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83화 (183/340)

제183화

* * *

[데이즈 ‘엔카’ 3주 연속 1위]

[적수 없는 ‘하이틴’ 데이즈 뮤직스테이 트리플 크라운 달성]

[데이즈 백야 또 1위 ‘음방 트리플 크라운’, 쇼플리 MC로 트로피 건넬 수 있어 기뻐]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릴 것 없이 트리플크라운을 올 킬하고 있는 데이즈는 명실상부한 4세대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온갖 프로그램과 광고사에서는 데이즈를 데려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는데. 하이틴 활동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 인기뮤직 또한 마찬가지였다.

건강상의 문제로 MC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관계자들은 데이즈에게 가장 먼저 스페셜 MC 제안을 해 왔다.

“백도 도와줘.”

“도와줘.”

그 결과 유연과 민성이 오늘 하루 스페셜 MC로 나서게 됐다.

두 사람이 팀 내 유일한 MC 경력자를 붙잡고 늘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뻔뻔하게 읽으면 돼. 최선을 다해서.”

잘할 수 있는 팁을 알려 달랬더니 백야는 상투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내가 귀찮아? 대답에 성의가 없잖아, 성의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방법이 없는데….”

부끄러운 대사를 읽으면서 안 부끄러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니. 그런 방법이 있다면 자신도 좀 알고 싶었다.

“줘 봐.”

방송사마다 대본의 스타일이 조금 다르긴 한데, 이 정도면 백야가 읽는 대본보다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럼 일단 읽어 봐. 봐 줄게.”

“그래, 한번 해 봐~ 드라마도 찍었는데 뭔들 못하겠어.”

“잉끼뮤직 보시죠!”

샤인 머스캣을 먹던 율무와 청이 즐거운 티를 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마냥 재미있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해 봐.”

지한도 두 사람을 은근히 부추겼다.

그에 용기를 얻은 유연이 대본을 고쳐 들었다. 아랫입술을 할짝대며 뜸을 들이던 그는 이내 첫 대사를 읊었다.

“안녕하세요. 인기뮤직에 나타난 스페셜 MC, 데이즈 유연.”

“민성입니다. 저희가 MC는 처음이라 너무 떨리고 긴장되는데요.”

“제가 그럴 줄 알고 저희 나잉이 여러분의 힘을 받아 왔습니다.”

“어? 저는 멤버들의 기운을 받아 왔는데. 그럼 저희 조금씩 나눠 가질까요?”

“그럴까요?”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에너지를 쏘며 부끄러운 소리를 내야만 했다.

“얍!”

“빠앙!”

엄살을 부리길래 유치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시작부터 저런 퍼포먼스라니. 율무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푸흡. 큼.”

지한도 헛기침을 하는 척 겨우 웃음을 삼켰다.

희번덕거리는 민성과 눈이 마주친 조또는 ‘정말 대사가 그러냐’며 대본을 가져오는 척 위기를 모면했다.

한편 지한보다는 눈치가 없지만, 율무보단 나은 막내즈는 입 안의 살을 깨물며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중이었다.

멤버 모두가 얄미웠지만 개중 단연 1등은 율무. 율무를 노려보던 유연이 민성을 소환했다.

“형님. 저 녀석 샤인 머스캣 먹다가 혀 씹게 할까요.”

“어. 조져 버려.”

눈치 없이 웃어대는 율무를 향해 민성과 유연이 달려들었다.

마침 맞기 좋게 등을 드러낸 자세에 두 사람의 손바닥이 넓은 등판을 따갑게 내리쳤다.

“앗 따가! 야, 잠깐. 나 혀! 진짜 혀 씹었어!”

몸을 배배 꼬면서도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간 모습이 얄미웠다.

율무의 엄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두 사람은 적당히 응징을 가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율무의 살신성인으로 긴장감을 떨쳐 낸 두 사람은 능숙한 진행으로 호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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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E_Official]

My Highteen 나잉이여러분.

벌써 막방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이번 활동도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뽀뽀 쪽♡

(데이즈 단체 손 키스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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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의 이유가 방금 끝남

- 율무니? 뽀뽀 쪽... 내 심장... 미친...... 아니... 아....

- 키 186에 멤버 얼굴 한 손으로 가리기도 쌉가능인 애가 뽀뽀 쪽... 어떻게 이렇게까지 애교가 철철 흐를 수 있지ㅜㅜ

- 잠깐만 이거 지한이라는데?

└ ?????

└ 뽀뽀쪽?

└ 어디서 들으셨어요?

└ 애들 유앱 켰어요

- 오늘 막방이라고 중간에 우는 제스처 하는 복숭아 본 사람? 백야는 천재야... 진짜 천재라고

- LA럽콘 가는 김에 애들 푹 쉬다오면 좋겠다ㅜㅜ

- 율무 뽀뽀쪽 적다가 죽을 뻔했대ㅋㅋㅋㅋㅋ 지한이가 너무 딱딱하게 적어놔서 나잉이들 겁먹고 울까 봐 추가했다는데ㅋㅋㅋ

└ 마이 하이틴은 유연이 의견!! 민성이가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말이 많다고 “떼잉” 쯧쯧 시전 함ㅋㅋㅋㅋㅋㅋㅋ

- 막방 엔딩요정 청이♥

- 데이즈에 애교멤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타고났고(의도하지 않았는데 귀여움) 한 명은 엄청난 노력파(작정하고 귀여움)

└ 백야, 율무

- 그래도 요즘 아이돌들 2주 활동하고 끝내는데 한 달이면 많이 했다

- LA 출국 비하인드, LA 관광 브이로그, 호텔 유앱, 야외 자컨 기다리고 있을게.....

