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69화 (169/340)

제169화

“진짜예요? 진짜로?”

믿지 못하는 멤버들 앞으로 남경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눈으로 확인하고도 여전히 얼떨떨한지 반응이 하나같이 삐거덕거렸다.

“이거….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죠? 진짜죠?”

“우리가 이런 거로 왜 몰래카메라를 해. 누구 좋으라고.”

남경의 대답에 민성은 왈칵 눈물이 맺혔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차오른 눈물에 남경이 놀리듯 약 올리자 그가 발끈하며 손등으로 훔쳤다.

“어? 운다! 민성이 운대요~”

“안 울어!”

진짜 울보는 여기 있는데 소문이 잘못 났다며 백야가 많이 억울하겠다고 스태프가 농담했다.

그 말에 분위기가 풀어진 데이즈는 그제야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마음껏 기뻐했다.

“어지러워….”

유연과 청의 손에 끌려 몇 바퀴나 제자리를 돈 백야가 비틀거리며 소파 위로 넘어졌다.

내버려 두면 하루 종일 돌 기세에 덕진이 멤버들을 말려 줘 다행이었다.

“우웩. 토할 것 같아.”

“독한 놈들….”

팀 내 최고 허약체, 민성과 백야가 나란히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유쾌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축하를 건넸다.

“형, 축하해.”

“너도.”

민성을 빤히 보던 백야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몸을 기울여 작게 귓속말했다.

“단아 누나도 좋아하겠다.”

“나 걔랑 진짜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

“글쎄~ 아무 사이 아닌가?”

백야가 민성을 약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보는 눈이 많아 홀로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너 은근히 즐긴다? 입이 귀에 걸리겠네.”

“응. 재밌어.”

기대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드는 기분 좋은 예감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덕진이 형. 저 이제 화장실 다녀와도 돼요?”

“당연하죠! 얼른 가세요, 얼른.”

덕진의 허락을 받은 백야가 곧장 대기실을 나섰다. 마주치는 스태프들마다 해맑게 인사한 백야는 화장실의 제일 끝 칸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천재 아이돌> 칭호가 활성화되어 있는 걸 제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었다.

칭호 : 천재 아이돌 (비활성)

그러나 개복치의 촉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대와 달리 칭호는 여전히 비활성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니, 밀리언 셀러에 음원 차트 1위 하는 게 쉬운 줄 알아?’

배신감을 느낀 개복치가 주먹을 움켜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도대체 천재 아이돌의 기준이 뭐냐며 속으로 ‘망겜 망해라’고 욕을 퍼붓는데 상태창이 나타났다.

[다음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천재 아이돌>을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 틱탁 스타

- 초동의 밀리언 셀러

- 전석 매진의 신화

- 대상 가수

…더 보기]

욱하는 마음에 ‘더 보기’를 눌러 본 백야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낯선 퀘스트 명 사이로 거절한 적 있던 익숙한 퀘스트들이 더러 보였기 때문이다.

‘설마 이걸 다 완료해야 활성화되는 거라고?’

눈대중으로 세 보아도 50개가 족히 넘었다.

“으으!”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백야가 몸서리쳤다. 다리를 파닥거리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데, 그때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거 진짜냐? 2주짜리.”

“뭐, 스폰?”

“미친놈아, 조용히 말해. 사람 있으면 어쩌려고.”

두 인영이 화장실 안을 둘러보지만 ‘고장’이라고 적힌 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도 없잖아. 그리고 이미 소문 쫙 났어. 알 만한 애들은 다 알던데.”

본능적으로 좋지 않은 이야기일 거라 생각이 든 백야는 더 늦지 않게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안 열려?’

당황한 개복치가 도와달라고 소리를 내려던 참이었다.

“데이즈 걔 맞지? 백야. 귀척 떨 때마다 토 나올 거 같던데.”

“나 어제 복도에서 걔랑 눈 마주쳤잖아. 나한테 인사하는데 그냥 못 본 척함.”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백야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 올랐다.

‘…나?’

남자들은 계속해서 험담을 이어 갔다.

“ID 대표 조카라는 건 구란가?”

“삼촌 빽 찐이면 뭐 하러 더럽게 만나냐.”

“미자일 때부터 만났다잖아. 트루 럽~ 이번에 MC 된 거도 느낌이 구리던데.”

“돈 많은 여친이 꽂아 줬겠지.”

XX.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안 그래도 시스템 때문에 빡치는데 가만히 들어 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야!”

변기통을 밟고 올라선 백야가 버럭 소리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칸막이 위로 올라온 검은 머리통에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 이씨, 미친 새끼 아니야?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너희 얼굴 다 봤어. 거기 딱 기다려.”

“미친. 야, 튀어.”

무시무시한 얼굴의 백야가 삿대질하며 칸막이 위로 올라탔다. 문이 열리지 않으니 구조물을 뛰어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러나 열받는 건 열받는 거고, 운동 신경은 운동 신경이었다. 호기롭게 선전 포고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몸이 따라 주질 않았다.

‘아 잠깐만. 이게 아닌데.’

올라와 보니 생각보다 아찔한 높이에 백야는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 버렸다.

“야! 잡히면 죽어!”

개복치가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두 사람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씨이…. 저거 잡아야 하는데.”

