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81화 (181/340)

제181화

* * *

“여기는 올 때마다 어색하네.”

활동 기간이라 사옥에는 자주 들렀지만, 주로 연습실만 오간 터라 회의실은 오랜만이었다.

올라오는 길에 사내 카페에도 들린 데이즈는 테이크아웃 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당백이 그거 뭐야?”

“딸기 라떼.”

혼자만 굵은 빨대를 꽂은 백야가 딸기 과육을 오물거렸다.

“오구오구~ 자기 같은 거만 골라 먹네~”

율무가 백야의 턱 아래를 살살 긁자 솜 주먹이 손을 강타했다.

찰싹-.

“아야.”

햄스터의 앞발에 맞은 강아지가 손을 감싸 쥐며 아픈 척했다. 율무는 곧장 지한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지한아 나 아파. 호~ 해 줘.”

오늘도 어김없이 장난을 걸어오는 진상에 지한이 미소를 지었다.

율무가 도망가지 못하게 그의 손목을 잡아챈 지한은 입술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아 설마. 야, 잠깐만. 너 지금 침 모으는 거 아니지?”

“맞는데. 그래야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안 하지. 한백야, 잘 보고 배워.”

관종 퇴치는 이렇게 하는 거라며 또라이가 솔선수범을 보이자, 순수한 영혼이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넌 뭘 또 듣고 있어. 형! 형, 여기 심각해. 빨리 집중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율무가 급히 민성을 소환하며 달아났다.

“왜.”

“얘네 둘 붙여 놓으면 안 돼. 형 빨리 원래 방으로 돌아가.”

“나? 난 지금도 괜찮은데.”

그 말에 율무가 놀란 눈을 뜨며 민성의 귀에 속삭였다.

“형은 무슨 또라이 콜렉터야? 리조또 만들고 싶어?”

“리조또?”

리조또란 리틀 조용한 또라이의 약자로, 요즘 백야의 눈에 광기가 도는 게 심상치 않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율무는 지한과 백야의 조합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이거 봐, 이거. 눈꼬리도 처음보다 조금 올라간 것 같아. 원래 4시 40분 각도였는데 지금은 3시 43분 정도 되잖아.”

기다랗고 굵은 손가락이 백야의 눈앞을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부터 고양이랑 먹이를 한방에 두는 게 말이 안 됐다던 율무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율무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던 백야는 어느 순간 입을 벌리며 손가락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앙!

“끄아악! 이거 봐! 봤지? 방금 얘가 내 손가락 물려고 한 거!”

“네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얌전해.”

민성이 율무의 목덜미를 잡아 은근히 짓눌렀다.

울상이 된 율무는 경고를 받으면서도 백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눈이 마주치자 백야의 입꼬리가 가소롭다는 듯 비죽 올라갔다.

“오 주여. 저 타락한 영혼을…. 아니야, 이미 틀렸어.”

율무는 이미 지한에게 물들어 버린 백야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관종의 사기를 꺾는 데 성공한 햄스터는 구릿빛 얼굴을 손으로 그어 내리며 율무의 완패를 선언했다.

“백야! 그런데 우리 왜 연습 안 하고 여기 와? 또 컴백하나?”

백야의 옆자리를 꿰찬 청이 쿠키를 밀어 주며 말을 걸었다.

“스케줄 관련해서 논의할 게 있다 그랬잖아. 너 아까 제대로 안 들었지.”

“들었는데 기억 안 나.”

백야가 잔소리를 할 것 같자, 청이 간식을 가리키며 주의를 돌렸다.

“빨리 먹어.”

“나 배불러. 너 먹으려고 산 거 아니야? 너 먹어.”

“아니야. 햄스터용이야.”

그 말에 정말 햄스터용 간식인가 싶어서 백야가 봉지를 확인했다.

쿠키를 두고 막내들이 꽁냥거리는 사이, 문이 열리며 남경이 들어왔다.

“어, 얘들아.”

“왜 형 혼자 와?”

매니지먼트 팀 직원들과 함께 올 줄 알았던 남경이 홀로 나타나자 민성이 의아해했다.

