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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인데 패시브가 개복치-189화 (189/340)

제189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핸드폰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무, 뭐야.”

놀란 하랑이 뒷걸음질 치며 멀어졌다.

끼이익-.

활짝 열렸던 문은 녹슨 쇳소리를 내며 원위치로 돌아왔다.

당황한 하랑은 잠시 자리에 멈춰서 눈을 의심했다. 충동적으로 옆 칸을 열어 봤지만 그곳도 비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첫 번째 칸으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요즘 너무 예민했나?

아니면 헛것을 본 건가?

하랑은 끊임없는 의문을 품으면서 남은 칸을 하나씩 열어 보기 시작했다.

콰앙-.

쾅-.

어느 칸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문을 힘껏 밀치며 여는 바람에 커다란 소음이 연이어 울렸다.

어느새 마지막 칸 앞에 선 하랑은 여기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을 뻗었다.

콰앙-.

역시. 이번에도 빈칸이었다.

“미친 건가….”

제가 착각을 한 건 아닐까 혼란스러운 와중, 첫 번째 칸에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렸다.

데이즈의 하이틴 후렴구였다.

“아, XX!”

오늘 여러 번 놀라는 하랑이 욕을 내지르며 돌아섰다. 문틈은 여전히 작게 벌어져 있었다.

- My Highteen

너의 볼에 입

그러나 벨 소리는 머지않아 끊어졌다.

저벅-.

다시 문 앞에 멈춰 선 하랑.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뻗으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으…. 어디 박았나? 머리에 혹 난 것 같은데….”

분명히 아무도 없던 칸에서 백야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으아악!”

“으갹!”

하랑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리를 지르자, 당연히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백야도 놀라고 말았다.

메인 보컬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성량은 대단했다.

덕분에 끔찍한 비명은 복도 밖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 애들 헤븐 플레이버7 갔네ㅠㅠ 미국 가자마자 들려온 목격담이 아이스크림 사 먹는 거라니... 얘네 이렇게나 무해해도 되는 거임? (데이즈 뒷모습 사진.jpg)

- 하이틴 마지막 화 예상했던 대로네ㅋㅋㅋㅋ 율무랑 같이 농구시합 이기고 해피엔딩

- (인용) 대충 LA에 복숭아가 굴러다닌다고 함

시스템의 빠른 협조 덕분에 개복치는 인생 장르를 공포에서 시한부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제일 먼저 마주친 인물은 뜻밖이었지만.

‘그런데 걔가 왜 거기 있었지?’

특히 헤어지기 전, 자신을 훑어보는 눈이 기분 나빴다.

‘근데 뭐…. 그놈이 재수 없는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호텔로 돌아온 데이즈는 저녁 시간 전까지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옆방으로 놀러 오라는 율무의 제안을 거절한 백야는 미뤄 왔던 일을 할 시간이었다.

[v.1.3.700 업데이트 안내

- 13일의 금요일/폐쇄병동 맵 삭제

- 핼러윈 이벤트 추가]

우선 악의 근원이 잘 처단됐음을 확인했다.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본 상태창이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자꾸 확인하게 됐다.

다음은 업데이트 보상을 확인할 차례였다.

그때는 청과 덕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보지도 않고 창을 꺼 버렸는데, 뒤늦게 열어 보려니 더 떨리는 것 같았다.

‘스타 포인트로 퉁치기만 해 봐. 그럼 나도 진짜 가만히 안 있어.’

떠오르는 아픈 기억에 개복치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오류 보상 도착!

개발 현황에 따라 1.3 버전 업데이트 중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 까방권 1회

- 스킬 슬롯 (2칸)

- <스킬 (R)>

- <스킬 (S)>

- 스타 포인트 100점]

“끄어헙!”

그리고 마주한 화려한 보상에 백야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입을 틀어막은 개복치가 고개를 돌려 남경을 확인했다. 다행히 그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와. 찢었다!’

눈물 콧물 흘리며 울어대던 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거래였지 않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높은 등급의 스킬이 두 개나 생긴 건 물론이오, 스타 포인트 100점까지.

개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단연 상단의 두 개였다.

[까방권 : 패시브 강화를 면제받을 수 있다. (자동 적용)]

[스킬 슬롯 : 스킬 슬롯이 2칸 늘어난다. (항목과 관계없이 최대 3개까지 스킬 중복 적용 가능)]

‘빛!’

그저 빛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야는 앉은 자세에서 방방 뛰었다. 백야가 움직일 때마다 매트리스가 흔들렸다.

신남을 주체할 수 없던 백야는 당장 <스킬 (R)> 뽑기권을 써 보기로 했다.

처음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상향 평준화된 능력치지만, 댄스는 여전히 부족했고 연기는 형편없었다.

이왕이면 저 두 개 중 한 개가 걸렸으면 했다.

뽑기를 돌리자 룰렛이 돌아가며 꽃가루가 터졌다.

[스킬 획득!]

[<탑텐 귀(R)>]

‘탑텐 귀? 외모 스킬인가.’

처음 보는 단어에 백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탑텐 귀(R)>

: 음악차트 TOP 10위 안에 들어갈 곡을 알아차릴 수 있다.

“끕!”

설명을 본 백야는 숨죽인 비명을 질렀다.

