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82화 (182/340)

제182화

타임라인을 대충 살핀 복쑹은 다음 앱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너튜브.

하이틴 3화를 감상할 시간이었다.

[하이틴 EP.03|드디어 완전체 된 농구부 6인방]

급식을 먹고 나오던 길에 백야를 발견한 율무가 긴 다리로 성큼 뛰어갔다.

백야는 마침 쌍둥이 바를 뜯고 있었는데, 불쑥 나타난 율무가 막대 위로 손을 겹쳐 쥐더니 힘을 줘 떼어 냈다.

반반이 아닌 8대 2 정도로 나누어진 아이스크림에 백야가 비명을 질렀다.

[백야 : 아악! 내 아이스크림!]

[율무 : 내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건 어예 알고.]

막대의 큰 쪽을 가져간 율무가 한입에 쏙 넣어 버렸다.

[백야 : 이런 천하의 몹쓸!]

[율무 : 쓰읍. 어디 햄한테.]

[백야 : 나 빠른이야!]

[율무 : 글나~ 그래도 니는 1학년이다 아니가. 내는 2학년인데.]

[백야 : 야, 됐어. 다 때려치워. 오늘 너랑 나 결판을 내자.]

콧바람을 뿜으며 씩씩거리던 백야가 결투를 신청했다.

[백야 : 다른 건 다 참아도 먹는 거 건드리는 건 용서 못 해!]

백야가 들이받을 기세로 율무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을 말리려 지한이 뒤늦게 달려왔으나 결투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백야 : 야, 놔! 이거 안 놔?!]

[율무 : 와. 놓으면 내 때릴라고? 내 바본 줄 아나.]

팔을 길게 뻗은 율무는 한 손으로 백야의 이마와 머리통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는 여유롭게 아이스크림을 해치웠다.

율무의 손등에 힘줄이 솟은 걸 보면 백야도 가만히 있는 것 같진 않은데…. 그저 율무보다 힘이 달릴 뿐이었다.

[지한 : 그만 좀 해.]

[율무 : 야가 달려들었지, 내는 아무것도 안 했다.]

율무가 어깨를 으쓱이자 지한이 짜증 난다는 얼굴로 노려봤다.

[지한 : 네가 얘 아이스크림 뺏어 먹었잖아.]

[율무 : 맞나.]

[지한 : 어.]

[율무 : 맞나.]

[지한 : …맞다고 몇 번을 말해?]

[율무 : 맞나.]

[지한 : 이런 씨.]

율무는 사람을 열받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지한이 열받아 하자, 이번에는 백야가 그의 팔을 붙잡아 말렸다.

[백야 : 진정해! 진정. 워워.]

[율무 : 근데 우리 친구들이 내 속여 먹은 건 이제 기억도 안 나나 보네. 막 화도 내고.]

서울은 눈 뜨고도 코를 베어 가는 곳이라더니.

전학 첫날부터 단체 사기극을 벌인 걸 보면 정말 무서운 곳이긴 한가 보다며 양심을 자극했다.

[백야 : …….]

[지한 : …….]

[율무 :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좀 심했다. 인정. 아이스크림 새로 사 줄게, 가자.]

[백야 : 됐거든? 너나 먹어.]

백야가 토라진 티를 내자 율무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율무 : 맞나. 그래도 내 마음이 불편하다.]

[백야 : 어쩌라고 이 똥개야.]

[율무 : 내도 니 마이 놀려 먹은 거 같으니까 이거 하나만 해 주면 이제 내 셔틀 안 해도 된다.]

[백야 : …뭔데?]

[율무 : 햄이라고 불러라. 쪼만한 게 말끝마다 야, 야 거리기나 하고. 앞으로 내 부를 때는 햄이라고 하는 거다. 알겠나.]

[백야 : 햄? 그래. 이 소시지야.]

[율무 : 와~ 인마 진짜 골 때리네.]

율무와 백야의 귀여운 에피소드로 시작된 내용은 이후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느 날처럼 농구부 연습을 도와주고 부모님의 가게로 하교를 한 율무. 율무는 넌지시 부모님께 농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해도 농구 선수가 될까 말까인데, 다 커서 무슨 농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율무 : 그제. 내도 그래 생각한다.]

율무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웃었지만, 부모님은 아들의 심경에 변화가 있음을 눈치챈다.

다음 날.