“팀장님도 같이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그래도 전달 사항은 다 듣고 왔어.”

남경이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빈자리에 앉았다.

심부름을 갔던 덕진까지 모이자 그는 기쁜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사실 청이한테 더 좋은 거긴 한데.”

“나? 나 왜?”

자신에게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청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 하이틴 활동도 다음 주면 마지막이잖아.”

“벌써? 시간 빠르네.”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던 유연이 아쉬워했다.

“그치? 아쉽지?”

그러자 덥석 말꼬리를 문 남경이 천천히 쌓아 올린 빌드 업을 터뜨렸다.

“그래서 그다음 주에 행사 하나 잡았어. 우린 LA로 간다!”

“Really? 우리 미국 가?!”

“그래. 미국 갈 거야. 가서 콘서트 스케줄만 끝나면 그때부터 10일 휴가야. 어때. 좋지?”

“와악! 남경 I love you!”

자리에서 일어난 청이 남경을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소리쳤다.

“으갹!”

이 과정에서 야금야금 쿠키를 갉아먹던 백야만 봉변을 당했다.

남경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게 잘못이었다.

“잠깐만. 그런데 휴가를 10일이나 다녀오는 게 가능해?”

데뷔 조에 합류한 이래로, 휴가라고 해 봤자 반나절 동안 집에 다녀오는 게 전부였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했다.

게다가 백야만 하더라도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방송 MC 스케줄이 고정이지 않던가.

유연이 백야를 바라보자 남경이 걱정하지 말라며 큰소리쳤다.

“괜찮아, 괜찮아. 이번 케이팝 콘서트가 M사에서 추진하는 거라 촬영분이 그다음 주 쇼플리 시간대에 방영될 거야.”

프로그램이 결방되면 당연히 MC의 스케줄도 취소된다.

“그럼 잘됐네. 간 김에 청이 부모님도 뵙고 오면 좋겠다.”

민성이 청을 보며 미소 지었다.

“진짜? 우리 샌프란시스코도 갈 수 있어? 다 같이 우리 집 가?”

“가야지 그럼.”

거기까지 갔는데 부모님을 안 뵙고 오려 했냐 하자 청이 책상을 두드리며 마구 신나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소음이 멎으며 청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멤버들도 Vacation인데 나만 집 가도 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폭주 기관차처럼 흥분하던 놈이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너희 집이 내 집이고 우리 집은 우리 집이고 그런 거지~”

율무가 심장 위로 손을 얹으며 설레했다.

“21년 만에 엄마 만날 생각하니까 심장 터질 것 같아.”

“My mom이야!”

청이 얼굴을 찡그리며 엄마 소유권을 주장하자 회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남경도 청의 미안함을 덜어 주고 싶었는지 잠시 미뤄 놨던 이야기를 마저 이었다.

“그런데 사실 10일 다 완전히 휴가는 아니고….”

“역시.”

뭔가가 더 있을 거라 의심하던 지한만 유일하게 반응했다.

그 모습을 본 율무가 과연 흑막은 다르다며 박수를 치다가 응징을 당했다.

“해외로 나간 김에 화보 촬영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어. 그래도 이게 다 너희 좋자고 하는 거니까 괜찮지?”

화보집 촬영이 아니었다면 행사가 끝나자마자 귀국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데이즈는 기쁘게 스케줄을 받아들였다.

생에 첫 미국 여행을 앞둔 멤버들은 벌써부터 조금 들떠 보였는데, 백야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국 여행…!’

일본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이라니.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었다.

퀘스트만 해결할 수 있으면 이곳에서 쭉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할 무렵, 시스템이 백야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알림!]

[v.1.3 업데이트]

[v.1.3은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업데이트합니다.

- 핼러윈 이벤트

- 새로운 스킬 추가

- 버그 수정 및 서버 안정화]

‘업… 데이트?’

개복치의 안색이 나빠졌다.

* * *

오랜만에 내려간 본가에서 뜻밖의 소득을 얻은 복쑹.

개강을 앞둔 그녀는 예정보다 일찍 서울로 올라온 참이었다.

