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79화 (179/340)

제179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스트레스 지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스트레스 지수가 ‘주의’ 단계입니다. 32%]

[<병약미(S)> 패시브와 반응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어머. 백야야, 너 왜 그래?”

가슴이 답답한 게 호흡이 빨라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번 업데이트 오류로 혼자 남겨졌던 시간이 저도 모르게 트라우마가 된 모양이었다.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움켜쥔 백야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아니에요. 저 그런 거 아니고 배탈이 좀 났나 봐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아이고.

패시브가 사람 잡네.

오류고 뭐고 일단 <병약미(S)>부터 없애는 게 시급했다.

* * *

“생방송 쇼 플레이리스트. 이제 곧 생방송 투표가 종료됩니다.”

마이크를 든 우유즈 MC 옆으로 긴장한 모습의 데이즈가 서 있었다.

5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투표가 종료됐다는 멘트가 이어졌다. 이어서 이번 주 1위는 과연 누가 될지 결과를 보여 달라는 단아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먼저 음원, 음반 점수입니다.”

백야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리자 정면 모니터 속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동영상, 방송 점수와 사전 투표 결과까지 차례대로 공개됐다.

“마지막으로 생방송 투표를 합산한 최종 결과를 보시죠.”

최종 합계라 적힌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더니, 이내 단아가 데이즈의 이름을 기쁘게 호명했다.

“네~ 이번 주 1위는 데이즈입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민성 씨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폭죽이 터지며 꽃가루가 떨어졌다. 사촌에게서 트로피를 건네받은 민성은 혹시나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이를 악물었다.

“먼저 저희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ID 식구들, 저희 부모님과 멤버들, 매번 예쁜 옷 입혀 주시는 스타일 팀 식구들 정말 다 감사합니다.”

민성은 나잉이들 덕분에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 보는 사촌의 모습에 단아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 아슬아슬했다.

다행히 입술을 말아 문 단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마음을 다스렸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백야만 가운데에서 마음을 졸였다.

이내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끝으로 데이즈의 소감이 끝나자, 화면은 다시 MC컷으로 돌아왔다.

“네, 데이즈 1위 너무너무 축하드리고요. 백야 씨도 짧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세요.”

“나잉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백야가 배시시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볼 하트를 만들었다.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복숭아 표 애교에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네~ 그럼 저희는 여기서 이만 인사드릴게요.”

“안녀엉~”

백야와 단아가 손을 흔들자 하이틴 반주가 흘러나왔다.

무대 위로 올라와 있던 출연진들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카메라는 단체컷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백야의 곁으로 다가간 멤버들은 그를 둘러싸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 팬들이 좋아할 만한 스킨십을 마구 남발했다.

“끄악!”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린 백야가 놀란 눈을 뜬 채 굳어 버렸다. 비명이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전파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놀란 데이즈도 굳은 자세로 스탭들의 눈치를 살폈다.

오늘의 1위 공약은 하이틴 섹시 버전으로 부르기. 이제는 앵콜 무대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데이즈는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나 궁금했어 All day

내 첫 키스의 상대 말이야

한껏 뇌쇄적인 눈빛을 한 민성이 엄지로 입술을 느릿하게 쓸었다.

본인은 나름 담백한 섹시미를 발산했다고 생각하지만, 동생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맏형의 서툰 몸짓에 즐거워하는 멤버들이 화면 가득 잡혔다.

이어서 바통 터치를 받은 멤버는 유연이었다. 그는 기존 안무에는 없는 웨이브를 선보이며 청순한 섹시미를 뽐냈다.

“오~”

유연의 센스가 마음에 들었던 율무는 엄지를 치켜들며 감탄했다.

이렇듯 한두 명씩 서로의 몸짓에 호응을 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점점 과열됐다.

청의 나른 섹시와 지한의 금욕 섹시를 지나, 이번에는 새로운 섹시의 장을 열 백야가 걸어 나왔다.

- 나의 시간을 함께 걸어 줘

My Highteen

일명 병약 섹시.

흑발에 하얀 피부, 숙취 메이크업을 한 백야는 자신의 파트를 최대한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

사실 섹시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스킬만 믿었는데, <갓끼(S)>와 <얼굴 천재(A)>가 만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뒤이어 등장한 율무는 유니폼을 살짝 들추며 복근을 공개했다.

모두의 허를 찌른 으른 섹시에 SNS가 불바다가 된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노렸네. 노렸어.’

앵콜 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내려온 백야가 율무의 몸을 빤히 바라봤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불순한 시선에 율무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제 몸을 노리고 있는 햄스터 한 마리를 발견했다.

“꺅! 변태~ 지금 어딜 보는 거야?”

“아니야…! 안 봤어!”

“왜~? 당백이 나 덮치려고?”

“미쳤어!?”

율무가 가슴을 가리며 수줍은 척 하자 솜 주먹이 그의 팔을 내리쳤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으윽.”

율무가 팔뚝을 문지르며 낑낑거리자 곁에 있던 지한이 피식 웃었다.

“맞을 줄 알았다.”

“지한이 너마저…. 너까지 그러면 율무 정말 똑땅해. 응? 나 속상하다고~”

율무가 치대기 시작하자 지한이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유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재미있어했다.