* * *

LA 출국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숙소는 활동이 끝난 날 저녁부터 여행 캐리어를 싼다고 엉망이었다.

거실 곳곳에는 널브러진 캐리어와 옷가지, 산처럼 쌓인 신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건 누가 자꾸 내 캐리어에 넣는 거야? 너지.”

“No! 나 아니야.”

치워도 치워도 자꾸 나타나는 납작 곰돌이 인형을 백야가 던져 버렸다.

“조폭 햄스터!”

부엌 쪽으로 튕겨져 나간 인형을 따라 청이 후다닥 뛰어갔다.

“맞네, 뭘! 한 번만 더 넣으면 네 캐리어는 각오해야 될 거다, 이놈아.”

백야가 하악질을 하자 청이 눈치를 보며 방으로 돌아갔다.

청의 방문이 닫히자 이번에는 맞은편 문이 열리며 유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얼굴이 밝아진 백야는 유연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야. 너 짐 다 쌌어?”

“대충. 왜?”

“그럼 너 지금 할 거 없겠네?”

“딱히.”

유연의 할 일 없다는 말에 백야가 활짝 미소 지었다.

“우리 나가자.”

“나가자고? 어딜?”

“이거 보러!”

백야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지난주 광고 촬영장에서 봤던 포브스 3대 점집 전단지였다.

“그거 아직 안 버렸냐고…. 내가 봐준다니까?”

“여기 사기 아니라니까.”

“뭔 사기가 아니야, 딱 봐도 사긴데.”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그리고 몰래 나갔다 걸리면 혼나는 거 모르냐?”

“안 걸릴 자신 있어.”

백야가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햄스터의 초롱초롱 공격에 마음이 약해진 유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딘데.”

그렇게 두 사람은 모자와 마스크로 완전 무장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어두운 그림자가 두 사람을 따라붙었다.

괴한은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문을 강제로 열며 뛰어들었다.

“둘이 모야! 어디 가!”

“으갹!”

“아, 깜짝이야.”

선글라스와 모자로 무장한 청이었다.

“너 우리 뒤밟았냐?”

“남경한테 다 말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아이스크림 사러 가는 거라고. 그치 백도.”

“……!”

유연이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했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경계 어린 눈으로 눈알만 도르륵 굴리는 백야의 모습은 누가 봐도 숨기는 게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완전범죄는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모라는 거야 이 사기꾼! 방문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 다 들었는데. 나도 데려가! 세계적인 집!”

하필 걸려도 집요한 놈에게 걸려서 골치가 아팠다. 유연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를 짚었다.

“하……. 소리 그만 지르고 갈 거면 빨리 타.”

그리하여 막내즈 완전체의 일탈이 시작됐다.

오후쯤 남경이 숙소에 들른다고 했으니,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남짓.

다행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볼일만 보고 온다면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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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화려한 천막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손님은… 당연히 없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첫 손님이네. 거기 의자 가져와서 앉고.”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연지 곤지에 붉은색 한복을 입은 여성이 반겨 주었다.

협소한 공간에 청이 플라스틱 간이 의자를 가져와 끼어 앉았다.

“어떻게. 세 명 다?”

“Yes!”

“네!”

“니요.”

백야와 청이 그렇다 대답했지만 유연이 칼같이 잘라 냈다.

“얘만 볼 거예요.”

유연이 백야의 턱 아래로 손바닥을 대자 그의 망충미가 조금 더 부각됐다.

“크흠. 복채는 선금.”

한 명만 볼 거라는 말에 점술사는 조금 실망한 듯 헛기침을 크게 했다.

지폐를 챙긴 점술사는 백야의 얼굴을 빤히 보며 생년월일시를 대라고 했다.

“음력 3월 21일이요.”

알 수 없는 그림과 한자가 적힌 책을 뒤져 보던 점술사가 책을 소리 나게 덮으며 눈을 치켜떴다.

탁-!

“어떻게 왔어? 멀리서 왔네.”

멀리? 혹시 저 멀리가 제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인 건가.

백야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하는 한편, 청도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놀라워했다.

“오…. 우리 택시 타고 온 거 어떻게 알았나.”

유연은 여전히 못 미더워하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 있지?”

“…네?”

“진작에 죽었어야 할 몸이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점술사에 유연과 청, 백야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한테 죽었어야 할 몸이라니. 기분이 나빠진 유연이 얼굴을 구겼다.

“저기요,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같은데 가려서 해 주세요.”

“좋은 말만 듣고 싶으면 여길 왜 왔나, 이 사람아. 네 친구는 진작에 죽었어야 할 몸이야!”

“자꾸 죽는다고 하지 마! …요.”

그 말에 청도 기분이 상했는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러나 점술사는 꿋꿋이 풀이를 이어 갔다.

“도화살도 있고 어렸을 때 몸이 많이 약했구먼. 지금도 산송장이나 다름없어.”

“산송장….”

“귀신들이 딱 좋아하는 몸이야. 혹시 봐서는 안 될 것들이 보여?”

봐서는 안 될 거?

상태창…?

백야는 일단 시치미를 떼보기로 했다.

“뭐, 뭘요?”

“남들 눈에는 안 보이는 게 보이냐고.”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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