해당 스킬은 끼 항목으로, 이것만 있다면 앞으로 데이즈가 곡이 구려서 망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TOP 10이면 그만큼 노래가 대중적이라는 거잖아.’

게다가 업데이트 보상으로 늘어난 슬롯창까지. 백야는 고민 없이 끼 항목에 <탑텐 귀(R)> 스킬을 추가했다.

컴백을 준비할 때 A&R 팀과의 미팅에서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은 신인이라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어서 <스킬 (S)> 뽑기를 진행하시겠습니까?]

남은 한 장의 뽑기권도 사용하겠냐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건 나중에 쓰자.’

만약을 대비해 한 장은 남겨 두기로 한 백야는 스트레스 지수만 관리한 뒤 모든 상태창을 닫았다.

‘탑텐 귀라니.’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신남을 주체할 수 없던 백야는 곧장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곤 테이블로 달려가 포스트잇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형! 저 옆방 놀러 다녀올게요! -백야]

율무가 자신의 방에서 보드게임을 하자고 조르던 게 생각나기도 했고, 지금 당장 멤버들이 보고 싶었다.

실내용 슬리퍼 차림 그대로 객실을 나선 백야는 곧장 율무의 방으로 다가가 노크했다.

그리곤 문 가까이 다가가 손을 모아 속삭였다.

“야아~ 나야. 문 열어.”

백야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안에서도 답이 돌아왔다.

“암호를 대라, 오버~”

“장난치지 말고 빨리. 안 열면 나 다른 방 간다?”

“피곤하다더니? 참고로 탈출한 햄스터 한 마리 빼고는 다 이 방에 있다, 오버~”

협박이 통하지 않자 백야가 입꼬리를 삐죽였다.

대충 율무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한 백야가 틱틱 거리며 물었다.

“아, 뭐. 문제가 뭔데.”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게 누구지?”

언젠가 숙소에서도 당해 본 적 있는 장난이었다.

“됐어. 나 안 해.”

답을 알지만 맞히고 싶진 않았다.

백야가 다시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카드 키를 챙겨 나온 기억이 없었다.

‘에이 씨….’

남경을 깨우기 미안했던 백야는 다시 율무와 유연의 방으로 돌아갔다.

똑똑-.

“돌아간다더니~ 다시 왔네?”

“정답. 느.”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이 씨….”

작게 성질을 낸 백야는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대답했다.

“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정답! 당백이 들어와~”

율무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문을 열어 주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 없었다.

“아오. 이걸 진짜.”

“내가 당백이 얼마나 기다렸는데~ 우리 벌칙 젠가 하고 있었어. 이번 판 아직 턴 다 안 돌았으니까 너도 하면 되겠다.”

와르르-.

그러나 율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무 블록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연과 민성, 청의 환호 소리는 덤이었다.

“끝난 거 같은데.”

백야가 율무를 올려다봤다.

짧은 복도를 지나자, 착잡한 표정의 지한이 작은 나무 블록 하나를 쥔 채 멀뚱히 서 있었다.

무표정이었지만 저건 분명 짜증 난 얼굴이었다.

“푸하하! 지한이 당첨이야? 뭔데, 뭔데~”

가까이 다가간 율무가 지한의 손에서 나무 블록을 가져오려 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숨기는 데 성공한 지한은 고개를 도리질 치며 안 된다 일렀다.

“왜? 뭔데 그래~”

“하지 마. 이거 쓰레기야.”

“No! 졌으니까 무조건이야!”

지한이 벌칙 밑장 빼기를 시도하자 청이 발끈하며 외쳤다.

어떻게 해서든 빼앗으려는 자와 나무 블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유연과 민성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가만히 서 있는 건 백야뿐이었다.

“4대 1인데 저걸 버티네….”

머리를 긁적이던 백야는 지한을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저 난리 통에 가세할 생각이 전혀 없는 개복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활짝 펼쳐진 율무의 캐리어 안으로 각종 보드게임이 담겨 있는 게 보였다.

“많이도 들고 왔네.”

다가가 쪼그려 앉은 백야가 게임을 구경하는데, 빈 젠가 곽이 눈에 들어왔다.

[두근두근 러브 젠가]

핑크색과 하트가 그려진 게 포장지가 화려했다.

생각 없이 상자를 뒤집어 주의사항을 읽어보던 백야는 오른쪽 아래에 적힌 ‘어른용’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어른용? 어린이용 젠가는 더 작나?’

보드게임이라곤 할리갈리밖에 모르는 백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지한의 손에서 튕겨져 나온 블록이 백야의 앞으로 툭 떨어졌다.

엥?

“백도! 빨리 읽어!”

“안 돼! 한백야 읽지 마!”

“도대체 뭐길래 이 난리야.”

지한이 이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민성은 잡고 있던 다리를 놓으며 백야 쪽으로 다가갔다.

[사람 수만큼 옷을 벗으세요.]

백야는 자기도 모르게 지한의 인상착의를 스캔했다. 가볍게 걸친 긴 팔 셔츠와 티셔츠, 반바지가 전부인 몸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인원은 총 여섯 명.

백야는 불결한 거라도 만진 것처럼 블록을 내동댕이치며 소리 질렀다.

“아악! 어디서 이딴 쓰레기를 가져왔어! 당장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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