]

구양이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 없이 감탄하자 백야도 덩달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야 : 왜, 왜요?]

[민성 : 어우, 깜짝이야.]

[구양 : 저도 지금 깜짝 놀랐어요. 그게 바로 나와요?]

[백야 : 네. 아, 음악방송을 하고 와서 목이 풀려 있었어요.]

- 고음 급발진ㅋㅋㅋㅋㅋㅋㅋㅋ

- 민성이 놀란 거 뭐야ㅋㅋㅋ 성량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냐구ㅋㅋㅋㅋ

구양은 이어서 하이틴도 챌린지가 있느냐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유연 : 당연히 있습니다.]

[구양 : 그럼 이 자리에서 짧게 시범 한 번 보여 주세요.]

[유연 : 물론이죠. 지한이 형이 해 줄 거예요.]

[지한 : …제가요?]

지한은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멤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챌린지 시범을 보이게 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한은 하이틴 후렴구에 맞춰 춤을 추다 마지막쯤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볼을 톡톡 두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 무심한 듯 시크한 터치 200점 드립니다

- 이거 보고 시력 10.0 됨

- 한지한 날 가져

- 이 세상 모든 남돌들 하이틴 챌린지 한 번씩 다 하게 법으로 지정해야 됨ㅠㅠ

[구양 : 이야~ 너의 볼에 입 맞춰. 그리고 볼을 톡톡. 이거 노렸다. 100% 노린 거야. 안무 누가 짜주신 거예요? 호랭이 형?]

[지한 : 네. 그런데 마지막 볼 콕 안무는 유연이 아이디어에요.]

[구양 : 진짜?]

- 하.. 미치겠다 유연아

-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폭스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어

- 저 요오오오망한...

어떻게 저런 안무를 생각하게 됐냐는 말에 유연은 조카들을 언급했다.

[유연 : 제가 조카가 있는데 영상 통화할 때마다 볼을 이렇게 콕콕 찌르면서 뽀뽀를 해 달라고 해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데, 마침 저희 가사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응용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구양 : 정말 천재다…. 그런데 왜 마지막에만 해요? 저 같으면 후렴 파트에 다 넣어 달라고 했을 거예요.]

[유연 : 그건 너무 노리는 것 같잖아요.]

[구양 : 이미 노린 게 티가 나요.]

[유연 : 그런가요?]

유연이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구양 : 새삼스럽지만 웃을 때 보조개가 너무 예쁘네요. 데이즈,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룹입니다.]

구양은 제 후배라서가 아니고 너무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라며 칭찬했다.

[구양 : 5656 님께서 오늘 쇼플리 엔딩 때 여섯 명이서 동시에 볼 콕 하면서 웃는데 제 심장 멎을 뻔했어요~]

[단체 : 감사합니다~]

[구양 : 이참에 데이즈도 문자 몇 개만 읽어 주세요.]

[청 : 7002 님이 나 꼬시려는 거 다 티 난다고 했어요!]

그 순간 개복치의 <갓끼(S)> 스킬이 발동했다.

[백야 : 그래도 모르는 척 넘어와 주시면 안 돼요?]

[지한 : !!! (충격)]

[민성 : ??? (휘둥그레)]

[율무 : 세상에…….]

[유연 : 너 누구야?]

[청 : 모라고? 나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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