제가 생각한 그림은 사뿐히 착지해 망할 두 놈들의 머리채를 잡아 참교육을 시키는 거였는데, 현실이 녹록지 못했다.

“나, 남경이 혀엉….”

다시 변기통 위로 돌아가고 싶어도 다리가 짧아 닿지 않을 것 같았다. 백야도 자신이 이곳에 어떻게 올라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잘못 떨어지면 팔 하나는 가볍게 부러질 것 같은 높이에 백야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제 막 컴백한 주제에 부상을 입어 멤버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저기요, 여기 사람 있는데…!”

용기 낸 게 무색할 정도로 화장실은 고요하고 쓸쓸했다.

“살려 줘!”

개복치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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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최신 지라시

추천 161 반대 48 (+131)

요즘 인기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 B군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고 한다.

짧은 연습생 기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실력과 여심을 저격하는 애교로 단번에 그룹 내 인기 멤버로 떡상한 B군.

B군은 귀여운 외모와 어리숙한 매력으로 팀의 인기를 독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B군이 대기업 사모님과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다는 사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성년자일 때부터 이어 온 만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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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군 = ㄷㅇㅈ ㅂㅇ

└ 피디엪 땀

└ 이 그룹 지금 컴백하지 않았나? 반응 좋던데 찐이면 곧 나락 가겠네. 멀리 안 나감

- 딱 봐도 구씹인데 이걸 믿는다고?

- 누군지 알겠다ㅎㅎ 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찐이면 좀 충격일 듯

-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 이렇게 한 사람 몰아가는 거 범죄임

- 대형이 뭐가 아쉬워서 애들을 돌려

- 헉 그럼 내가 본 거 찐이야? 나 작년 겨울인가 올 초에 쟤 호텔에서 어떤 여자랑 나오는 거 봄

└ 연예인 신기해서 사진도 찍어뒀는데 (사진)

“도대체 거기는 왜 올라갔니?”

“화장실 문이 고장 나서.”

민성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려온 백야는 성난 콧바람 뿜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건 또 뭐고….”

“그 새끼들 몽타주. 자! 율무차. 빨리 이렇게 생긴 놈들을 찾아.”

“우와~ 이건 신종 괴롭힘이야? 당백아, 이렇게 생긴 사람은 세상에 없어.”

고양이가 그려도 이거보단 낫겠다며 율무가 몽타주를 비웃었다.

“이씨…. 어제 복도에서 내 맞은편에 있던 놈들인데. 지한아, 너 기억나?”

“아니.”

지한의 고개가 가로 저어졌다.

“그런데 왜 찾아?”

“그냥. 죽여 버리려고.”

“…….”

웃으면서 그런 무서운 말을 내뱉다니. 백야의 새로운 모습에 멤버들은 이유 모를 한기를 느꼈다.

“음…. 화장실에서 무슨 일 있었니?”

“어. 그 새끼들이 내 욕했어.”

“아니, 무슨 욕을 했길래 애가….”

민성이 말끝을 흐리며 백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 순간, 퀘스트가 도착하며 동시에 남경이 백야를 불렀다.

“저기, 백야야. 잠깐 형 좀 보자.”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Q.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 : 잘나가는 연예인이라면 한 번씩은 돈다는 악성 루머가 도착했어요!

팬들이 떠나가기 전에 소문을 해결하고 완전무결한 복숭아로 돌아와… (더 보기)]

안 그래도 열받아 죽겠는데 망할 시스템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었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 백야는 더 볼 것도 없다며 상태창을 닫아버렸다.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꼭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다 주거써.”

살다 보니 별 거지 같은 일을 다 겪는다고 생각한 백야는 곧장 남경의 앞으로 다가갔다.

“왜요.”

“자, 잠깐만 이리로….”

묘하게 반항적인 태도에 남경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대기실에 딸려 있는 작은 탈의실로 백야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누가 봐도 비밀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분위기에 멤버들의 호기심 어린 눈이 뒤를 따랐다.

“백도 무슨 일 있나?”

몽타주를 만지작거리며 모르는 척하던 유연이 닫힌 문을 바라봤다.

율무는 덕진에게 손을 내밀며 잠시만 핸드폰을 돌려주십사 애교를 부렸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지한도 답답하긴 한 모양인지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덕진을 향했다.

“저희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팀인데.”

“그게, 그러니까…. 우선 본인 확인부터 하고 남경이 형이 말해 줄,”

“제가 미쳤어요!?”

그러나 남경의 오피셜보다 분노에 찬 백야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절대 아니에요!”

“알아. 나도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회사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그리고 지금 사진도 구하는 중이고,”

“고소할 거예요!”

“백야야, 조금만 진정을….”

벌컥-.

대기실 문이 열리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백야가 등장했다. 개복치는 강한 콧바람을 뿜어내며 억울하게 외쳤다.

“나 아니야!”

오랜만의 급발진에 대기실엔 정적이 흘렀다. 아무나 무슨 말이라도 해 주면 좋겠는데 멤버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1초, 2초, 3초.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에 말없이 눈알만 굴리던 율무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뭐가 아니야?”

“뭐가 아니냐고? 그럼 너희는 지금 나보다 그 찌라시 말을 더 믿는다는 거야?”

“…어?”

아는 게 없어서 뭐가 아니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개복치는 율무의 말을 오해한 것 같았다.

“와. 개 열받네.”

분함과 억울함, 실망감에 백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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