“가만히 보면 형은 매를 버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타고난 듯?”

“땡큐~ 그런 말 많이 들어.”

“천만에.”

“…칭찬 아니지 않아?”

종잡을 수 없는 대화의 흐름에 백야가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율무와 유연은 개의치 않았다.

평소 개그 코드가 잘 맞는 편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키득거릴 뿐이었다.

‘아. 기 빨려.’

백야가 걸음을 재촉해 차에 올라탔다. 밖에서는 아직 차에 오르지 않은 멤버들을 향해 서두르라는 남경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장난 그만 치고 얼른 타. 다음 스케줄 가야지.”

“네에~”

마침 양손에 비닐봉지를 든 덕진도 차가 주차된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 저녁 사 왔어요!”

“아싸~ 밥이다, 밥~”

마침 차에 올라타던 율무가 봉지를 받아 들었다. 스케줄이 많은 컴백 초반에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오늘은 덕진이 베이커리를 털어 왔는지 각종 샌드위치와 샐러드, 닭가슴살 등이 담겨 있었다.

율무와 유연은 망설임 없이 닭가슴살과 반숙란을 골라 갔다.

이어서 반쪽짜리 샌드위치를 집으려던 백야는 가까이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퍽-!

어느새 포장을 깐 유연과 율무가 서로의 이마에 계란을 내려치고 있었다.

“와, 잠깐만. 나는 형 엄청 살살 때렸는데?”

“무슨 소리야~ 나 머리 깨질 뻔했는데 지금~”

두 사람은 서로의 박살 난 계란을 가리키며 즐거워했다.

이렇게 된 거 2라운드라며 두 사람이 새로운 계란을 집어 드는데, 백야가 관심을 보였다.

‘계란?’

운동은 시작했지만 담당 트레이너에게 식단에 대한 조언은 듣지 못했던 백야는 봉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헬린이라도 기본 상식은 알았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갈 길은 멀지만 최종 목적이 복근이긴 했던 백야는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율무의 몸을 보고 난 후라 자극이 된 것도 이유였다.

[새로운 퀘스트(히든)가 도착했습니다!]

[Q. 단군신화! 100일 식단 :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긴 수련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죠.

100일 동안 닭가슴살을 먹고 사람이 되어 봅시다!

- 1일 1 닭가슴살 (0/100일)]

‘떴다!’

아니나 다를까 백야가 닭가슴살을 집자마자 관련 퀘스트가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곰이야?

‘100일 동안 닭가슴살만 먹고 사람이 되라니.’

닭가슴살 소시지를 쥔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자 지한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도 식단 하래?”

“아니. 근데 오늘부터 해 보려고.”

“뭐야~ 우리 당백이 형 복근이 많이 부러웠구나?”

“뭐래.”

백야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청은 밥에는 관심 없는 듯 작은 알 모양의 기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뾱 뾱-.

청이 들고 있는 건 다마고치로 팬에게 선물 받은 것이었다.

“너 밥 안 먹어?”

“먹어. 백야 먼저 먹고.”

“나?”

어디서 식사 예절 너튜브라도 본 건가. 백야가 봉지를 건네며 남은 음식들을 알려 주었다.

“우리 이동 시간 얼마 안 돼서 빨리 먹어야 해. 얼른 골라.”

“사과 먹어야 되는데, 사과!”

“사과? 사과는 없는데….”

대화가 아까부터 묘하게 빗나가고 있었다.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는 일방적인 대화를 지켜보던 민성이 넌지시 백야에게 일러 주었다.

“백야야. 너 말고 저 백야 말하는 거야.”

“…어?”

뾱 뾱-.

설마 저 2D에 손톱보다 작은 것의 이름이 백야는 아니겠지.

백야가 청을 빤히 바라봤다. 다만 햄스터 장애물 넘기 게임이 한창인 청은 눈치채지 못했다.

뾱-.

얄궂은 효과음과 함께 햄스터가 점프를 몇 번 하더니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뚜둥-!

[GAME OVER]

“아악! 백야 죽었어!”

청이 시무룩해하며 찐백야를 바라봤다.

안 좋은 예감은 언제나 맞는다더니. 역시 저 2D 햄스터의 이름이 백야가 맞았던 모양이다.

“이게 남의 이름을 가지고!”

“으악! 나 살려!”

백야는 청에게 자비 없는 응징을 가했다.

* * *

[데이즈, 음원 사이트 접수한 ‘하이틴’ 1위 올킬]

[인기뮤직도 1위, 4관왕 달성한 데이즈 “초심 잃지 않겠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인기에 최근 남경은 인사 대신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럴 때일수록 경거망동하지 말고 더 조심해야 한다. 알겠지? 인사도 더 크게 하고.”

하이틴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다 못해 천장을 부숴 버린 데이즈는 생에 첫 광고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대세 아이돌만 찍는다는 미국의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Heaven Flavor7’이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For your days! 안녕하세요. 데이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촬영장에 도착한 데이즈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자 스태프들이 박수로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조금 진정됐나 싶던 시스템도 백야를 반겨 주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나 좀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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