정규 수업을 마친 율무가 농구부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을 때였다.

발을 굴러 높게 도약한 율무가 골대 안으로 공을 꽂아 넣자 환호성이 들렸다.

[민성 : 역시!]

[유연 : 와, 형. 사랑해 진짜.]

체육관 청소가 걸린 시합이라 다들 진심으로 임하고 있었다.

[코치 : 얘들아~ 치킨 먹고 해라.]

[청 : 닭다리 다 내 거!]

율무는 양손에 치킨을 들고 들어오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율무 : 아, 아버지….]

[백야 : 소시지 뭐 해? 빨리 와.]

[지한 : 늦게 오면 가슴살밖에 없다.]

지한은 율무가 놓친 공을 주워 볼 바스켓 안으로 던져 넣었다.

멍청한 얼굴로 서 있던 율무가 남자에게 다가가려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먼저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평소보다 빨리 귀가한 율무는 부모님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말없이 소주잔만 기울이는 아버지와 맞은편에 앉은 율무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겨우 꺼낸 ‘농구가 뭐가 재밌냐’는 아버지의 말에 율무가 입술을 달싹였다.

[율무 : 내 그냥 잠깐 도와준 거다. 내 땜에 어떤 아 팔이 부러져 가지고 미안해서. 농구하고 싶다거나 그런 거 절대 아이다.]

남자는 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말없이 술잔만 기울이는 아버지의 행동에 율무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율무 : 미안. 잘못했다. 근데 내 이제 진짜 안 할게. 안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왔다.]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 숙인 아들을 바라보던 남자는 마지막 잔을 비워 내며 입술을 뗐다.

가게 일은 이제 됐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율무 : …어?]

예상 밖의 대답에 율무도 놀란 얼굴이었다.

남자는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율무가 생각났다고 했다.

어릴 적 장래 희망에 ‘농구 선수’를 적던 게 생각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마침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상 장면.

남자의 ‘저 친구가 잘하냐’는 질문에 코치는 이렇게 대답했다.

[코치 : 그럼요. 장차 저희 팀 에이스가 될 놈입니다.]

잔잔한 OST가 깔리며 전형적인 신파 장면이 이어지길 잠시.

다음 날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율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3화는 끝이 났다.

- 다음 주 마지막이래요ㅠㅠ

- 와이 엠 아이 꾸라잉ㅜㅜㅜ 우리 율무 하고 싶은 거 다 해ㅜㅜ

- 소시지라고 부르는 백야 너무 귀여워... 백야 식탐 있는 거 빼고 실제랑 똑같을 듯ㅋㅋ

- 타팬인데 뇌 빼고 보면 재밌음

- 아버님... 이렇게 쉽게 농구 허락해 줄 거였으면서 왜 우리 율무 속상하게 하셨나요ㅠㅠ

- 지한이가 정색하면서 욱할 때 세게 치여서 전치 36123주 나옴

- 근데 저 백야라는 애 귀엽긴 한데 좀 과하지 않나... 소속사에서도 너무 귀여운 쪽으로만 몰아가는데 모니터링 안 함?

└ 여기서도 대놓고 귀여움받는 캐릭터

└ 쟤 컨셉질로 유명한 거 팬들만 모름ㅎㅎ 커뮤에서 욕 개 많이 먹던뎅

└ 애교야 회사에서 시키는 거라 어쩔 수 없다 쳐도 과한 건 사실

└ 원래 성격이 저런 앤데 뭐 어쩌란 말임? 그리고 왜 웹드창에 와서 이러는지도 모를 일;

└ 데이즈 유앱이나 렬리티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백야는 존재 자체가 아방이고 큐티야

흐뭇한 얼굴로 댓글을 살피던 중, 핫한 댓글을 발견한 복쑹은 투지를 불태우며 전투에 참전을 선언했다.

* * *

그 시각 논란의 주인공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이나 해대고 있었다.

하암-

“입 찢어지겠네.”

1분에 한 번꼴로 하품을 하는 백야를 보며 유연이 혀를 찼다.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해도 싫다며 고집을 부리는 게 이해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유연은 거실 테이블 위로 1,000 피스짜리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무슨 고민 있냐?”

“응.”

그냥 뱉어 본 말이었는데 순순히 대답하는 백야에 오히려 유연이 당황했다.

무슨 고민이냐 되묻자 개복치가 은밀히 주위를 살폈다.