부모님께는 학업 준비를 위해 일찍 올라가고자 한다며 입을 털었으나, 사실은 데이즈의 마지막 공방을 뛰겠다는 위대한 포부가 있었다.

SNS를 켜자마자 데이즈의 공식 계정이 새로운 떡밥으로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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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E_Official]

보기만 해도 힐링 되는 데이즈의 일본 여행기 가 9월 12일 첫 방송됩니다!

매주 월~금요일 6시 너튜브 단독 공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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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드디어!”

소문과 목격담만 무성하던 데이즈의 리얼리티 시즌2가 드디어 공식 예고편을 내놓았다.

복쑹이 재생을 누르자 찡그린 백야의 얼빡샷이 나오며 시작부터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개구리가 녹아….”

매앰- 매앰-.

따사로운 햇볕 아래.

노란색 교복 망토를 입은 백야가 울상을 짓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민성이 외쳤다.

“이번엔 진짜야. 진짜 나온다.”

옆 동네 놀이동산에서 사랑의 키스로 공주님을 깨우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이 남자.

제복 망토가 아닌 마법 학교 망토를 두른 민성은 개구리 초콜릿 화형식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공개되는 시즌2]

[데이즈 오사카에 가다!]

잠에서 깬 청이 눈을 끔뻑거리며 멍하니 옆을 바라봤다.

“유연은 자라서 훌륭한 모기 밥이 됐네….”

유연의 모기 물린 자국을 보던 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척거리며 캐리어 앞으로 간 그는 금방 작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하나는 모기 물린 곳에 붙이는 모기 패치였고, 다른 하나는 동전 파스였다.

“…….”

유연의 이부자리 가까이에 앉은 그는 일본어가 가득한 상자를 보며 고민하더니, 이내 동전 파스를 선택했다.

“Perfect.”

유연의 팔을 뿌듯하게 보던 청은 그대로 방을 나가 버렸다.

[가장 가까이서 담은 여섯 소년들의 리얼한 모습]

“나율무. 아.”

“아~”

지한이 타코야끼 한 알을 내밀자 율무가 넙죽 받아먹는 장면이 지나갔다.

[먹방부터 취향까지]

[하이틴 스타의 예능 정신 대 방출]

“엘레강스 둘!”

“엘레강스, 엘레강스. 청개구리 다섯.”

“청깨구리, 천깨”

“어어! 쟤 틀렸어!”

게임을 하던 중 청의 발음이 꼬이자 민성이 냅다 소리쳤다. 멤버들에게 인디언 밥을 맞은 청이 몸부림치며 외쳤다.

“끄아악! 이거 나한테 Unfair(불공평)! 영어로 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데이즈]

2인용 자전거를 탄 데이즈가 공원을 가로지르는 장면이 이어졌다.

“백도, 너 페달 밟고 있는 거 맞아?”

“맞다니까~ 앞에 똑바로 봐.”

“아니, 자전거가 너무 안 나가.”

“우리가 뽑기를 잘못했나 봐.”

몸체에 두 발을 다소곳이 올린 백야가 뒤를 돌아보려는 유연의 고개를 바로 세웠다.

“이따가 청이 자전거랑 바꿀까.”

“그래. 근데 그거도 비슷할걸?”

“…너 안 밟고 있지!”

[아낌없이 보여 드릴게요~]

까르르 웃는 백야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짧은 예고편은 끝이 났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더니. 본가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데이즈가 나의 고향.’

전체 화면을 종료하자 그사이 새로운 글이 떠있었다.

- LA 러브 케이팝 콘서트 라인업 떴는데 우리 애들 있음 (사진)

- 러브 케이팝 뭐야? 라인업 미쳤는데?? 왜 한국에서 안 하고 미국 가서 이러는지?

- 뭐 했다고 다음 주가 막방이야.... ID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 잘한다며... 활동 연장해ㅠ

- 근데 미국 과일 반입 안 되잖아 'ㅅ' 백야는 복숭아니까 LA 콘서트 못 가겠넹 (입꾹 백야.jpg)

└ 괜히 복숭아 들고 갔다가 압류당하면 국가적 손실

특히 마지막 글에 격한 공감을 느낀 복쑹은 마음 표시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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