거실엔 저희 둘뿐이라는 걸 확인한 백야가 소파 아래로 내려가 테이블 위로 손을 짚었다.

“너 게임 좀 해?”

“게임? 하긴 하지.”

“그럼 넌 업데이트 뜨면 바로바로 해?”

“하지.”

“업데이트 기능이 마음에 안 들어도? 예전에 업데이트하다가 게임이 막 이상해진 적도 있는데? 네가 죽을 수도 있어.”

선택지가 굉장히 극단적이고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얘가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던가.

처음 보는 백야의 모습에 유연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그의 미간에 힘이 실렸다.

“너 무슨 게임 하냐.”

그러나 이건 의심의 미간이었다.

게임 이야기를 꺼내길래 마냥 가벼운 주제인 줄 알았더니. 들을수록 불길한 예감에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게임이냐 묻자, 역시나 당황한 듯 백야의 입술이 달싹였다.

“너 이상한 게임 하지.”

“아니야! 난, 난 그냥… 개복치 키우기?”

“뭘 키워?”

“개복치.”

해도 꼭 자기 같은 게임만 골라 한다고 생각한 유연은 한시름 놓았다.

“난 또. 그래서 뭐. 업데이트하다가 개복치가 죽기라도 했냐?”

“죽은 건 아닌데…. 그냥 게임이 다시 실행이 안 됐어. 응. 그랬던 거 같아.”

“게임사에서 실수했나 보지.”

유연은 업데이트를 하면 보통 좋아지지, 나빠지는 경우는 없으니까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대답했다.

“역시 그런가….”

“왜. 개복치 또 업데이트 하래?”

“응.”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백야는 유연의 말에 힘입어 업데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난 또 대단한 고민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

“나 고민 싫어해. 그냥 대충 살래.”

피식거린 유연은 다시 퍼즐에 집중했다. 백야도 다시 소파 위로 올라가기 위해 테이블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촤라락-.

그런데 손바닥으로 퍼즐의 모서리를 짚고 있었던 모양인지, 퍼즐 조각이 백야의 손을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수놓았다.

“……!”

“…….”

놀란 눈을 뜬 백야와 피스를 쥔 유연의 손이 허공에 멈춰 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 이게 왜….”

지옥 같은 스케줄 속에서, 2주 내도록 짬을 내 맞추던 퍼즐의 반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미안.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실수로….”

겁먹은 개복치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한백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유연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일단은 도망갈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백야는 도주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백야가 슬그머니 움직이는 순간, 그를 소파 위로 넘어뜨린 유연은 위에 올라타 말랑 쿠션으로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끄아악! 미안해! 미안!”

“이 개복치 같은 게!”

“살려 줘! 아악!”

마침 방문을 열고 나오던 민성은 한데 엉켜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아니꼬운 얼굴로 멈춰 섰다.

“염병. 저것들은 볼 때마다 붙어 있네.”

엉망으로 널브러진 퍼즐 피스를 발견한 민성은 안타까운 얼굴로 혀를 찼다.

“내가 언젠간 이럴 줄 알았지.”

한 번쯤 퍼즐 판이 엎어질 것 같았는데. 그게 청이나 율무일 거라 생각했지, 백야는 조금 예상 밖이었다.

“에헤이. 훠이! 둘 다 떨어져.”

민성이 유연의 뒷덜미를 잡아당기자 그는 순순히 백야를 놓아주었다.

얼른 민성의 뒤로 숨은 백야는 빨개진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잘못했다고 소리를 지르느라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안쓰러운 모습에 유연도 자신이 너무 과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냐?”

“네가 쥐어 패 놓고 괜찮냐 물어보는 건 또 뭐니?”

둘 사이를 중재하던 민성이 어이없어했다.

“진짜 미안. 대신 맞추는 거 나도 도와줄게. 화 풀어.”

“됐어. 화난 거 아니야.”

다행히 백야의 안색은 금세 돌아왔다.

“그래.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렴.”

민성이 막내들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어린애 취급을 했다.

백야가 얼굴을 찡그리며 싫은 티를 내는데, 마침 기다리던 상태창이 떠올랐다.

[※업데이트 설치되지 않음]

이놈은 수락을 누를 때까지 나타날 생각인지 하루에 한 번씩 눈앞에 나타났다.

한숨을 포옥 내쉰 백야는 결국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다.

[업데이트 준비 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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